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옥한 나일을 품은 이집트의 수도’라는 사전적인 정의 외에 카이로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보자. 수천 년 역사의 신비를 안은 고대도시, 혹은 관광대국 이집트의 관광이 시작되는 곳? 이렇다할 명쾌한 수식어구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정의는 잠시 뒤로 미뤄도 좋겠다. 앞으로 보여질 카이로의 다양한 모습들 중 하나를 나중에 골라도 되니 말이다. |
|
|
 |
고요한 나일의 아침과 역동적인 사람들 |
|
| |
 |
| 그런 상상을 했더랬다. 긴 잠 끝에 눈 뜬 아침, 창에서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눈을 비비고 있는데 어렴풋 보이는 창을 통해 나일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비현실적인 풍경. 그저 공상이었을 확률이 다소 높은 어색한 아침이 카이로에서 펼쳐졌다. ‘이집트의 젖줄, 대(大) 나일’이라는 문구를 장시간 들어왔던 터라 무의식중에 나일은 굉장히 폭이 넓고 왠지 근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강일거라 믿어왔던 걸까.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잔잔히 흐르기만 하는 나일의 오히려 소박한 분위기는 다소 당황스럽다. 풍월로만 전해들은 나일은 웅장하고 거대한 이미지이지만, 사실은 조용하고 잔잔하게, 오래 이 땅을 적시며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이다. 오히려 한강보다 강폭이 좁은 나일강이 대도시 카이로를 동서로 나누고, 그 주위로 이집트 스타일의 시가가 형성되어 있다. |
| 창 밖으로 보이는 조용하고 잔잔한 나일의 풍경과 달리 사람들의 거리는 한층 역동적이다. 호텔과 오피스 |
|
|
| 빌딩이 정렬된 신시가지를 벗어나 올드 카이로로 접어들면 신호등을 찾아보기도, 설사 있다하더라도 제대로 그 신호를 지키는 이들을 보기도 힘들다. 사방에서 오는 차들이 뒤엉켜 있고, 그 혼잡한 와중에 사람과 마차도 여기저기 틈새를 찾아 끼어든다. 눈빛이 마주치면 차도르를 두른 채 수줍게 눈웃음을 짓던 여인도 절묘한 타이밍을 찾으면 당당하고 여유 있게 무단횡단을 즐기고, 혼잡한 땅에서 뭉게뭉게 흙먼지가 피어올라도 거리에 늘어선 상점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세상에서 가장 느긋한 자세와 표정으로 아침의 시샤를 즐기는 터번의 아저씨까지, 카이로의 아침 풍경은 다채롭다. 아랍 문화권의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향신료를 수북이 쌓아놓은 가게의 풍경과 어느 이슬람 회당에서 흘러나오는지 모를 경 읽는 소리, 길가 차량에서 울려 퍼지는 요란한 아라비아 음악이 만들어내는 소음에는 질펀한 삶의 냄새가 배어난다. 소음과 트래픽 잼으로 정체된 그 혼잡의 와중에서도 용케 차들이 빠져나가고 사람들도 제 갈 길을 찾아 빠져나가는 걸 보면 오랜 시간을 지나며 정착된 카이로만의 ‘혼란과 공존하는 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 테다. |
|
|
|
|
피라미드를 찾아가는 길 |
|
| |
 |
| 혼잡의 핵, 올드 카이로를 벗어나 나일을 건너 서쪽으로 넘어가면 기자(Giza) 지역이다. 카이로에서 겨우 13킬로미터 가량 떨어졌을 뿐이라 굳이 다른 지역으로 분류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이집트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이 지역에 있고, ‘기자의 피라미드’라고도 불리면서 그 존재감을 인정받는 소도시이다. |
| 피라미드로 향하는 길이니만큼 ‘피라미드 로드’로 통하는 알 하람 거리(Al-Haram Street)는 왕복 6차선의 비교적 넓은 도로이다. 아침 출근시간의 트래픽 잼도 이 곳에서는 예외다. 알록달록 총 천연 컬러로 채색된 쇼핑몰의 화려한 외관과 아랍어로 적힌 맥도널드와 KFC의 간판을 보며 잠시 달리다보면 거짓말처럼 길거리의 담장 너머로 피라미드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온통 빌딩 숲인 서울의 강북 도로를 달리다가 단아한 남대문이 불쑥 나타나났을 때(지금이야 흔적만 남았지만), 혹은 빌딩 밀도가 높은 시청 앞 거리에서 |
|
|
| 덕수궁을 발견했을 때도 외국인들은 그런 기분을 받았을까. 황량한 사막에 우뚝 솟은 게 아니라 담장 너머에 있는 피라미드라니. 길에서 보이는 피라미드는 서울 한복판에서 남대문을 볼 때만큼의 소박한 크기와 감동으로 다가온다. 코앞에 서 있는 피라미드를 보며, 돌 하나의 높이가 내 가슴팍에 닿을 만큼 크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
|
시간을 뛰어넘는 피라미드 |
|
| |
|
|
| 고대 이집트의 왕과 왕비들, 그리고 왕족과 신하들의 사후 안식처가 된 피라미드는 이집트 전역에서 발견되지만 서쪽을 ‘죽은 자의 땅’이라고 생각한 고대 이집트인들이었으니만큼 나일강 서쪽의 사막에 가장 많은 피라미드가 모여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많이 알려지고,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은 바로 이곳, 기자의 피라미드이다. |
| 주위에 비해 아주 조금 지대가 높은 피라미드 관람지로 올라가면 기자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낮은 돌담 건너편에 비현실적으로 웅장하고 높은 피라미드가 서 있다. 이미 세상을 뜬 왕은 그의 미라가 발굴되어 박물관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몇 천 년의 세월을 후세들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
| 아주 형식적인 절차만을 거치고 관람지로 들어서면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이 쿠푸(Khuufuu) 왕의 피라미드이다. 그리고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그의 아들 카프 |
|
|
| 레(Khafra) 왕의 피라미드, 그 뒤에 손자 멘카우레(Menqawra) 왕의 피라미드까지 3기가 서 있다. 고왕국 시대였던 BC 2500년대에 이집트를 통치했던 이들의 피라미드는 고왕국의 영광과 파라오의 위용을 상징하듯 위엄 있다. 무려 250만 여개의 라임스톤을 사용해 146미터까지 높이 솟아올랐던 쿠푸왕의 피라미드도 내부에 있던 왕의 미라와 유물은 모두 카이로 박물관으로 옮겨졌지만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은 그 위용에서부터 압도당하기 마련이다. 바닥에서 정상까지 대형 라임스톤들이 계단 형태를 이루며 쌓여 있어 돌을 하나씩 밟는다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으나, 세월이 지나며 비바람에 침식되고 도굴되면서 이미 정상 부분은 많이 훼손된 상태여서 사람들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투어 폴리스(관광지를 지키는 특별 경찰)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키고 서 있다. |
|
| 카프레 왕의 피라미드에 가서야 비로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4천 년을 훌쩍 뛰어넘는, 실재하는 타임머신에 오르기 위해 입구에 서 있으려니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가관이다. 하나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사우나에서 막 빠져나온 사람마냥 이마에 땀방울을 매단 채 “더워.”를 연발한다. 높은 기온이라면 이미 40도에 육박하는 외부도 만만치 않기에 느긋하게 있었으나, 막상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
|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아래로 향하는 길고 긴 어둠의 입구. 실제로는 20~30 미터 남짓이겠으나 낮은 천장과 폭이 좁은 어둠의 통로를 끝도 없이 가야하는 공포와 두려움은 사실 출발할 때 가슴 설레었던 시간여행에 대한 흥분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선글라스까지 벗어들고 오로지 앞으로 나가는 데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엔가 허리를 펼 수 있는 곳에 다다른 것도 잠시, 내려오는 통로보다 더 좁고 낮은 오르막길이 곧 이어진다.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싶어 씩씩대며 피라미드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데 문득, 호흡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숨을 몰아쉬어도 시원기보다는 점점 더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 끝이 어딘지도 모를 피라미드 속에서 처음으로 공기의 부족을 느낀 몸이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
|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라미드의 내실에 도달하기는 했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점점 가빠오는 호흡과 더불어 두통마저 생기면서 점점 패닉 상태에 빠져드는 찰나, 내실에 도착했고 그곳이 끝임을 안 순간 무서운 속도로 사방을 슥 훑어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듯 출구를 찾아 나왔다. 높은 온도와 밀폐된 공기의 고약한 냄새를 탓하는 이도 있겠으나 정작 산소부족으로 도망치듯 피라미드를 빠져나오며, 원고를 쓸 때 꼭 이 내용을 덧붙이자 다짐했다. 느긋하고 여유 있는 시간여행을 원한다면 ‘휴대용 산소공급기’를 꼭 챙길 것. |
|
|
 |
누구도 풀 수 없는 역사의 신비?
|
|
|
|
 |
쿠푸왕의 피라미드에서 400미터 가량 아래로 내려가면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진 스핑크스의 뒤통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자 고원의 정동쪽을 향하고 웅크려 있는 스핑크스는 단일구조물로는 높이 20미터에, 앞발에서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도 74미터에 달할 만큼 웅장하다. 평지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스핑크스를 향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어느 누구보다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오며 이집트 왕조의 흥망성쇠와 인류의 지난날을 지켜봤을 석상의 위압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스핑크스의 오늘도 쉽게 흘러오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파라오처럼 턱수염이 있었는데 영국인이 떼어가고, 나폴레옹이 주둔하던 시대에는 프랑스 군인들이 사격과 대포 연습을 하며 그 타깃으로 삼는 바람에 몸체의 곳곳에 상처가 남았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
| 잘 암기된 녹음테이프를 재생시켜 놓은 것처럼 막힘없이 풀어내는 가이드의 설명에도 허점은 있으니, 정 |
|
| 작 육하원칙에 의거하는 팩트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었느냐의 문제 말이다. 지구상에서 이집트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아이들까지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정작 가장 중요한 사실은 누구도 모르고 있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은 사실 이집트의 신비를 풀려는 수많은 이들의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고고학자와 법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 연금술사 등 분야를 망라하고, 수천 년에 걸쳐 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스핑크스의 머리는 석회석, 몸과 발의 대부분은 벽돌로 이루어졌다는 명백한 사실 말고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다. |
|
| 단, 그를 둘러싼 여러 가지 가설과 이론은 아주 분분하다. 어떤 이는 1만 2천 년 전, 기자 밤하늘의 별자리를 컴퓨터로 설정해보면 오리온자리 허리의 세 개의 별은 파라오의 무덤과 일치하고, 스핑크스가 바라보는 동쪽 하늘에 사자자리가 있다는 설이다. 오리온자리는 이집트에서 죽음과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를 상징하는 별로, 신화에 따르면 그의 아들 호루스는 산 자의 땅을 다스리고 오시리스는 죽은 자의 왕국을 다스리는데, 생전의 파라오는 호루스와 동격이고 사후에는 오시리스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나 고대 이집트에서 하늘과 사후 세계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왕이 죽고도 부활할 수 있도록 미라로 만들면 오시리스가 될 거라는 그들의 믿음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
| 스핑크스의 모델에 대한 가설도 있다. 피라미드가 건설된 1천 년 후, 한 이집트 귀족이 계곡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뜨거운 햇볕과 바람을 피해 스핑크스의 그늘에서 잠이 들었다. 당시의 스핑크스는 사막의 모래에 묻혀 목만 드러나 있었는데 그의 꿈에 스핑크스가 나타나 자기를 꺼내주면 파라오로 만들어주마 약속한다. 잠에서 깨어난 그가 스핑크스의 모래를 치워주었고, 나중에 이집트의 절대 군주인 투트모세 4세가 된다. 이에 감사의 의미로 스핑크스의 앞발 사이에 화강암 기둥으로 현판을 세우는데 현판의 13번째 줄에 ‘케프’라는 단어로 미루어 스핑크스의 얼굴은 두 번째 피라미드의 주인인 카프레 왕이 아닐까 추측하는 설이다. 그러나 실제 모델은 쿠푸왕이라는 얘기도 있고, 어디까지나 가설과 추측이 그렇듯, 누구도 이렇다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 하고 있다. |
|
|
|
이집트의 보물을 한 곳에
|
|
|
|
 |
아시다시피 기자의 피라미드와 역대 파라오들이 잠든 룩소르의 ‘왕의 계곡’은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지만 정작 내부는 비어 있다. 파라오의 미라와 그들의 묘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이미 카이로 시가의 이집트 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이다. |
| 나일강변에 들어선 이집트 박물관(The Egyptian Museum)은 1902년에 개관한 이래 107개의 전시실에 람세스 2세와 투탕카멘을 비롯한 왕과 왕비의 미라와 그들의 묘에서 출토한 10만 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그 자체로 화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하나의 보물인 셈이다. 람세스 2세의 거대 입상 4개가 관람객을 내려다보는 1층 전시관의 입구에 서면 왕의 미라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보다는 이 넓은 박물관을 어떤 순서로 봐야할까 싶은 막막함이 먼저 들지도 모르겠다. 어느 전시관, 또는 어느 복도의 모퉁이, 손톱보다 작은 진열품 하나까지도 수천 |
|
| 년 세월을 거치며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니 엄청난 시간의 갭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각각의 전시실이 연대기 순으로 분류되어 있고 사진실과 도서관도 있으니 관람의 이정표는 언제라도 찾을 수 있다.원본은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역사의 열쇠’로 불리는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의 카피본을 시작으로 피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을 뚫어놓은 미라를 만들 때 쓰이던 석제 침상과 악어, 들소, 손톱만한 벌레에 이르기까지 황금관을 입힌 동물의 미라 등 신기한 것이 많지만 어린 나이에 요절한 투탕카멘(Tutankhamen)과 관련된 전시품들이 유독 많다. 재위기간이 짧았던 이유로 그의 묘에는 다른 파라오들에 비해 이렇다할 유물이 많이 없었고 그 덕에 도굴꾼들의 침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20년대에 발굴된 그의 유품은 모두 이곳으로 이송되었고 덕분에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황금의자는 아주 보존 상태가 좋은 채로 전시되고 있고, 체스의 전신인 듯한 그의 게임보드와 폴로 스틱, 부채, 지팡이, 속옷, 우산 등 아주 세세한 물품들까지도 온전하게 남아 있다. |
|
| 람세스 2세를 비롯하여 여러 왕과 왕비의 미라가 전시된 곳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미라의 보존 상태에 따라 공개되거나 비공개되는데 먼 역사와 조우한다는 경이로운 마음에 앞서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안락한 사후를 위해 왕가의 깊숙한 골짜기를 찾아 쉴자리를 만들었는데 그의 미라가 사방으로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전시되고 있는 조금은 이기적인 이 상황에 대해서 말이다. 선조의 영광이 후세의 생계 수단이 되었다 표현하면 비약인 걸까. |
|
|
|
|
흥겨운 람세스의 후예들
|
|
|
|
 |
정부기관과 대형 호텔, 강 건너편으로는 카이로 타워가 보이는 요지에 들어선 카이로 박물관 주위는 밤이 되어서야 제대로 활기를 띤다. 온통 관광객의 물결인 낮을 지나, 관광지의 안내 요원이나 호텔 리셉션의 친절한 직원이 아닌 진정한 이집션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그저 잔잔하고 조용하게 흐르기만 하는 줄 알았던 나일도 밤이 되어서야 반짝이기 시작한다. |
| 낮과는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강변을 걸으려면 강변에서 축제라도 있는 듯 갑자기 불어난 인파 덕에 원하지 않더라도 그들과 부대낄 수밖에 없다. 한강의 유람선처럼 사람들을 태우고 나일 위에 떠 있다 돌아오는 루카(배)를 타라며 불러대는 통에 강 아래를 내려다보니 예닐곱 명이 타고 있는 루카에는 이미 춤판이 벌어졌다. 빠른 템포의 아라비아 음악에 맞춰 차도르를 쓴 여인이 막춤을 추는, 실제로 보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도 연출되고 있고, 카이로의 인기 |
|
| 데이트 코스인지 짝을 맞춰 앉은 연인의 모습도 유독 많이 눈에 띈다. 이집트하면 자연스레 연관시킬 수밖에 없는 유적과 유물의 홍수 속에서 하루 종일 진중한 감동만 받았던 묵직한 마음이 살짝 녹는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