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dney
바다, 사막, 도시, 대자연의 공존, 시드니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는 젊고 자유로우니까요.”라는 호주 국가(National Song)가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보며 유명 베이커리의 빵이나 커피를 먹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본다이비치에선 혈기왕성한 서퍼들이 커다란 서프보드를 겨드랑이에 끼고 활보를 하며, 출렁이는 높은 파도가 아이스버그 인피니티풀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진다. 하늘에는 남십자성이 반짝이고 그 아래 대자연을 품은 도시.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정기영 트래블인플루언서, 정순영 

새들은 귀여운 도둑

시드니 도착 후 뮤지엄 역에 있는 호텔에 가서 체크인하고 가장 먼저 간 곳이 서큘러키 역이다. 서큘러키 역은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있는 시드니 최고의 명소이다. 오후 3시쯤 도착해 먼저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스파게티집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보며 늦은 점심을 먹었다. 스파게티와 피자를 시켰는데 메뉴가 서빙되자마자 새들이 날아와 자기 음식인 양 음식을 먹으려고 달려들었다. 새들이 날아드니 무서워서 주변을 쳐다보니, 시드니 사람들은 자주 있는 일인지 무심했고, 종업원들은 손뼉을 치며 연신 새들을 쫓아내기 바빴다.

아차, 앵무새는 기어코 테이블 위에 케이크를 절반이나 먹어버렸다. 그러나 색동옷을 입은 자그마한 앵무새를 미워할 수도 없었다. 오페라하우스를 산책하며 조용하고 나만의 장소를 발견한 듯했고, 앵무새가 베어먹은 케이크 절반처럼 시간 역시 얼기설기 멈춘 듯했다. 시드니 도착 첫째 날에 시드니 천문대를 찾아갔지만, 날씨가 흐려 멋진 전망을 볼 순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내내 남아 있었기에 셋째 날 혼자 다시 찾아서 2시간가량 천문대의 멋진 뷰를 즐길 수 있었다. 시드니 천문대는 국내 연예인이 방문하며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코알라야 ‘김치~’

여행 이튿날도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에서 본 것 같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부지런히 시드니를 구경했다. 사실 코알라를 직접 보고 싶어서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할 여행이었다. 페더데일 동물원에 가는 날은 설렐 수밖에 없었다. 돈을 내고 코알라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마터면 예산을 낮게 잡고 환전을 미리 못해서 코알라와의 사진은 수포가 될 뻔했다. 통통한 코알라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 나무에 매달려 잠들어 있는 코알라가 사랑스럽고 소중해서 만지기조차 조심스러웠다. 코알라는 하루 중 20시간은 잠자는 데 쓰고, 나머지 시간은 먹는 데 쓰는 못 말리는 잠꾸러기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코알라 엉덩이만 만지도록 허용되었다. 하루에도 거의 잠만 자는 코알라는 전 세계 각국에서 코알라를 만나러 관광객들이 찾아와도 깨어 있는 걸 볼 확률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깨어 있을 때 보면 운이 좋다고 여긴다는데, 다행히 식사 중인 코알라를 보며 이번 여정에 주어진 소박한 행운을 즐겼다.

Koala는 본래 ‘물이 없다’라는 뜻으로 코알라가 식물을 통해 수분 대부분을 섭취하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를 인솔해준 가이드는 10년 동안 코알라가 깨어 있는 모습은 두세 번 본 게 고작이라며 일행들을 기쁘게 해주려는 요량인지 허풍을 떨었다. 페더데일 동물원에서는 야생 캥거루를 보고, 야생 왈라비에게 밥 주기 체험도 했지만, 자고 있느라 밥 먹으러 오질 않아서 가까이에서 보는 건 실패했다. 이날은 뮤지엄 역에 있는 호텔에 돌아갔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온 김에 조카에게 줄 선물로 어그부츠를 사고, 타운홀 역 근처에서 피자를 먹었다. 하루가 짧게 느껴져, 시드니 거리를 배회하던 중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한국 라면을 발견하고 사서 돌아오기도 했다.

블루마운틴 산악지대

블루마운틴 투어는 레드가 궤도열차, 케이블카, 스카이웨이 코스 등으로 이뤄졌다. 블루마운틴은 이름 그대로 멀리서 보면 신비로운 푸른빛이 감돈다. 해발 1,100m의 블루마운틴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레드가 궤도 열차는 타는 동안 가파른 길을 오르는 만큼 스릴이 넘쳐서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열차 기다리는 동안 직원들이 레일 위 계단에 앉아서 카혼 연주를 들려줬다. 자연의 신비가 놀라웠고, 미세먼지라곤 없는 청정한 공기는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에코포인트 세자매봉의 탁 트인 모습도 바라봤다. 주술사가 마왕에게서 세 자매를 보호하려고 돌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킹스테이블 절벽에 안장선 거의 기다시피 움직여야 했다. 무섭기는 했지만, 평생 후회할 걸 생각하니, 용기가 나기도 했다. 로라 마을에서 점심 먹고 구경을 했다.

어디에서 점심을 먹어야 할지 몰라 작은 카페에 들어가 무작정 커피랑 크루아상을 샀는데, 지금까지 먹어 본 크루아상 중 손에 꼽을 만큼 맛있었다. 점원은 “Have a nice day”라고 축복하듯 인사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정말로 그날 하루는 거리를 걷는 호주인들의 표정도 바람 한 줄기도 좋은 기운이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어쩌면 행복도 그러하리라. 우리가 ‘행복하다’라고 마음먹는 순간 그 순간부터 행복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을 하다가 만나게 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그려진다. 그들은 한국 생활에 염증을 느낄 대로 느낀 상태다. 그러나 고국을 공공연히 힐난하면서도 호주 생활 역시 결국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체득해간다. 나 역시 한국이라는 나라가 싫어서 여행을 갈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오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태로 귀국길에 오를 때가 많다.

공항을 나오니까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따뜻한 바람이 불어. 햇빛이 짱짱해서 난 또 고개를 들 수가 없어. 선글라스를 끼면서 혼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 나 자신에게.

“해브 어 나이스 데이.”

그리고 속으로 결심의 말을 덧붙였어.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 라고.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中

 

마침 세계 3대 요트대회인 호바트 요트대회가 있던 시즌이어서 어마어마한 요트들을 봤다. 선착장 계단에 앉아 한참 대화하며 커피를 마시며 바다 위 요트들을 바라봤다 해 질 녘에는 특히 분위기가 좋고 갈매기가 많이 날아다녔다. 유명한 린츠 초콜릿 카페에서 핫초코를 마신 후에는 시드니 하이드파크로 향했다. 새가 지저귀고 매일 아침 일부러 찾아가서 산책했다. 좋아하는 빵과 커피를 사서 공원을 거니는데 저절로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조깅하거나 운동하는 호주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10일간의 여행 기간 매일 갔던 서큘러키 선착장에서 페리 타고 두 정거장 남짓이면 도착하는 곳이 루나파크이다. 루나파크에 갈 때 보이는 선착장과 하버 브리지의 실루엣이 기억에 남았다. 도심에서 벗어난 위치라 고요한 분위기였다.

 

시드니 맛집 '골라 봐~'

골든 센추리(Golden Century): 차이나타운에 있는 맛집으로 알려진 골든 센추리는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이지만 자장면과 만두 메뉴도 맛볼 수 있다.

린츠 초콜릿 카페(The lindt cafe): 입안에서 살살 녹는 다양한 종류의 수제 초콜릿과 젤라또를 먹을 수 있는 유명 맛집이다.

라 르네상스: 록스에 위치한 시드니의 유명한 디저트 카페이다.

필립스 풋(Philip's Foote): 소고기 스테이크를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로 취향껏 구워 먹을 수 있는 유명한 셀프 맛집이다.

도일스피셔맨 워프(Doyles fisherman): 피시앤칩스가 입안에서 녹는다!

 

지아피나 피제리아(ZIA PINA): 아기자기한 느낌의 ZIA PINA는 록스의 유명한 피자집이며, 라자냐도 맛있다. 이탈리아 사람이 사장이라서 그런지 더 자유분방한 분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