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oa
이제부터, 사모아

남태평양의 사모아로 가는 길이 지금보다 더 넓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대한항공을 통해 피지-사모아로 가거나 뉴질랜드에서 사모아로 가는 방법이었지만 남태평양으로의 관광 육성에 대한 필요성과 사모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 사모아로의 여행길이 잦아질 전망이다. 

한때 우리의 망명정부가 들어설 뻔한 곳이었고 우리처럼 분단국가라는 동질감, 그리고 이 작은 나라에 수없이 숨겨져 있는 눈부신 관광자원은 아직 사모아로 향하지 못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눈부신 폴리네시아의 사모아가 바로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에디팅 여병구 편집장 
글 박재아 Daisy Park 남태평양관광기구대표, 
사진 뚜르드몽드 사진부, 사모아관광청 www.Samoa.Travel
여행문의 드림아일랜드 dreamisland.co.kr 02-566-3612

Samoa
하마터면, 사모아

사모아는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사모아’로 불리는 독립국인 사모아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지배를 받다가 이후 뉴질랜드의 식민지로 된 이후 1962년에 마침내 독립을 이뤄냈다. 하지만 미국의 지배를 받던 동쪽의 사모아는 미국령으로 남기를 자처하는 바람에 자발적인(?) 분단국가가 되고 만다. 

사모아는 독일 식민 시절부터 일제치하 시절 우리처럼 마우(Mau)라 부르는 독립운동을 벌였고, 결국 남태평양에서는 첫 번째로 독립한 나라가 된다. 동사모아와 구별하기 위해 정식 국명도 ‘인디펜던트 스테이트 오브 사모아(Independent State of Samoa)’로 명명하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와 전혀 다르면서도 비슷한 역사를 가진 사모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를 공개한다.

에디팅 여병구 편집장 글 박재아Daisy Park 남태평양관광기구대표, 사진 뚜르드몽드 사진부, 사모아관광청 www.Samoa.Travel, 여행문의 드림아일랜드 dreamisland.co.kr 02-566-3612

하마터면 우리는

동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는 남태평양의 독립국인 사모아 동쪽의 미국의 해외영토로, 면적은 약 200㎢, 인구는 약 6만 5천 명 정도다. 외교권과 군사권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치를 누리며, 내정을 관할할 독자적인 의회, 행정부 등이 있고 이 지역의 수장인 지사(governor)도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한다. 

미국 대통령은 그에게 임명장을 주는 정도일 뿐. 세상에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는 나라는 아마 사모아뿐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3백 명 정도로 줄었지만 미국령 사모아에는 한 때 3천명이 넘는 한국인이 살았다. 

사모아는 1960~70년대 한국 원양어선이 주로 조업하던 원양어업 전진기지였기 때문에 선원들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주를 하거나 사모아의 여인들과 결혼 해 정착해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 자체보다는 미국령이라 얻게 되는 여러 혜택 때문에, 지금도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국령 사모아를 선호하는 편이다. 

왼쪽에는 남태평양의 허브이자 태평양의 정세에 주도권을 진 피지, 오른쪽에는 미국령 사모아에 끼어 샌드위치가 된 사모아에는 시민으로 등록된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런데 단 한 명의 한국인도 살지 않는 사모아가 하마터면 우리가 사는 곳이 될 뻔했다. 

6·25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이 파견한 월튼 워커 중장은 전쟁으로 대한민국이 패망하면 이승만 등 대한민국의 주요 인사들을 미국령 사모아로 피난시켜 망명 정부를 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전면 무산됐지만 만약 전쟁이 지속되었다면 사모아가 제2의 한국이 될 수도 있었다니 그 인연이 남다르다. 

사모아는 남태평양의 국가 중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방문한 나라다. 1968년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 부녀가 미국령 사모아를 방문한 후, 그 후 반세기 만인 2018년 11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APEC정상회담 참석 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한 것이 두 번째 정상방문이다.

두 사모아의 현재

우리처럼 2차대전의 상흔으로 분단을 맞았지만, 자발적으로 다른 선택을 한 두 나라의 운명은 조금씩 다르게 전개되는 중이다. 미국령 사모아는 기대와 달리 미국으로부터 혜택보다는 저주를 더 많이 받는 듯하다. 미국령 사모아 사람들은 인구의 무려 76.4%가 비만인,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민족이 되었다. 미국에서 유입된 값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가공식품으로 주식을 해결하며,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부족생활의 특성 때문에 몸을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태평양 사람들의 미의 기준은 체력과 건강미라 살이 찌는 것에 큰 긴장감이 없다. 오히려 여자가 결혼 후 살이 빠지면 남편이 잘 먹이지 않았다고 지탄을 받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살을 찌우기도 한다. 이들에게 ‘좋은 음식’의 정의는 ‘에너지를 많이 낼 수 있는 음식’이라, 쌀, 고구마 등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음식을 주로 먹는다. 

예를 들어, 고구마와 비슷한 모양의 달로(Dalo 혹은 Talo)를 주식으로 먹는데, 탄수화물 함량이 쌀의 6배나 된다. 탄수화물 섭취는 높은데, 잘 움직이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지방 축적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사모아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일수록 덩치가 크다는 ‘선입견’까지 있어, 마른 사람들이 정재계에서 수장이 되는 경우가 드물다. 

과학적으로도 사모아 사람들의 DNA에는 살찌는 유전자가 다른 민족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지네틱스(Nature Genetics)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5천 명이 넘는 사모아인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25% 가량이 ‘비만(obesity)’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모아인은 정상인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30~40% 더 높다. 

이런 유전적인 이유 때문에 독립령 사모아도 비만도가 높기는 하지만, 미국령 사모아보다는 8단계 밑인 세계 9위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원조를 받고 가장 큰 교역 파트너지만, 사모아보다 부유하지도 않다. 2016년 국내총생산을 비교해 보면, 미국령 사모아가 6.58억 달러, 사모아는 7.86억 달러로 무려 1억 달러나 차이가 난다. (출처: 세계은행) 

1993년부터 2년 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통해 방영된 ‘인생극장'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는 두 가지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작건 크건 삶을 살다 보면 모든 순간 선택을 내려야 하고, 그 결과값으로 인생이라는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상반된 선택으로 전혀 다른 운명을 살아가는 두 개의 사모아를 보면서 어릴 적 ‘인생극장’을 보며 느낀 것처럼 여러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우리처럼 분단국가에, 하마터면 우리나라가 될 뻔한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나니 무려 12시간이나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사모아가 무척 가깝게 느껴진다. 또한 아프리카 오지도 아닌 곳에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살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이 기묘한 이 나라가 조금 궁금해졌을 당신을 위해 사모아에 관심을 가질 만한 흥미로운 사실들 몇 가지를 더 소개한다.

우리에게는 직항이 없어 저 바다 너머 미지의 사모아이지만 사모아 중심의 항로 개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어 곧 피지를 넘어 사모아로의 꿈같은 여행이 현실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