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Petersburg to Endure Time
성당과 함께 시간을 다져온 상트페테르부르크

300년 밖에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5년 전 핀란드로 여행을 갔다가 잠시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핀란드에서 기차로 3시간만 달리면 러시아로 갈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에 잠시 도장만 찍고 온 적이 있었다.

그때의 아쉬움이랄까?결국 먼 시간에 드디어 돌아왔지만 짧은 체류와 좋지 않은 날씨로 아쉬움을 털어내기는커녕 더하기만 했다.이 덕분에 시내의 성당만을 돌아보게 됐고 역사 공부를 원없이 하게 됐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이두용트래블인플루언서 취재협조 러시아관광청

화려함으로 감싼 성당들

1712년 공식적인 수도 이전이 이뤄졌으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3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도시다. 그런데 짧은 역사에도 다사다난한 사건과 함께 여러 번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였던 이름이 표트르의 사망 이후 표트르의 도시라는 뜻으로 ‘페트로그라드’라고 바뀌었다가 레닌의 도시라는 의미의 ‘레닌그라드’로 변경되었고,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다시 원래 이름은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구소련을 기억하는 사람에겐 레닌그라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닌의 죽음 이후 1924년부터 레닌그라드라고 불리게 되면서 67년 동안 공산주의 혁명을 상징하는 도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레닌그라드를 더 많이 들어봤다.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성당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대제의 강력한 왕권 덕분에 다른 러시아 도시들과 차별을 두고 러시아보다는 유럽에 가까운 도시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당시 표트르의 총애를 받았던 건축가 도메니코 트레치니의 도움으로 유럽의 형태를 갖춘 러시아식 건축물이 많이 지어졌다. 대표적인 건물은 자야치 섬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Peter and Paul Fortress)’를 기존 목조에서 석재로 바꾼 것이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국경을 맞댄 스웨덴에게 강인함을 드러낼 수 있었고 덕분에 국민에게도 호응을 얻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요새는 현재도 그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네바강으로 둘러싸인 요새는 외벽이 석재로 되어 있어 내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안쪽에는 요새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성당이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과거의 수도 모스크바보다 뛰어난 곳임을 드러내기 위해 1850년 지어졌다고 한다.

성 이삭 대성당

성당에서 뒤편 출입구로 나가는 길 한편에 표트르 대제가 의자에 앉아 있는 동상이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잘생기고 늠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굳은 얼굴에 덩치가 큰 형상이다. 앉은키가 엄청나 보여서 비율이 우스꽝스럽지만 실제로 표트르 대제는 다시에도 키가 2m가 넘는 장신이었다고 한다.출입문 위쪽엔 대칭으로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왕관 쓴 독수리 조형물이 붙어있다. 이 조형물은 러시아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겨 상트페테르부르크 신분증이나 공공문서에 공식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내부의 성당도 아름답지만 사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화려한 성당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성당이 있지만, 피의 사원이라고도 부르는 그리스도 부활 성당(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과 성 이삭 대성당(St. Isaac's Cathedral)이 대표적이다.

그리스도 부활 성당
그리스도 부활 성당은 알렉산드르 2세가 피를 흘리면서 죽은 곳이라 하여 피의 사원이라고도 불린다. 이름과 달리 외형은 정말 아름답다. 성당과 마주하면 게임 ‘테트리스’에 나오는 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실 게임에 등장하는 성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성 바실리 성당(Basil's Cathedral)이다.

두 성당의 외형이 쌍둥이처럼 비슷해서 다른 한쪽의 사진을 꺼내놓고 비교해도 될 만큼 닮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서 일정이 시작되기 전 식사하러 가는 중 걸어서 그리스도 부활 성당을 지나쳤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씨와 드라마틱한 구름이 얹어진 푸른 하늘과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일행만 없다면 식사를 포기하고 성당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성 이삭 대성당(St. Isaac's Cathedral)은 또 다른 느낌이다. 공사 기간만 40년에 50만 명 넘는 인원이 동원된 대규모 성당이다. 112종류의 돌로 세워졌고 최대 1만 4,000명이 동시에 미사를 올릴 수 있는 내부를 자랑한다. 꼭대기 전망대가 지역 명소로 손꼽히는데 전망대 옆 황금 돔은 100kg이 넘는 금을 이용해 금박을 입혔다고 한다. 빗방울 날리는 날씨에 먼발치에서만 보고 돌아 서야하는 일정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