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yu Island, Taiwan

아이와 함께 한 생애 첫 가족여행지, 타이완 란위 섬

인구 4천7백명이 사는 란위 섬은 타이완의 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용암 지대 위에 놓인 섬이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이 자아내는 해안절경이 눈부시다. 게다가 맑고 투명한 물속에 놓인 산호 주변에서 즐기는 물놀이는 한 여름날의 청량감을 더해준다.
글과 사진 김후영(여행작가) 취재협조 중화항공 www.china-airlines.co.kr

나는 출퇴근이 없는 전업작가이지만 아내는 엄연한 월급쟁이 직장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 해도 아내와 함께 동반여행을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연휴를 끼고 어렵게 휴가를 얻어 7일간 해외로 첫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아이를 동반한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타이완 역시 나에게는 처음 가보는 나라였다. 이번 여행은 아내를 위해 준비한 작은 여행이다. 혼자 여행을 나갈 때마다 그것이 일과 결부된 것일지언정 늘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번 여행은 그 동안 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느라 수고한 아내를 위한 작은 배려인 셈이다.

타이완의 숨은 자연경관을 찾아

이번 여행의 테마는 타이완의 숨은 자연경관을 둘러보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수도인 타이페이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둘러보는 여행일정으로 타이완을 방문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여행은 좀 달랐다. 우리는 좀 멀리 떨어진 곳,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자연공간을 가고자 했다. 사실 언제나 마음 속엔 아이에게 자연을 접하게 하는 기회를 많이 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 역시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생활해 왔고 아이 또한 그렇다. 그러나 보니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늘 마음 한 켠에 사무쳐 있다. 그래서 요즘은 해외여행지도 도시보다는 자연을 선택한다. 이번 타이완 여행 역시 아들 레오에게 좀 더 자연을 접하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6박7일 일정이지만 오가는 날은 비행기 출, 도착 하는 이틀을 빼면 현지에서의 일정은 5일에 불과했다. 5일 동안 멀리 떨어진 네 군데를 둘러보는 일정은 나에겐 익숙하지만 아내와 여섯살짜리 아이에겐 다소 무리였던 게 사실이다. 타이페이에서 맛 집을 찾아가 딤섬을 먹고 짧은 시간이지만 발 마사지를 받는 시간을 보내자 아내는 타이페이에서 더 머물고 싶어 했다. 그런 아내를 말렸다. 우리 일정에서의 타이페이는 단 하루였다. 다음날 타이루거 협곡의 대 장관을 둘러본 뒤 기차를 타고 타이동이란 동부해안의 작은 도시로 이동했다. 아내와 아이의 숨이 할딱거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그곳에서 페리를 타고 란위 섬으로 출발했다. 레오는 세찬 파도 위를 가르며 질주하는 배에 오르자 신나게 고함을 질렀다.

”오우~예에~”

사실에 한국에 있을 때부터 란위 섬을 가느냐 마느냐 걱정을 많이 했다. “아이를 데리고 배를 두시간 동안 타야 하는데, 배가 파도에 요동 치면 어떻게?” 아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멀미를 하면 어쩌지?” 아내의 갖가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급기야 아내는 “레오와 함께 타이동에 머물고 있을 테니 혼자 란위 섬에 다녀와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도 혼자는 가기 싫었다. 가족여행인 만큼 어디를 가도 가족 모두가 움직여야 했다.

1 우리 가족이 물놀이를 했던 작은 워터홀. 바다와 이어져 있다. 
2 비탈진 언덕 위에서 바라본 섬마을과 주변 풍광. 
3 섬마을 중심가의 도로 주변 모습.

독특한 생태와 지형을 지닌 란위 섬

란위 섬은 영어로 오키드 아일랜드Orchid Island라고 불린다. 여기저기 난초가 많아 불려진 닉네임이다. 이곳의 난초는 모두 야생에서 자라난 것들이다. 섬을 둘러보면서 평소 식물에 관심 많은 아내가 야생에 핀 난초를 정확히 가리켜주었다. 란위 섬은 화산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해안선마다 드라마틱한 용암지대의 멋을 풍기고 있다. 용암이 굳어져 생긴 해안가의 바위들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용머리 바위, 악어 바위, 코끼리 바위 등이 있다. 란위 섬은 타이완의 그 어떤 섬들보다 깨끗하고 투명한 물색을 자랑한다.
또한 따뜻한 해류의 영향으로 해양생물이 풍부하게 서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바닷물 속에의 해양생물은 산호의 생태에 큰 영향을 준다. 산호가 크게 발달한 란위 섬은 스쿠버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타이동에서 란위 섬까지 배는 고작 두 시간 걸렸다. 거리는 65킬로미터였다. 지리적으로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란위 섬은 타이완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진 고립된 섬이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야미족의 땅

지리적 거리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으로 이곳은 별천지로 인식된다고 한다. 란위 섬은 중국 색채가 가장 적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란위 섬은 야미Yami란 이름의 부족이 사는 곳이다. 타오Tao족이라고 불리는 야미족은 타이완의 오리지널 원주민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삶을 살아가던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문명화되면서 그들의 원시성은 다소 희미해졌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타이완 본토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주해왔다. 아쉽게도 지금은 야미족이 사는 전통방식의 삶을 제대로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야미 족에게 해마다 매력적인 축제가 펼쳐진다고 한다. 고기를 잡는 동안 어부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3월의 플라잉 피시 페스티벌Flying Fish Festival과 풍부한 수확을 위해 신에게 간청하는 6월의 밀레 하베스트 페스티벌Millet Harvest Festival은 야미족의 대표적인 연중행사이다. 보트 론칭 페스티벌Boat Launching Festival은 특별히 지정된 날짜는 없지만 컬러풀한 카투 보트가 완성될 때마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마을 곳곳마다 펼쳐진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여행자들은 란위 섬의 해변 곳곳에 놓인 야미족의 전통 보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유의 언어를 간직한 야미족은 20세기 중반까지 이 섬의 유일한 거주자들이었다. 20세기 중반부터 외지인들이 이 섬에 몰려들자 야미족들은 고유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심지어 일본의 식민지배시대에는 이들의 고유 문화가 유지되었으나 국민당 정권이 집권하면서 이들에게 중국어 교육과 중국식 라이프스타일이 강요되었다. 60년대 후반 장개석 대만총통의 부인이었던 숭메이링의 명령에 의해 야미족의 전통식 지하가옥들이 헐렸던 점은 가슴 아픈 일로 기억된다. 시멘트로 지어진 현대식 가옥을 세웠지만 내구성이 약해 태풍이 올 때마다 야미족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전통식 지하가옥들을 없앤 것이 화근이었다. 대만정부의 실수는 이뿐 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대재앙은 1982년에 일어났다. 당시 대만정부는 란위 섬 남쪽 끄트머리에 생선 통조림 공장을 세운다며 10만 배럴에 해당하는 방사능 오염물질 쓰레기를 가짜 공장의 임시저장소 안에 저장했다. 섬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방사능
오염물질을 본토로부터 들여와 폐기하려고 한 것이다. 대만정부는 결국 이를 알게 된 섬주민들과 불화가 생기고 이 시설을 제거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오염물질이 담긴 저장소는 여전히 남아있게 되었고 오염물질의 20%가 누수 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현금 부족으로 벼랑 끝에 설 뻔하다

출발 전 멀미약을 먹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바다는 제법 잔잔했기에 문제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가져온 현금을 거의 다 쓰게 된 것이었다. 제법 많은 돈을 환전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만에 가져온 돈을 거의 다 쓴 셈이었다. 혼자 여행할 때보다 쉽게 쉽게 돈을 썼던 것이다. 그 누구도 현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아내에게, 아내는 나에게 서로 의문의 눈빛을 보낸다. 그 눈빛에는 책망과 약간의 원망이 섞여있다. 레오는 아빠, 엄마 사이에 서서 무슨 일 있냐며 번갈아 쳐다본다. 신용카드가 있었지만 이 섬은 다소 외딴 곳이어서 은행을 찾아가보았지만 현금 인출이 안되었다. 편의점의 ATM을 이용해도 한국에서 가져온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할 수가 없었다. (사실 이곳의 편의점 ATM만 그랬다.) 눈 앞이 핑 도는 듯했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 버틸 텐데 아이까지 데리고 와서 돈이 다 떨어질 줄이야. 설마 이 섬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진 않겠지?’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 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배에서 내린 여행자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흩어져 제 갈 길을 가는데, 우리 가족은 현금도 거의 다 떨어진 데에다 숙소 예약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눈 앞에 호텔 호객꾼처럼 보이는 친구가 나타났다.

그에게 가서 하룻밤 숙박 가격을 물어보니 약 2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그런 호사를 누릴 만한 여유는 없었다. 잠시 후 눈에 띌 정도로 키가 크고 머리가 곱슬인 서양 남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현지 여자친구와 여행을 하는 모양이었다. 숙소를 찾고 있냐고 내가 먼저 물었다. 곱슬머리의 친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혹시 싼 숙소를 아냐고 물었다. 배낭족 같아 보여서 왠지 저렴한 곳을 알 것만 같았다. “우리가 머물 곳은 하루 1인당 10달러 정도에요”라고 그가 대답했다. 역시 이들은 배낭족이었다. 그렇게 싼 곳을 알고 있을 줄이야. 다행이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은 셈이었다. 가이드북을 미쳐 준비해가지 못했기에 유용한 정보는 동료 여행자에게 얻는 게 상책이었다. 그 정도 가격이면 먹는 것을 절약하면 일단 다음날 섬을 떠날 때까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국어를 못하기에 현지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영어로 얘기를 나누니 문제가 쉽게 풀리는 듯했다. 이 친구들을 따라 나섰다. 먼저 스쿠터를 빌리고 이 친구들을 마중 나온 숙소의 주인 차에 짐을 실었다. 다행히 스쿠터 대여료(약 1만7천원)도 비싸지 않았다. 스쿠터를 타고 섬 중앙을 가로 질렀는데, 경사면의 비탈길을 달려야 했다. 란위 섬의 내륙에는 정글 같은 나무숲으로 이루어진 작은 산이 두 개 놓여있었다. 란위 섬 해안도로의 길이는 37킬로미터인데 스쿠터로 섬 전체를 둘러보는 데에는 약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했다. 앞으로 스쿠터로 둘러볼 섬 일주가 기대되었다.

싱크홀 같은 곳에서의 신선놀음 ‘자아~ 일단 놀아보자’

풍광 좋은 곳에서 하늘과 바다를 벗삼아 신선놀음부터 하고 싶었다. 일단 숙소 비용을 치루고 숙소 앞의 바닷가로 나가 물놀이를 하였다. 모래사장 해변이 아닌 산호로 이루어진 특이한 해변이었다. 사실 란위 섬에는 모래사장 해변이 거의 없다. 그래서 산호로 이루어진 해변을 걸을 때 넘어지거나 산호에 긁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란위 섬은 연중 비가 많이 내리고 습한 곳인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머무는 동안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땡볕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섭씨 35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물놀이가 간절했다. 란위 섬은 물살이 빨라 수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지만 우리 가족은 암괴로 둘러싸여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곳을 찾아냈다. 바다와 연결되었지만 작은 싱크 홀과 같은 곳이었다. ‘자아~ 이제 잊어버리자.’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지는 에머랄드빛 바닷물 속으로 풍덩하고 들어가니 상쾌함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온 몸을 휘감는다. 덩달아 세상 근심이 싹 다 사라져버렸다. 레오도 라이프 자켓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 몸을 덩실덩실 허우적거리며 논다. ‘녀석! 자신의 키보다 몇 배나 깊은 물속에 들어가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다니’ 바다와 연결된 움푹 파인 워터 홀 같은 곳이었기에 파도가 치지 않아 수영과 스노컬링을 즐기기에 이상적인 놀이터였다. ‘역시 수영은 내추럴한 풀이 최고야~’ 나와 아내는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깊이는 5-6미터 정도 되었지만 날카로운 산호만 조심하면 폭과 길이가 얼마 되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부터 스노컬링 기어를 챙겨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란위 섬에서 스노컬링으로 유명한 곳은 랑타오Langtao와 용머리 바위 주변이 있었지만 첫날 우리가족은 숙소 인근에서만 놀았다.

1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 레오의 실루엣. 
2 바닷가 한 켠에 야미족의 전통나룻배가 일렬로 놓여있다. 
3 깊이가 2-3미터에 달하는 워터홀에서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하는 모습. 
4 섬주민들의 휴식공간. 야미족의 특성을 나타내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스쿠터를 함께 타고 해안도로를 일주하다

다음날 스쿠터를 온 가족이 함께 타고 섬 일주에 나섰다. 레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 등 뒤에 매달려 스쿠터를 타는 셈이었다. 레오에게 아빠가 스쿠터를 운전하는 모습 역시 처음이었다. 나 역시 아내와 아이를 태우고 스쿠터를 운전하는 것은 생애 처음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농담 삼아 “자, 이제부터 우리는 베트남 가족이야”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가보면 알겠지만 차보다 스쿠터나 오토바이가 더 많은 동네다. 게다가 스쿠터 한 대에 기본적으로 가족 3-4명이 함께 탄다. 우연히 어느 마을을 달리다 커다란 운동장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스쿠터를 세워놓고 걸어가보니 섬마을 주민들의 운동회가 열리고 있었다. 아쉽게도 거의 끝날 무렵이었지만 열심히 달리며 계주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60년대부터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섬은 아직도 관광산업을 위한 인프라가 덜 구축된 것 같았다. 번지르르한 호텔이나 레스토랑, 카페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70-80년대의 여행지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TV문학관에나 나올법한 허름한 식당에 들러 요기를 했는데 기대와 달리 음식은 맛있었다. 가격도 부족한 예산에 맞게끔 저렴했다. 스쿠터를 타고 둘러보는 섬의 해안풍경이 가히 일품이었다. 우리 가족은 군데군데 멈추어 기암절벽과 해안동굴 따위를 둘러보았다. 가는 길에 용의 형태를 그대로 띤 용머리 바위도 발견했다. 무엇보다 해안선을 끼고 도로가 깔려있어 스쿠터를 타며 해안가 풍광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에필로그

란위 섬에서는 돈이 모자라 다소 고생했지만 켄팅으로 이동하여 편의점 ATM에서 현금을 찾게 되자 우리 부부는 뛸 듯이 기뻐했다. 마치 생일잔치라도 벌이는 양 이 거리 저 거리에서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음식을 닥치는 대로 사기도 했다. ‘쫀득한 감자전’ ‘달콤새콤한 파인애플 슬라이스’ ‘망고 빙수에 대적할 만한 망고 스무디’ 등. 그렇게라도 잠시나마 현금이 떨어져 맞게 된 정신적 공황으로부터의 해방을 자축했다. 아내는 처음에 아이와 함께 배를 타고 란위 섬에 오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타이완 가족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바로 이 란위 섬이었다. 란위 섬은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심지어 한국의 타이완 관광청에서도 그다지 홍보하지 않는 곳이었는데, 와서 보니 그야말로 ‘숨은 진주’였던 곳이다. 짧은 일정의 타이완 여행이었지만 레오와 아내는 행복해했다. 나 역시 대만족이었다. 사실 수많은 여행지를 다녀왔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은 곳이 가장 여행하기에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곳곳에 우리 가족을 도와준 현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와 함께 했던 내 인생 최초의 가족 여행. 늘 혼자 다니는 것은 익숙한 나지만 어린 아들과 함께 다닌 것만으로도 나는 매일 행복했고 즐거웠다. 혼자만의 여행이 최고인 줄 알았지만 가족 여행은 나에게 새로운 차원의 여행을
제시해 주었다. 아내의 행복이 내 행복이 되었고 아들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되었다.

1 아들 레오와 함께 숙소 인근 바닷가에서. 
2 언덕 위의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도로 주변. 
3 란위의 특산물 중 하나인 판다누스 열매. 주스를 만들어 길가에서 판매한다. 
4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뾰족한 거대 바위들이 바닷가에 놓여있는 모습. 
5 란위 섬의 포토제닉 스팟인 용머리 바위. 용이 머리를 들고 발톱을 치켜 세운 모양이다.

Travel Info

1. 가는 길
대한항공과 함께 스카이팀SkyTeam 멤버인 중화항공China Airlines은 1959년 창립된 타이완의 대표적인 항공사이다. 중화항공은 현재 인천, 김포, 부산에 취항하며 타이완의 수도 타이페이와 타이완 남부의 중심지 가오슝을 연결하고 있다. 참고로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타이페이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의 경우 매일 하루 두차례 운항한다.
문의 중화항공 서울사무소 02-317-8888

2. 현지교통
란위 섬을 가려면 타이완 본토의 동부해안에 자리한 타이동Taitung에서 페리를 타야 한다. (2시간 소요) 타이동은 타이페이에서 기차로 연결된다. 데일리 에어Daily Air는 경비행기로 하루 일곱 차례 타이동과 란위 섬 사이를 운항한다. (20분 소요)

3. 추천 숙소
란위 섬의 주요 마을 중 하나인 헝토우Hungtou를 비롯하여 섬마을 대부분에서 현지민박이 가능하다.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춘 호텔은 찾기 쉽지 않다. 가장 저렴한 도미토리 요금은 400-500타이완달러 정도이다. 민박 시 싱글이나 더블 룸의 경우 1500-2000타이완달러 정도이다. 추천할 만한 현지민박으로는 Fa'ai Homestay가 있다.
문의 주소 91 Yeyin Village, 전화 +886 978 641 587 / www.facebook.com/lanyufaai

4. 비자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관광목적으로 비자없이 90일동안 체류할 수 있다.

5. 환율
타이완의 화폐단위는 달러이며 1타이완달러(TWD)는 한화로 약36원이다. (금년 현재 기준)

6. 여행시기
란위 섬을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5월과 9월이다. 4월과 10월도 좋지만 때로는 물놀이하기에 바닷물이 차가울 수 있다. 7-8월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성수기이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7. 주의사항
섬 내 호텔, 식당 등지에서 영어 통용이 거의 안 된다. 항구 옆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일하는 스태프 중 몇몇이 영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여름철은 성수기이기 때문에 국내선 항공권을 구하기 어렵다. 숙소 역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5월과 9월이면 예약없이 숙소를 얻을 수 있고 한가롭게 섬을 둘러볼 수 있다. 단 이곳의 5월과 9월 날씨는 꽤 무더운 편이며 수영이나 스노컬링 등 물놀이 하기에는 좋다.

*다음달에는 남태평양에 자리한 사모아 섬을 둘러봅니다. 이 나라 제일의 명소인 싱크홀에서의 수영, 피우리 동굴에서의 스노컬링, 스펙타클한 폭포의 장관 등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