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wonderful 'Hawaii'
‘하와이언 매직’

오아후 시내에 당도했을 때, 가장 먼저 커다란 반얀트리에 손을 대고 기도했었다. 손을 대면 아들을 점지해준다고 알려진 나무다. 아이를 기다리던 때였고, 1년여 만에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그리하여 하와이를 떠올리면, 언제나 절로 배가 부르고 마음이 충만해진다. 청량한 나무 내음, 약간 센 바닷바람, 호텔 대리석의 쾌적함이 몸과 마음을 맴돈다. 또 한 가지, 이번 여행은 다른 말로 ‘돌고래 여행’이라고 해도 족하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정기영 트래블 인플루언서  

돌고래의 마력

“쉿! 소리 들어 봐” 
밤에는 돌고래들도 잠을 자는지 고요하다. 가끔씩 등에 있는 숨구멍으로 숨을 쉬러 올라오길 기다리면 돌고래의 숨소리만이 연못을 가득 채운다. 돌고래는 잠을 잘 때 한쪽 뇌만 자고 한쪽 뇌는 숨을 쉬기 위해 양쪽 뇌가 번갈아서 수면을 취하며 한쪽 뇌는 항상 깨어 있는 상태다.

카할라호텔&리조트의 돌핀 라군 연못에는 이렇게 돌고래들이 살고 있어서 언제든 매너만 갖추면 돌고래를 만나고 싶을 때 볼 수 있다. 밤에는 잠이 든 건지 물에 둥둥 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낮에는 아이들이 돌고래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돌고래에게 바짝 달라붙어서 쪼르르 뒤를 따라간다.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이 아니라, 호텔 안의 모습이다. 

룸에서 나오면 언제든 돌고래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에게 길들여져서인지 스킨십도 자연스럽고, 고등 동물이기 때문인지 조련사와는 마치 대화라도 나누는 모습이다. 돌핀 라군 옆으로 수영장이 있고, 작은 폭포수며 조경도 아리땁다. 하와이를 상징하는 플루메리아 꽃도 싱그럽게 피어 있다. 

플루메리아의 꽃말은 “당신을 만나 행운입니다”라는 뜻이다. 돌핀라군 옆에 소규모로 조성된 연못에서 돌고래 말고도 바다거북, 가오리, 열대어 등도 볼 수 있다. 해가 진 밤에는 돌고래의 모습은 유관 상으로 잘 볼 수 없지만 사위가 고요하기 때문에 숨소리만은 좀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돌고래와 춤을!

하와이에서 돌고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또 있다. 씨라이프파크의 '돌핀스윔어드벤처'를 한 계기는 의외로 팔라우 여행에서 시작됐다. 팔라우에서 일정이 빡빡해서 돌고래 터칭만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하와이 여행을 계획하며 알게 된 '씨라이프파크'에서 돌고래의 지느러미를 잡고 수영하는 사진 한 장을 보자마자 고민할 것도 없이 예약을 서둘렀다. 

씨라이프파크의 돌핀스윔어드벤처(Dolphin swim adventure)는 190달러 정도의 가격이었다. 우리가 투숙한 카할라호텔의 돌고래 체험료에 비하면 합리적인 비용이었다. 일루아비치에서 렌터카를 달려서 씨라이프 파크 도착했다. 미리 프린트해 간 바우처를 보여주니, 종이 팔찌 입장권을 손목에 채워 준다. “Perfect Time” 매표소 직원이 아주 좋은 시간에 왔다며 기분을 한층 돋운다. 돌고래 쇼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바로 돌고래 쇼를 보고 돌핀스윔어드벤처를 가라며 친절히 알려준다. 

씨라이프파크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여러 해양 생물을 볼 수 있고 바다와도 접해 있어서 탁 트인 바다까지 구경할 수 있다. 큰 수조 안에 상어의 모습이 보이는데, 웬일인지 상어보다 더 큰 가오리가 상어의 뒤를 따른다. 바다거북, 니모 등 열대어, 상어, 돌고래를 지나치며 곤하게 낮잠에 빠져든 물개를 보며 이내 웃음이 터진다. 잠이 깊이 들었는지 물개의 등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평온하다. 

씨라이프파크 너머 광활한 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 동해에도 맞닿을 이 태평양을 건너오는 데 비행기로 11시간이 소요됐고, 하와이와의 시차는 19시간이나 나니 저 대양을 사이에 두고 참 멀리 떨어져 있음을 실감한다.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돌고래 쇼'가 임박했다. 시원한 자리에 앉아서 넓게 펼쳐진 태평양까지 볼 수 있다. 

고등 지능 동물이자 재주꾼 돌고래는 자유자재로 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돌고래가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꼬리를 세차게 치자 수조 밖에 모여 있던 아이들에게 물벼락이 떨어집니다. 물에 젖은 티셔츠를 잡고 엄마를 찾으면서도 신이 난 아이들의 모습이 하도 귀여워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클라이맥스에서는 돌고래의 힘찬 비상과 함께 돌고래 쇼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잠시 막간을 이용해 펭귄 한 마리를 데리고 나온 조련사가 관중석 사이를 걸어 다니며 펭귄을 보여 준다. 돌고래 쇼를 본 후 돌고래 체험 종류 중에서 '돌핀위드스윔(Dolphin with Swim)'을 체험했다. 

선크림을 꼼꼼하게 바르고 있는데 “선크림 바르면 돌고래 괜찮을까?” 마음 착한 신랑의 말에 “뭐야, 발랐는데” 하면서 선크림을 다시 박박 닦아냈다. 돌핀위드스윔에서는 돌고래와의 볼 뽀뽀도 해볼 수 있는데, 사람 입술의 감촉과 놀랍게도 비슷한 돌고래의 입술! 카이요호의 지느러미를 살며시 잡고, 조련사가 휘슬을 불자마자 카이요호가 어찌나 빨리 헤엄치던지, 놀이기구 체험이 따로 없다. 

나중에 사진사가 찍은 사진을 보니 어렸을 적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오면 모니터에 사진을 떠 있던 사진이 떠오른다. 돌고래의 휴식시간을 위해 이만 떠날 시간이다. 물속에서 돌고래 묘기를 바라보던 것도 배와 등을 쓰다듬거나 뽀뽀를 하고, 함께 수영하던 것도 겨우 15분 만에 일어난 일이지만 이 기억은 15년 동안 갈지 모를 일. 돌고래 체험 외에도 샤크트렉, 물개쇼, 레이(가오리)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오아후의 멋진 날 ‘카할라호텔&리조트’

카할라호텔&리조트에는 사랑스럽고 매끈한 몸매의 돌고래, 맑은 공기, 밝게 빛나던 보름달, 과 철썩이던 바다와 밤 수영하며 올려다보던 별빛의 추억을 두고 왔다. 체크인을 할 때 자줏빛 레이(꽃목걸이)를 목에 걸어줘서 하와이에 온 기분이 충만해진다. 카할라호텔&리조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명사들이 찾는 호텔로 잘 알려져 있다. 

이영애 부부가 이곳에서 야외결혼식을 치렀다. 사실상 하와이에서 카할라호텔을 결정한 것은 리조트 내에 돌고래 라군이 있다는 점이 컸다. 세계 어느 호텔에 돌고래가 있으랴! 하와이에서의 특별한 경험 때문인지 우리 아이 태몽이 커다란 고래 꿈이었으니, 우연의 일치일까. 카할라호텔은 시내 중심부인 와이키키처럼 혼잡하지 않은데다 오션뷰와 서비스가 정말 만족스러워서 휴양다운 휴양을 즐길 수 있다. 

'핑크궁전'이라는 별명을 가진 로얄하와이안호텔과 카할라호텔 중에서 끝까지 고민했지만 사랑스런 돌고래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직원들이 렌터카 차 문을 열어주고, 발렛파킹을 도와준다. 호텔 로비에 들어가자 천장에 달린 화려한 샹들리에들이 눈에 들어온다. 밤에 은은한 조명을 켜면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로 된 큰 창문 밖으로 싱그러운 빛깔의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그만, 다른 모든 일정이 귀찮아지는 전망이다. 실제로 스타오브 호놀룰루 크루즈여행을 취소하려고 하긴 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듯 펼쳐진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으니 의자 하나 끌어다놓고 아무 것도 안 하고 바라만 봐도 좋았다. 

카할라의 랜드마크이자 순백의 가제보도 보인다. 가제보(Gazebo)는 우리말로 '정자'. 유명 웨딩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카할라 호텔만의 '가제보' 때문이다. 

허니무너들에게는 웰컴 샴페인도 얼음물에 담아서 방으로 갖다 준다. 턴다운(방 청소)이 끝나면 항상 카할라 초콜릿과 꽃 한 송이도 놓여 있어서 기분이 절로 상쾌해짐은 물론이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카할라 호텔은 세계 정상, 샐러브리티 등 귀빈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적이는 도심에서 떨어져 있고, 프라이빗 비치까지 있으니 사생활이 노출되기 쉬운 유명인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안식처가 된다. 프라이빗 비치를 따라서 멋들어진 야자수가 늘어진 해변을 따라 아침 산책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바닷물 위에 야자수 단 두 그루가 서 있는 작은 섬도 떠 있다. 7시쯤 이른 아침에 아무도 없는 평온한 바다를 걷는데 "알로하"하는 반가운 인사가 들려 “알로하”하며 화답한다. 하와이 관광지에서 현지인들이 관광객들에게 샤카라는 손 인사를 많이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 손 인사는 '샤카(Shaka)'라고 하는데 '안녕', '사랑', '고마움' 등 친근함을 담은 표현이다. 카할라 비치는 조용하고 아름답지만, 백사장을 맨발로 걷기엔 크고 작은 자갈이 제법 많다. 제주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현무암도 자주 보인다. 삼다도(三多島) 제주에 많은 것이 바람, 돌, 여자라 했던가. 하와이도 바람이 세고, 현무암이 많다. 잊고 있었지만 하와이와 제주도는 모두 화산섬이라서 닮은꼴이라서 제주도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우리 제주 역시 하와이만큼 얼마나 아름다운 화산섬인지! 야자수는 너나없이 개성 있는 모습이다. 대나무마냥 곧게 선 야자수도 있는 반면 걸터앉기 좋게 휘어서 자란 야자수도 보인다. 

카할라호텔에서 묵으며 산책, 물놀이, 밤바다, 오션뷰 객실까지 멀리 수평선까지 내려다보이던 넓은 바다의 모습을 두 눈에 최대한 가득 담았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카할라 비치에서 선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는 데 어두운 가운데 파도의 철썩이는 소리만 귓가를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 길래 찾아보니, 카할라 가제보(정자) 옆에서 불쇼를 하기도 한다. 밤 수영을 하며 배영을 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웰컴 샴페인을 가득 채운 글라스에 보름달을 담는 싱거운 시늉을 하기도 한다. 쏴아아- 조용한 가운데 들리는 야자수의 소리는 유독 크고 스산하게 들리기도 했다. 정자 형태의 카바나로 옮겨 가서, 낮에 ABC마트에서 산 마카다미아를 하나씩 먹으며 하와이가 가진 밤의 정취에 취하고, 달빛에 취한다. 

하늘에는 흘러가는 구름 조각의 방해 없이, 둥근 보름달이 참 밝다. 인도에서 낙타사파리를 하며 난생 처음 별똥별을 보았을 때처럼, 인도 히말라야산맥의 마날리에서 보았던 금방 떨어질 듯 가깝고 빼곡하게 빛나던 밤하늘에 한참이고 눈을 거둘 수 없었을 때처럼,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원 없이 보고 싶은 요즘이다. 카할라호텔에는 오아후 내에서도 잘 알려진 맛집으로 손꼽히는 식당들이 있어 식도락을 즐기는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조식을 먹는 식당인 '플루메리아 비치하우스'는 물론 '더베란다(The Veranda)' 애프터눈티, '호쿠스 레스토랑', '아란치노 엣 더 카할라'도 유명하다. 더베란다에서 마신 홍차가 따스하니, 몸을 데워주고 다음 일정 생각을 바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이 든다. 스콘, 핑거 샌드위치, 케익류가 같이 서빙 된다. 참고로 하와이에선 결제 금액의 15%는 기본적인 팁으로 내야 한다. 밤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로비와 같은 층에 연결된 '더 베란다'에서는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외국인 커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해 질 녘 와이키키해변

대망의 와이키키해변! 와이키키 해변에 서 있는 카하나모쿠 동상에 사람들이 걸어놓은 꽃목걸이가 가득 들려 있다. 몸짱 커플이 수영복 차림으로 서핑보드를 들고 횡단보도와 거리를 활보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와이키키 해변이다. 느지막한 오후 4시쯤, 하늘 위엔 낮달이 걸려있다. 해먹에 누워 있거나, 썬 베드에 누워 저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서서히 배가 출출한 시간이기도 하다. 와이키키해변 건너편에 위치한 '치즈버거 인 파라다이스'에 가니 마침 올림픽 기간이라서 매장 내 모니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가득하다. 

시원한 빅웨이브 맥주를 곁들여 우리나라 햄버거 크기와 비할 수 없는 하와이의 햄버거 맛을 즐긴다.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포장! 길거리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얼굴에 저마다 웃음이 피어오르고 있다. 남녀노소, 인종의 구분도 없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건 아마도 하와이의 마법일까. 사람들은 모래사장 위에 자리를 잡고, 와이키키 비치를 즐기고 있다. 바닥에 비치타월 한 장 깔고 드러누워서 늘어지게 잠을 자든, 애정행각을 하든, 해먹에 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망중한을 즐겨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음주만 하지 않는다면! 하와이에선 해변가나 야외에서 음주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낮에는 서핑을 신나게 탈 수 있던 기운 센 파도조차, 누군가에게 길들여진 듯 한결 온순해진 느낌이 든다. 지고 있는 해 속에서도, 아이들의 즐거운 물놀이는 그칠 줄 모른다. 구름 뒤로 하루의 마지막 빛의 파편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햇빛이 절정을 이루는 낮에는 파라솔 하나 없이 해변에 있는 게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멋진 석양과 함께 살짝 서늘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 와이키키 해변에 미리 준비해 간 돗자리를 깔고 드러누워 괜스레 신랑에게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노래를 틀어달라고 청했다. 파도소리가 잔잔하고, 잠시지만 밤바다에는 가끔 지나다니는 사람 외에 우리 둘뿐인 듯하다.

천국의 바다

콧바람이 절로 날 것 같은 경치! 일렁이는 파도에 맞춰서 바다가 내는 소리와 선선한 바람 소리가 더해진다. 하와이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변인 카일루아비치와 라니카이비치에 가는 날이다. 하늘은 맑다가, 구름이 몽글몽글 모인 곳 아래로 차가 들어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비를 뿌리곤 한다. 언덕 위에 빼곡하게 지어진 집들을 보며, 저렇게 높은 지대에까지 집을 지으면 이동이 불편할까싶은데 하와이의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는 말에 놀란다. 렌터카로 빌린 '머스탱' 컨버터블을 타고 오아후 해안선을 따라서 드라이브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치 리스트에 올랐다더니, 손 뻗으면 닿을 듯 푸른 하늘과의 한 쌍의 조화가 아름다운 해변이다. 라니카이 비치가 '천국의 바다'라는 뜻이다. 희고 고운 모래를 밟으며 마구 뛰어다녀본다. 

 

투명한 옥빛과 짙푸른 쪽빛

바다는 두 갈래의 색이었어.

그 위로 하늘로 흩어져 가는 구름이 있었고

구름 모양이 어떻건 포용하는 푸른 하늘이 있었어.

햇살은 시린 삶을 태울 듯 뜨거웠는데.

 

“밤새 해야 하는데?” 서핑

이번 하와이 여행의 유일한 액티비티는 서핑이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빼놓지 않고 들르게 되는 장소가 근대 서핑의 아버지인 카하나모쿠의 동상 앞이다. 그는 올림픽 수영 자유형 종목에서 2연패를 달성한 수영 선수였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카하나모쿠를 기리는 뜻에서 동상에 꽃목걸이를 잔뜩 걸고 간다. 꽃목걸이를 걸 곳이 없어서, 발치에 두고 가는 경우도 많다. 카하나모쿠 등 뒤의 커다란 서프보드가 눈에 띈다. 

서핑 강습을 신청해서 서프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나가는데 보드를 들고 움직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파도를 기다리며 기본자세를 연습하는데, 파도가 들이치는 순간 왠지 '할 수 있겠다'는 느낌에 한 번에 성공!  첫 번째 시도에서 자연스럽게 발 위치까지 바꿔서 자신조차 놀랐다. 일일코치인 Rowie는 ‘프로페셔널’이라며 칭찬이 이어진다. 하지만 서핑은 안 쓰던 전신근육을 써야 해서 몇 번 하니 파김치가 되어버린다. Rowie는 “힘들어? 밤새 해야 하는데?” 라며 너스레를 떤다. 힘들던 기억은 잊혀지고, 노을 지는 와이키키 해변을 가르던 서핑의 낭만이 남았다. 

하나우마베이(Hanauma bay)

하와이어로 '우마(Uma)'는 은신처를 뜻이다. 절벽이 삼면을 품은 듯한 형국의 하나우마베이는 절경을 자랑한다. 하나우마베이는 하와이에서 가장 이름 난 스노클링 포인트.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고, 아침 일찍부터 줄 서서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주차 공간도 제한적이다. 주차를 하기 위해 주차장 서너 바퀴를 돌았다. 

실제론 스노클링을 위해 하와이에서 하나우마베이를 일부러 방문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에서 가까운 괌, 보홀 등 아름다운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우마베이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열대어는 Convict tang이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물고기도 있는데, ‘후무후무누쿠누쿠아푸아’ 이름이 엄청나게 길다. 수중 환경은 차치하고, 하나우마베이의 말굽 모양 해안 자체에 감탄하며 발길을 돌린다. 

스타오브호놀룰루 크루즈

섹시한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하늘하늘 훌라춤을 추며 거대한 배 앞에서 반겨준다. 머리부터 의상까지 꽃으로 장식된 여자 댄서의 몸짓까지도 꽃처럼 곱다. 건장한 남자 댄서들도 환영해준다. 배에 들어가니, 이미 식전 빵과 샐러드가 세팅되어 있다. 싱그러운 꽃들로 장식된 테이블과 주스잔. 4:45 환영 인사, 5:30 디너 코스, 6:15 자유 시간, 6:35 훌라춤 쇼, 7:30 댄스 타임 순으로 시간표가 짜여 있다. 만찬으로 나온 대게 다리가 큼직하고 살이 통통하다. 직원들이 게 다리를 가득 담은 양동이를 들고 다니며, 게를 양껏 리필 해준다. 만찬을 먹는 동안, 뮤지션이 실황으로 음악을 들려준다. 

구릿빛의 근육질 남성 댄서들이 음악에 맞춰 하와이 전통춤을 선보인다. 남성 댄서들이 하와이 기분이 물씬 나도록 여자 승객들에게 꽃 귀걸이를 꽂아줬지만 바람 쐬러 밖에 나갔다가 그만 바닷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에게는 풍선도 나눠 준다. 일본인 가족이었는데, 아이들이 즐거워 하니 온 가족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갑판에서 보니 멀리 다이아몬드헤드가 구름보다 높이 솟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이아몬드헤드 화산은 19세기 영국 선원들이 분화구의 암석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을 보곤 다이아몬드로 착각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와이키키 해변도 보인다. 핑크색 로얄하와이안호텔을 보니, '저기 와이키키 해변이다'라며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세일링을 하는 요트의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해질녘 눈부신 광채가 구름 뒤에서 바다로 쏟아진다. 6시 즈음부턴 왁자지껄하게 한바탕 신나는 훌라댄스 쇼가 시작된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하와이의 전통적인 훌라댄스를 볼 수 있단 점도 장점이다. 댄서들의 안무 중에서 자기 몸을 아플 정도로 박력 있게 때리는 안무가 있는데, 이 춤을 추고 나서 남자 댄서가 때린 곳을 쓰다듬어서 사람들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날씬한 몸매의 미녀 댄서들이 화려한 장신구와 의상을 입고 살랑살랑 허리를 흔들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훌라댄스 쇼가 이어진다. 훌라댄스 쇼가 끝나고, 승무원들이 춤을 추며 승객들도 따라 춤을 추는 시간이 있다. 다시 오아후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하늘에 서서히 번져가는 노을처럼 몸도 마음도 느슨해진다. 빛 무리가 눈부시게 대양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마음속에는 또다시 ‘What a wonderful world’가 흥얼거려진다. 

 

축복을 받은 밝은 오후

그리고 신성한 까만 밤

그리고 나홀로 생각을 해요

이 세상이 얼마나 놀라운지.

루이 암스트롱 <What a wonderful world>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