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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at Dragsholm Slot

코펜하겐 교외에서 낭만 식사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1시간. 낭만의 가치를 아는 코펜하게너는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 오즈스헤아즈로 드라이브를 간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깎아놓은 라메피오르드의 전원적인 풍경, 덴마크의 부엌이라고 불릴 만큼 건강하고 풍요로운 들판, 그리고 드랙스홀름에서의 완벽한 5코스 식사로 마무리되는 로맨틱한 데이트를 위하여.
글 함희선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포크 하나만 손에 쥐었을 뿐인데, 로맨틱하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살랑 휘날렸을 뿐인데, 설렌다. 하긴, 중세의 성 안뜰에서 무엇을 한들 낭만적이지 않겠는가. 건너편에 앉아있는 커플들 머리 위로 핑크 하트가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여기는 새하얗게 빛나는 드랙스홀름 슬롯 Dragsholm Slot , 1215년 로스킬레 Roskilde라고 불렸던 주교가 건설한 아름다운 캐슬의 1층 레스토랑이다.

중세의 성에 밥 먹으러 갑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1시간. 오즈스헤아즈 Odsherred 반도에 봉긋하게 솟아있는 구릉지들을 넘으면 4층짜리 성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드랙스홀름, 남성스러운 이름처럼 늠름하게 서있는 중세의 성. 낭만의 가치를 아는, 진짜 괜찮은 코펜하겐 남자들은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 드라이브를 간다. 빙하기 때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휩쓸고 가면서 깎아놓은 라메피오르드 Lammefjord 의 전원적인 풍경, 그리고 덴마크의 부엌이라고 불릴 만큼 건강하고 풍요로운 들판.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없다.
슬로츠쾨캐넷Slotskøkkenet 과 스피제후젯 Spisehuset, 드랙스홀름에 위치한 2개의 레스토랑은 미식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코펜하겐에서도 손꼽는 곳이다. 여러 매체에서 스칸디나비아의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원래 바다였던 이 동네 땅엔 미네랄이 풍부해서 무엇을 심어도 맛이 좋다. 덴마크 사람들의 머릿속엔 ‘라메피오르드의 당근이 1등’이라고 콕 박혀있을 정도. 헤드 셰프인 클라우스 헨릭센 Claus Henriksen 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노마 noma에서의 커리어가 있듯, 오로지 로컬, 오가닉, 제철 재료에만 집중한다. 말뿐이 아니다. 농부와의 관계가 아주 끈끈하다. 매일 아침 근처 농장에서 마치 비밀접선을 하듯 농부들을 만나 받아오는 바구니가 그 증거다. 아직 살아있다고 말해
도 과하지 않을 싱싱한 재료들이 가득 담겨있는. 레스토랑 노마에서 맛볼 수 있는, 덴마크 최고의 농부 쇠렌 외프 Søren Wiuff 의 대단한 아스파라거스도 드랙스홀름에서 똑같이 접시에 오른다.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보이는 정원에서 요리에 넣을 허브를 따는 셰프들의 투박한 손도 얼마나 낭만적인지. 이렇게 탄생한 5코스의 식사가 완벽하지 않을 리 없다. 성 안뜰에 앉아 오즈스헤아즈에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배경음악 삼는 즐거운 시간. 낭만의 가치를 아는 이들이 가장 좋은 날이면 드랙스홀름에 밥 먹으러 가는 이유다.

1 햇빛에 새하얗게 빛나는 바로크 스타일의 성 입구. 
2 세계 1차 대전 이후 다시 리모델링되어 인테리어가 귀족의 저택 느낌이다. 
3 성의 작은 정원에서 수확 중인 요리사. 허브는 곧바로 테이블 위에 오른다. 

4 전원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 
5 드랙스홀름 성의 레스토랑은 코펜하게너의 낭만적인 데이트 장소다. 
6 차가운 방울토마토 수프. 싱그럽다. 
7 호텔로 사용되는 성의 내부. 룸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디자인되어 있다. 
8 성 주변으로 펼쳐지는 구릉지에 피어있는 보랏빛 꽃.

낭만의 하룻밤

1215년, 드랙스홀름이 지어진 이후 성은 여러 차례 개축되고, 주인도 바뀌었다. 중세 시대엔 좀 더 궁전의 모습에 가까웠지만, 전쟁을 겪으며 요새 형태로 변화했다. 그리고 다시 16-17세기에는 귀족들의 감옥으로 남동쪽 끝에 위치한 타워에 만들었던 작은 감방들엔 주교뿐 아니라 성의 옛 주인 등 대단한 사람들을 가둬뒀단다. 그 때문일까. 사실 드랙스홀름은 외국에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스타일의 방송에서 빈번하게 등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집’ 혹은 '귀신이 씌인 집’이라는 테마로 말이다. “ Grey lady 와 White lady, 그리고 James Hepburn가 살아요.” 유령을 직접 마주한 목격자도 많다는 매니저의 거침없는 설명에 공포감이 사그라든다.
1932년 J.F. Bøttger 가족이 성의 주인이 된 후, 로맨틱한 가구와 소품들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드랙스홀름 캐슬. 살롱과 볼룸의 푹신한 소파에 앉으면, 딱 귀족의 저택이다. 중세의 성에서의 하룻밤은 궁극의 낭만이다. 서로 다르게 꾸며진 34개의 룸은 모두 피오르드의 황홀한 들판을 향해 있으며, 특히 럭셔리한 스웨덴의 수제 침대 해스텐스 Hastens 에 누우면 천국이 보인다. 레스토랑 슬로츠쾨캐넷에서의 5코스 저녁식사와 스피제후젯에서의 아침식사가 포함된 더블룸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1인당 1,725덴마크 크로네로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29만원.

주소 Dragsholm Alle, 4534 Hørve, Denmark
문의 +45-5965-33, www.dragsholm-slot.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