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aysia

말레이시아, 내려놓고쉬게하소서!

아, 스마트폰이 문제다. SNS며, 유튜브며 우리가 겨우 손바닥 크기만 한 스마트폰에 쏟는 시간이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화장실 갈 때도 들고 다니니! 스마트폰에서 해방되고 싶던 어느 날,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건 불편해요’라는 투숙 후기가 의외로 마음 속에 콕 박혔다. ‘스마트폰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곳에서 금단 증상이 생기는 거 아닐까, 아니면 의외로 참을 만할까’ 그렇게 향한 곳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가야 섬이다.

에디팅 편집부 글 정기영 트래블 인플루언서

‘은둔’ 할 자유

코타키나발루는 아랍어로 ‘바람 아래의 땅’이란 뜻으로 ‘사바(Sabah)’ 주에 자리잡은 주도이다. 북보르네오 섬에 위치해 있다. 보르네오 섬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세 나라로 나뉘어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동남아시아 최고봉인 키나발루 산(4,095m)을 품고 있는 코타키나발루는 흔히‘ 말레이시아의 보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언젠가부터 말레이시아 여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으레 코타키나발루가 1순위로 연상 될 정도로, 국내에서는 말레이시아 보다 코타키나발루 자체로 더 잘 알려진 휴양지이다. 코타키나발루를 찾는 방문객수 1위는 중국이며,  2위가 바로 한국이다. 태풍이 발생하는 필리핀 해를 피해서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어선지 천재지변 피해가 없어 태풍이나 쓰나미의 안전지대로 통하기도 한다.

분명한 겨울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코타키나발루 공항 밖을 나서니 무더운 기운이 몸의 곳곳으로 스민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는 TV에서나 보던 중동의 까만 히잡이 아니라 디자인이 세련 된 히잡을 쓰고 캐리어를 끄는 여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히잡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반면 당당하고 아름다운 걸음새에 한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이슬람 문화권이면서도 종교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실제 히잡을 쓴 여성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는 않아서 눈길이 자꾸 간다.  제셀톤 부두까지 택시에 몸을 실었다. 코타키나발루의 옛이름이 바로 제셀톤(Jesselton) 이었다. 분가라야 리조트(Bunga Raya Island Resort & Spa)로 가는 보트를 타고 30여 분 달려서 드디어 리조트에 당도했다. 초록빛이 감도는 옥 빛의 바다에 떠 있는 제티(Jetty : 둑, 부두)로 옮겨가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했다.

‘바람의 땅’이라는 이름 그대로 몬순 시즌의 성난 바다는 쉽사리 리조트로 입성을 시켜주지 않을 태세였다. 점점 더 파도를 세차게 치밀었다. 보트가 파도를 타고 제티에 가장 가까워 지는 순간, 까무잡잡한 직원이 손을 내민다. 힘껏 손을 내밀어 배가 파도에 밀려 나기 전 아슬아슬하게 탈출을 감행했다. 발이 안전하게 땅에 닿는 순간, 모험 아닌 모험의 순간에 세포가 짜릿하다.

분가라야 리조트는 삼면이 정글로 싸인 곳이다. 야생멧돼지, 거대한 코모도 도마뱀을 어렵지 않게만날 수 있는 곳.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발을 들인 것이다. 청정자연을 자랑하는 이곳의 원시림은 세계 3대 선셋으로 잘 알려진 코타키나발루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속살과 조우할 수 있다.

‘지상낙원이 있다면 이곳 일까.’ 투숙 후기에는 ‘지상낙원’이란 비유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분명한 것은 백색 소음대신 새벽녘 아침을 알리며 지저귀는 새소리며 파도소리의 높낮은 소음이 두 귀를 즐겁게 하고, 빌딩숲이 아닌 싱그러운 녹음이 울창한 이곳에서 얻는 은둔의 기쁨은 부인하지 못하겠다.

분가라야 리조트가 있는 가야 섬은 그 이름 때문인지 삼국시대 가야를 떠올리게 하지만, 바다의 유목민인 바자우 족의 언어로 ‘크다’라는 뜻을 가진 섬이다. 가야 섬은 사피 섬, 마무틱 섬, 술록 섬 등 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 섬들 중 가장 큰 섬이다.

분가라야 리조트는 바다와 정글탐험을 원한다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리라. 다만, 모기 퇴치제는 필수이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다는 점은 큰 단점일 수 있다. 뭐랄까, SNS나 인터넷이 어려워지니 불편함은 잠시뿐이고 해방감이 컸다면 거짓말일까.

비취색 바다가 보이는 풀 빌라에 묵으며, 하루 종일 두 귀가하는 일이라곤 아침에 짹짹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밤에는 어둠 속에서 들려 오는 파도의 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말레이시아 현 지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서 특히 인도네시아 식 꼬치구이 인 사테가 입안을 즐겁게 해줬다. 생일 기념으로 앙증 맞은 케이크까지 준비해 준다.

밤바람에 레스토랑의 커튼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리조트 내 야트막한 연못에는 멧돼지와 코모도 도마뱀이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지나간다. 하루가 그렇게 흐른다. 개인 풀의 잔잔한 물소리를 들으며 널찍한 선 베드에 누워 바다 전망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며칠 전 같은 시간에는 업무에 짓눌려 있던 게 믿어지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야생화의 짙은 분홍빛깔, 넘치는 생명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끝을 모르고 뻗은 활엽수의 짙은 녹색과 어우러진 맑은 바다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낸다. 심신의 피로도 넘실대는 파도 소리에 죄 쓸려간다. 책 한 권 들고 야자수 숲 그물침대(해먹) 위에 누워 취하는 짧은 휴식은 ‘쯧, 왜 진작 이러지 않았어?’라며 온 몸에 항변한다.

자세를 고쳐 누우며 일말의 긴장감도 내려놓는다.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에서 꿈쩍 않고 모래놀이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꿈만 같은 시간은 야속하리 만치 빠르게 흐른다. 그러면서 지난날 사춘기 소녀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윌리엄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되짚어 본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직면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내가 숨을 거둘 때 깨어 있는 삶을 살지 않았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은 정말로 소중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체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윌리엄 데이비드 소로<월든>中)

삼색의 석양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은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함께 세계 3대 해넘이로 손꼽힌다. 샹그릴라 탄중아루(Shangri-La's Tanjung Aru Resort & Spa)의 선셋 바는 코타키나발루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선셋을 감상하기 위해 숙소를 샹그릴라 탄중아루로 잡는 경우가 많다. 입구에 들어서자 전통악기 쿨린탕을 켜는 카다잔 족 악사가 환한 웃음을 선사한다. 샹그릴라 탄중아루는 본래 왕, 대사관, 유명인사 등을 위해 만든 호텔이다.

코타키나발루가 ‘바람 아래의 땅’이란 의미이기 때문인지, 샹그릴라 탄중아루는 ‘바람 아래 누운 호텔’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바에 처음 왔니?” 쉴라가 물었다. “사바? 코타키나발루를 말하는 거야?”라고 물으니 코타키나발루는 사바에 속해 있는 작은(?) 지역이라고 알려준다. 샹그릴라 탄중아루의 선셋 바에 자리를 잡고 비교적 평범한 칵테일을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금씩 주황빛으로,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선셋이 참 예쁘다”라고 말하자 쉴라가 대뜸 말한다.

“오늘은 구름에 가려져서 그리 아름다운 선셋은 아니야. 어떤 날은 세 가지의 색깔로 층층이 발하는 선셋도 볼 수 있어. 그 모습을 꼭 봐야 해. 정말 아름다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셋으로 손꼽히는 코타키나발루의 아름다운 석양을 매일 보는 현지인의 자부심을 알만하다.

쉴라의 말을 들으면서 이미 머릿속에는 붉은 빛, 오렌지 빛, 푸른 빛까지 삼색의 노을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외지인의 눈에는 그저 아름다운 노을이 해질녘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살갗으로 스민다. “아가야, 노을이야, 노을. 엄마 아빠랑 노을 보러 왔지?”하며 졸린 지 눈을 비비는 아기를 안고서 석양을 가리킨다.

사실 우리는 비단 노을 때문이 아니라, 노을 안에서 그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 간의 교감에서 비로소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최고의 석양’을 만끽할 수 있다. 샹그릴라 탄중아루는 탄중윙과 키나발루윙으로 나뉘어 있다. 키나발루윙의 오션뷰 객실로 향했다. 오션뷰 객실에서는 탁 트인 전망의 남중국해를 감상할 수 있고, 마운틴뷰 객실에서는 키나발루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코타키나발루의 영산 키나발루 산(Mt. Kinabalu)이다. 옛 사람들은 사람의 생이 다하면 영혼이 키나발루 산 정상에서 되살아 난다고 믿었다고 한다. 키나발루의 의미는 원주민인 카다잔(Kadazans)족과 두손(Dusuns)족의 언어로 ‘죽은자의 영원한 안식처’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1링깃 짜리 지폐에도 그려져 있는 산이다.

천혜의 동물원

“돌려줘!” 이 말은 다름아닌 원숭이를 향해 외친 말이다. 투어를 떠나기 직전 가이드로부터 “비닐봉지를 보면 원숭이들이 뺏어가니, 들고 가지 마세요”라는 경고를 들었다. 아이를 달랠 요량으로 아기 과자봉지를 들고 탄 게 화근이었다. “원숭이가 아기 과자를 가져갔대!” 술렁이는 소리들이 들린다. 보트 지붕에서 천천히 내려 오는가 싶더니 별안간 아기 과자봉지를 낚아챘다.

애타게 몽키바나나를 흔들며 불러도 원숭이는 이미 깊은 맹그로브 숲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코모도 도마뱀? 야생 멧돼지? 아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필연적으로 만날 동물은 따로 있다. 바로‘원숭이’. 멸종위기 동물로 분류된 긴코 원숭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뿐더러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야생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며 생태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가 바로 코타키나발루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몽키바나나를 먹으러 보트 가까이로 다가 오는 원숭이들의 발길이 조심스러웠다. 동물원 창살이 없는 곳에서 조금 더 가까이 원숭이를 보고 싶은데, 손에 들고 있는 바나나만 잽싸게 낚아채서 달아나기 일쑤다. 동승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원숭이에게 먹이 주는 일에 푹 빠져들어 “덩치 큰 원숭이는 대장 원숭이일 수 있으니 쳐다보면 안돼요”라던  가이드의 말은 뒤로 한 채 얼굴에 상기된 기색이 가득했다. 나뭇가지에 앉은 원숭이 품에 새끼 원숭이가 꼭 안겨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곳을 ‘관광코스’가 아님을 퍼뜩 깨닫는다. 저들이 대를 이어 살아갈 수 있게 보호해줘야 할 터전인 것이다.

 

반딧불이 투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주위가 어두워지자 반딧불이가 맹그로브 수풀사이를 유영하며 하나 둘 빛을발했다. 이 나무 저 나무에 매달려 반짝반짝 옅은 빛을 내기도 했고, 연둣빛이 선명한 강렬한 빛을 뿜기도 했다. 사람들이 연신 감탄하는 동안 가이드는 반딧불이를 계속 불러 모았다.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생물이기 때문에 코타키나발루의 깨끗한 환경을 대변한다. 반딧불이도 좋긴 하지만 긴팔, 긴바지, 모기퇴치제는 1,000% 필수다. 방콕에서의 반딧불이 투어와 제주도의 반딧불이 축제를 경험했지만, 그 중에 코타키나발루의 반딧불이 투어가 실망할 확률이 가장 적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반딧불이는 작지만 이곳 저곳에서 무리로 반짝이기 때문에, 실제로 본 사람들은 대개‘ 크리스마스 트리의 꼬마전구’ 같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나 유년시절의 소슬한 겨울추억을 환히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꼬마전구 같은 추억 하나쯤 갖고 있듯이, 반딧불이의 미약한 불빛은 우리 마음속 꼬마전구에 불씨를 댕긴다.

 

(중략)

그 반딧불이 밖에는

줄 것이 없었지

 

너무나 아름답다고,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해줘서

그것이 고마웠지

어머니는 햇감자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반딧불이로 별을 대신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자란 고향에서는

반딧불이가 사람에게 날아와 앉곤 했지

그리고 당신 이마에도

그래서 지금 그 얼굴은 희미해도

그 이마만은 환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지

(류시화 <반딧불이> 中)

 

말레이시아의 또 다른 얼굴 ‘레고랜드’

잠깐, 말레이시아를 휴양지로만 생각해왔다면 오산! 얼마 전,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했던 문재인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시아를 느끼기에 가장 좋은 나라로 말레이시아를 꼽습니다. 모스크와 도교사원이 어울려 있고 아시아의 색, 맛, 소리와 향기가 모여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타 문화에 대해서 포용적인 편이다.

말레이시아의 여러 모습 중에는 ‘레고랜드’도 있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는 레고랜드로 유명한데,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개장한 레고랜드로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워터파크가 있는 레고랜드이기도 하다. 레고랜드는 실상 말레이시아보다 싱가포르와 국경이 닿아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와 함께 여행할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수도인 쿠알라룸프르에서 레고랜드까지 6시간이 걸리지만, 싱가포르에서 차로 약 2시간이면 말레이시아 국경을 넘을 수 있다.

오는 2020년에는 춘천에 레고랜드가 개장할 예정인데, 춘천 레고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계획되고 있다. 본래 2015년에 완공 예정이던 것이 몇 차례나 연기가 됐다. 춘천 레고랜드가 완공되기 전까지 조호바루 레고랜드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레고랜드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전망이다. 레고랜드는 입구부터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빨간색과 노란색의 난색(따뜻한 색)을 매치하여 보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북돋는 느낌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입구의 모습은 동일하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실제 크기의 1/20 크기로 축소하여 레고로 만들어 놓은 미니랜드부터 둘러본다. 땡볕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 고욕이지만, 레고로 지어진 문화유산들을 보고 있으니, 한결 더위가 참을 만해진다.

중국의 자금성과 만리장성이 보이고, 인도 아그라에 있는 아름다운 타지마할도 레고로 만들어 졌다. 실제 타지마할 만큼 아름다운 레고 타지마할을 보며, 레고로 하나씩 쌓아 올린 정성스러운 장인(?)의 손길이 곳곳에 배어 있다. 바라보고 있노라니, 인도 아그라에 위치한 타지마할 앞에서 입장하려고 문전성시를 이룬 인파 속에서 줄서서 기다리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한참 구경하던 차에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실제 크기의 1/20 크기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관광객의 모습이 거인처럼 느껴진 탓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도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세계명소이다. 레고로 만든 귀여운 스님들은 물론 코끼리까지 서 있으니, 더욱 앙증맞다. ‘새벽사원’이라는 별칭을 가진 태국의 왓아룬 사원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에 하나인 베트남 다낭과 인접한 호이안의 올드타운 모습도 정겹다. 수로의 모습이며, 호이안의 명물인 일본식 다리의 모습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미 다녀온 곳은 추억을 회상하며 레고 건축물을 보는 재미가 있고, 아직 다녀오지 않은 곳이라면 ‘여긴 어디지? 꼭 가봐야겠다’라는 마음을 절로 불러 일으키는 공간이다. 레고로 작게 만든 사람들은 복식도 제대로 갖추고 있다! 하나하나 레고로 공들여 만든 사람들의 몸짓, 표정도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달라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시원해!” 눈 앞에 있는 녹색 버튼을 누르니, 물줄기가 쏘아져 나온다. 재미로 눌러 보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더위에 지쳐서 필사적으로 눌러 보기도 한다. 간간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다. 한참 둘러보고 있자니, 63빌딩이라든지 경복궁이라든지 우리나라 랜드마크 모형이 없으니 못내 아쉽다. 다스베이더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스타워즈관도 볼거리다.

스타워즈팬이 아니라도 조호바루의 찌는 듯한 더위에 지친 사람이라면, 스타워즈관은 실내관이기 때문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살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스타워즈의 주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밀레니엄 팔콘 등의 우주선과 명장면 등을 볼 수 있도록 꾸려져 감상하는 재미를 더한다. 레이저 빛을 내며 스타워즈 속 전투의 한 장면을 실감나게 재현한 디오라마(배경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 또는 그러한 배치) 앞에서 플레이 버튼을 여러 번 눌러가며 감상하기도 했다.

등장 인물들의 조악하고 단순한 동작이지만, 레고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깜찍하고 유쾌하다. 레고랜드에서는 레고로 만들어진 실제 5성급 레고호텔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한 레고 모양 건축물인데다 원근감 때문에 미니어처로 착각할 수 있단 점! 레고랜드는 레고호텔, 워터파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트랙션(놀이기구)이 즐비해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여행도 중요하지만, 티켓팅을 할 때나 레스토랑 등에서 이곳이 말레이시아인만큼 한번쯤은 말레이어로 ‘뜨리마 카쉬(감사하다)’라고 말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상대편은 “사마사마(‘뜨리마카쉬’에 대한 응답)”라며 우리 귀에 재미있는 어감의 말로 반갑게 화답할는지 모른다.

 

레고랜드속 ‘미니아시아’

중국자금성 & 만리장성

중국 베이징에 있는 자금성은 황제가 기거하던 궁궐로 세계에서 가장 큰 궁궐에 속한다. 자금성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정식 명칭은 ‘고궁박물원’이다. 지난 2월 역대 최초로 야간개장을 실시하며 큰 이목을 끌었다. 말이 필요 없는 만리장성은 진시황이 북방 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의 인공구조물이다.

 

인도타지마할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아내인 뭄타즈 마할을 위해 만든 무덤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에 하나인 타지마할이 묘라는 걸 알았을 때‘ 이렇게 아름다운 무덤도 세상에는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뭄타즈 마할은 14번 째 아이를 낳고 사망한다. 가장 총애했던 아내의 빈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샤 자한의 머리카락이 희게 샐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짓는 데 최고의 자재들만을 사용하여 22년 만에 완공했다.

베트남 호이안

호이안은 다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다낭을 찾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찾는 코스 중에 한 곳이다. 호이안의 구시가지(올드타운)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복건회관 등 중국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빨간색 일본식 다리(일본교) 등 일본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이 공존하고 있어 과거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배를 타고  투본 강의 목공예 마을 등을 둘러보며, 강 위에서 낙조를 감상하는 일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싱가포르 머라이언 파크

싱가포르의 상징은 머리는 사자이고, 꼬리는 인어인 ‘머라이언(Merlion)’이다. 싱가포르에는 아빠 머라이언, 엄마 머라이언, 아기 머라이언이 각기 있기 때문에 머라이언 가족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머라이언 파크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입으로 뿜고 있는 머라이언이 바로 엄마 머라이언이다. 바로 근처에 작은 크기의 아기 머라이언도 발견할 수 있다. 레고랜드에서는 머라이언 파크 앞 싱가포르 강 위에 떠있는 리버크루즈 보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싱가포르로 떠날 계획이라면 리버크루즈를 타고 즐기는 싱가포르의 밤 야경을 놓치지 말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세계에서 가장 큰 사원인 앙코르와트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앙코르와트만의 독특하고 독자적인 이 건축물은 정글 속에 묻혀 있다가 프랑스인 박물학자가 발견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앙코르 왕조의 전성기를 이끈 수리야바르만 2세는 힌두교의 비슈누 신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위해 앙코르와트를 지었다. 앙코르와트는 안산암을 쌓아 올려서 축조됐는데 어디에서 이 많은 양의 바위들을 구해서 운반했는지, 접착제도 없이 어떻게 쌓아 올렸는지는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