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퇴직 후 출장이 많은 딸아이를 따라 여러 번 여행을 가곤 했다. 한 번은 캄보디아의 씨엠립에 동행하게 되었다. 평생을 교직에서 사회와 역사, 지리를 가르쳤지만 직접 가보니 확실히 책으로 봤던 것과는 다른 감동이 있었다.
인간이 만들었음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앙코르와트를 본 후,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작은 사월을 보러 갔다. 그런데 그 한 구석에서 백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가 울고 있는게 아닌가. 딱한 마음에 안아주니 건너편에서 물건을 팔고 있던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이들이 급히 다가왔다.
아이 이름을 물어보니 '말리' 라고 했다. 손자 생각도 나고 열심히 사는 그들이 기특하기도 해 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그들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헌데 약속시간이 다 되어 호텔 레스토랑으로 찾아온 이들은 10명이 넘었다.
낯선 얼굴을 뒤로 오전에 만났던 갓난아이와 아이의 부모가 쭈뼛거리며 서있었다. 그들에게 동행한 이들이 누구냐고 묻자 친정부모, 언니부부, 시동생부부, 조카 등 친인척들이라고 했다. 호텔에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난생 처음이라 도저히 그들끼리만 올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은 미안해 어쩔 줄 몰라했다.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해사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말리네 가족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고, 그 후 우리는 좋은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