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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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홍콩/마카오] 도시분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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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언제나 일상 같은 홍콩, 마카오

언제나 일상 같은 홍콩, 마카오

올해 1월 홍콩, 마카오를 혼자서는 처음으로 2박 3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화려한 홍콩의 야경, 다양한 먹거리, 쇼핑 등은 첫 해외 여행지를 홍콩으로 정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여행을 떠날 땐 일자별, 시간별 딱딱 스케줄을 정하고 테마를 정한다. 홍콩 인, 마카오 아웃으로 정했는데 각각 하루 일정으로 홍콩, 마카오를 다녀오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강은영

강은영 / 경기도 부천시 중동

대학생 때도 혼자 4박 5일 내일로 여행을 다니고, 직장인이 된 지금도 쉬는 날에 집에서 쉬기보다는 ‘강릉 가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올까?’ 라고 여행을 먼저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누리는 즐거움과 안정감도 좋지만,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자극에 나를 노출시키고, 노출시켰을 때 발견하는 새로운 나의 모습에서 희열을 느낀다. 이것이 계속 나를 여행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보통 하루 이틀정도는 여행 후유증이 생긴다. 먹던 음식이 생각난다던 지 그 관광지에 다시 가고 싶다 던지 하는 후유증 말이다. 근데 홍콩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꽤 오랜 시간 후유증이 생겼다. 아른거리는 하버시티와 마카오의 야경, 시장에서 먹던 따뜻한 국수 한 그릇, 거리에 흘러나오던 노래, ‘뚜뚜뚜뚜~’ 거리던 횡단보도의 소리도 너무나 그리웠다. 5월, 하버시티 야경을 바라보며 해외에서 보내는 하루는 어떠할까, 그 하루가 더군다나 생일이라면 더욱이 의미 있겠다 싶어 나는 4개월 뒤 다시 홍콩으로 가는 여행을 계획했다. 그곳에는 엄마의 맛있는 미역국도, 친구들의 생일케이크도 없지만 이미 홍콩에 매료된 저는 주저하지 않았다.

[여행 첫째 날]

여행 가기 전 맘에 드는 여권 케이스도 사고 기분 좋게 공항으로 갔다. 새로 산 여권 케이스엔 ‘일등석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쓰여 있었는데, 정확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이 문구를 봐서 그런 건지, 생일이라서 그런 건지. 기존 좌석보다 좋은 좌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그래도 한번 홍콩 와 봤다고 전에는 헤맸던 AEL 타는 곳에서 여유롭게 숙소가 있는 침사추이로 떠나는 열차를 기다렸다. 시원하게 달리는 열차 유리에 비치는 내 모습과 홍콩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앞으로의 2박 4일 여행이 너무나도 기대 되었다. 샐리의 법칙이 나에게 적용된 걸 까. 비행기도 편안하게 타고 왔는데 생일을 축하한다며 객실도 업그레이드해서 준다는 말에 큰 목소리로 ‘땡큐’라고 말하고 체크인을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로또를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로또를 사긴 했지만 당첨이 되진 않았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일상’으로 정했다. 반복 되는 일상, 가끔은 지겹고 무료하게 느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이곳에서 느끼고 싶었다.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는 것’이 나의 삶의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평소 나의 일상처럼 운동을 하는 하루. 가끔 고속터미널 꽃시장에 가서 꽃 사러 가던 하루. 쇼핑을 하는 하루 말이다. 여행지로 가장 먼저 간 곳은 프린스 에드워드 역 부근에 위치한 ‘플라워 마켓(flower market)’. 꽃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나에게 선물을 하는 의미로 꽃 한 송이 사서 숙소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많은 꽃 상점이 즐비 해 있었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꽃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꽃이 너무 많아 고민하다 산 꽃은 행복을 고한다는 꽃말의 ‘카란코에(kalanchoe)’. 작은 꽃들이 다붓하게 핀 모습이 귀여웠기 때문이다. 또한 행복을 고한다는 꽃말처럼 앞으로 나의 삶에 행복을 가져다줄 것 같았다.

향긋한 꽃향기를 맡으며 인적이 드문 상점까지 쭉 걷다 보니 허기가 졌다. 저녁을 먹기엔 조금은 애매한 시간이라 간단히 요기하러 길거리 음식이 많은 몽콕으로 이동했다. 카레이유단이라고 불리는 카레 어묵. 천원 조금 넘는 금액이다. 카레향이 듬뿍 밴 동글한 어묵은 홍콩의 길거리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어묵뿐만 아니라 해산물, 곱창, 취두부등 다양한 꼬치가 있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하버시티의 야경을 보기 위해 침사추이 역으로 향했다. 저녁 8시 시작되는 하버시티의 야경‘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보기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잠시나마 지금까지 여행일정에 대해 생각했다. 출발 전부터 기분 좋은 시작을 하고 지금까지도 아무 탈 없이 즐겁게 여행했다는 점. 이곳 홍콩에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설렜다. 드디어 저녁 8시.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시작되고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화려한 야경을 보며 잠시나마 카메라는 꺼 두고 가장 좋은 렌즈인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여행 둘째 날]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여행지에 가면 꼭 달리기를 하곤 한다. 인생샷을 찍기 위해 챙겨온 화려한 원피스도 있지만 작은 캐리어 속 한 켠에 자리한 운동복과 운동화를 짐 챙길 때 가장 먼저 챙겼다는 사실! 머리를 질끈 묶고 모자 하나 눌러쓰고 어제 야경을 보러 갔던 하버시티를 갔다. 1월에 홍콩을 여행했을 때도 밤에만 하버시티를 가서 낮 시간의 하버시티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아침에 본 하버시티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운동을 한 것이 뭐 큰 일정이었을까? 하지만, 가장 여행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내 모습을 보니 이번 여행의 테마인 ‘일상’에 가장 적합한 일정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다음 일정인 트래킹을 떠났다. 출근길 지하철 광고에 홍콩 트레킹 코스가 있는걸 보고 다음엔 꼭 트레킹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높은 고층 빌딩과 화려한 건물만이 가득 할 줄 알았는데 도심을 떠나 한적한 트레킹 코스라니 생각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MTR을 타기위해 역으로 떠났다. 화려한 의상, 예쁜 화장을 한 많은 관광객 속 예쁜 원피스가 아닌 운동복 차림에 작은 등산가방 메고 트레킹을 떠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너도 참 대단하다~ 일상을 경험하겠다고 여기 와서도 운동이라니~’

섹오비치(Shek’o beach)는 침사추이에서 MTR과 버스를 타면 약 1시간이 걸리는 매우 한적한 해변이다. 그것에는 의외로 트레킹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오고 가며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여행지에 와서도 자연스런 일상을 보내려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져 좋았다. 높은 고층빌딩, 북적이는 관광지가 아닌 한적한 이곳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다. 또 다른 홍콩에 모습에 다시 한번 반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아직 많은 곳을 여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도 좋지만 안 가본 다른 나라를 여행해 볼까? 라고 잠깐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한번 느낀 점은 같은 곳을 가더라도 다른 시야에서 또 다른 매력이 보이고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니 예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은 거의 없고 운동복에 화장도 안한 수수한 모습이지만 가장 나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남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또 다시 떠날 여행을 꿈꾸며 내일의 일상도 파이팅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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