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 Steak
Some pecial teaks

오늘은 칼질하고 싶은 날
하지만 뻔한 스테이크는 거부한다. 므흣한 식감과 육즙은 물론이요, 칼질을 하며 특정 나라의 사람들이 떠오르는 스테이크라면 더욱 좋겠다. 그래서 이번엔 한 접시 그득한 고기 요리와 함께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잠시 맛봤다. 영국에서 말끔한 일요일 점심 메뉴로 등극하며 미국에도 퍼진 로스트 비프와 그 사이드 디쉬들, 그리고 툭하면 야외에서 불을 지펴 흥겹게 고기를 굽는 남아공식 바비큐. 같은 고기도 나라에 따라 즐기는 방식이 이토록 다르다.
글 이소윤 기자 사진 진하정 기사 취재협조 로리스 더 프라임 립, 브라이 리퍼블릭

로리스 더 프라임 립 Lawry's The Prime Rib

1 듬직한 로리컷 프라임 립. 사이드 디쉬들과 번갈아서, 또는 왼쪽 상단의 홀스래디쉬나 로리스만의 양념 소금을 곁들여 먹는다. 보기 좋게 부푼 요크셔 푸딩은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유래된 요리로, 특히 아쥬 소스에 촉촉이 적셔 먹으면 맛이 배가된다. 
2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은 전 세계 7개국에 10개의 매장만을 갖추고 있는 희소성 있는 레스토랑이다. 그중 서울점은 총 400평 250석이라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3 4 로리스의 유명한 카버리 스타일 서빙. 카버가 테이블 바로 앞에서 원하는 사이즈와 익힌 정도에 맞춰 립을 잘라 준다. 또 페이머스 스피닝 볼 샐러드를 주문할 시, 웨이트리스가 얼음 위에 담긴 샐러드 볼을 가져와 묘기에 가깝게 드레싱을 고루 버무려주는 일대일 서비스도 제공한다. 5 젤리처럼 쫄깃한 전복 구이와 연어 스테이크, 싱싱한 재료를 부드럽게 요리한 랍스터와 관자 요리가 넉넉하게 담긴 모듬 해산물 구이. 
6 훈제 연어와 함께 아보카도, 수란, 캐비어의 조화를 음미할 수 있는 애피타이저.

오븐에서 촉촉이 익은 정통 로스프 비프
좋은 스테이크에게 촉촉함과 부드러운 식감은 필수라 생각하는 모두가 맛봐야 할 스테이크가 있다. 우리의 기억을 대표하는 스테이크란 그릴 자국이 선명히 남은 표면 안으로 발갛고 연한 육질을 품은 한 덩이의 고기다. 허나 미국 베버리힐즈에서 건너온 ‘로리스 더 프라임 립’의 스테이크는 기존의 얕은 상식을 살짝 뒤집는다. 일단 고기를 익히는 방식부터 다르다. 미국의 단일 농장인 ‘크릭스톤 팜’에서 엄선된 블랙 앵거스 종의 최상급 프라임 립만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 갈비 부위를 통째로 100도 미만의 오븐에서 3~4시간 구워 육즙과 육질을 그대로 살린다. 그야말로 오랜 철학과 연륜이 쌓여 완성된 한 조각의 스테이크인 셈이다. 로리스는 1938년부터 75년 동안 오직 로스트 프라임 립 메뉴 하나만으로 명성을 이어온 정통 레스토랑이다. 오픈 이래로 지금까지 그만의 조리법이나 서빙 방식, 음식에 대한 철학 등을 꼿꼿하게 유지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이는 레스토랑에 들어서 착석하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특히 프라임 립을 주문할 경우에는 목에 메달을 건 전문 셰프 ‘카버’가 립이 담긴 실버 카트를 테이블 앞까지 대동해 눈앞에서 직접 고기를 썰어준다. 나는 로리스 프라임 립의 5가지 사이즈 중 2번째로 양이 많은 285그램의 ‘로리컷’을 미듐으로 주문했다.         
이 푸짐한 고기 한 덩어리가 모두 내 소유라는 사실이 감격스러운 접시다. 소박하지만 완전한 자태의 사이드 디쉬들은 잠시 뒤로 한 채, 겉면까지 분홍빛이 발그레 피어오른 스테이크 안으로 나이프를 밀어 넣었다. 입안은 금세 육즙 반, 고기 반의 황홀경이다. 육질을 채 느끼기도 전에 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스테이크는 멀쩡한 두 눈도 감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입안에서 고기는 금세 사라져도 식감과 함께 강렬한 육즙의 여운은 뭉근히 남아 있다. 특히 감칠맛을 배가시키는 아쥬Au Jus 소스가 최소화된 기름기마저 잡아내 쉴 틈 없이 칼질하게 만든다. 거기에 태초의 영국 로스트 비프를 재현하는 전통 사이드 디쉬들까지 곁들이면 미각이 더욱 풍성해진다. 매끄러운 질감으로 육즙도 흡수하는 매쉬드 포테이토부터, 흐를 만큼 부드러운 크림 스피니치, 오쥬 소스와 만나면 더욱 감미로워지는 요크셔 푸딩은 가끔씩 주연 자리도 뺏을 만큼 훈훈한 맛을 내는 감초들이다. 여자 혼자 비우기에 로리컷은 살짝 버거운 양이었지만 대식가라면 언제나 환영받는 곳이 로리스다. 간도 위도 크다면 로리컷보다 약 1.5배 큰 ‘다이아몬드 짐브래디컷’에 도전해보는 건 어떤가. 혹은 가장 대중적인 160그램의 ‘강남컷’에 따끈한 신 메뉴 ‘모듬 해산물 구이’를 곁들여도 좋다.
문의 및 주소 www.lawrys.kr,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411 GT타워 3층
영업시간 11:30~22:00 (브레이크 타임 15:00~17:30)
가격 로스트 프라임 립 2만~10만 원대, 해산물 요리 3만~7만 원대,
애피타이저 1만~2만 원대

브라이 리퍼블릭 Braai Republic

1 불판 위에서 갓 건져낸 양고기와 수제 소시지 뱅어, 보다 갈색인 부르보스가 넘칠 듯 쌓인 미트 플래터. 치즈의 깊은 맛으로 더 부드러운 스피니치와 거친 매쉬드 포테이토가 특히 정겨운 맛이다. 
2 브라이 리퍼블릭의 간판. 
3 4 내부는 딱 11개의 테이블로 매일 하우스 파티가 열리는 듯한 친구 집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 항상 남아공 음악이 흐르며, 실내 장식품은 모두 대표가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들. 
5 남아공 케이프타운 출신의 공동대표 크리스. 
6 브라이 리퍼블릭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주류 중 남아공에서 날아온 와인과 맥주는 이 셋이다. 특히 금빛의 사바나 드라이는 탄산이 감도는 청량한 화이트 와인으로 식사 중 개운한 쉼표가 되어 준다. 
7 부르보스는 소고기와 양고기 베이스에 이국적인 향신료가 더해진 남아공 농가식 소시지다. 양고기도 즐겨 먹는 기자에겐 뱅어보다 좀 더 취향저격이더라.

남아공은 매일이 특별하니까, 매일 브라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로 ‘브라이’는 ‘바비큐’를 뜻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생일이나 가족이 많이 모인, 조금은 특별한 날 야외에서 고기를 굽고는 한다는 나의 이야기에 ‘브라이 리퍼블릭’의 공동대표 크리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아공에서는 매일이 특별해요. 수요일은 수요일이라, 혹은 유독 날씨가 좋아서, 집에 친구가 와서 등등 어떤 이유도 브라이를 위한 핑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점심, 저녁 구분 없이 집에 마련해 놓았던 나무에 불을 지피고 바비큐를 시작하면 참석한 남녀노소 모두가 돌아가며 향긋한 불에 고기를 익히고, 또 맥주나 와인으로 입가심을 한다. 아마 한 가족이 일주일에 평균 3일은 브라이를 하나보다. 그렇게 신나게 굽고, 먹고, 떠들고, 놀다가 언제든 출출해지면 다시 불을 지피는 끝나지 않는 파티다.
이토록 편안하고 자유로운 남아공 브라이의 열기를 서울 한복판으로 가져온 건 두 남자였다. 처음엔 그저 서울의 남아공 또는 외국인 지인들에게 남아공 육포인 빌통Biltong을 만들어 선물하거나 파티를 위한 현지 음식을 요리하는 등 특정 소수만을 위한 이벤트성으로 요리를 했다. 허나 그 음식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지면서 4년 전쯤 이태원 구석에 자리를 잡고 더 적극적으로 남아공 음식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케이프타운 출신의 대표 크리스는 브라이 리퍼블릭을 방문할 땐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듯 가벼운 걸음으로 나서 달라 말한다. 비록 완전한 현지식처럼 향긋한 장작불에 구워내는 양고기는 아니지만 좋은 질의 고기를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맛깔나게 구워 대접하니, 남아공에서 날아온 술도 한 병씩 비우며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 날 맛본 ‘미트 플래터’는 바로 그런 흥겨움을 체감하게 했다. 양고기도 오직 촉촉하다는 걸 온몸으로 뽐내는 램 찹과 현지식으로 손수 만든 소고기와 양고기 베이스의 묵직한 소시지 부르보스Boerewors, 또 보다 가벼운 감칠맛이 도는 돼지고기 소시지 뱅어Banger에 매쉬드 포테이토, 크림 스피니치, 코울슬로가 곁들여진 만찬이다. 거칠지만 맛있게 구워진 고기와 마찬가지로, 사이드 디쉬들 역시 털털한 엄마가 뚝딱 만들어낸 듯 투박하되 깊은 맛이었다. 특히나 구수한 고기 향과 상큼한 끝 맛이 새롭던 부르보스 소시지와 마늘, 고기를 함께 으깬 감자, 죽죽 늘어나는 치즈처럼 연한 스피니치를 한 번에 입에 넣으면 맛있음에 절로 흥이 난다.

문의 및 주소 070-8879-1967,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14길 19
영업시간 월~목 17:00~22:00, 금~일 12:00~23:00
가격 메인 요리 1만~3만 원대, 주류 5천~8천 원대, 디저트 7천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