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bourne :: Great Ocean Road
Unforgettable Drive Great Ocean Road

바람과 파도 따라,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리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달렸다. 길 위에서 새파란 바다, 깎아지른 절벽, 싱그러운 숲, 느긋한 분위기의 해안 마을, 파도 위의 서퍼들을 만났다. 그리고 마침내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를 마주했다. 신이 난 오랑우탄처럼 탄성을 질렀던 300킬로미터의 드라이브.
 글 함희선 기자 사진 Ssu Choi 취재협조 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ko-kr,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www.visitmelbourne.com/kr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달리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자 손가락 사이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슝슝 빠져나간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비행기를 날리듯 허공 가르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도 한번 외쳐준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옛날 옛적 직장인들의 눈물을 빼낸 자동차 CF에 등장했던 바로 그 길이다. 멜버른 서부의 해안을 끼고, 질롱Geelong에서 가까운 토키Torquay에서 출발해 와남불Warrnambool까지 300킬로미터 남짓 이어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도로. 창문을 연채 빠르게 달리면 차안으로 훅하고 들어오는 거센 바닷바람이 폐 속까지 상쾌하게 파고든다. 새파란 바다, 깎아지른 절벽, 싱그러운 숲, 느긋한 분위기의 해안 마을. 이러다가 고개가 아예 왼쪽으로 꺾일까 걱정될 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들이 스쳐간다. 멋진 서퍼들의 몸매에 시선의 속도도 빨라지고. 새하얀 백사장에도, 먼 바다의 끝에도 그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파도를 쫓던 폴과 패트릭 형제를 만난 것도 달리다 잠시 멈춰 섰던 해변 휴양지 론Lorne에서다. 월요일 아침부터 옆구리에 서핑 보드를 끼고 바다와 사랑하던 두 남자. 서핑은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시작되는 토키가 이름을 떨친다. 영화 <폭풍 속으로>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벨스 비치Bells Beach는 하와이 못지않은 파도를 품고 있다. 평균 높이만 5미터이니 립 컬 프로Rip Curl Pro 서핑대회가 탐낼 만.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린다는 건 세상에 다시 없을 황홀한 드라이브임은 분명하지만, 마라톤이나 워킹 프로그램으로 직접 땅을 밟아보는 것도 온몸으로 진하게 기억하게 될 일이다.

 
Great Ocean Road

1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입구.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 군인들이 10년에 걸쳐 건설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왼쪽에 동상도 세워두었다. 
2 파도가 대단하다. 바람의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파도는 높고, 새하얀 물거품은 거칠게 부서진다. 살짝 공포스러울 정도로. 
3 산책하다가 수풀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귀여운 왈라비.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바다만 대단한게 아니라서, 해안길도 숲길도 걷기에 훌륭하다. 
4 휴양지 론에 사는 서퍼 형제 폴과 패트릭.

파도와 바람이 만든 장관
우리는 이 장면을 위해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그렇게 달리나 보다. 대자연이 만든 석회 기둥들, 12사도상Twelve Apostles. 발밑으로 험준한 땅 덩어리가 칼로 베어낸 듯 뚝 떨어진다. 장대한 절벽은 너무 깊은데다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퍼져 있다. 안개 낀 우중충한 날씨에 물보라까지 몰아치면 시야가 희뿌옇게 변하고, 나도 바위도 하늘에 둥둥 뜬 듯 비현실적이 된다. 얼마나 세차게 바람이 부는지 뽀얀 거품을 일으키는 거센 파도는 황갈색의 거친 절벽을 포크레인으로 긁듯이 때리고 물러서기를 반복한다. 1-2천만 년 전에는 그저 평범한 본토의 절벽이었을 기둥들, 차별침식에서 살아남은 단단한 녀석들의 인생은 이렇다. 파도와 바람은 절벽을 뚫어 동굴을 만들고, 동굴은 다시 깎여서 아치를 만들고, 다시 아치는 무너져 기둥을 만든다. 12사도상을 따라서 깁슨스 스텝스Gibson's Steps,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s,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쉽렉 코스트Shipwreck Coast 등 그 모양과 얽힌 이야기에 따른 여러 개의 전망 포인트가 있다.
“석회 기둥을 세어 봐요. 8개죠? 그중에 하나는 몇 년 전에 반 이상 무너졌어요. 그래서 나는 7.5개라고 해요.” 상공에서 꼼꼼하게 세어본 기둥은 진짜 8개뿐. 하루에 열 번도 넘게 하늘을 날며 12사도상을 구경하는 삶을 사는 헬기 조종사 크리스는 1년에 2센티미터씩 침식되고 있는 기둥들이 결국에는 다 무너져 내리는 게 상상되지 않는단다. 그래서 오늘 본 것이 항상 최상의 상태라면서. 300킬로미터의 드라이브 끝에 얻은 최고의 감동 포인트는 이거다. 여기가 장관이요, 지금이 최고라는 것.

Twelve Apostles

1 하이라이트 12사도상. 아주 가까이서 걸어봐도 워낙 장엄하고 웅장해서인지 현실감이 떨어진다. 사진 조차 컴퓨터 그래픽처럼 보이는 듯. 해변을 걸어보면 여기의 바람과 파도가 얼마나 강렬한지 전해진다. 
2 침몰했던 난파선이 많다고 이름 붙여진 쉽렉 코스트. 침식된 바위 위에 올라가 명상하던 한 여행자. 
3 거대한 풍광을 원하는 대로 카메라에 담기란 쉽지 않다. 
4 낭만적인 일몰. 12사도상이 보이는 저 전망대는 일몰 시간이면 카메라를 든 여행자들로 북적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