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틴과 식스텐

벌써 23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1985년 5월. 나는 대기업 차장으로 동료 한 사람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2개월 과정의 연수를 받고 있었다. 어느 주말,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사는 친척집에 들렀다가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워싱턴 D.C.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조금 남아 잠시 도시 구경을 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백악관 정문 앞에 내려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돌아왔는데 흑인 기사에게 얼마냐고 물으니 “식스틴(Sixteen).”이라고 답했다. 조금 비싼 감이 있었지만 팁까지 얹어 20달러를 주고 내렸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를 태워준 택시 기사가 성큼 다가와 내게 10달러짜리 지폐를 쑥 내밀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그는 요금이 “식스 텐(Six Ten, 6달러 10센트).”이었는데 내가 돈을 너무 많이 줬다고 했다. 돈을 건네고 그는 곧바로 택시로 돌아갔다. 그의 양심적인 행동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 생각을 하면 나는 다시 미국에 가고 싶어진다.
최승호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