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Finland

Pure Northern Country's Certain Charm

순수한 북쪽의 나라, 핀란드의 네 가지 매력

수없이 많은 호수와 국토의 70퍼센트를 뒤덮는 빽빽한 숲. 이토록 풍요로운 자연과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공기는 핀란드의 무엇이라도 순수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지극히 도시적인 헬싱키에서도, 21세기를 떠올릴 수 없는 야생적인 라플란드의 땅을 밟으면서도, 이들의 자연에서 비롯된 순수한 매력에 자꾸만 끌렸다. 지독히도 때 묻은 나의 마음도 덩달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눈처럼 하얗게, 핀란드처럼 순수하게.
글 함희선 기자 사진 홍기화 기자 취재협조 핀에어 www.finnair.co.kr, 헬싱키관광청 www.visithelsinki.fi, 로바니에미관광청 www.visitrovaniemi.fi

첫 번째 매력 Food 따뜻하고 풍요로운 핀란드 식탁
두 번째 매력 Design 헬싱키 디자인 산책, 일상을 지배하는 브랜드를 찾아서
세 번째 매력 Lapland 순록의 뛰어노는 북극의 땅, 라플란드
네 번째 매력 Santa Claus 로바니에미의 동화 같은 시간 속으로

 

Warm and Rich Food of Finland

따뜻하고 풍요로운 핀란드 식탁

핀란드 음식에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최고의 미식국가로 꼽을 수는 없겠지만, 핀란드의 식탁은 따뜻하고 풍요롭다. 드넓은 숲, 깨끗한 호수와 바다에서 나고 자란 신선한 식재료는 원시적이고 자연적이며 아주 건강한 밥상을 차린다. 한 끼만으로도 마치 핀란드를 다 여행한 듯이 다이내믹했던 핀란드식 식사에 나는 금세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글 함희선 기자 사진 홍기화 기자 취재협조 핀에어 www.finnair.co.kr 헬싱키관광청 www.visithelsinki.fi

핀란드의 음식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당연 히 최고의 미식국가로 뽑지도 않지만, 핀란드의 음식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여태까지 한명도 없었다. 아니, 관심 있는 사람조차 없 었다. 프랑스의 전 대통령인 시라크가 했던 독설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음식이 형편없는 나라는 믿을 수 없다. 핀란드 다음으로 영국은 음식이 맛 이 없다.” 그의 목적은 영국을 험담하는 거였지만, 내가 봤을 때는 핀란드 가 더 상처받았을 게 분명했다. 헬싱키에 간다고 하자 친구도 이런 말을 했다. “핀란드에 가면 뭐 먹어야 해? 하긴 그 사람들은 연어나 청어나 먹고 살겠지 뭐...” 
헬싱키에서 유기농 숍과 카페를 함께 찾아다니던 안나도 이런 얘기를 했 다. “우리 엄마한테 들은 얘기인데, 1970년쯤이었을 꺼야. 레스토랑에서 아빠랑 근사하게 저녁을 먹고 와서 집에 와서 펑펑 울었대. 글쎄 음식이 너 무 맛이 없었다지 뭐야.” 그 이유가 너무 웃겨서 커피를 마시다가 입에서 분수를 뿜고 말았지만, 핀란드는 진짜로 한때 미식가들의 경멸을 받았던 나라다. 그래서 레스토랑은 밥을 먹는 곳이라기보다는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더 컸었다. 지금이야 덴마크를 중심으로 스칸디나 비안 요리가 주목받고 있지만, 안나도 요즘에서야 헬싱키가 변화하고 있다 는 것을 느낀단다. 사람들이 변하고, 레스토랑이 변하고 있는 것을.

자연을 그대로 음식에 담다 사실 핀란드는 좋은 식재료를 얻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 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 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발틱해를 끼고 있다. 땅의 70퍼센트를 숲이 차지하고, 호수는 무려 6만개가 넘는다. 당연히 그 자연에서 얻어지 는 재료들은 차고 넘친다. 깨끗한 물에서 사는 생선들이 자주 식탁에 오른 다. 연어, 농어, 송어, 흰송어, 꽁치, 버보트 등 그 종류도 다양해서 굽고 쪄 먹다 못해 빵 속에 넣거나 파이 위에 생선을 통째로 올려먹기도 한다. 숲에 지천으로 널린 야생 베리와 버섯은 반찬이 되고, 고기 또한 돼지고기, 소고 기, 닭 이외에도 핀란드 북부의 라플란드에서 흔한 순록을 자주 먹는다. 오 래전 혹독한 추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단백질원이었던 순록은 인 공항생제나 호르몬 없이, 살아있는 동안 야생의 상태로 철저하게 자유롭게 살기 때문에 건강하기까지 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사냥철에 따라 곰이나 무스고기도 먹는다.

헬싱키에서 ‘유기농’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을 파는 슈퍼와 레스토랑을 찾 아 다녔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유기농’이라는 간판이나 문구를 내세 운 곳은 없었다. 늘 깨끗한 자연에서 식재료를 얻는 이들에게 그 단어는 굳 이 필요하지 않은 셈이다. 핀란드의 요리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계절성 Seasonality ’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적인 것보다 늘 자연의 섭리를 따르 니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절에 맞는 재료다. 요리법은 다른 북유럽과 마찬가 지로 간단하고, 역사적으로 접근성이 낮았던 향신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다. 물론 이미 가진 재료가 훌륭하니 그 원래의 맛을 감출 필요도 없다. 며 칠 동안 맛본, 추운 북극에 사는 그들의 식탁은 참으로 따뜻하고 풍요롭더 라. 평소에는 잘 먹지 않았던 귀리빵과 통밀빵을 꼭꼭 씹어 먹고, 평생 처 음 먹어보는 순록고기와 이름도 생소한 야생베리로 만든 디저트를 맛보았 다. 다소 원시적이고, 자연적이며 남성적인 매력의 핀란드 요리. 일주일동 안 건강해진 위장으로 핀란드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헬싱키의 건강한 밥상을 위해
전통적으로 건강한 식문화를 영위해온 핀란드이지만, 현대의 삶을 사는 헬싱키 사람들도 쫓기는 시간과 정크 푸드의 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다시,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들 사이에서 유기농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했다. 그들의 식탁에 변화를 가져다준 헬싱키의 유기농 숍의 오너들을 만났다.

1 엄마의 마음으로 채운 동네슈퍼
Anton&Anton
주소 Museokatu 19, Helsinki 문의 +358-40-145-6808, www.antonanton.fi

 

2 맛있는 것이 곧 유기농이더라
Eat&Joy Maatilatori
주소 Aleksanterinkatu 9, Kluuvin Kauppakeskus, Helsinki 문의 +358-50-442-8099, www.eatandjoy.fi

어느 쉐프가 헬싱키에 몰고 온 바람
쉐프앤소믈리에의 사수 라우코넨 쉐프는 철저하게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유기농 재료만을 고집한다. 그 재료에 숨어있는 과정과 이야기들도 그의 입을 통해 손님들에게 전해진다. 유기농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헬싱키에도 그의 요리 때문에 유기농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소 Huvilakatu 28, 00150 Helsinki 문의 +358 400 959440, chefetsommelier.fi

 

 

지극히 평범한 핀란드 가정식
얼굴도 모르는 두 부부의 집을 찾아간 건 평범한 핀란드의 가정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식탁에 앉아 그들이 요리한 애피타이저, 메인요리, 디저트 등 3코스의 매일의 만찬을 즐겼다.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나라커피대국 핀란드

세계 최대의 커피 소비국은 이탈리아, 프랑스도 아닌 핀란드다. 좋은 커피 한잔이 하루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핀란드 사람들. 커피에 대한 이들의 사랑을 확인하러 헬싱키에서 요즘 가장 핫한 카페를 찾아갔다.

질문이다. 세계 최대의 커피 소비국은 어디일까. 프랑스? 이탈리아? 아니다, 정답은 핀란드다. 예상을 깨고 커피대국으로 우뚝 선 핀란드 의 사람들은 1년에 1인당 12킬로그램의 커피를 마신다. 보통의 유럽 사람들이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5킬로그램을 마시는 것과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피 한잔으로 시작 해 하루에 4~5잔으로도 모자라서 또 커피를 찾는 사람들. 누가 집에 찾아오면 당장 커피부터 내는 게 예의이자 커피의 존재는 물과도 같 다. 심지어 핀란드는 회사에서의 ‘커피 브레이크’를 법으로 정해놓기 도 했다. 커피도 나지 않는 핀란드에서 어쩌다 커피사랑이 이토록 대단해진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커피가 처음 들어 온 건 18세기 초. 그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커피는 핀란드의 문화에 뿌리 깊게 박혔다. 아마도 춥고 어두운 겨울이 100~200일이나 되니 몸 을 따뜻하게 데우고, 몽롱한 정신을 깨워주는 데 커피가 필요했을 테 다. 핀란드가 스웨덴 지배아래 있던 때에는 두통부터 심장병, 우울병 까지 예방한다는 명목아래 약국에서만 커피를 판매하기도 했었고, 정부가 커피를 불법음료로 규제해 마시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 가 1767년, 이미 커피와 사랑에 빠져버린 핀란드 사람들은 암시장에 서 커피를 불법으로 매매하기 시작했다. 서유럽의 문화를 그대로 따 라하고 싶었던 중상류층의 부자들이 열심히 찾아마신 거다. 그러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커피의 값이 치솟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커피는 공휴일에만 가끔 마실 수 있는 귀한 음료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정부 가 그 정책을 포기한 뒤인 19세기가 되서야 모두가 골고루 마시는, 커 피문화가 서서히 꽃을 피웠다. 핀란드의 커피문화는 다른 나라와 조금 다르다. 요즘이야 드문 일이 지만, 예전에는 모두가 커피콩을 사다가 집에서 직접 볶아 먹었다. 다 양한 맛과 향의 커피가 발달하게 된 계기다. 특히, 핀란드 사람들은 커피의 품질에 아주 민감해서 인스턴트 커피의 소비량이 미미하다. 순수한 아라비카 원두만을 고집한다. 원두를 갈아 드립방식으로 내려 마시는 게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다. 주로 약하게 타서 많이 마시 기는 하나, 핀란드에 머무는 동안 엄청나게 많은 커피를 마시게 될 것 을 각오해라. 가정집이나 사무실에 가면 보통 커피를 대접해주는데,몇 모금을 마실라치면 잔이 비워지기도 전에 커피를 들이 붓는다. 마치 일본에서 맥주를 첨잔하듯이 커피잔은 한시도 마를 새가 없다. 

약하게 로스팅한 커피를 선호하는 경향도 보여 진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유는 이렇다. 커피를 타는 핀란드의 물이 깨끗하기 때문에 라이트하게 로스팅한 것도 맛이 더없이 훌륭하다는 것. 다크 로스팅 을 해서 감출 결점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다른 의견도 하나 더 있다. 전쟁 뒤에 한동안 커피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커피콩을 다크 하게 볶게 되면 결국 그 양이 줄어들고 우러나는 커피가 확 줄어들 게 뻔했으니까. 명실공이 커피대국의 핀란드 사람들로서 그들은 동일한 맛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규모 커피 체인점이 아닌, 동네 골목에서 도 구석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요즘 한 블록 건너에 하나씩 있는 스타벅스도 핀란드에는 헬싱키 공항에 있는 게 유일하 다. 헬싱키 사람들은 그마저도 외면한다. “공항에 있는 스타벅스는 외국인을 위한 거야. 핀란드 사람들은 절대 안 마셔.”

매일 커피콩을 볶는 카페
주소 Pursimiehenkatu 29 A, Helsinki 문의 +358-10-422-6702, www.kaffaroastery.f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