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보려다 '맘마미아!'를 외치다

인솔자로 갔던 유럽여행 당시 잊을 수 없는 분이 있다. 일행 중 한 분이 유럽만 가면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징크스가 있었던 것이다. 자꾸 걱정을 하시길래 "저와 함께 가면 마음 푹 놓으셔도 돼요"라고 진정시켜 드렸는데, 그 말을 하고 하루가 지나자마자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영국에서 첫날 저녁,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기로 했다. 맘마미아 같은 인기 뮤지컬은 가격이 보통 50~60파운드 정도 하는데, 점원은 20파운드도 안 하는 가격을 말했고,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싶어 4장을 구입했다. 저녁을 근사하게 먹고 시간에 맞춰서 입장하였다. 하지만 이게 웬걸?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에서 많이 본 듯한 좌석 배치와 스크린이 떡 하니 보였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다시 나와 점원에게 "이거 맘마미아 맞아요?"하고 묻자 "예스! 맘마미아!"라고 대답하며 메릴 스트립이 환하게 웃는 포스터를 가르키는 게 아닌가? 뮤지컬이 아니라 영화 맘마미아였던 것이다. 저렴하게 표를 샀다는 환희는 절망으로 가득 차고 창피함까지 몰려왔다. 그때 눈치를 챘는지 점원은 "표 환불 해줄까요?"라고 물었다. 얼마나 고맙던지 "땡큐, 땡큐" 하며 극장을 빠져나왔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결국 60파운드에 '헤어스프레이'를 구매하고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아까의 황당함은 다 잊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재미나게 즐겼고,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런, 줄이 너무 길었다.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너무 급한 나머지 장애인 화장실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 사건이 터졌으니, 늘 사건이 일어난다는 분이 화장실에 들어간 후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안전요원들이 급히 장애인 화장실로 달려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잠시 후 안전요원과 함께 나온 그분은 새빨개진 얼굴로 어눌하게 걸으며 연신 "OK"라고 말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장애인 화장실에는 온갖 안전장치가 빨간색으로 둘러져 있는데,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는 버튼이 보이지 않아 아무 줄이나 잡아당긴 것이다. 하필이면 그 줄은 도와달라는 사이렌 줄이었고, 안전 요원이 오자 장애인도 아닌데 화장실을 써서 한국인을 망신시킬까 싶어 괜히 어눌한 걸음걸이로 걸었던 것이다. 맘마미아 한 번 보려다가 두 번씩이나 평소 일어나지 않는 일이 생기다니, 징크스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다른 나라를 가면 이런 사건이 안 생길까? '어머나 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맘마미아'가 그분께 계속 따라다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장희진 서울시 성북구 정릉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