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zburg, Enter the Alps listening to Mozart

모차르트 선율 감상하며 알프스의 세계로

처음 방문한 오스트리아. 들머리 잘츠부르크엔 보슬비가 내려 여행자를 반겼다. 비에 젖은 몸이 이상하리만큼 상쾌하고 시원하다. 도시 곳곳에선 모차르트의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이지만 거리와 광장이 낯설지가 않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곧 비가 그치고 하늘이 열렸다. 오스트리아의 여정이 기대되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취재협조 오스트리아관광청, 터키항공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정원

오스트리아를 말하면 유럽의 고도(古都)이면서 수도인 비엔나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알프스의 첫 단추이자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설명하면 열에 아홉은 오스트리아를 떠올릴 때 잘츠부르크를 반드시 먼저 말하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ㅇ’자도 모르던 나 역시 그중 하나다. 잘츠부르크의 첫인상은 조금 차가웠다. 한껏 기대하고 달려갔지만,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소 걱정이 됐지만, 그것도 잠시,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에 들어서자 몸이 젖은 것도 잊을 만큼 정원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겼다. 

불어로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신시가지 미라벨 궁전 앞에 조성된 정원으로 1690년 바로크 건축의 대가인 요한 피셔 폰 에를라흐(Johann Fischer von Erlach)가 디자인했다. 이후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Johann Lukas von Hildebrandt)가 정원 일부를 바꾸면서 외관을 개조했지만 1818년 화재로 원래 모습은 사라졌다. 현재의 정원은 이후 복원된 것이다. 정원에서 올려다 보이는 미라벨 궁전은 1606년 볼프 디트리히(Wolf Dietrich) 대주교가 사랑했던 여인 잘로메 알트를 위해 지었다. 17세기 당시 성직자의 결혼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둘 사이에는 15명의 자식이 있었다고 한다. 

둘의 사랑만큼이나 궁전과 조화된 정원은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정원을 채우고 있는 꽃들과 분수, 연못, 조각상들이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던 17세기 양식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소 작은 정원이지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마리아와 대령의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불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영화에선 배우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며 분수대를 돌아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1965년도 작품인데도 마치 지금이라도 눈앞에서 그들이 노래를 부르며 정원으로 뛰어 들어올 것 같았다.  

모차르트가 숨 쉬는 거리

정원을 벗어나니 비가 그쳤다. 일기예보에는 일정 내내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이날 이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미세먼지 없는 오스트리아의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처럼 나머지 모든 일정도 ‘맑음’이었다. 잘츠부르크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모차르트의 도시인만큼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도시의 중심엔 과거에서 지금까지 변함없이 흐르는 잘자흐 강이 있다. 서울의 한강과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잘츠부르크의 최대 번화가 게트라이데 거리의 카페, 레스토랑, 상점이 늘어서 있다.

슈타츠 다리에 오르니 도시의 높고 낮은 건물에서부터 멀리 호엔 잘츠부르크 성( Hohensalzburg Castle)까지 사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발걸음을 멈추고 슬로우모션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으로 잘츠부르크를 저장했다. 다리를 건너면 게트라이데(Getreidegasse) 거리로 접어든다. 잘츠부르크의 최대 번화가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부터 다양한 레스토랑, 상점이 늘어서 있다. 

좁고 기다란 형태의 거리지만 상점마다 개성 있는 철제 세공 간판을 내걸고 있어 간판 구경을 하며 걷는 것도 재밌다. 문맹이 많던 중세 시대에 글을 몰라도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간판에 글 대신 그림이나 조각을 새겨 넣은 것이라고 한다. 빵집은 빵 모양으로, 신발 집은 신발 모양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는 고유의 ‘M'자로 조각한 것이 신기하다. 

간판을 올려다보며 걷다가 노란색으로 칠한 5층 건물에 자연스레 멈춰서면 그곳이 바로 거장 모차르트의 생가(Mozarts Geburtshaus)다. 모차르트는 1756년 1월 이곳에서 태어나 17세까지 작곡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근처엔 펜을 든 모차르트 동상이 세워진 모차르트 광장이 있다. 

시간이 있다면 잘츠부르크에 머물며 모차르트의 생애와 음악에 대해 조금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매년 7~8월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의 공연도 관람하고 싶다. 모차르트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콘서트 릴레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이 페스티벌은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과 함께 3대 페스티벌로 손꼽힌다. 다음에 잘츠부르크에 올 땐 페스티벌을 우선순위에 넣어야겠다.  

잘츠부르크 시내를 한눈에 

모차르트의 숨결이 살아있는 거리와 안녕하고 잘츠부르크의 지붕이라 불리는 호엔 잘츠부르크 성으로 향했다. 도시 한편에 높이 솟아 있는 이 성은 케이블카 푸니쿨라(Funicular)를 타면 순식간에 오를 수 있다. 역사상 단 한 번도 함락된 적 없는 난공불락의 성, 호엔 잘츠부르크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묀히스베르크 언덕 120m 높이에 있는 만큼 지역의 전략기지면서 요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성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로마 교황이 세력다툼을 벌이던 시기(1075~1122년), 잘츠부르크 대주교였던 게프 하르트가 남부 독일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세웠다. 워낙 튼튼하게 지어진 데다 적에게 점령당한 적이 없어 지금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푸니쿨라에서 내려 성 내부로 들어가니 사방에 탑과 벽이 에워싸 고요하다. 전쟁 중에도 안정감이 느껴졌을 것 같다. 광장을 돌아 나가면 앞이 탁 트이면서 잘츠부르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막혔던 가슴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다. 비를 머금은 구름이 저만치 멀리 떠나면서 환상적인 날씨를 선물한다. 구름과 하모니를 이룬 시내는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선사한다. 지켜보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감탄사를 쏟아냈다. 계단을 돌아 내려가면 전망대다. 장애물 하나 없이 좌에서 우까지 도시가 내려다보인다. 

지금 당장 전투가 벌어져도 이곳에 서 있으면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호엔 잘츠부르크 성은 요새와 대주교의 거주 공간으로 사용됐지만, 전투를 위해 군대 막사와 감옥으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내부에는 15세기에 지어진 무기고와 대포 설치대, 고문 기구와 대주교의 숙소가 남아 있다. 특히 대주교가 머물렀던 공간엔 화려한 금으로 장식한 거실과 조각품이 많아 당시 대주교의 생활상과 권력도 엿볼 수 있다. 

청정 호수에서 즐기는 휴식

호엔 잘츠부르크 성을 내려와 곧장 티롤 주로 이동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가 왜 알프스의 정점에 있는지를 오감으로 확인하고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왔다. 티롤 주에서 오스트리아의 대자연을 경험했으니 잘츠부르크 주에서도 자연과의 교감을 이어갔다. 

바로 첼암제-카프룬(Zell am See-Kaprun) 지역이다. 이곳은 잘츠부르크 주의 주도 잘츠부르크시에서는 약 80km 떨어진 곳으로 빙하와, 산,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다.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한 잘츠부르크시와 함께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 첼암제와 이후 마주했던 그로스글로크너 알파인 산악도로,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까지 하나로 묶으면 잘츠부르커란트(Salzburgerland)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실제로도 많이 쓰이는 말이다.

대형 보트에 올라 첼암제의 중심 역할을 하는 첼호수를 돌아봤다. 이 호수는 호에타우에른의 알프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로 물이 워낙 맑아 매년 여름이면 수영과 윈드서핑, 패들보드 등을 즐기려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오랜 시간 유럽은 물론 사막의 무더위를 피해 이곳으로 날아온 중동 사람에게 여름 휴양지로 손꼽혔다. 

최근엔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 호수는 겨울에도 눈여겨 볼만한데 날씨가 추워지면 호수가 단단히 얼어 한겨울엔 거대한 아이스링크로 뒤바뀐다고. 여름에 즐기는 호수와 만년설도 아름답지만, 겨울에 이곳에 오면 말 그대로 겨울왕국이 돼 있을 것만 같다. 

저녁이 되니 호수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다. 매일 밤 열리는 레이저 분수 쇼를 보기 위해서다. 이름하여 ‘첼암제 매직 분수 쇼’. 여름 시즌인 5월부터 10월 15일까지 매일 저녁 호수 위로 치솟는 분수와 함께 레이저 쇼가 20분간 펼쳐지는데 이름처럼 매직에 가깝다. 

인파에 묻혀 화려한 분수와 조명을 보며 소리 지르다 보니 여행의 피로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잘츠부르크 지붕에 올라서다

드디어 잘츠부르크의 최고봉으로 향한다. 바로 키츠 슈타인 호른 산이다. 이곳은 잘츠부르커란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3,029m)로 한여름에도 반바지와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빙하와 만년설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산세가 아름답고 신비로워서 오스트리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한걸음에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다. 케이블카에 올라 45분이면 여름에서 겨울로 풍경이 뒤바뀐다. 분명 탈 때는 초록이 가득한 풍경이었는데 케이블카에서 하차하면 사방에 눈으로 둘러싸인 능선들이 나타난다. 진짜 마법 같다.

이곳에서 간단히 키츠 슈타인 호른 산에 관련한 정보를 듣고 동굴로 들어갔다. 겨울왕국으로 들어서는 통로 같은 이곳은 산의 생태와 땅속의 환경, 광물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자료실 같았다. 360m 길이의 동굴을 지나면 드디어 정상 전망대다. 

잘츠부르크 최정상이라는 말 그대로 ‘탑 오브 잘츠부르크(TOP OF SALZBURG)’라는 명칭이 3,029m 높이와 함께 눈앞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세상을 호령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 가슴 한편이 꽉 차는 기분이 들었다.

키츠 슈타인 호른 산을 내려와 ‘시그문드-툰-협곡(Sigmund-Thun-Klamm)’으로 향했다. 이곳은 해발 2,000m에 있는 저수지 클람제(Klammsee)호수 아래로 이어진 물길을 따라 걸어서 오르는 코스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와 거친 물살이 매섭다. 그 위로 물길을 따라 나무로 계단과 데크가 놓여있었다. 

시원한 물소리와 구간마다 하얗게 뿜어내는 물안개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줬다. 곳곳에서 물안개가 빛에 반사돼 무지개가 나타나기도 한다.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호수에 오르니 가장자리 개울에서 발과 몸을 담그고 물장구치는 가족들이 보인다. 물이 얼음처럼 차가운데 표정이 밝아서 지켜보는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잘츠부르크의 여정은 마무리됐다. 모차르트의 음악과 대자연의 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호텔 라티니(Hotel Latini) 

첼 호수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이다. 첼암제-카푸른 지역의 파트너 호텔로 1박 이상 투숙하는 고객에게 첼암제-카프룬 서머 카드를 5월부터 10월15일까지 지급한다. 이 카드는 지역 내 교통수단인 버스와 케이블카 이용은 물론 관광지 입장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펠 레스토랑(Gipfel Restaurant) 

잘츠부르크 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사방으로 이어진 파노라마 창문을 통해 식사를 하며 키츠 슈타인 호른 산을 즐길 수 있다. 잘츠부르크의 긴 여정에 쉼표를 주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