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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a  영화 <레버넌트> 촬영지, 알버타에 가고 싶다

최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한편이 심장을 쿵쾅쿵쾅 내려치는 중이다. 멋진 주인공보다 그이를 고통스럽게 만든 영화 속 배경 때문이다. 올해는 <레버넌트>의 촬영지 캐나다 알버타 주로 꼭 떠날 계획이다.
글 함희선 기자 사진 · 제공 알버타관광청 travelalberta.kr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참 여러 가지다. 몇 년 혹은 평생에 걸친 고민 끝에 결정하기도 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찰나의 결심으로 휙 가방을 꾸리기도 한다. 개인적인 취향을 고백하자면, 영화나 드라마가 큰 계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것에서 자극을 받을 테지만 말이다. 내 상상력은 유난스러운 편이다. 대단한 상상력 말고, 다소 엉뚱한 잡념들. 예를 들면 내가 영국 런던의 포토벨로 마켓을 간다면 영화 <노팅힐>과 똑같이 로맨틱한 여행이 가능하다. 미친 소리 같으나 내 눈엔 휴 그랜트도 진짜 보인다. 미국 드라마 <CSI>의 광팬이었을 땐, 라스베이거스 여행에서 밤마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 머릿속에 범죄 장면을 상상하면서(?) 전율 속에 잠을 청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영화 한편이 심장을 쿵쾅쿵쾅 내려치는 중이다. 나이 먹을수록 자꾸만 멋져지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레버넌트>. 올해 나는 아마도 캐나다의 벌판에서 그를 만나게 될 것 같다.

감독이 선택한 캐나다 알버타 주

이냐리투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는 북미 대자연을 배경으로 19세기의 서부 모험가 휴 글래스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비버 사냥꾼이었던 디카프리오가 그리즐리 베어의 공격을 받고, 목이 찢기고 온몸이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당한 후 동료들에게 버려지면서 벌어지는 복수극. 사실 난 거의 3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복수라는 스토리보다는 디카프리오가 놓여있는 자연풍광에 푹 빠져 그와 함께 힘든 시간을 겪었다. 영화에는 픽션도 꽤 추가되었지만, 현실 속의 휴 글래스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6주 동안 100마일이나 기어서 자신을 등지고 떠난 친구들을 찾아내었단다. 톰 하디도 매력 있으나 영화에서 거의 대사가 없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눈물 나게 박수쳐줘야 한다.

1823년 8월, 미국 사우스다코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전설적인 사건. 휴 글래스 역시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미국 사람이지만, 이냐리투 감독은 촬영지로 캐나다의 알버타Alberta를 선택했다. 감독이 촬영지를 선택할 때 최대한 문명에서 멀고 야생적인 곳을 기준으로 했다는데,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당시의 야생적인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바로 알버타였나
보다.

영화는 스토리나 배우의 연기 말고도 93퍼센트를 야외에서, 오로지 자연광만으로 촬영한 것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총 11개월의 촬영기간 중 6개월 동안을 캐나다의 대자연이라는 세트 안에서 영하 20도의 혹독한 겨울을 배경으로 찍었으니 영화는 다소 어둡고 축축하며 강인하고 거칠게 다가온다. 스토리 자체가 실화이기도 하나 이런 촬영기법 덕에 더 현실적인 느낌이다. 휴 글래스가 놓여있는, 엄청나게 절망적인 상황이 더 극적일 수 있던 건 바로 풍광이 해낸 역할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 역시 야생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라 무서워했고, 고통스러웠으며, 외로웠다. 하지만 의외로 그처럼 철저하게 여린 인간이 되어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거대한 스크린을 앞에 두고 광활한 대자연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것, 거의 반은 실제 여행과 비슷한 경험이었기에 실제의 알버타가 더 궁금해졌고, 엉뚱한 상상 속에서 디카프리오와의 만남을 기대하게 되었다.

때 묻지 않은 대자연

곰과의 강렬한 격투(?)를 벌인 숲속 씬은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촬영했고, 영화 막판에는 아르헨티나 남부에까지 가게 되었으나 <레버넌트>의 대부분은 알버타 주의 캐내디언 로키 지역에서 촬영했다. 원주민이 처음으로 정착했던 스토니 네이션Stoney Nation의 땅에서 첫 장면이 시작되며, 영화의 대부분은 카나나스키 컨트리Kananaskis Country와 캔모어Canmore에서 촬영되었다.

먼저, 우려하는 마음은 접어두길!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은 여전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알버타 주의 ‘산악 놀이터’라고 불릴 정도로 여행하기 좋은 곳들이니 말이다. 4천 제곱킬로미터를 훌쩍 뛰어넘는 면적의 광활한 대자연을 품고 5개의 주립공원, 4개의 야생 주립공원, 또 자연 보호구역 등으로 분류되는 카나나스키 지역. 개썰매, 알파인 노르딕 스키, 스노슈잉, 하이킹, 마운틴 바이킹 등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고, 특히 캘거리와 애드먼튼에서 접근성이 좋아 캐나다 현지인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받고 있다. 캘거리Calgary 사람들은 도시에서 45분이면 닿는 카나나스키를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여기며 즐겨 찾는다. 캔모어 타운에는 훌륭한 레스토랑과 카페들로 가득하고, 푸드 페스티벌과 윈터 카니발 등 흥미로운 축제들도 열린다.

배드랜드Badlands의 유명한 공룡 유적지 드럼헬러Drumheller, 보우 강 주변의 보우 밸리Bow Valley와 데드 맨스 플랫Dead Man's Flats, 해발 2천4백 미터 높이의 포트레스 마운틴Fortress Mountain 등 영화 속에 강렬하게 등장하는 곳들이 바로 카나나스키와 캔모어 주변이다. 알버타 주의 지형과 친숙한 이들이라면 영화를 보다가 단번에 어디인지 알아챌 정도로 영화 속의 배경들은 아주 날것으로 묵직하게 펼쳐진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여행이 기대되는 알버타의 대자연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