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Easter Island

이스터 섬으로 떠나볼까요?

이스터 섬으로의 여행은 솔직히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정기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미로 가서 들어가거나 일본에서 출발하는 차터 편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도 에어 타히티누이 편을 이용해 나리타에서 출발하는 차터 편으로 다녀왔다. 비행기를 왕복 8번이나 타야 하는…… 그렇지만 그래서 더욱 신비롭고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 모아이 석상을 보기 위해 이토록 험난한 여정을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결론은 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곳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충분히 알고 가야 이스터 섬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글 여병구 편집장 사진 김현수 작가 취재협조 에어 타히티 누이(www.airtahitinui.com)
 

인천-나리타-타히티 그리고 이스터 섬
사모아와 타히티를 다녀온 후 폴리네시아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세상 넓은 남태평양의 바다를 아웃리거를 타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땅으로 거침없이 항해했던 폴리네시안의 모습은 상상만해도 매력적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가장 고립무원의 망망대해에 있는 이스터 섬으로 가는 기회가 바로 생겼다.

그 섬에 대해서는 잘은 몰라도 모아이 석상만큼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친밀하면서도 베일에 쌓인 이스터 섬. 어쩌면 개인적으로 남태평양으로의 마지막 여정이 될 지도 모르는 긴 여정의 끝이 이스터 섬이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먼저, 길고 긴 항공 여정부터 살펴보자.
 

[이스터 섬까지의 항공 일정]
3월 19일 E항공 인천공항 07:15 출발 나리타 09:40 도착.
3월 19일 에어타히티누이 77 편 나리타 12:15 출발 타히티 파페에테 04:00 도착
3월 19일 에어타히티누이 721 편 타히티 파페에테 05:25 출발 이스터 섬 16:25 도착
3월 21일 에어타히티누이 722 편 이스터 섬 17:00 출발 타히티 파페에테 18:00 도착
3월 22일 에어타히티누이 78 편 타히티 파페에테 00:15 출발 나리타 06:45(+1) 도착
3월 23일 E항공 나리타 11:50 출발 인천공항 14:30 도착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위의 항공 스케줄을 다시 떠올리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하지만 목적지는 생애 한 번 갈까말까 한 이스터 섬이 아닌가? 마지막 죽을 힘을 다해 못 갈 것이 무엇이냐고 다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름 저 먼 곳까지 누가 갈 것인가 하고 여유 있는 빈 좌석을 예상했지만 이번 항공편은 일본에서 준비한 차터(전세) 편이어서 일본의 각 여행사들은 440여 석 모두 채운 탓에 빈자리는 없고 후끈한 열기까지 더해 타히티로 향했다.

이스터 섬에 대한 인기가 생각 외로 상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타히티의 파페에테 공항에 내리니 늦은 새벽의 환승 승객들임에도 불구하고 환영의 연주와 춤을 추는 분들이 나와 있다. 좁은 환승 창구에 몰린 승객들로 정신 없지만 어느 새 수속이 끝나고 갈아탈 새 비행기에 올랐고 두 시간 후 시차는 다시 돌아 여전히 19일의 오후 4시25분에 마타베리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19일 오전 7시 15분에 출발했는데 말이다.

항가로아Hanga Roa의 황금빛 일몰
시간의 소용돌이에 빠진 느낌이다. 섬이 작아 공항 역시 시골 공항을 예상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는 공항 중의 하나란다. 그 이유가 1996년에 미 정부가 약 700만 달러를 들여 우주왕복선이 지구로 귀환할 때를 대비한 비상착륙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활주로에는 남미에서 승객들을 태우고 온 란항공 소속 비행기도 보인다. 란항공이 유일하게 칠레 본토와의 정기노선을 갖고 있으며 산티아고Santiago, 프렌치 폴리네시아 타히티Tahiti, 페루 리마Lima가 직항노선이다.

우리가 타고 온 에어 타히티누이는 차터(전세기) 편이기에 손님들을 다 내려주고 2박3일 간의 일정이 끝날 때까지 이곳 공항 활주로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게 된다. 드넓은 활주로를 걸어 나와 입국수속 창구로 들어서니 좌측에 티켓 구매처가 보인다. 이스터 섬에 입국할 때는 무조건 80달러의 라파누이 국립공원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티켓은 여러 관광 명소에 들어설 때 입장권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날은 매표소가 닫혀 있어서 항가로아 시내에 있는 매표소에서 구매해야 할 듯. 입국 수속을 할 때 여권을 맡기는 것이 특이하다. 여권을 맡기고 짐을 찾고 나와 숙소가 있는 항가로아Hanga Roa로 향했다. 남태평양의 여느 섬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서서히 곳곳에 모아이 석상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스터 섬에 왔음을 실감한다. 숙소인 마나바이Manavai 호텔에 들어서니 어느 대족장의 집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객실은 별채로 이어져 있고 심지어 수영장도 있다. 해는 8시가 넘어야 진다니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나섰다. 전체 인구 6천 명이 좀 안 되는데 이 항가로아에만 반 이상이 살고 있는 중심 도시이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니 레스토랑과 카페 자동차와 스쿠터 렌탈샵, 여행사, 기념품 판매샵이 보인다. 잔디가 잘 깔려있는 축구장도 보이고 열심히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하고 있는 체육관의 시민들도 보인다.

내가 투숙한 호텔에서 좀만 걸어가면 바로 포구가 나온다. 역시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아이가 보인다. 내가 가장 처음 가까이에서 마주한 모아이다.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는데 미디어에서 본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아마도 모아이의 역사를 알고 나니 그저 신기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아이의 모습에는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는 듯 했다. 형형색색의 배가 정박돼 있는 포구를 따라 좌측으로 올라가니 해변이 나온다.

서핑을 하기에 딱 좋은 파도가 몰아치고 사람들은 수영을 하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려 한다. 서둘러 항가로아에서 가장 가까운 아후 타하이AhuTahai로 향했다. 드넓은 들판에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5개의 모아이와 각기 홀로 서 있는 2개의 모아이가 있는 아후 타하이는 일몰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졌다. 5분 정도 걸어 도착하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각자 편한 자세로 드넓은 잔디밭에 누워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운 황금빛 쇼를 구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말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이를 쫓는 수많은 개들이 돌아다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다. 점점 해가 지는 시간 수다를 떨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에 집중되기 시작하고 주위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고요함에 빠진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몰입되기 시작하고 낮은 탄성이 흘러 나온다. 가장 편한 자세에서 맞이한 이스터 섬의 첫 일몰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붉은 빛을 넘기고 텅스텐 빛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점점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한다. 낮게 내려 앉은 별들을 구경 삼아 천천히 숙소까지 걸어가는 발걸음이 다소 들떠 있음을 느꼈다. 내일부터는 이스터 섬의 모아이를 전부 만나러 가야 한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는다. 오랜 비행과 14시간 늦은 시차로 억지로 잠을 청했고 푹 잤다 싶었는데 겨우 2시간이 지난 새벽 4시다. 이때부터 잠이 오지 않아 아침까지 뜬 눈으로 뒤척거리고 말았다.

항가로아의 맛집 Best 4

1. La kaleta
항가로아 포구 끝에 있는 가장 멋진 전망을 갖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남태평양의 멋진 바다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은은한 음악소리와 파도소리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4번의 비행 끝에 도착한 이스터 섬에서 처음으로 식사한 레스토랑이라 다소 가격은 좀 있지만 멋진 만찬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씨푸드를 기본으로 다양한 칠레 스타일의 음식부터 폴리네시안 식 전통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세비체가 가장 맛있었다.
Info Policarpo Toro, Hanga Roa, Isla de Pascua, Región de Valparaíso, +56 32 255 2244

2. Ohi Sushi
항가로아 시내에 있는 일본식 레스토랑이다. 각종 롤과 초밥부터 튀김요리, 라멘, 소바 등을 맛볼 수 있는데 우리 입맛에 딱이다. 맛도 중간 이상이라 어떤 요리를 시켜도 실망하지 않을 듯 하다. 오랜 여행으로 지쳐있어 한식을 먹어보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요리 외에 개인적으로 마셨던 페루 전통 칵테일인 피스코 사워를 기가 막히게 만든다. 페루에서 먹었던 그 맛 그대로이다. 단점은 주문하면 나오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점.
Info https://www.facebook.com/ohisushirapanui, +56 32 255 0425

3. Club Sandwich
항가로아 시내에 있는 가장 인기 있는 맛집이 아닐까 한다. 클럽 샌드위치라는 상호와는 달리 맛이 기막힌 햄버거가 이 집의 시그니처 요리이다. 한끼 식사 이상이 가능할 정도의 매우 큰 햄버거에 놀라고 풍부한 야채와 두꺼운 소고기 패티에 놀라고 마지막으로 담백하고 건강한 그 맛에 감탄하게 된다. 과까몰레와 써니사이드 업 후라이가 들어간 햄버거가 이 집의 시그니처이다.

Info Ohi Sushi 근처에 있어 찾기 쉽다. + 56-32-255-0379

4. Pizzeria Po Nui
항가로아 시내에 있는 아담한 피자 집이다. 주인이 좀 실없이 웃고 자신이 만든 기념품을 사라고 은근히 애원하는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Ohi Sushi에서 점심을 먹다가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이스터 섬의 피자도 궁금해서 바로 밑으로 3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서 피자를 주문해놓고 왔는데 하필 그때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바람에 식사를 한 후 배가 부른 상태에서 피자를 먹었다는…… 조금 짭짤하기는 하지만 맥주랑 먹으면 딱 좋은 담백하고 바삭한 식감이 좋았다. 한 판에 1만 원정도 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Info Atamu Tekena s/n, Hanga Roa, Easter Island, Chile, +56 9 8135 9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