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작정 떠났던 배낭여행 중 영국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로마 공항에서 영국 리버풀로 가려는데 내 여권에 한국에서 프랑스로 들어온 도장만 찍혀있고 이탈리아로 돌아온 기록이 없었던 것.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이동하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나는 손짓발짓 섞어가며 얘기를 해 보았지만 공항 직원은 막무가내로 꼬리표까지 붙인 내 짐을 다시 꺼냈다. 그렇게 한 시간 여를 씨름하던 중 내 시야에 들어온 한국인 한 사람. 영국 유학생인 그 형은 능숙한 영어로 직원에게 내 사정을 설명해 주었고 나는 무사히 영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
|
|
| 문제는 도착한 다음에도 있었다. 모든 숙소마다 빈 방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던 것. 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여행 중에 파리에서 만났던 유학생 MH였다. 리버풀에 산다던 그는 혹시 그쪽으로 오면 연락을 달라며 전화번호도 주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수화기 너머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어왔다. "형, 진짜 여기 온거에요?" MH는 20분만에 나를 데리러 나와서는 다음날부터 잘 수 있는 빈방이 있는 숙소 하나를 예약해 준 뒤 오늘은 자기 학교 기숙사에서 재워주겠다며 날 데려갔다. 영국에서 'fish & chips'는 꼭 먹어봐야 한다며 멋진(?) 식사까지 대접해주었던 MH. 그 덕분에 마지막에 '꼬일 뻔한' 내 배낭여행은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
| 공부하기에도 벅찰 먼 이국땅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큰 친절을 베풀어 주었던 MH와, 버밍햄에서 유학중이던 부산 출신의 이름모를 83년생 형.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꼭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그 은혜 잊지 않을게요! |
| |
|
오준우_대전시 서구 관저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