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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이탈리아] 도시분류 : [소렌토, 포지타노, 폼페이]
기사제목
[OUTFIELD] 남부 이탈리아의 그림 같은 풍경의 최고봉
The best picturesque scenery of Southern Italy 남부 이탈리아의 그림 같은 풍경의 최고봉멋진 풍경을 마주하면 으레 ‘그림 같다!’라는 말을 한다. 이 표현이 꽤 주관적인 게 어떨 때 그림 같다고 해하야는 지에 대한 명제가 없다. 예를 들어 날씨가 어떻게 좋다거나 혹은 어떤 자연 풍경을 만났을 때, 또는 도시의 풍경이 특별이 다를 때 등. 그렇다 보니 상당히 그림 같지 않은 경치를 만나도 너나 할 것 없이 이 말을 사용한다. 수많은 작가와 기자, 블로거까지 그럭저럭 예쁜 광경에선 일단 ‘그림 같다는’라 말을 쓰고 본다. 나라고 다르지 않다. 습관처럼, 하나의 미사여구처럼. 하지만 진짜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면 알게 된다. 어떤 수식어도 부족하다는 걸. 수많은 그림에도 명화가 존재하듯 확실히 다르다는 걸. 그림 같은 풍경을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밥’ 아저씨로 통하는 밥 로스(Robert Norman "Bob" Ross)다. 어린 시절 EBS 방송을 틀면 매주 한두 번 덥수룩한 수염의 아저씨가 나타나서 마술처럼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붓을 들어 대충 쓱쓱 긋는 것 같지만 몇 분만 지나면 화려한 그림이 완성됐다. 밥 로스는 독특한 유화 기법(wet-on-wet)을 사용해 물감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덧칠하는 방법으로 빠른 시간 그림을 그렸다. 유화 특유의 질감과 색감을 가졌지만, 그의 그림은 사진을 찍는 것처럼 빠르게 완성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영상 말미에 반드시 했던 한 마디 “어때요? 쉽죠?” 그의 선한 표정과 섬세하지만 빠른 붓 터치, 그리고 마지막에 했던 “어때요? 쉽죠?”라는 말은 전 세계 시청자에게 또렷한 기억으로 남았다. 밥 로스의 그림이 좋았던 건 화폭에 담긴 풍경이 세상 어딘가에 진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살면서 여행 중에 한번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숲과 호수, 산과 바다, 그리고 집들. 그래서 멋진 자연을 만나거나 독특한 날씨와 마주하면 밥 로스의 그림과 오버랩 해보곤 했다.
로마에 머물 때였다. 한 달이 막 지났을 때 우체국에 갔다가 벽에 걸린 사진 한 장을 봤다. 망망대해와 마주한 절벽과 능선을 따라 지어진 집들. 몇 분이 지나도록 가만히 서서 사진을 들여다봤다. 처음엔 에메랄드 빛 바다를. 그리고 각양각색의 오래된 집들. 사진의 품질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과거에 필름으로 찍은 것을 인쇄해서 걸어놓은 듯 보였다. 하지만 사진을 무엇으로 찍었는지, 언제 찍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커다란 액자에 담긴 사진에 시선을 빼앗겼고 한쪽 끝에서 네 귀퉁이 끝까지 보는 것이 즐거웠다. ‘포지타노(Positano)’ 사진 오른쪽 아래에 적힌 생소한 이름. 흐릿한 사진은 마치 밥 로스가 유화로 그려낸 그림 같았다. “여길 가봐야겠다.” 우체국을 나오면서 혼잣말을 했다. 사실 그 즈음 난 로마에 조금 실망하고 있었다. 로마에 오면서 큰 기대를 품었지만 명소만 몇 번 돌아보고 쭉 숙소 근처에서만 지냈다.
구글 지도에서 포지타노를 검색하고 이탈리아 남부에 대해서 알아봤다. 그리고 며칠 뒤 이탈리아 남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속도로를 따라 고작 몇 시간 달리는 것인데 우체국에서 본 사진이 떠올라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날아올 때보다 더 설렜다. 이미 마음은 포지타노의 해안을 걷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는 캄파니아(Campania)주와 바실리카타주, 풀리아주, 칼라브리아주, 시칠리아주를 가리킨다. 하지만 남부의 명소가 대부분 캄파니아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주도는 듣자마자 피자가 바로 떠오르는 도시 ‘나폴리’. 그리고 누구나 들어봤을 소렌토가 이곳에 있다. 더욱이 캄파니아주의 아말피 해안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명소’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우체국에서 보았던 포지타노는 아말피 해안의 정수로 꼽히는 곳이다. 내륙의 고속도로를 따라가다가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캄파니아주에 들어선 것이다. 이곳은 지중해의 연결고리면서 이탈리아의 서해인 테레니아 해를 왼편에 두었고, 오른편엔 이탈리아의 허리인 아펜니노 산맥과 경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좌청룡 우백호, 명당이다.
40㎞에 불과한 해안도로는 완공하기까지 47년이 걸렸다. 길 1㎞ 뚫는 데 1년씩 걸린 셈이다. 이곳을 포함해 살레르노까지 연결된 총 80km 도로 전체가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됐다. 이 해안은 이탈리아 남부 투어의 시작점인 캄파니아주 소렌토에서 포지타노~프라이아노~아말피~마이오리~살레르노다. 한 지역이 아닌 80km에 이르는 해안선 전 구간이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방증이다.
캄파니아주의 들머리 나폴리를 만났다. 나폴리 하면 왜인지 피자와 파스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실제로도 이탈리아의 맛으로 불리는 두 음식의 발상지가 이곳이다. 나폴리에 들르면 누구나 자연스레 피자와 파스타의 원조를 기대하게 된다. 나폴리에서 탄생한 피자는 최초 마르게리타 피자였다. 토마토소스와 모짜렐라 치즈, 바질리코 이 세 가지 재료를 베이스로 만들지만 원조는 원조다. 다른 나라에서 먹는 맛과는 확실히 다르다. 1984년 만들어진 나폴리피자협회에선 나폴리 피자에 대한 조건을 몇 개 내걸었다. 첫째, 손으로 반죽한 도우를 쓸 것. 둘째, 화덕에 구울 것. 셋째, 치즈와 토마토만큼은 이탈리아 산을 쓸 것 등이다.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19세기에 서민을 위한 길거리 음식이던 파스타가 1839년 토마토소스가 개발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파스타가 만들어졌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토마토소스와 봉골레, 해물파스타라고 한다. 나폴리 시내는 물론 캄파니아주 전역의 피제리아(Pizzeria)에는 작은 매장에도 화덕을 갖추고 있다. 어디서든 지금 불 위에서 막 구워낸 따끈따끈한 피자와 신선한 재료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를 먹어볼 수 있다.
나폴리는 주세페 가리발디가 이탈리아 전역을 통일하기 전까지 1300년간 외세의 침략을 통해 이탈리아가 아닌 외지인의 땅이었다. 그리스와 아랍, 오스트리아, 스페인을 거쳐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에도 속해 있었다. 그리고 시칠리아 왕국을 마지막으로 1861년 북 이탈리아에 예속돼 지금의 국토가 되었다. 현대의 나폴리는 이탈리아 남부 최대의 도시면서 로마와 밀라노 뒤를 잇는 제3의 도시다. 이곳은 소렌토와 아말피 해안이 말해주듯 과거부터 세계 3대 미항으로 유명했다. 다만 남부 각지에서 몰려든 빈민들 때문에 사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고 마피아 세력의 중심지로 전락했던 적도 있다. 현재는 치안이 많이 회복됐지만, 이탈리아 관광지와 비교해 치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스라엘과 분쟁이 한창이던 시기 분리장벽을 넘어 팔레스타인에 일주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보다 일찍 어지간한 중동국가를 다녔다. 치안이 가장 좋지 않다는 브라질에서도 마음 편하게 걸음을 이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곳들 역시 마음을 끌어당기는 충분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후 캄파니아주를 다시 찾았을 때도 나폴리는 건너뛰었다. 첫인상에서 얻은 감정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폴리의 좋은 기억은 피자와 파스타가 전부다.
드디어 해안 도로에 올랐다. 하늘이 열리더니 정말 한 쪽에 시원한 지중해가 나타난다.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자연스레 콧노래가 나온다. 한참을 흥얼거리며 창밖을 쳐다보다가 ‘아!’하는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곳에서 버스가 멈춰 섰다. 소렌토 전망대다. 조각칼을 든 신이 바다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깎아 놓은 절벽(이 대목에서 신은 예술 감각을 좀 가지고 있는 게 좋겠다), 에메랄드 빛 지중해 위로 수없이 반짝이는 윤슬. 바다를 끌어안고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까지 조금은 비현실적인 경치가 일순간 눈앞을 막아섰다. 강하지 않은 잔잔한 색으로 그려낸 그림 같다. 차를 세워놓고 밖으로 나가보니 현실은 더 대단하다. 항구에서 뻗어 나간 거리와 골목 주변에 세워진 알록달록한 건물들, 마을로 흘러가는 듯 묘한 기운을 품은 하늘, 이들과 절묘하게 하나가 된 독특한 색의 바다. 저 아래 멀리 보이는 도시는 주변의 시선을 흡입하는 마법이 깃든 마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지명은 사이레눔(Sirenum)이란 단어에서 나왔는데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마녀 세이렌(Siren)이 살던 지중해의 섬을 가리킨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바다를 향해 노래했고 이 주변을 항해하던 뱃사람들은 그 노랫소리에 유혹돼 가파른 해안 암초에 부딪혀 난파했다고 한다. 소렌토의 최초 지명인 시레나는 현대의 ‘신호’와 ‘경보’를 뜻하는 ‘사이렌(Siren)’의 어원이 되었다. 재미있는 건 사전에 기록된 사이렌의 의미 중에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여자, 요부’라는 뜻도 들어 있다. 마녀 세이렌의 노래는 들을 수 없지만 ‘소렌토’ 하면 전 세계인이 아는 노래는 들을 수 있는데 바로 <돌아오라 소렌토로>다.
호텔 주인의 초청으로 1891년부터 잠바티스타가 호텔을 장식해 주기 위해 이곳에 왔고, 매년 6개월 정도 머물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때 노래를 작곡한 것으로 전한다. 하지만 잠바티스타가 시인이자 화가였기 때문에 그는 작사만 했고, 그의 친동생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에르네스토 쿠르티스가 곡을 붙여 완성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이 주장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형제가 함께 한 곡이 많은데 대부분 형이 작사를, 동생이 작곡을 맡았다. 그럼에도 소렌토 역 앞에는 <돌아오라 소렌토로> 가사가 적힌 비석과 함께 형인 잠바티스타의 흉상만 서 있다.
그림으로 본 소렌토는 수채화를 닮았다. 얇은 붓으로 선명하게 선을 그리고 그 안에 담백하고 차분한 색으로 채색을 가미한 그림이었다. 다홍색으로 칠한 건물의 지붕들도 진하지만 과하지 않다. 화려하지만 오히려 몽환적이다. 사진으로 담아서 크게 인화를 하거나 정교하게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걸어놓아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도시를 감싸는 온기가 오롯하게 느껴질 것만 같다.
이탈리아 남부의 절정을 맛본 것 같지만, 아직 아니다. 이곳을 찾아오기 위해 방향을 정한 건 순전히 포지타노 때문이니까. 하지만 소렌토에 뺏긴 마음은 버스가 아말피 코스트를 따르는 동안 계속 부화뇌동했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그림 같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러니 유네스코는 해안도로 80km 전 구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골랐겠지. 이런 마음은 수년이 지나 차를 끌고 다시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풍경은 매일 비슷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망망대해의 파도가 그러하고, 볼에 와 닿는 바람이 그러하며,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집 앞의 돌이, 나무가, 풀과 짐승들이 그렇다. 같아 보여도 다른 방향으로 흐르며, 닮아 보여도 조금씩 마모되거나 자란다. 사람 역시 자연에서 나와 조금씩 성장하고 절정에 이르러 노쇠하다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 두 번째 찾았던 아말피 코스트에서 수첩에 이런 글들을 빼곡하게 적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충분히 철학적이었고 눈에 보이는 화려함만큼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다.
포지타노는 아말피 코스트에 속한 11개의 해안 마을 중 가장 인기가 높다. 절벽과 이어진 경사면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집들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고, 해변과 골목 주변에 늘어선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은 동화 나라를 떠오르게 한다. 잠바티스타 쿠르티스가 소렌토를 위한 곡을 썼다면 포지타노를 본 헤밍웨이와 존스타인 벡 등의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에서 이곳을 칭송했다. 덕분에 이름만 들어도 귀가 번쩍하는 세계의 셀럽들도 이곳에 별장 하나 마련하기를 꿈꾼다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하는 곳 1위로 이곳을 찜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여름엔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고, 보트에 올라 지중해를 질주할 수도 있다. 바다로 나가서 마을을 올려다보는 것도 재미다. 한나절 정도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이곳의 특산품인 레몬 맥주를 즐기며 여행의 노곤함을 씻어내는 것도 좋다. 이곳에서 부린 한나절의 호사는 두고두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약 50유로에 빌릴 수 있는 스쿠터를 타고 포지타노를 만끽할 수도 있다. 여러 나라의 많은 도시를 다녔던 사람도 이곳을 떠날 땐 발걸음이 무겁다. 돌아서는 길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두 번을 갔지만, 또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를 여행할 때 빠뜨리면 서운한 곳이 폼페이다. 이곳은 나폴리와 소렌토를 잇는 나폴리 만(灣) 안쪽에 높게 솟은 베수비오산(1281m) 아래에 있다. 고대 로마 시대엔 귀족들의 휴양지로 사랑 받던 거대 항구도시였다고 한다. 서기 79년 베수비오산이 폭발하면서 화려했던 휴양도시는 한 순간 재에 덮이며 사라졌다. 화산 폭발 이전의 베수비오산이 3000m가 넘는 고봉이었다고 하니 화산의 규모가 짐작도 안 된다. 놀라운 건 여전히 폭발 가능성을 안고 있는 활화산이라고. 사라졌던 도시는 1549년 이 지역의 수로 건설 중 존재가 알려졌다.
고대 도시에 들어서면 깨끗하게 깔린 도로와 잘 정리된 구획에 놀란다. 건물만 없을 뿐 도시 정비가 얼마나 잘 돼 있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광장에 들어서면 오른쪽에서부터 전면, 왼쪽으로 법원과 의사당, 포럼, 아폴로 신전·베누스 신전·유피테르 신전·도리아식 신전, 투표장, 시민회의장, 시장, 5개의 목욕탕, 공연장, 체육관 등의 시설이 있다. 광장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나누는 중심이 되기도 한다.
폼페이의 하수시설과 가옥의 몇몇 편의시설이 현대의 구조와 비슷할 정도라고 하니 이들의 문명이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내리막을 따르다 보면 홍등가가 나타나는데 건물 입구에 새겨진 남성의 성기 모양에서 한눈에 알 수 있다. 건물 안쪽엔 침대와 욕조는 물론 벽면에 그려진 춘화로 당시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1860년 이곳을 발굴하던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Giuseppe Fiorelli) 교수가 캐스트를 통해 화산 폭발 당시의 사람 모습을 고스란히 복원해냈다. 화산재를 파헤치던 중 뻥뻥 뚫린 공간이 많이 나오자 틈새가 보일 때마다 반죽한 석고를 부어보니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나폴리와 소렌토, 포지타노, 폼페이는 같은 캄파니아주에 있지만,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명화 한 점을 보기 위해 갤러리에 들렀다가 다양한 화가의 좋은 그림을 만나고 온 느낌이 든다. 밥 로스가 포지타노를 그렸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돌아오는 길 이탈리아 남부에서 만난 풍경들을 밥 로스의 그림으로 상상해봤다. ▲ 다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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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본 사진 한 장
그러다 보니 로마의 일상 역시 한국에서와 다름없는 평범한 생활이 됐고 기대감이 떨어져 있었다. 길거리의 쓰레기, 건물 벽에 가득한 낙서와 그림들, 명소마다 넘쳐나는 호객꾼에 밤길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까지 로마에 색안경을 낀 것도 문제였다. 이런 오해는 나중에 몇 번 더 로마를 찾으면서 깨끗하게 사라졌다. 
남부의 노른자 캄파니아주
평야가 15%에 불과하고 마을은 산과 산, 능선으로 연결돼 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엔 가까운 마을도 배를 이용해서 다녔다고 한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도로는 1807년이 돼서야 착공됐다.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이어진 2차선 도로가 현재도 유명한 163번 국도다. 해안선 이름을 따서 ‘아말피 코스트’로 부른다. 
피자와 파스타의 본고장
나폴리는 영어로 네이플스(Naples)라고 부른다. 네아는 New의 의미고 폴리스는 도시를 뜻한다. 과거 그리스의 식민도시 네아폴리스가 그 기원이라는 정설이다. 신도시가 있으면 구도시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곳의 구도시로 불리는 파르페노페에 대한 설은 불분명하다. 어쨌든 과거에는 두 지역이었던 곳이 현대에는 모두 나폴리에 속해있다. 
나폴리는 캄파니아주의 시작점이지만 제대로 돌아보지는 못했다. 일정을 정하고 온 터라 시간도 부족했지만, 첫인상부터 사실 매력적이지 않았다. 칠이 벗겨진 건물이 즐비한 무채색의 골목들. 로마의 거리와 닮았지만, 핏기를 잃어버린 듯한 풍경이 시선을 끌지 못했다. 시선의 자유로움은 마음의 안정과 관심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언덕에서 내려다보는데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바다에서 볼 땐 어떨까? 절경에 시선을 뺏겨 방향을 잃을 것 같다. 실제로 이곳의 지명에는 그런 전설이 유래한다. 소렌토는 기원전 시레나(Sirena)로 불리다가 이탈리아가 통일하면서 수렌툼(Surrentum)으로 불렸다. 
이 곡은 시인이자 화가였던 잠바티스타 쿠르티스(Giambattista de Curtis)가 소렌토에 머물면서 작곡한 곡으로 알려진다. 이곳에 있는 임페리얼 트라몬타노 호텔 로비에는 ‘잠바티스타가이 호텔 테라스에서 <돌아오라 소렌토로>를 작곡했다’고 기록돼 있다. 
나폴리가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폭격으로 도시의 곳곳이 폐허가 됐다가 재건된 것과 달리 소렌토는 피해 없이 원형 그대로를 가지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해안을 따라 지어진 고택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보존돼 명소의 본질을 잘 갖췄다. 
여기라면 사랑에 빠져도 좋아
해안도로가 굽이진다고 느껴질 때 커브를 크게 돌면 드디어 이탈리아 남부의 최고 명소인 포지타노가 나타난다. 더는 놀라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도 포지타노가 보이면 또다시 “우와!”하는 감탄과 함께 이목을 집중한다. 이곳이다. 로마의 우체국에서 봤던 사진 속 풍경. 유명 화가가 그린 유화처럼 비현실적인 경치. 잦아들던 심장이 다시 한번 쿵쾅대는 듯했다. 
이곳을 여유 있게 즐기려면 며칠도 짧지만, 단순히 돌아보는 것은 하루 정도면 충분하다. 출발은 언덕 아래 중심에 있는 산타마리아 아순타 성당을 추천한다. 이곳에서부터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와 카페, 숙박 시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아말피 해안의 기념품과 알록달록한 그릇·컵·접시, 이곳에 머무는 화가가 그린 그림 등 상점마다 볼 것이 많다. 
화산이 뒤덮은 고대 도시
하지만 본격적인 발굴은 200년 뒤인 1748년에 시작됐다. 화산재는 최소 1m에서 15m까지 쌓였는데 평균 높이가 6m라고 한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돌과 화산재 때문에 도시에 있던 대부분의 건물 지붕이 무너졌지만, 오히려 20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둥과 도시의 원형은 그대로 보존됐다. 
2000년 전 유적에서 구와 신을 나누는 것도 재미있다. 건물들은 바둑판처럼 오와 열이 맞춰진 거리 위에 질서정연하게 세워져 있다. 기둥과 벽을 보면서 온전한 건물이 들어서 있던 당시 도시를 생각해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폼페이는 B.C 7세기말에 건립된 도시로 가장 번성했던 시기가 우리나라의 고구려, 백제, 신라가 정립됐던 삼국시대 초기와 비슷하다. 
인근엔 대중목욕탕도 여러 개 있다. 폼페이 유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캐스트(Cast)와 유물이 보관된 곳이다. 캐스트는 원형물체가 사라지고 몰드만 남은 자리에 별도의 물질을 채워 원형물체의 모습을 복원한 것을 말한다. 이곳의 캐스트는 화산 폭발로 사라진 사람을 복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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