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setter hangs out here in Singapore
트렌드세터가 사랑한 싱가포르

싱가포르를 여행할 때, 트렌드세터가 즐겨 찾는 핫한 거리가 궁금하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현지 트렌드세터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Where do you usually hang out with your friends?’ 친구들과 주로 어디서 노느냐는(?) 이 당돌한 질문은 대상에 따라 다양한 대답으로 돌아올 것이다. 따라서 그 대상이 본인과 또래거나 취향이 비슷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글과 사진 김지은 기자, 취재협조 포시즌스 호텔 www.fourseasons.com, 싱가포르 항공 www.singaporeair.com

싱가포르 포시즌스 호텔의 저녁 만찬. 옆자리에 앉은 홍보팀 사원 안드레아나에게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거리를 물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세련된 테이스트를 가진 그녀라면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들려줄 것 같았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두 곳을 꼽았다. 부기스의 ‘하지래인’과 차이나타운의 ‘앤시앙 로드’. 마침 내일 쉬는 날이니 함께 가자는 그녀의 호의를 냉큼 받아들였다. 지금껏 여행하며 현지인의 말을 들었을 때 뜻밖의 수확을 얻곤 했다. 몇 년 전 도쿄의 시모기타자와가 그랬고, 뉴욕의 브루클린이 그랬다. 신주쿠와 5번가를 잊게 할 만큼 독보적인 매력을 풍기는 도시들. 따라서 이번에도 나에게는 대답을 지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예측 금물 언덕, 앤시앙 로드
문득 이런 궁금증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민다. 홍콩과 쿠알라룸푸르와 비교해 싱가포르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언뜻 보기에 세 도시는 비슷해 보인다. 수많은 교집합이 있지만, 그 핵심에는 다문화와 쇼핑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한다.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 안, 마침 맞은편에 앉아있는 한국인 승무원에게 궁금증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싱가포르 경찰은 사복을 입고 거리 곳곳에 숨어 있어요. 그걸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겁을 집어먹고 질서를 잘 지키죠. 거리가 얼마나 깨끗한지, 껌 하나 떨어져 있지 않다니까요. 도시가 계획적으로 지어져 도로와 건물도 반듯하고요.”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동안 세 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고, 어김없이 ‘깔끔하고 깨끗한’ 이라는 단어가 메아리쳐 돌아왔다.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 역시 지금껏 가본 수많은 차이나타운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깔끔한 느낌이다. 그 중 한 파트인 앤시앙 로드Ann Siang Rd도 예외는 아니다. 알록달록한 하지래인에 비해 심플하고 세련된 매력을 풍기는 이곳은 언덕에 있어서일까, 마치 우리나라 삼청동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앤시앙 로드에도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파는 부티크가 있지만, 특히 전 세계에서 셀렉트한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 그리고 클래식한 레스토랑과 카페를 사랑하는 트렌드세터가 즐겨 찾는다.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진 모던한 길과 차이나타운 특유의 붉은 등이 조화를 이루는 거리를 걷다가 꽤 이름이 알려진 케이크 카페 끼Kki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오너 부부가 일본을 여행하다 아기자기한 케이크에 반해 싱가포르로 돌아와 문을 연 곳으로,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매 시즌 독창적인 신메뉴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페 안에는 더 리틀 드롬 스토어The Little Drom Store를 함께 운영하는데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감각적인 디자인의 문구류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