Gourmet :: India
Yummy Indian Curry

인도 커리 정복기

환절기의 헛헛한 속을 채워 줄 나만의 자양 강장제는 바로 ‘카레’가 아닌 ‘커리’. 약으로도 쓰이는 각종 향신료들이 한 곳에 모여 피워낸 꽃과도 같은 이 걸쭉한 음식은 언제나 식욕과 의욕을 자극한다. 수천 년을 자랑하는 매혹적인 인도 커리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미 커리에 매료된 이들이 발길을 끊지 못하는 서울 속 작은 인도로.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진하정 기사 취재협조 깔리 02-747-5050

깔리 내부에 가득한 장식품은 이유리 대표가 인도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하나둘씩 직접 모은 추억들이다.
깔리 여신의 모습이 담긴 액자.
매일 신선한 난 반죽.

불편하면서도 그리운 이상한 나라, 인도

나에게 커리는 가끔씩 생각나면 무조건 찾게 되는 인생 필수의 음식 중 하나이다. 코리앤더와 카다몸, 넛맥, 강황, 후추 등의 기본적인 향신료들에 개인 취향에 맞는 향신료를 마음껏 더해 만드는 종합 향신료 ‘마살라Masala’가 한 그릇 안에서 따끈하게 혼합되어 있는 그 음식만큼 매혹적인 자양 강장제가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 나보다 더 커리가 인생에 깊이 새겨진 여인을 만났다. 인도와 네팔을 제 2의 고향처럼 여긴다는 그녀는 대학로에서 ‘깔리Kali ’라는 인도 레스토랑까지 차려 버렸다. 깔리의 이유리 대표는 벌써 5년째 인도를 다녀왔거나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도의 진짜 맛을 선보이고 있으며, 매년 짬을 내 또 다른 고향 인도로 여행을 떠난다. 당혹스러웠던 첫 인상과 함께, 불쑥 짜증과 불쾌감을 안겨주기도 하는 나라이지만 요상하게도 뒤돌아서면 그리운 매력에 자꾸만 마음이 향하는 곳이 인도이다. 그런 양면적인 매력을 힌두교의 강력한 여신 ‘깔리’에 빗대어 생각했다. 무시무시한 외양 뒤로는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악마를 처단하는 어진 어머니인 깔리에게서 이중적인 인도를 함
께 느낀 것이다. 헤어나올 수 없는 그 마력에 이끌려 수없이 인도를 여행한 결과 현지에서 15년 이상 경력의 근사한 요리사들까지 초빙할 수 있게 되었고, 서울 속 대학로에서 인도를 떠올리는 음식들과 여행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음식이라는 인도식 축복

인도 사람들에게 음식은 신이 선사한 축복이고, 식사는 일종의 의식이다. 거대한 종교와 신의 땅인 인도 내에서는 음식에도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해 함부로 아무 것이나 먹지 않는다. 물론 최근에는 유동적인 채식주의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면서 성지에 있거나 특별한 기간이 아니라면 가볍게 육류를 즐기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나라가 따르는 종교 의식이 이미 식문화 자체에 깊이 파고들어 있고, 그런 식습관은 족히 2,000년도 전부터 시작돼 여전히 그 입맛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 속 식물의 뿌리와 열매에서 얻은 향신료와 식재료만으로도 균형 잡힌 영양식을 탄생시킨다. 또 냉장 시설이 일반적으로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이 오히려 더 신선하고 청결하다. 식재료를 오래 보관할 수 없으니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장을 봐 요리를 해 먹기 때문이다. 깔리의 이유리 대표는 인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음식만 1시간이 넘게 기다린 경험도 있다고 했다. 그녀가 들어선 곳은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장을 봐서 요리를 시작하는 식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도 여행 중에는 대부
분 배가 고파지기 전에 식당에 들어가야만 정말 배가 고파졌을 때 식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기다려 한두 접시 받아낸 음식들은 모두 하나같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인도 사람들에게 음식이란 단순히 허기만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모두가 음식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에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먹느냐 역시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인도에서 유명한 속담인 ‘함께 식사하는 가족이 함께 사는 가족이다’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에겐 같은 핏줄이라는 사실만큼이나 누군가와 한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한 가족이 된 것과도 같은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말이다. 음식에 대한 이토록 높은 존중이 만들어낸 또 다른 식습관 중 하나가 바로 손으로 밥을 먹는 일이다. 특정 도구로 음식을 먹는 일이 익숙한 이들에겐 오히려 손이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은 이를 정반대로 생각했다. 누구의 입에 들어갔을지 모를, 얼마나 깨끗한지도 모르는 수저보다는 내가 직접 씻은 내 손이 더 청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식전에 제공되는 물인 핑거볼에 오른손을 씻은 후, 손끝으로 음식의 온도와 감촉을 먼저 맛본다. 이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와 겉모습, 냄새, 맛, 그리고 촉감까지 동원해 한 접시의 음식을 완전하게 느끼는 인도 사람들만의 비결이다.

이런 음식에 대한 존중의식에 다양한 나라와 사람들로부터 들어온 요리법들이 뒤섞이며 현재의 인도 식문화가 정착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흡수한 만큼이나 멀리 커리라는 인도의 음식을 세계 곳곳에 퍼뜨렸다.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영국을 포함한 유럽, 일본과 한국에까지도 커리를 근원으로 각자의 입맛과 식습관에 따라 변형한 다양한 퓨전 음식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여전히 10억 인구가 매일 다른 음식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방대한 종류의 음식들이 만들어진다. 인도가 가득한 공간 깔리에서 그 다양한 인도 음식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4가 170-3 2층
영업시간 12:00~21:30 (주말 및 공휴일 브레이크타임 16:00~17:30),
격주 월요일 휴무
가격 스낵 4천 원~1만 원대, 커리 9천 원~1만 원대, 탄두리 바비큐 1만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