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대학 도서관 Helsinki University Library

핀란드에서 가장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보유한 대학 도서관. 총 340만권 이상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 건축가 안티넨 오이바Anttinen Oiva가 설계한 헬싱키 대학 도서관은 북유럽의 아름다운 도서관들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붉은 벽돌을 사용한 고풍스러운 외관은 인근 건물과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내부는 클래식한 외관과는 반대로 화이트와 블랙톤이 주를 이룬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이다. 여기에 도서관 곳곳에 놓인 목재 가구가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도서관 중심에 있는 타원형 계단을 올라가면서 건물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유리로 만든 높은 천장은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와 조명 없이도 실내를 밝게 만든다. 비 오는 날, 흐린 날씨에도 곳곳에 설치된 조명 덕분에 어둡지 않다.

도서관 자체가 볼거리인 까닭에 연간 2백만 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 중에는 헬싱키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도 있지만 상당수가 일반 이용객이다. 15세 이상의 핀란드 거주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헬카Helka 카드를 받아 책을 대출할 수 있다. 이는 핀란드에 주소가 있는 외국인도 가능하다. 도서관 구경 후에는 메인 빌딩 1층에 있는 서점 겸 카페테리아 웰 카이사-탈로WELL Kaisa-talo에서 커피 또는 가벼운 점심식사를 즐겨보길. 중앙역과 국립 미술관, 헬싱키 대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키아스마 현대미술관Kiasma Museum of Contemporary Art

헬싱키 시내에는 80여 개의 아트 갤러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은 핀란드의 현대미술, 디자인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총 5층에 이르는 넓은 공간에 걸쳐 드로잉, 조각, 설치미술, 사진 등 1960년대 이후 핀란드의 주요 예술 작품을 전시한다. 

테마에 따라 개성을 살려 꾸민 20여개의 전시실은 각각 다른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 미술관은 세계 각지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디자인한 미국 건축가 스티븐 홀Steven Holl의 작품으로 천장, 의외에 장소에 설치된 창문에서 들어온 자연광이 내부를 가득 채운다. 메인 로비 역시 어느 각도에서 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게 설계한 것도 눈길을 끈다. 건물 외부와 내부 모두 직선과 곡선이 아름답게 이어지는데, ‘키아스마’의 뜻이 교차하는 두 선이라는 걸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술관은 직선과 곡선의 조화, 현대 미술과 일상의 만남으로 ‘교차’를 표현하고 있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Temppeliaukio Church

여행자 사이에서 ‘암석 교회’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곳. 정식명칭은 템필리아우키오 교회다. 1969년에 티모Timo, 투오모 수오말라이넨Tuomo Suomalainen 형제가 만들었다. 12미터 높이 암석을 부수어 내부 공간을 확보했고 꼭대기는 원형 유리로 덮었다. 자연과 인공소재가 완벽히 조화를 이룬 이 건물은 헬싱키 최고의 관광명소로 꼽힌다. 

180개창으로 이루어진 돔과 돌을 쌓은 외관은 아일랜드식 고대 무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건축물의 진짜 매력은 실내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설계 전 내부 마감으로 시멘트벽을 고려했으나, 돌이 더 부드러운 소리를 만든다는 음향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천연암으로 완성했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음향 효과가 뛰어나 클래식 콘서트가 자주 열린다. 

3001개 파이프 오르간이 연주될 때 감동은 극에 달한다. 교회는 예배당, 음악회, 결혼식장으로 사용된다. 정오에 가면 천장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내부를 은은하게 비춘다. 물론 언제가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말이다.

침묵의 캄피 교회Kamppi Chapel of Silence

나린카 광장Narinkka square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침묵의 캄피 교회로 시선이 간다. 11미터 높이 목재 건축물은 배 모양을 하고 있다. 화려한 창문도 없고, 그 흔한 십자가도 두지 않아 알고 봐도 도무지 교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침묵의 캄피 교회는 2012년 개관 이후 각종 건축상을 휩쓸었다. 교회가 위치한 곳은 헬싱키에서 가장 활기찬 공간 중 하나. 얇은 콘크리트와 나무 외벽이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하고 고요를 안겨준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인 상점들Artek, Iittala, Tre

아르텍Artek은 1935년 알바 알토Alvar Aalto와 아이노 알토Aino Aalto, 메흐 굴리센Maire Gullichsen, 닐스 구스타프Nils-Gustab가 함께 만든 핀란드의 대표 가구 브랜드다. 디자이너들은 현대 디자인, 건축, 예술을 고려한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시대를 초월한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들이 여전히 생산 및 판매되고 있다. 

빈티지 제품을 만나고 싶다면 아르텍 세컨드 사이클Artek 2nd Cycle을 방문해보자. 1881년에 탄생한 이딸라Iittala는 유리 공예 공장이 있던 마을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유행을 타지 않는 글라스와 그릇은 처음으로 판매된 지 5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인기.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사보이 꽃병, 그의 아내인 아이노 알토가 디자인한 유리잔, 카이 프랑크Kaj Franck의 띠마와 카르티오 시리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내구성이 좋고 다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며 개성이 있는 동시에 서로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철학은 100년 이상 이오어고 있다.

트레Tre는 2016년에 개장한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 컨셉 스토어다. 판매 상품의 90퍼센트가 핀란드 제품이며 모든 상품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유명한 제품과 흥미로운 신진 디자이너의 작품을 포함해 약 300여개의 브랜드를 선별했다. 헬싱키 도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이 중며 온라인상으로도 제품 구매가 가능하다.

마리메꼬Marimekko

디자인 소품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1951년 핀란드의 아르미 라띠아Armi Ratia와 그녀의 남편인 빌요Viljo 부부가 패브릭 브랜드로 핀란드의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마리메꼬는 핀란드어로 여자 이름을 뜻하는 ‘마리’와 옷을 뜻하는 ‘메꼬’의 합성어로 ‘마리의 드레스’, ‘불필요한 것 없는 일상복’을 의미한다. 디자이너들의 목표는 오래도록 가치 있는 패브릭, 의류, 디자인 소품을 만드는 것이다. 마리메꼬의 디자인은 자연을 닮았다. 

마리메꼬 숍에는 꽃, 돌, 물의 파동 등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제품으로 가득하다. 숍을 구경하노라면 마치 화려한 정원에 초대받은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겨울이 긴 핀란드이지만, 집안이 늘 봄처럼 화사한 것 역시 마리메꼬 덕분일 것이다.

마리메꼬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3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본고장인 핀란드에서는 더욱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입할 수 있다. 특히 헬싱키 근교에 있는 마리메꼬 팩토리 아웃렛Marimekko Factory Outlet을 추천할 만하다.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하지만, 이동 시간이 아깝지 않다. 

기존 가격보다 30퍼센트 이상 저렴하게 각종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 화려한 패턴의 옷을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면 패브릭, 식기, 인테리어 소품으로 눈을 돌려보자. 쇼핑 후에는 1층 카페테리아 마리토리Maritori에서 핀란드 재료로 만든 신선한 뷔페식 점심 식사를 즐겨보자.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Design District Helsinki

헬싱키는 핀란드의 디자인을 알아가고, 최고 수준의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다. 2012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기 훨씬 전부터 디자인 도시로 이름을 떨쳤다. 매년 9월이면 헬싱키에서는 디자인 위크Helsinki Design Week가 열린다. 물론 이 기간이 아니어도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에서는 언제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푸나부오리Punavuori, 카르틴카우붕키Kaartinkaupunki, 크루누하카Kruunuhaka, 캄피Kamppi, 울란린나Ullanlinna 등 25개 거리에 걸쳐 있다. 인테리어 상점, 옷가게, 주얼리 숍, 빈티지 숍, 갤러리, 숙박시설, 디자인 스튜디오 등 약 200여 개의 개성 넘치는 상점이 기다린다. 유행을 선도하는 디자인부터 클래식한 스타일까지. 북유럽 디자인의 중심지, 디자인 도시 헬싱키의 명성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