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seille :: Old & New

Old & New

그곳에 낡은, 여기에 앳된 마르세유

마르세유는 대비가 극명한 도시다.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 생활방식에 대한 이유 있는 고집이 어디보다 강한 땅이기에.그런 마르세유가 최근 몇 년간 더욱 아름다워진 이유는, 기존의 그 뚝심 위로 새롭게 피어난 창의적인 에너지들이 도시와 이뤄가고 있는 딱 맞는 조화에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런 변화의 과도기에 지금도 처해 있는 마르세유. 이 도시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마르세유만의 정체성과 반짝이는 지금의 그 변화들이 만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도시의 과거와 현재의 증거들이 이루는 대비를 찾아 나섰다. 마르세유가 그리는 4가지 올드 앤 뉴. 낡아도, 앳되어도 모두 아름다운 도시의 두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취재협조 한진관광 www.kaltour.com, 부슈뒤론 관광청(BOUCHES-DU-RHONE TOURISME) www.myprovence.fr,
마르세유 관광사무소(Office de Tourisme et des Congres de Marseille) www.marseille-tourisme.com, 프랑스관광청(Atout France) kr.france.fr

Old 구항구

마르세유 역사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파란 지중해를 마주 보되, 바다 밖에선 그 끝이 보이지 않도록 움푹 들어간 고대 항구였던 구항구Vieux Port. 본래 포도밭과 작은 마을이 띄엄띄엄 있던 주변이 선원들의 유입으로 17세기부터 도시화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2013년에 설치된 노만 포스터의 그늘 구조물 파빌리온과 넓은 보행 공간이 마르세예와 여행객들의 발길을 절로 끌어 당긴다. 매일 아침 어부들이 갓 잡은 생선을 볼 수 있는 피쉬마켓도 변함없이 진열대를 펼친다.

르 닥의 간판.
쇼핑몰 테라스 뒤 뽀흐의 테라스.

New 신항구

일명 라 졸리엣La Joliette라 불리는 신항구에서는 새 것이 아닌 걸 찾기가 더 어렵다. 본래 방치되고 있던 텅 빈 항구에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조력을 모아 약 2년간 새로 짓고, 개조하며 유흥과 문화, 멋까지 흡수한 지구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지중해에 바짝 붙은 대형 쇼핑몰 테라스 뒤 뽀흐Terrasses du Port와 구 창고 건물을 세련되게 다듬은 쇼핑센터 르 닥Les Docks, 곡물 저장고를 공연예술 극장으로 개조한 사일로Silo 등 지중해의 바로 곁에서 쇼핑과 휴식, 문화 활동까지 즐길 수 있는 뜨끈한 장소다.

졸리엣 지구의 전경.

Old 노트르담 대성당

높은 바람이 부는 갸르드 언덕에 서서 항구를 내려다본다. 162미터 높이의 언덕 정상에는 거대한 성모마리아상을 받치는 노트르담 드 라 갸르드Notre-dame de la Garde 대성당이 세워져 있다. 마르세유의 어디에서든 시야에 들어오는 이 성당의 성모마리아상은 마르세유만의 ‘좋은 엄마Bonne Mere’이다. 구항구를 드나드는 배들을 가장 먼저 바라보고, 그들의 안전과 도시의 번영을 기원하는 그녀의 인자함은 종교도 뛰어넘는 그 무언가다. 이에 대한 감사함으로 어부의 가족들이 기증한 작은 배들이 성당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 로마시대 때의 요새 자리답게 여전히 도심 구석구석까지 세밀히 보이는 전망 역시 독보적이다.

New 뮤젬

2013년은 뮤젬Mucem의 탄생과 함께 마르세유에게 의미가 큰 해였다. 마르세유가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며 1년간 수많은 문화와 변화의 조짐들이 흘러든 것이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박물관 뮤젬을 택할 것이다. 알제리 건축가 루디 리치오티는 구항구의 끝과 지중해가 만나는 지점에 어부의 그물을 닮은 거대한 작품을 건설했다. 건물 자체는 무료입장이며, 8월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피카소 전시와 같은 기획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의 구항구 전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뮤젬으로 나서라. 바다와 항구의 접점에 서 마르세유를 바라보기 좋은 산책이 될 것이다.

생장요새와 뮤젬을 잇는 첫 번째 다리.
생장요새와 파니에르를 잇는 두 번째 다리.

Old 롱샴 궁전

마르세유에서는 물이 보배다. 바닷물만 풍요로웠던 오랜 과거부터 물이 귀한 도시 마르세유의 물 사랑을 가늠할 장소가 바로 여기, 일명 ‘물의 궁전’이라는 롱샴 궁전Palais Longchamp이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이 으리으리한 궁전은 듀랑스 강에서부터 물을 끌어오는 마르세유 운하의 완공을 기념하며 지어졌다. 건축가 헨리 에스페란도의 디자인 아래 완성되기까지 30년이라는 공을 들인 곳답게 그 실물은 가히 고혹적이다. 우람한 황소와 여신들 사이로 쉴 새 없이 물이 흘러넘치는 정교한 분수와 그 양쪽의 날개 복도가 우아하다. 궁전 뒤로는 큰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오랜 시간 머물고 싶은 장소다.

New 하우징 유닛

‘현대건축의 보배’, ‘마르세유 속 광명의 도시’ 등 이곳을 예찬하는 표현들이 넘쳐난다. 하우징 유닛Housing unit은 건축가 르 꼬흐뷔제가 1952년에 지은 건물이다. 권위적인 건물로 알려진 지금과는 달리, 처음엔 이곳의 투박한 콘크리트, 기둥, 발코니가 모든 마르세유 사람을 매료시키진 못했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의 집’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 건축물에 담은 새로운 하우징 시스템을 위한 연구와 아이디어들은 그 당시부터 최첨단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우징 유닛 속 337개의 아파트에는 다양한 업계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지역 정부와의 공동 소유권을 가진 채 거주하고 있다. 일반 방문객에게 오픈된 곳은 상점가인 3층과, 4층, 9층. 옥상의 마모Mamo 박물관은 7월부터 전시를 시작한다.

Old 파니에르

마르세유 태초의 영혼이 여전히 반짝이며 살아 있는 작은 마을, 파니에르Le Panier. 마르세유에서 가장 오래 된 구역인 이곳은 시청 뒤편부터 신항구가 시작되는 졸리에뜨 인근까지 이어진다. 항구의 소음들로 시끌벅적한 구항구에서 파니에르로 쏙 들어가면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기자기 예쁜 여느 지중해 마을이 펼쳐진다. 골목길을 둘러싸는 창문들에서 새어나오는 사람 사는 소리와 창가의 빨랫감들이 화목하다. 특히 손재주 좋은 사람들의 아틀리에가 많이 들어서 있어 의외의 쇼핑 메카이다.

New 꾸흐 줄리앙

잠시 항구 근처에서 벗어나 마르세유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잇 플레이스에 닿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장소다. 구항구에서 도보로 20분이면 닿는 이 아늑한 동네 꾸흐 줄리앙Le Cours Julien은 분수 광장과 그 인근의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세련된 소품과 옷 가게들의 보금자리다. 트렌드세터들이나 한 곳에 오래 머무는 데이트를 원하는 커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수요일 아침마다 유기농 농산품 마켓이 서고, 매달 셋째 주 일요일엔 고물상과 골동품 전문 상인들이 자신들의 수집품을 내어놓는다. 그래피티의 천국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기발하고 예쁜 벽화와 낙서, 색들이 통통 튀는 거리거리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