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라이더 C양의 서울 자전거 여행기

자전거를 타고 들로 산으로, 전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막연한 동경심만 가지고 있던 C양. 30대의 첫 번째 봄을 맞은 그녀는 동경을 벗어나 그들의 행렬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 월급의 일부를 떼어 초보용 자전거를 구입한 C양은 봄볕 좋던 어느 토요일, 드디어 첫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우선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에 자신감을 부여해야 할 터. 그래서 정한 오늘의 목적지는 집 가까운 서울 시내의 자전거 명소들이다.

9:00AM 시골길 풍경, 양재천 자전거도로
자동차 트렁크에 자전거를 실은 C양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도곡동 집 근처에 위치한 양재천변. 차를 세운 후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 자전거 도로로 내려간 C양은 개천을 따라 피어난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의 물결에 마음 가득 봄 향기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실, 10여 년 전만해도 양재천은 악취와 오물로 유명한,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하는 ‘죽음의 하천’으로 불렸던 곳. 하지만 지금은 250여 종 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하루 평균 1만여 명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하천공원,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곳이다.
양재천을 따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러 루트 중 C양이 선택한 것은 양재천에서 출발, 선바위역과 경마공원을 거쳐 대공원까지 가는 코스다. 20여 킬로미터 정도의 왕복 거리와 가는 길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있기 때문. 또,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다는 생태 학습원, 벼농사 학습장, 꽃길, 조류 관찰지 등의 자연환경도 기대가 된다. 도곡동에서 출발해 양재 시민의 숲까지 가는 길은 도심 하늘을 가르며 솟아있는 마천루와 시골이 함께 있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무척 어울리는 풍경이다. 시민의 숲을 물들인 벚꽃과 개나리를 친구 삼아 10여 분을 달리자 마치 시골길 어디쯤 와 있는 것 같은 길이 펼쳐졌다. 공기도 좋고, 나무도 많고, 풀도 많고. 서울 시내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C양이다. 양재천 주변으로 산책길 등 다양한 길이 만들어져 있는데, 자전거 도로는 하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천에 살고 있는 물고기와 미꾸라지, 새들이 가는 길 곳곳에서 눈에 띈다. 중간 중간 다리와 징검다리들이 놓여 있어 경치도 좋고 양쪽 길을 번갈아가며 달리기에도 좋다. 이제 막 싹을 틔워 올리기 시작한 나무와 풀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과 개나리들의 향연에 C양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우면산을 따라 내려온 무네미천의 청량하고 맑은 물과 드문드문 들어선 가옥, 산, 천이 어우러지고, 갖가지 야생 꽃이 피어난 야산도 봄날의 멋진 풍경을 더해준다. 하류로 갈수록 낭만적이고 고즈넉한 시골 풍경은 색채를 더해간다.
한참을 달리다 자전거 휴게소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이른 점심을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른 C양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선바위역으로 향했다. 이곳은 양재천과 막계천이 갈라지는 곳으로, 양재천을 따라가면 과천시청이, 막계천을 따라가면 과천대공원이 나온다. 과천대공원으로 가는 길의 경우, 막계천을 따라 일반도로를 건넌 뒤 다시 자전거 도로를 타야 하지만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10여 킬로미터를 달려 도착한 과천대공원. 도로를 가득 메우고 천천히 바퀴를 굴리고 있는 자동차들을 보며 C양은 새삼 자전거가 가진 매력에 빠져들었다. 돌아가는 동안, 저 답답한 풍경은 다시 깨끗이 지워지리라 생각하면서.

12:25PM 전문 자전거 숍, 용산 MTB
자전거를 차에 실은 C양이 향한 곳은 용산에 위치한 전문 자전거 숍, 용산 MTB다. C양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자전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안전장비나 액세서리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구입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오픈한 지 8년이 된 용산 MTB는 산악자전거 뿐 아니라 로드 바이크, 미니 벨로 등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취급하는 사이클 전문 숍으로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곳이다.
자전거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알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숍에 들어선 C양은 친절한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숍에 진열되어 있는 물품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숍 내에는 자전거는 물론 다양한 부품들과 안전 장비 등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는데, 진열되어 있지 않은 물품들의 경우 주문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 상담을 통해 자신의 신체 사이즈와 취향에 꼭 맞는 자전거를 주문 제작할 수도 있다. 숍 한 편에는 타던 자전거를 가져와서 수리를 하거나 부품 교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사실 규모가 더 큰 자전거 숍들을 뒤로 하고 C양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전직 사이클 선수이자 한국산악자전거협회 창단 멤버였던 임우규 사장님이 숍을 운영하고 있어서 신뢰가 갔기 때문. C양이 이 숍을 알게 된 것은 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서핑하던 도중이었다. 사장님은 자전거 동호회 ‘용산 MTB’의 레이싱 팀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 팀이 다양한 자전거 대회에 출전해 상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유명 팀이었던 것. 특히 작년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자전거 대회 중 하나인 ‘투르드코리아’에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고(C양이 방문했던 4월 중순에도 4월 말 경 열릴 투르드코리아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액세서리나 안전 장비들을 구입하는 데 있어서 조언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C양의 기대는 적중했다. 사장님이 이것저것 묻는 C양의 질문에 무척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던 것이다. C양이 가장 알고 싶었던 점은 초보 라이더에게 가장 잘 맞는 자전거는 어떤 것일까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에 대해 사장님은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 “꼭 좋은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우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만 처음 선택할 때는 용도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하고, 몸무게와는 크게 상관없지만 신장에 맞는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죠.” 부품에 따라, 종류와 형태에 따라 가격대는 천차만별이지만 초급자들의 경우 4~50만 원대의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C양은 우선,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색의 헬멧 하나를 구입했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C양의 말에 사장님은 평일에는 문을 열지만 일요일의 경우, 시합이 있으면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전화로 확인하고 오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이제 다음 목적지로 향할 시간. 새로운 부품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돈을 내지 말라는 사장님과 그럼 식사라도 하시라며 돈을 내려는 손님이 옥신각신하는 훈훈한 광경을 뒤로 하고 C양은 발길을 재촉했다.
위치 용산구 한강로 1가 삼각지역 5번 출구 근처
시간 10:00~20:30,
공휴일 둘째, 넷째 주 일요일
문의 02-793-0707, www.yongsanmtb.co.kr

2:20PM 서울 시내에서 캠핑을, 난지 캠핑장
삼각지역에서 친구를 만난 C양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근처 한강시민공원에 위치한 난지 캠핑장을 찾았다. 친구 K군은 평소에도 자전거를 즐겨 타는 자전거 마니아. 조언을 구하는 C양에게 그가 추천한 자전거 여행 종착지는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이다. 마침 꼭 한 번 하늘공원 근처의 난지 캠핑장을 가보고 싶었던 C양은 그의 추천을 받아들여 함께 난지 캠핑장에서 밥을 해 먹고 하늘공원으로 향하기로 했다.
난지 캠핑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자가 텐트 이용객들을 위한 A구역과 임대 텐트 이용객들을 위한 B, C, D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소규모 이용객들을 위한 A, B, C 구역은 인터넷으로만 예약이 가능하고, 단체 이용객들이 사용하는 D 구역은 전화로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점심이나 저녁 등의 간단한 취사 및 바비큐 파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피크닉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고, 3,750 원의 입장료만 내면 들어갈 수 있어 C양과 K군은 이곳을 이용하기로 했다. 토요일이었지만 마침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 사이에 도착해 C양과 K군은 선착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테이블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매표소에서 6천 원의 대여료를 내고 대여소에서 작은 바비큐 용 그릴(대여료는 크기에 따라 다름)을 빌린 C양과 K군은 준비해 온 고기와 야채 등을 꺼내 저녁을 준비했다. 잊어먹고 가져오지 못한 가위와 숯은 캠핑장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난지 캠핑장 주변에는 다양한 부대시설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한강 변으로는 생태공원과 물놀이장, 유람선 선착장, 요트장, 천연 잔디 야구장, 저습지 등 다양한 시설이 자리 잡고 있고, 중앙 브릿지로 연결된 자유로 건너로는 노을공원과 한강공원, 난지천 공원이 위치하고 있다. 특히, 캠핑장과 공원, 월드컵 경기장을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2~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어 편히 오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난지 캠핑장에는 부부동반으로 와인 파티를 하는 사람들과 등산을 마치고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는 등산객들,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와서 식사와 운동을 즐기는 가족들, 소주 파티를 즐기고 있는 친구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C양과 K군처럼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 속에서 C양과 K군도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자전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술을 한 잔 마실 수 없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위치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시간 11:00 ~ 익일 10:00
가격 입장료 3,750원, 5~7세 2,000원, 4세 이하 무료.
     대여료 자가텐트(4인 기준) 15,000원. 그릴, 테이블, 그늘막 등 홈페이지 확인
     주차료 캠핑장 이용시 3,900원
문의 02-304-0061, www.nanjicamping.co.kr

5:30PM 서울 시내 야경이 한 눈에, 하늘공원
배를 두둑하게 채운 C양과 K군은 캠핑장 주차장과 하늘공원을 잇는 중앙 브릿지를 건너 하늘공원으로 달렸다. K군이 C양에게 하늘공원을 추천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완만한 경사의 언덕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하늘공원 정상에 펼쳐지는 야경 때문이다. 해가 진 후 하늘공원에 오르면 서울 시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야경을 볼 수 있는 것. 공원 가장자리에 서 있는 전망대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데, 공원 오른 편으로는 한강 다리들과 서울 시내 건물들이 펼치는 야경이, 왼쪽으로는 수많은 차 불빛이 물들이는 도시 고속도로와 상암 월드컵 구장의 야경이 그려진다.
초보 라이더인 C양은 K군의 도움을 받아 쉬엄쉬엄 하늘공원 정상에 올랐다. 가끔씩 숨이 차서 자전거를 끌기는 했지만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해가 한강을 붉게 물들이고 북쪽으로는 북한산, 서쪽으로는 행주산성이 눈에 들어온다. 반대방향인 남쪽으로 눈을 돌리니 63빌딩과 한강이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저 멀리 성산대교 옆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라는 돔 모양의 분수가 거센 물줄기를 하늘로 쏘아올리고 있다. 탁 트인 풍경에 C양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하늘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노을공원에는 고라니, 삵,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살고 있고 조각 작품, 넓은 잔디밭 등 볼거리가 많아 사계절 내내 방문객이 많다면, 하늘공원에는 가을철 방문객이 많다. 옛 난지도에 조성된 다섯 개의 공원 중 가장 척박한 토양인 탓에 억새와 띠를 주로 심어놓았기 때문. 가을이면 흐드러지게 핀 억새들이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데, C양이 찾았을 때에는 억새들이 모두 베어져 있어 약간은 황량하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공원 동서쪽에 심어진 엉겅퀴와 제비꽃, 씀바귀, 토끼풀 등의 키 낮은 풀들이 새싹을 틔워내는 것은 봄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5월이 되어 풀들이 더 많이 자라나게 되면 노랑나비, 제비나비, 네발나비 등이 함께 태어난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이곳을 와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C양이다. 분명히 그때는 지금보다 더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으리라.
해가 산등성이 뒤로 넘어가자 건물들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여러 개의 한강 다리들도 저마다의 색으로 무장한 불빛들을 한강 위에 떨어트린다. 공원길을 밝히는 가로등도 모두 켜지고, 공원 한켠에 자리 잡은 조형물, 하늘을 담는 그릇도 주홍색 빛을 밝힌다. 하루 동안의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C양의 자전거 여행도 막을 내릴 시간이다. 아마도 C양은 날씨가 더 따뜻해질 다음 주말쯤에는 경기도 어디쯤을 향해 달리고 있지 않을까.
위치 월드컵 공원 역 1번 출구, 월드컵 공원 남측에서 8776번 셔틀버스 이용
입장료 무료
개방 시간 일몰시간 + 1시간, 5월 8시 30분, 6월 9시 폐장
문의 02-300-5500 www.worldcuppark.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