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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세월을 만나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조금만 주의 깊게 주변을 관찰했다면 구불구불한 돌다리를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돌다리는 큰 돌과 작은 돌을 쌓아 길게 이은 진천 농다리다. ‘롱다리’ ‘숏다리’ 하는 농다리가 아니라 대쪽을 얼기설기 엮어서 대바구니를 짜는 것처럼 크고 작은 돌을 촘촘히 얽어 다리를 놓아 대바구니 농(籠)자를 썼다. 접착력이 있는 물질이나 석회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돌의 아귀를 맞춰 짜놓은 다리가 어찌나 튼튼한지 천 년이 지나도록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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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조금만 주의 깊게 주변을 관찰했다면 구불구불한 돌다리를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돌다리는 큰 돌과 작은 돌을 쌓아 길게 이은 진천 농다리다. ‘롱다리’ ‘숏다리’ 하는 농다리가 아니라 대쪽을 얼기설기 엮어서 대바구니를 짜는 것처럼 크고 작은 돌을 촘촘히 얽어 다리를 놓아 대바구니 농(籠)자를 썼다. 접착력이 있는 물질이나 석회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돌의 아귀를 맞춰 짜놓은 다리가 어찌나 튼튼한지 천 년이 지나도록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
| 진천 지역에서만 난다는 자줏빛의 돌을 이용해 교각을 놓고 그 위에 넓고 평평한 상판을 얹었는데, 유선형의 다리 아래로 물이 잘 흐를 수 있도록 했다. 별자리의 숫자인 28개의 교각이 있었으나 현재는 일부가 유실되고 24개만 남았다. 농다리에 대한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고려 초기 장군인 임의 장군에 관한 기록에 농다리가 등장해 그 시대의 것으로 추정할 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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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름이다. 전설에 의하면 힘센 오누이의 내기로 다리 놓기가 시작되었는데 다리를 놓던 누이가 완성을 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훗날 마을 사람들이 마지막 교각을 놓아 완성했지만 장마가 지면 다리가 물에 잠겨 마지막 교각만이 유실된다고 한다. 그 복원 작업은 상산 임씨 할아버지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천 년의 세월을 지킨 진천 농다리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돌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로 알려지고 있다. 농다리 전시관에서 그 유래와 원리를 알 수 있으니 농다리를 직접 만나기 전 약간의 예습을 하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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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다리에서 김유신 장군 유적지를 지나 보탑사로 가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는 3층 높이의 목탑을 만날 수 있다. 단 하나의 못도 사용하지 않고 지하 2층, 지상 3층 높이로 완공된 목탑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탑이 아니라 대웅전 그 자체다. 남북 통일을 기원하며 만들어진 이 목탑은 통일대탑이라 불리기도 한다. 비구니의 절이어서 그런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사찰의 목탑 안 불상 앞에는 4월 초파일에 공양한 수박들이 올려져 있는데 이것은 동짓날 깨서 신도들과 나눠 먹는다고 한다. 즉, 동지가 될 때까지 신선한 상태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 말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서는 동짓날 다시 한번 보탑사를 찾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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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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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에서 역사 문화 기행을 마쳤다면 괴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수옥정 관광단지에서 울창한 삼림과 시원한 폭포를 즐겨보자. 조령삼관문에서 소조령을 향해 흘러내리는 계류가 15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수옥 폭포는 3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폭포 아래쪽 언덕에 수옥정이라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수옥폭포의 경치가 예술이다. 숲이 우거진데다 폭포 줄기도 시원스럽게 떨어져 이 여름의 더위를 싹 잊을 수 있다. 원풍리의 큰 길가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드라마 ‘여인 천하’, ‘다모’ 등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
| 수옥폭포로 가는 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다. 괴산 원풍리 마애불좌상이 그것.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명상에 잠긴 마애불 둘이 나란히 조각되어 있다. 수옥 폭포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 여행객의 소음이 약간은 불만스럽지만 그래도 그들의 행복한 웃음 소리를 예쁘게 봐주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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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산은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의 고향으로, 조선 후기 중부지방의 대표적인 가옥 구조를 가진 홍명희 선생의 생가가 괴산읍 동부리에 있다. 지금은 쓸쓸하게 빈집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마치 고된 삶을 살았던 홍명희 선생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부유한 사대부가에서 태어났지만 나라의 운명과 함께 고된 삶을 살았던 그처럼 임꺽정의 삶 또한 못지 않게 고됐다. 1928년부터 연재하던 임꺽정은 세 차례나 중단 되었고, 광복 후에는 미완의 상태로 총 10권이 간행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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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의 손길을 느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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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라는 단어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편함’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느 팔순의 장인은 생애 첫 전시를 하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어디 전통을 지키려고 하나. 품삯도 안 나오는 일을.” 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었다. 그만큼 전통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장인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 |
| 충북 음성의 세연철박물관에서는 옛날 대장간에서처럼 쇠를 녹이고 두드려 칼을 만드는 과정을 참관할 수 있다. 돌덩이 상태일 철광석이 시퍼렇게 날이 선 검이 되기까지는 사람의 손길이 수천 번쯤은 닿아야 한다. 상설 시연은 아니지만 도검 장인 이은철 선생이 전수생들과 함께 풀무질과 담금질을 반복한다. 전통 검 제작 시연 외에도 상설 전시관에서 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다. 특히 야외 전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철 생산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대형 슬래그 등의 이색 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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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가 풍부하다. 단단한 철의 역사를 관람했다면 괴산으로 넘어가 부드럽지만 강한 한지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직접 재배하는 닥나무를 수확해 가마에 푹 삶아 껍질을 벗기고 또 벗긴다. 그리고 천연 잿물을 내려 닥이랑 같이 끓여 곤죽이 되면 점액이 있는 풀을 섞은 후 대나무 발로 떠낸다. 한지를 뜨는 것도 요령이 필요해서 ‘하나, 둘, 셋’ 박자를 맞춰 아래서 위로 한 번, 좌에서 우로 한 번, 우에서 좌로 한 번 떠야 섬유질이 잘 얽혀 강한 한지가 나온다. 사전에 예약을 하면 주말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한지 뜨기 체험을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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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골짜기에서 만나는 예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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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자연이 있는 충북 중부권을 여행하면서 곳곳에서 만났던 이색적인 볼거리가 바로 다양한 아트 갤러리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서도 ‘이런 산골에 갤러리가?’라는 의심을 하지만 그 끝에는 어김없이 특별한 예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큰 바위 얼굴’이 음성에 나타난다. 약 1시간 10분 동안 가이드와 함께 테마별로 나뉜 큰바위얼굴조각공원 전시장을 돌아보면, 역대 대통령, 장애를 딛고 일어난 위인, 국위 선양한 인물은 물론 실물 크기의 광개토대왕비까지 만날 수 있다. |
| 버려진 고철에 새생명을 부여하는 정크아트갤러리도 음성에서 만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자동차 엔진, 버려진 볼트지만 그 전체를 보면 멋진 로봇 형상이다. 작업실이자 상설 갤러리인 음성의 갤러리 외에도 청남대 등 각종 전시장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정크 아트 갤러리 소장 오대호씨는 “정크 아트는 자유다.”라고 말했다. 손쉽게 재료를 구했지만 그 고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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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의 예술로 승화된 것이라며. 재미있는 전시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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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자연이 만난 건축으로 특별한 공간을 꾸민 이원아트빌리지가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다. 자연을 ‘두고온 마을’이라고 표현한 원대연 건축가의 작업 공간이자 갤러리인 이곳은 건축마다 마당을 두었고, 자연을 최대한 이용해 건축과 조화를 이루었다. 모든 공간은 좁은 샛길로 연결되어 있다. 골목 골목에는 ‘샛길 갤러리’ ‘목련 갤러리’ 같은 작고 예쁜 갤러리가 있다. |
| 음성IC를 통해 서울로 돌아가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가슴 가득히 시원한 바람이 담긴 듯하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 구석구석을 밟아 온 여정을 되돌아보며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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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이색 체험 거리 & 볼거리 |
| 세연철박물관 043-883-2321 www.ironmuseum.or.kr |
| 신풍한지 043-833-5677 www.sphanji.com |
| 음성큰바위얼굴조각공원 043-882-4111 www.largeface.com |
| 정크아트갤러리 043-872-2230 www.junkart.co.kr |
| 이원아트빌리지 043-536-7985 www.ewonart.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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