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e Punta Arenas뿐따 아레나스

‘불의 땅’, 칠레 푼타 아레나스

푼타 아레나스에는 빙하를 직접 보려는 전 세계의 여행자들로 붐빈다. 푼타아레나스는 토레스 델 파이네, 밀로돈 동굴, 티에라 델 푸에고로 가는 여행의 시작점으로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항구 도시인 우수아이아와 함께 남극대륙으로 가는 관문이다. 

 

에디팅 전준호 기자 글과 사진 안민호 롯데관광 크루즈사업본부장

 

푼타 아레나스 시내에 들어서서 일단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에 올라 시내 전경을 바라본 뒤 중심가에 있는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 시내에는 아주 잘 정비된 오래된 납골묘지가 있는데 특히, 수십 년 된 조경수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마치 잘 정돈된 정원과도 같았다.

마젤란이 발견한 남미 대륙 최남단

칠레 푼타 아레나스는 ‘모래 지형Sand Point’이란 뜻으로 칠레 파타고니아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푼타 아레나스를 이야기 하자면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을 빼놓을 수가 없다. 마젤란은 포루투갈 태생이지만 스페인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후 스페인으로 국적을 바꾼 뒤 스페인 국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대륙 탐험에 나섰다. 인류 최초로 세계일주 탐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처음 발견한 남미 대륙 최남단에 있는 푼타 아레나스는 1849년에 칠레 정부가 마젤란 해협Magellan Strait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불과 수십 명의 군대를 보내면서부터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젤란 해협으로 번성을 누린 도시

지금으로 부터 160여 년 전에 형성된 푼타 아레나스는 항구 도시로 100여 년 전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남미의 남부 최고 도시들 중 하나로, 당시에는 양털, 가죽, 양고기 그리고 목재 생산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또 수많은 목재소, 가죽가공 공장 그리고 고기와 생선 통조림 공장들이 즐비했다. 

푼타 아레나스는 또한 오늘날 칠레와 아르헨티나 남부지역 몇 개주들이 합쳐져 불러지는 티에라 델 후에고 Tierra Del Fuego(‘불의 땅’이란 뜻)의 주변 많은 섬들에 있는 석유산업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1900년 초,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 여러 나라로 부터 미국이나 중남미 국가들의 태평양 연안도시로 가려면 이곳 마젤란 해협을 통과하여야만 했고, 또 이곳 푼타 아레나스에서 반드시 연료 등 모든 물자를 공급 받아야만 했으니 당시 이 도시가 얼마나 번성했는가를 짐작 할 수 있다. 

파나마 운하 개통으로 쇠퇴기 맞기도

푼타 아레나스는 1927년 한때, 마젤란이란 이름으로 불려 지기도 했으나, 1938년 다시 본래의 도시 이름으로 됐다. 도시 탄생 역사가 불과 160년뿐인 푼타 아레나스는 두 번의 전성기를 누렸다. 첫 번째는 도시가 탄생된 1850년부터 1914년까지로 마젤란 해협 발견 전까지는 이곳으로부터 더 멀리 남쪽 끝 케이프 혼 Cape Horn을 돌아 항해하던 모든 선박들이 마젤란 해협 발견 후 부터는 모두 이곳 푼타 아레나스를 지나게 되면서 이곳은 산업발전을 이루던 전성기를 맞게 되었고, 이 전성기는 불행하게도(?) 1914년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면서 더 이상 선박들이 이곳을 지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자 쇠퇴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당시에는 세계 양모 생산량의 대부분을 포크랜드 등 이 지역 부근에서 생산 하였으나, 그 후 호주, 뉴질랜드가 본격적인 양모 생산을 시작하게 되자 이 지역 부근에서 생산되던 양모는 경쟁력을 잃게 되었고, 그로부터 푼타 아레나스는 급격히 쇠퇴 했다.

엄청난 석유생산으로 두 번째의 전성기

당시 푼타 아레나스는 세계 최고의 부자도시여서 지금도 100년 훨씬 전에 지어진 도시의 호텔 등 건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노라면 그 당시 세계 최고급 재료들인 이태리 대리석, 프랑스 목재와 가구들 그리고 오스트리아 제 크리스탈 상들리에 등 사치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파나마 운하의 개통으로 1914년부터 급격히 쇠퇴하던 푼타 아레나스는 1940년에 이곳 주변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생산을 시작하면서 다시 두 번째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지금도 이 지역은 석유산업의 중심 도시이고 인구는 12만 명에 이른다.

Santiago de Chile싼티아고 데 칠레

마지막 여정, 산티아고 데 칠레

산티아고 데 칠레를 줄여서 '산티아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는 칠레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산티아고에 산다. 칠레는 남북으로 세계에서 가장 기다란 국가로, 남북 길이가 4,150킬미터이고, 동서의 폭은 아주 짧아서 180킬로미터이다. 

에디팅 전준호 기자 글과 사진 안민호 롯데관광 크루즈사업본부장

 

오후 3시 20분에 푼타 아레나스 공항을 출발한 LA 292편 란탐 항공기 (LANTAM: LAN항공사와 TAM항공사가 합병 후 명칭)는 3시간 반 정도 비행 후 저녁 무렵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가이드를 따라서 시내에 위치한 대장금 이라는 산티아고에서는 꽤 오래됐고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오랜만에 불갈비,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푸짐한 모듬전 등 모처럼 한식으로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싼티아고 대학 출신으로 대장금 식당 주인인 엄 사장은 겨우 2살 때 부모를 따라서 이곳 칠레로 이민을 와서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갓 대학을 졸업한 풋풋한 젊은 청년이었다. 이제는 본인이 직접 현지여행사도 운영하면서, 또 부모님께서 운영하던 대장금 식당도 물려받아 함께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풍스럽고 볼게 많은 시내 중심가

칠레의 수도로 산티아고 역시 가족 수 만큼 모두가 자가용을 보유하여 교통 체증이 몹시 심하단다. 오전에는 산티아고 시내로부터 멀리 떨어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와이너리 농장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와인 농장에서 와인 시음을 곁들인 농장 탐방 후 다시 시내로 돌아와 고풍스러운 시내 중심가를 둘려 봤다. 

시내 중심가 아우마다 거리Paseo Ahumada의 모네다 궁전Palacio de la Moneda은 1743년 착공 당시 조폐국 건물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돈 궁전’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1846년부터 대통령 관저로 이용되어 외국의 귀빈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산 크리스토발 언덕San Cristobal Hill의 성모 마리아 상 등을 둘려보며 하루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가이드 엄사장이 쏟아낸 칠레 이야기

어려서부터 이민 와서 그리웠던지 산티아고를 안내한 엄 사장은 입에 침이 마를 새도 없이 계속하여 칠레 자랑을 늘어놓았다. 엄 사장의 말에 따르면, 칠레는 천연 자원이 풍부한 나라인데 그중에서도 산림이 풍부하여 목재 수출이 세계 세 번째라고 한다. 칠레는 산에 있는 나무들을 벌목만하는 것이 아니라 베어낸 면적만큼 다시 나무를 심고, 또 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고 비가 와서 강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나무가 잘 자라서 언제나 풍부한 산림을 유지 할 수가 있다고 한다. 

더욱 부러운 사실은 칠레의 농산물 수출량이 세계 두 번째로 엄청나지만, 그 금액은 칠레 총 GDP의 겨우 4퍼센트에 불과 하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아주 오래전에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시위와 국회 비준도 순탄치 못했을 때 칠레에서는 얼마나 우리를 우습게 여겼을까 생각 됐다. 여기에 누가 뭐라고 해도 칠레의 1등 산업은 구리 생산이라고 한다. 전 세계 구리 수출량의 60퍼센트가 칠레산이라니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에게는 정말 부럽기만 하다. 

칠레, 와인 곧 세계 1위 될터

칠레는 농산물 중에서도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포도를 많이 수출 할 것 같았는데 이곳에서는 사과를 가장 많이 수출한다고 한다. 하지만, 칠레는 우수한 양질의 포도 생산량이 엄청나 값 싸고 맛있는 포도주가 점점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현재 세계 3대 포도주 생산 국가인데 멀지 않아 곧 1위 국가가 될 거라고 칠레 국민들은 믿고 있다. 

칠레에서는 어떤 농산물이던 비료는 물론 농약을 절대 사용 할 수도 없고, 또 사용할 필요도 없단다. 우리나라 유명 백화점 와인코너도 언젠가부터 인가 프랑스 와인을 밀어내고 칠레 와인이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더욱 놀라운 사실은 칠레 와인이라고 해서 싸구려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산티아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슈퍼마켓에서도 수백 불하는 와인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산티아고의 코리아 타운

칠레는 그밖에도 수산자원 등 천연 자원은 풍부한 나라지만 공업은 발달하지 않아서 자체 생산된 공산품은 거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산품을 전 세계 나라들로부터 수입해 오는데, 그중 전자제품은 우리나라 삼성이 1위, 그리고 자동차는 현대가 3위라니 자랑스럽다. 하긴 산티아고 공항내부의 벽부터 산티아고 시내로 들어  오는 길가 양쪽에는 우리나라 삼성, LG. 현대 등 광고 입간판이 도배를 하다 시피 하고 있어서 마치 이곳이 칠레인지 대한민국인지 착각 될 정도다. 

그리고 교민은 2천 5백여 명 내외지만 그래도 칠레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들 있다. 이유인즉, 한국인들의 활동이 너무나 활발하고 산티아고에 유일하게 한국인 거리Korea Town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칠레대학, 입학은 쉽지만 졸업에 5~6년 걸려        

칠레도 인구의 90퍼센트가 유럽인과 인디오의 혼혈이다. 칠레에서도 우리 교민들은 교육열이 매우 강하여 거의 대부분이 이곳 최고의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칠레 국민들도 교육수준은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세계 100대 대학교에 칠레대학교 등 두 개의 대학이 포함 되어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참고로 여행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서울대학교는 세계 146위) 

하지만, 대학교는 누구나 원하면 입학은 쉬운 편이나 4년 만에 제대로 졸업하는 학생 수는 겨우 1퍼센트도 안 되고 보통 5~6년에 걸쳐서 어렵게 졸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어렵게 졸업을 하게 되면 보람이 있어 졸업생은 거의 모두가 취업이 가능하며,  우리와는 달리 반드시 전공과목에 해당되는 분야에만 취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긴 여정을 끝내고 다시 돌아가는 길

남미 대륙의 최남단 칠레의 산티아고 국제공항을 출발한 뒤 장장 비행시간만 25시간이상 날아서 드디어 인천공항에 오후 늦게 도착했다. LA 톰 브래들리 공항 출발 후 그동안 보지 못한 신문을 보다 긴장이 풀리고 피곤했든지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버렸는데, 기장으로부터 인천공항 도착시간이 가까워 졌다는 안내방송이 들려 왔다. 지난 21일 동안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 올 때까지 남극대륙 탐험과 파타고니아까지 22일간의 짧지 않은 여정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았다.

13일간의 남극대륙 탐험 크루즈 여행, 5박 6일간의 파타고니아의 칼라파테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토래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칠레의 푼타 나탈나스, 푼타 아레나스까지 그야말로 ‘세상의 끝’까지의 여정이었다. 문득 언젠가 프린세스 크루즈로 하와이와 타이티 크루즈 여행 중 ‘Most Traveller’로 선정되어 선장으로부터 정말 융숭한 점심식사를 대접 받았을 때 필자와 함께 선장의 헤드 테이블에 앉았던 80세가 훨씬 지나 보이는 노신사가 필자에게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은 여행이고 또 여행은 이 사람 저 사람과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The life is journey, and the journey is tal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