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Star Cruise

Journal about  My FirstCruise

나의 첫 선상 일지

나의 첫 크루즈 여행이었다. 인생의 풍파를 맛본 인생 선배들에게 크루즈 여행을 이따금 추천 받곤 했지만, 이렇게나 빨리 경험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왠지 범접할 수 없는, 하나의 머나먼 왕국처럼 느껴졌던 크루즈. 처음 선상에 오르던 가슴 떨리는 순간부터 점점 크루즈 속 세상에 적응해 가기까지의 기록을 적는다. 바다 위에서 쏜살같이 흘러버린 시간들이 여기에 머물러 있다.
글과 사진 이소윤 기자 사진제공 · 취재협조 스타크루즈 한국사무소 www.starcruisekorea.com

가끔씩 여느 드라마 속의 부유한 극중 인물들이 하는 소리가 있다. “나이 들어서는 크루즈 여행이나 하며 살려고 했는데”. 이는 크루즈가 경비를 많이 투자하는 만큼 편안한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뜻일 테다. 이제는 마치 넉넉한 여유로움에 심호흡마저 느려지는 여행의 고유명사와도 같아진 크루즈 여행은 과연 어떤 편안함을 지닌 것일까 궁금했다. 모든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자 일부러 어떤 사전조사도 하지 않았던 첫 크루즈 여행. 일단 시작부터 소소한 여러 부분들에 새삼 놀랐다. 크루즈 여행이란 단순히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배 위에서의 휴식이라기 보단 해당 크루즈가 들릴 기항지로의 이동시간까지 활용하는 여행 속의 여행이라는 점, 그러니 크루즈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출국 수속을 거쳐야 한다는 점 등등 탑승하기 전까지도 흥미로움의 연속이었다. 스타크루즈 사의 ‘슈퍼스타 아쿠아리우스Superstar Aquarius’ 호는 그렇게 나의 첫 크루즈가 됐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에서 필리핀 팔라완 섬의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까지 항로를 따라 나아갈 이 배는 50,760톤급의 크루즈로 13층으로 나뉜 선내에 1,500명 이상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선박이다. 총 765개의 객실을 보유하며 객실의 종류는 크게 인사이드, 오션뷰, 발코니, 스위트로 구분되는데 그 안에서도 객실 창의 크기나 기타 사항을 통해 여러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크루즈 체크인을 하는 과정에서 여권과 승선서류를 제시하면 주어지는 승선 카드는 크루즈 내에서의 신분증이자 신용카드, 룸키 기능을 모두 해내는 만능 열쇠이다. 체크인을 마치고 카드까지 수령한 후, 이제 육지에게 잠시 안녕을 고하며 바다 위의 움직이는 도시 아쿠아리우스 호 안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1 오션뷰 일반 객실의 모습. 크루즈의 객실은 층수가 높을수록 전망이 좋고, 낮아질수록 배의 움직임이 약하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 엄마가 요람을 흔들어주듯 채 느껴지지도 않는 미미한 요동이 숙면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2 12층 야외 갑판의 오셔나 바비큐에 마련되어 있는 자쿠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크루즈 승객이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3 배의 맨 위,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마련된 농구장에서 한 게임정도는 즐겨봐야 하지 않을까. 
4 크루즈의 야외 갑판에서는 이렇게 파란 하늘과 바다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02:30 P.M. 배 위에서 뛰어논다
나만의 오션뷰 객실을 확인하자마자 들뜬 마음은 아늑한 쉼터를 금세 떠나게 만들었다. 슈퍼스타 아쿠아리우스 호라는 거대한 탐구대상이 결정된 순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모든 갑판의 버튼을 눌렀다. 과연 이 배 안에서는 어떤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선박 7층의 리셉션에서 받은 선내 팸플릿을 들고 흥미진진한 것들부터 찾아 나선다. 선박의 가장 아래층인 4층부터 6층에는 가장 많은 객실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길게 탁 트인 갑판은 7층과 12층에 위치한다. 먹고 마실 것이 넘쳐나는 선내에서 가벼운 조깅을 즐기고 싶다면 기억해두자. 더불어 12층의 안락한 헬스장과 골프 드라이빙 레인지도 이용할 수 있다. 더 격렬한 운동을 원한다면 가장 높은 13층의 농구장으로 향하면 된다. 바다를 바라보며 꼭 물에 몸을 담궈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12층에는 자쿠지 풀이, 9층에는 야외 수영장이 자리한다. 날씨가 쨍한 날이면 이곳으로 나와 드넓은 태평양만이 흡수하던 햇살을 만끽해보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3:00 P.M. 크루즈식 식탐은 남다르다
하늘과 바다의 전경이 뻥 뚫리는 12층에서 한참을 머무르다 고소한 커피 향을 감지했다. 이를 따라가니 유일한 야외 식당인 오셔나 바비큐Oceana Barbeque의 오후 티타임이 한창이다. 크루즈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하루의 식사를 정확한 삼시세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간식과 야식을 골고루 챙겨먹을 수 있도록 선내 4곳의 레스토랑에서 부지런히 음식을 내놓는다. 그러니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다른 곳에서 또는 자신의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럽식 다이닝 요리를 뷔페식으로 맛볼 수 있는 마리너 뷔페Mariner's Buffet와 중식 레스토랑인 다이너스티 레스토랑Dynasty Restaurant, 2월까지 유지되는 이번 노선을 기념해 그 기간 동안 말레이시안 음식을 선보이는 스파이시스 레스토랑Spices
Restaurant에서는 전부 정해진 식사 시간만 되면 스스럼없이 찾아가 무료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오셔나 바비큐에서 디저트와 티타임을, 또 정오가 가까워 올 때 마리너 뷔페에서 야식까지 맛본다면 크루즈식 식탐을 제대로 부리는 셈이다.

1 2 말레이시아-필리핀 노선이 운항되는 2월까지 말레이시안 음식을 준비하는 스파이시스 레스토랑. 
3 오후의 티타임과 함께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오셔나 바비큐. 
4 선내 11층에 위치한 VIP 라운지 곁에 ‘밀란 스테이션’이라는 명품숍이 자리하고 있다. 
5 승객들의 발길이 가장 자주 닿는 면세점. 리셉션에서 스타크루즈 멤버쉽 회원가입까지 마쳤다면 특별 할인혜택이 적용된 가격의 면세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6 승선 첫째 날 하와이안 코드로 진행되었던 저녁 공연에서 만난 직원. 
7 크루즈의 밤을 화려하게 만드는 공연 대부분이 이곳 스타더스트 라운지에서 열린다.
 8 어른과 아이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마술쇼. 
9 선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쇼는 단연 갈라 디너쇼다.

4:00 P.M. 심지어 합리적인 바다 위 지름신
크루즈에서 쇼핑이라니? 아주 짧게 머리를 굴려 보고는 크루즈 위에서의 추가적인 모든 소비활동이 육지에 비해 훨씬 비쌀 것이라 단정지었다. 물론 선내에서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식음료에 대해서라면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슈퍼스타 아쿠아리우스 호에는 면세점이 들어서 있다. 큰 규모는 아니어도 명품 핸드백부터, 캐리어, 화장품, 주류 등 가장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품들은 구비가 되어 있으며 놀랍게도 가격이 합리적이다. 이곳에서 면세품들을 잘 살피면 일반 면세가와 스타크루즈 멤버쉽 회원용 가격이 따로 적혀 있다. 7층 리셉션에서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는 스타크루즈 회원이 되면 선내 면세점에서 10퍼센트 이상의 할인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9층에 위치한 면세점과 11층 VIP 라운지 근처의 밀란 스테이션에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라.

8:45 P.M. 잇츠 쇼타임!
늦잠은 괜찮다. 하지만 일찍 잠든다면 손해인 곳이 바로 크루즈다. 아쿠아리우스 호에서는 특히 11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노선을 기념으로 각종 쇼들이 선상에서의 매일 밤을 수놓았다. 그중 단연 최고는 ‘갈라 디너쇼’이다. 갈라 디너쇼는 코타키나발루에서 출항해 다음 날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하루 정박한 뒤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오는 3박 일정의 노선에서 그 마지막 밤을 가장 화려하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화려한 의상과 멋진 스토리텔링의 무대, 놀랍도록 정교한 댄서들의 스킬이 합쳐서 기립박수가 절로 나오는 공연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스타더스트 라운지에서는 마술쇼, 성인쇼, 크루쇼 등의 공연이 매일 밤 색다르게 열리니 미리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관람하는 승객들의 참여도를
극대화시키는 각종 게임쇼들도 매일 크고 작게 열리는데, 마치 대학 시절 엠티를 떠올릴 정도로 순박한 재미가 있다. 더불어 스타더스트 라운지의 또 다른 재미, 카지노 구역에서 한껏 오른 흥을 이어가는 것도 괜찮다. 자세한 공연 스케줄은 매일 객실에 배치되는 선내 신문 ‘스타 네비게이터’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00:00 A.M. 이 밤의 끝을 잡고
시간차를 두고 이어지는 각종 쇼들을 섭렵하고도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크루즈 역시 정오가 넘어갈 때까지 서비스를 멈추지 않는다. 저녁 11시경부터 다시 음식이 채워지는 마리너스 뷔페에서 든든하게 야식을 먹고는 본격적인 맥주 타임을 시작했다. 저녁이면 9층의 라군Lagoon 바와 맥심스Maxim's 라운지, 12층의 스카이라인Skyline 가라오케, 같은 층 야외의 챔프스Champ's 바에서 주류와 음료를 주문해 마실 수 있다. 물론 육지보다는 가격대가 있지만 터무니없는 정도가 아니다. 무엇보다 스타크루즈표 치킨은 짭쪼름 바삭한 맛이 일품이니 바다 위라 하여 치맥 사랑을 접지 않아도 된다. 방문한 당시에는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를 기념한 초콜릿 파티가 심야에 오셔나 바비큐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렇게 밤잠을 줄여야만 더더욱 만끽할 수 있는 크루즈 여행. 휴식은커녕 하루 종일 너무 열심히 놀게 만드니 이쯤 되면 피로가 몰려오겠지만 마지막 한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한다. 잠들기 전, 12층 야외 갑판 위에서 아름다운 밤바다를 되도록 오래 바라보는 일이다. 크루즈 여행이 아니라면 절대 두 눈에 담을 수 없는 우주처럼 새까맣고 드넓은 바다, 그 가운데 찬란하게 빛나는 달과 별빛은 영영 가슴 속에 담아 두고만 싶다.

1 미감을 타고난 아이가 파랑, 주황, 노랑 물감을 마음대로 휘저어 놓은 것 같은 하늘이다. 일출 직전의 하늘이 뿜는 황홀한 빛깔들이 촉촉한 선상에 고스란히 반사된다.
2 빼빼로 데이를 기념해 오셔나 바비큐에서 열렸던 초콜릿 파티. 파티를 시작하며 선내 직원들이 다함께 신나는 춤사위를 보이고 있다. 
3 맥주를 절로 들이키게 만드는 스타크루즈표 치킨. 
4 스카이라인 가라오케에서는 웬만한 한국 최신가요를 모두 찾아 부를 수 있을 만큼 보유곡이 풍성하다. 
5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이 야속할 만큼 선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하늘아 잠시만 이대로 멈춰다오.

06:30 A.M. 인생 최고의 일출은 선상에서
크루즈는 마치 거대한 요람과도 같다. 탑승 전 배멀미를 걱정하는 승객들이 많지만 매우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무료로 배포하는 멀미약은 입에도 대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크루즈의 뭉근한 요동은 불면증도 잠재우는 자장가처럼 여행자들의 숙면을 돕는다. 그 덕분인지 달디 단 꿀잠을 잔 첫째 날에는 꼭두새벽부터 개운하게 눈을 떴다. 동그란 창밖으로 빨갛게 물든 바다를 발견하고는 선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제일 높은 갑판에 오른다. 전날 밤 달빛만이 고요히 반짝이던 밤바다와 첫 눈에 반해버렸는데, 그 마음이 한 순간에 우스워지고 말았다. 일출을 앞둔 하늘은 미감을 타고난 꼬마아이가 주황, 파랑, 노랑 물감을 휘휘 저어놓은 것처럼 비범하고, 수평선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의 움직임이 계속 시선을 빼앗는다. 부지런한 청소부덕분에 해가 뜨기도 전 아침 샤워를 마친 촉촉한 선상으로 고스란히 반사되던 그 빛깔들. 크루즈에서 온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파노라마로 감상한 일출은 지금까지 본 것들 중 으뜸이었다. 삼십 분만이라도 지금 그대로 하늘이 멈춰주길 바라며 맞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