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au
썸 타듯, 마카오

 

외곽의 어촌마을에는 소박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평화로이 거닐고, 호화호텔들이 즐비한 코타이 스트립에는 진품인지 짝퉁인지 모를 명품백 하나씩은 둘러맨 여행객들이 마천루를 활보한다. 중국에서 포르투갈로, 포르투갈에서 다시 아시아로, 동양과 서양의 시간을 누빈다. 한창 썸을 타듯, 알만 하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마카오. 그래서 자꾸 더 알고 싶다. 글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정기영 트래블 인플루언서, 자료 협조 마카오정부관광청

 

콜로안 빌리지, 물들다

콜로안 빌리지는 마카오 외곽의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잔잔한 바다를 끼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이다. 걷다 보니 돌연 강렬한 레몬색 성당이 출현했다. 큰 쳉모자를 쓴 청소부들이 호스로 물을 뿌려가며 한창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성 프란치스코 사비에르 성당은 1928년 창건되어 사비에르의 오른팔 뼈가 있던 곳으로 유명하지만, 현재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우리나라에는 드라마 '궁' 촬영지로 알려졌으며, 내부에 들어가면 삿갓을 쓴 김대건 신부의 동상도 볼 수 있다.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길을 걷는데 벤치에 빨간 모자를 쓴 노파를 보았다. 이빨도 별로 남지 않은 노파는 한담을 나누는 중이었는데, 활짝 웃는 얼굴에 주름이 시간의 눈금처럼 맺혔다. 영락없는 노파의 모습이지만, 빨간 모자 때문인지 개구쟁이 아이 같다.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인생의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다고 했다. 네발로 기다가, 두 발로 걷다가, 결국 우리는 세 발로 걷는다. 콜로안 빌리지도 황혼 녘의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바다 내음 속에 어디선가 달달한 내음이 났다. 에그타르트 냄새! 콜로안 빌리지에 간다면 원조 에그타르트 맛집을 꼭 들러야 한다.
성바울 성당의 유적

마카오 여행객이라면 예외 없이 성바울 성당을 향하기 때문에, 마카오의 모든 여행객이 이곳에 온 게 아닐까, 착시까지 일으킨다. 작은 언덕 위에 있는 성바울 성당으로 이어진 68개의 돌계단마다 사람들이 서 있으니, 이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 건 아닐까, 착각하게 된다. 성바울 성당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성바울 성당의 폐허이다. 모두 소실되고 독특하게도 성당의 전면부만 보존되었다. 성당의 앞면만 남아 있어서, 뒷면은 잡풀이 나 있는 휑뎅그렁한 공터이다. 성바울 성당은 17세기 초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들이 설계했다는데, 성바울 성당은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큰 가톨릭교회 중 하나였다.

이후 몇 차례 화재를 겪으며 재건과 복구를 반복했다. 결국, 1835년 대형 화재로 인해 성바울 대학과 성당의 대부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렇게 성당 전면부만 남게 됐다. 성모 마리아가 '거룩한 어머니가 용의 머리를 짓밟는다'라는 한자로 묘사된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를 밟고 있는 조각이 정교하다. 성바울 성당은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카오 역사 센터의 일부로 공식적으로 등재되었다. 

타이파 빌리지와 청소부

타이파 빌리지는 마카오 사람들과 함께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 외국인들이 사는 동네기도 하다. 다소 이국적이지만 생활감이 물씬 묻어난다. 길 건너편에 호화로운 코타이 스트립의 초대형 호텔들이 보일 만큼 가깝다. 전체적으로 핑크색, 연노랑색, 민트색 등 파스텔톤의 가옥들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그러니까 대략 5분 전부터 그랬다. 현금, 여권 등이 든 여행 가방도, DSLR 카메라도, 휴대전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속옷과 옷이나마 걸치고 있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일부러 관광객이 몰리기 전에 아침 일찍 서둘러 온 마카오 타이파 빌리지. 되짚어보자면 그랬다. 큰 챙모자를 쓰고 관광객들이 오기 전에 빗자루로 거리를 쓸던 중년의 청소부를 지나쳤고, 파스텔톤 가옥 앞에서 A와 사소한 일로 분통을 터트리며 실랑이를 하고, 또 다른 파스텔톤 가옥 앞에서 아직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웃음 지으며 사진을 찍고 난 후였다.

동선을 되짚어가며 차에서 내린 지점까지 돌아갔지만, 어느 한 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A가 청소부를 마주쳤던 걸 기억하곤 중년의 청소부에게 다가갔다. 영어를 모르는 그녀는 용케 몸짓을 이해하고, 지나가던 현지인들을 붙잡고 통역을 시키는 것이다. 그때에서야 야외에서 일하며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그녀의 얼굴, 잗주름이 가득한 얼굴이 파스텔톤의 포르투갈풍 가옥들보다 눈길이 갔다. 안내에 따라 관리사무소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잃어버린 가방에 들어있던 여권 사진과 얼굴을 대조한 후에, 모든 걸 되돌려 받았다. 직원은 금도끼가 네 것이냐, 은도끼가 네 것이냐, 묻듯 물품들을 가리켰다.

"모두 제 겁니다."

직원은 눈썹 한쪽을 미심쩍게 치켜세웠다. 어쨌든 물건을 되찾고, 중년의 청소부를 도로 찾아가 좀 전까지만 해도 잃어버렸던 가방 속에서 지폐를 몇 개를 꺼내어 두 손으로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내 팔을 부드럽게 거두며, 거듭 사양했다. 그때였다. 성의에 찬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사람의 눈을 제대로 보는 게 꺼려졌다.

특히 나 자신에게 실망한 후부터 말이다. 어쩌면 그걸 위한 여행이었다. 마음가짐을 리셋하고, 사람의 눈을 다시 바라볼 수 있기 위한 여행. 주름진 청소부의 맑은 눈을 보며, 나는 다시 사람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쇠도끼를 잃어버린 나무꾼은 산신령을 만났고, 나는 타국에서 청소부를 만났다. 산신령은 가끔 둔갑하여 우리 곁에 찾아오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물건을 다시 둘러매자 무거워졌고, 쇳덩이처럼 무겁던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라"라는 그녀의 손길이 “이제 다 괜찮을 거야"라는 약속의 말처럼 들렸다. 내가 아는 청소부가 둘 있다. 책 속의 등장인물인데, 한 명은 <청소부 밥>이라는 자기계발서의 ‘밥’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 <모모>의 청소부 ‘베포’는 묵묵히 비질하며 간혹 툭툭 묵직한 말로 심금을 울린다. 그러고 보면, 청소부들은 땅을 비질하는 게 아니라, 방황하는 어느 영혼을 비질한다.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으로 긴 길이 있어. 너무 길어서 도저히 다 쓸어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중략) 한꺼번에, 길을 다 떠올려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디딜 걸음, 다음에 쉴 숨, 다음에 할 비질만 떠올리는 거야. 거듭 요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해.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 새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미하엘 엔데 <모모> 中

 

얼마나 오래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죠. 내가 깨달은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는 삶, 그것만이 진정 가치 있는 삶입니다.

-<청소부 밥> 中

하루에도 여러 번, 세나도 광장

마카오는 작다. 30.5㎢로 서울시 동작구 정도의 크기다. 마카오는 크게 4개의 지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마카오 반도, 타이파 빌리지, 코타이 스트립, 콜로안 빌리지이다. 이곳에 광동지역 어부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포르투갈의 선원들이 뒤를 이었다. 이후 동서양의 문물이 해협을 따라 교류했다. 이렇게 작은 땅에 동양과 유럽이 혼재한다. 여행자라면 적어도 하루에 한두 번쯤(어떨 땐 두 번 이상!) 거치게 되는 세나두 광장은 포르투갈 특유의 깔사다(Calçada) 보도블록이 마치 물처럼 흐른다. 세나도 광장을 기점으로 30개의 세계문화유산이 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하루 안에 30여 개의 문화유산을 다 둘러보는 일은 어렵지 않을 만큼 가깝게 붙어있다. 마카오는 동아시아지역 최초의 천주교 학교가 세워진 곳이고,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선교사의 요람이 된 곳이다. 세나도 광장은 이 모든 종교 행사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세나도 광장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로시우 광장과 흡사하다. 마카오인지, 포르투갈인지 헷갈릴 정도다. '세나도'는 포르투갈어로 '의회'를 뜻한다. 세나도 분수대를 중심으로 먹거리, 쇼핑, 기념품 가게 등이 몰려 있다. 마카오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기아요새가 있다. 중국 최초의 등대인 기아요새는 현재도 운영 중이다.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텔 투어 해 볼까

마카오는 '호텔 투어'가 따로 있을 만큼 초호화 호텔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갤럭시 마카오는 코타이 스트립에서 가까우며, 마카오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가족, 연인 등이 이용하기 좋다. 단, 겨울에는 제한적으로 워터풀을 이용할 수 있다. 윈팰리스호텔은 최근에 지어진 럭셔리호텔로 분수쇼 시간에 관람객들이 몰려든다. 윈팰리스 케이블카도 무료로 운행하기 때문에 분수쇼 시간대에 케이블카를 타며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스튜디오시티 호텔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인 8자 모양의 골든릴 관람차를 운행해 관람차를 타며 마카오의 야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평일에는 12:00부터 20:00, 주말과 공휴일에는 11:00 21:00까지며 운행 마감시간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하다. 베르사유 궁전을 옮겨온 듯 화려한 파리지앵호텔은 신상 호텔로 실제보다 절반 크기의 에펠탑이 랜드마크이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을 밝히기 때문에 낮보다는 저녁 시간에 감상하길 추천한다. 초대형 호텔들이 하나의 관광 코스가 되는 마카오는, 저녁이면 야행성 부엉이처럼 찬연하게 깨어난다.

 

Macau Travel Tip

1. CUISINE

매캐니즈 요리(Macanese food)

포르투갈 사람들이 400여 년간 마카오에 머물면서 포르투갈 선원들이 가득 싣고 온 전 세계 각지의 향신료와 조리법이 마카오 현지 식자재와 만나 탄생한 매캐니즈 요리는 양식과 중식의 중간 지점에서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두루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데 흰 쌀밥에 곁들여 화이트 와인을 사용한 조개찜이나 코코넛 밀크를 듬뿍 넣은 새우 커리 등을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 콜로안 빌리지의 대표적인 명소 성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성당 앞에는 현지 스타일이 살아있는 매캐니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응아팀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도심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맛으로 저녁시간부터 늦은 밤까지 붐빈다.

 

로드 스토우즈(Lord Stow’ Bakery) 에그타르트(Egg tart)

콜로안빌리지에 위치한 로드 스토우즈 베이커리는 포르투갈식 에그 페스트리에 영국식 조리법을 가미해 마카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설립자 앤드류만의 에그타르트를 탄생시켰다. 폭신한 페이스트리 컵에 묵직하게 담긴 커스터드 크림과 바삭하게 탄 계란은 이제는 마카오, 홍콩을 넘어 전 세계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는 명소가 되었다.

 

AFTERNOON TEA

갤럭시 마카오 차베이(Cha Bei)

갤럭시 마카오 호텔 2층에 위치한 차베이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이다. 애프터눈티를 주문하면 카메라부터 꺼내들게 된다. 여성들의 화장대처럼 거울이 달려 있고, 서랍마다 입술 모양 초콜릿, 마카롱, 요거트 등의 티푸드가 올려져 있다. 입안 가득 커피나 홍차의 향을 음미하다보면, 영국의 대표적인 테이블웨어 브랜드인 웨지우드의 찻잔와 소서가 러블리한 무드를 돋운다.

애프터눈티 시간: 15:00~18:00 PM

가격: 328MOP~(2인 기준)

포시즌스 코타이스트립 윈도우즈(Windows)

포시즌스 마카오 1층 윈도즈에서 애프터눈티를 이용할 수 있다. 마카롱,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는 물론 살짝 구운 방어, 데친 닭고기, 연어알 등이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 대체해도 될 만큼 든든한 티푸드를 제공한다. 샹들리에는 물론 포시즌스 마카오 특유의 스페인 콜로니얼풍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 티타임이 즐겁다.

애프터눈티 시간: 14:30~17:30 PM

가격: 538MOP~(2인 기준)

 

2. Festival

5월 술 취한 용의 축제(Feast of the Drunken Dragon)

마카오 어부들에 의해 열리는 민속 축제로, 세나도 광장에서 개최되는 드렁큰 드래곤 축제(술 취한 용의 축제)눈 국가 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하며, 술의 힘을 빌려 용기를 얻은 남자가 사악한 용을 물리쳤다는 전설에 기인한 중국의 전통 축제이다.

6월 연꽃축제(Macau Lotus Flower Festival)

마카오에는 로터스 브리지, 로터스 템플 등 연꽃의 영문명인 Lotus가 들어가는 지명이 있다. 해마다 6월이면 루임옥 정원, 까모에스 공원 등 마카오 전역에서 다양한 품종의 연꽃이 지천으로 핀다.

12월 마카오 라이트 페스티벌(Macao Light Festival)

매년 변화하는 주제에 따라 다양한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음악, 영상, 기념품, 디너 등 다채로운 마카오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마카오 대표 겨울 추제. 라이트 페스티벌의 주요 무대는 성 바울 성당의 유적과 아님 아르떼 남완 등 약 8개의 장소에서 매일 밤 진행된다. 같은 기간 쇼핑 페스티벌도 즐길 수 있다. 12월 크리스마스 기간과 겹쳐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까지 전역을 수놓는다.

 

3. Show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The House of Dancing Water)

세계 최대의 워터쇼인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두 번 보고 싶은 스펙타클한 워터쇼이다.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춤사위와 러브스토리가 가미되고, 기승전결이 확실하여 눈을 뗄 수 없다. 앞자리에 앉을 경우 물이 많이 튀기 때문에 비옷을 꼭 입어야 한다. 고공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곡예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