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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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터키] 도시분류 : [델 셰게르]

기사제목

[OUTFIELD] 노아의 방주에 얽힌 놀라운 비밀

Noah's Ark tangled Amazing Secrets

노아의 방주에 얽힌 놀라운 비밀

아무런 특별한 이유가 없이 어떤 것에 마음이 특별히 가는 경우가 있다. 터키 아라랏산 기슭의 ‘노아의 방주(方舟: Noah’s Ark)’가 내게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언제부턴가 정말 꼭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 하고 있었다. 어릴 때 ‘학원’잡지‘에서 보던 믿거나 말거나 기사처럼 비슷한 궁금증이기도 하고 종교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노아의 방주가 어느 정도라도 신빙성이 있다면 성경에 나오는 다른 사실들에 대한 믿음이 훨씬 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오래된 숙제의 현장에서 나 같은 개인이 뭐 그렇게 큰 깨우침을 받겠는가 마는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어쩌면 개인적이긴 하겠지만 어떤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글과 사진 권석하 편집위원

노아의 방주를 위한 친절한 터키 항공

이번 여행은 상당히 일정이 긴 편이었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경주-이스탄불 문화 엑스포 개막식 참가가 명분이었지만 내 마음 속의 최종목적지는 아라랏산 기슭의 노아의 방주 흔적이었다. 런던-이스탄불-안탈리아-이스탄불-반-아라랏산-반-이스탄불-런던의 일정에는 항공편 만 해도 4번을 타야 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항공기를 두 번 갈아 타는 여유 시간도 길어야 한 시간 반이었으니 만일 항공편 하나라도 연발을 하면 다음 일정이 모두 어긋날 판이었다. 다행히도 모든 일정이 아무런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항공편도 전혀 늦지 않았다. 차라리 거의 출발 시간 10~15분씩 일찍 출발했다. 어느 나라 항공기에서도 겪어 보지 못한 경험이다. 늦으면 늦었지 일찍 떠난다니 말이다. 하긴 타기로 한 사람이 다 탔으면 기다릴 이유는 없을 터였다. 십 분이 아쉬운 우리로서는 고마울 수 밖에 없었다. 이스탄불 공항을 거쳐 터키 동부 반 지역의 주도 반을 가는 항공기를 타기 위해서는 안탈리아를 새벽 4시에 출발해야 했다. 새벽 4시에 출발하는 항공편이 있는 것이 정말 행운이었다. 노아의 방주 일정이 2박3일 밖에 안 돼 아침 늦게 출발해서 오후가 다 되어 도착하면 하루를 허비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터키 항공의 꼭두새벽에 출발하는 항공편은 정말 고마웠다.

눈이 멀 듯 한 이샥 파샤 궁을 만나다

노아의 방주가 있는 델 셰게르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반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 호텔에 짐을 풀고 일일 일정으로 터키 말로 ‘돌무쉬’라 부르는 미니버스를 다시 4시간을 타고 갔다가 와야 한다. 반은 터키 동부 지방의 중심이다. 터키 동부 오지라고 특이한 토속적인 도시를 기대를 하면 단단히 실망한다. 이어진 지진으로 옛날 건물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새 건물들이 도시를 채우고 있고 오래 되었어야 할 모스크마저도 시멘트로 지어졌다. 너무 현대화 되어 있어서 실망을 했다. 길거리를 다니는 차들도 유럽 도시 같지는 않아도 상당한 수준이다. 반은 쿠르드 반군이라고 알려진 쿠르드 족의 중심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반 공항에 내리자 외교부에서 여행 제한구역이라는 경고문자가 뜬다. 길거리 어디서고 전혀 그런 위협을 느낄 수가 없고 차라리 상당히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의 사람들이었다. 우리 눈에는 터키인이나 쿠르드 인이나 전혀 구분이 안 간다. 쿠르드 인은 자신들의 국가를 못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민족이다. 4천 만의 인구가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같은 인근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살고 있는 나라들의 이해가 엇갈려 독립의 꿈은 요원하고 심지어는 자신들 만의 자치지역 구성도 쉽지 않은 듯하다.

델 셰게르 마을 가는 길에 들리는 이샥 파샤 궁은 정말 압권이다. ‘동쪽의 흰 마을’이라는 뜻의 도우베야짓에 있는 ‘이샥 파샤 궁’은 세상에 이렇게 작고 예쁜 궁이 또 있을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궁이다. 만일 동부 터키를 ‘이샥파샤 궁’을 안 보고 다녀 왔다면 헛 다녀 온 거라고 해도 된다. 그만큼 이 자그마한 붉은 궁은 매력적이다. 오토만 제국시절인 1685년부터 99년에 걸쳐 지어졌다. 아래로는 도우베야짓 마을이 펼쳐져 있고 그 넘어 멀리로는 흰 눈을 머리에 인 영산 아라랏산이 보인다. 아라랏산과 이샥 파샤 궁 사이 평원을 지나는 길이 바로 실크로드로 중국에서 오는 대상들이 쉬어 가는 마을이었다. 그 언덕 위에 이런 아름다운 궁이 지어졌다. 궁으로 들어 가는 정문도 예사롭지 않다. 석류의 모양을 조각했다는 정문 위 장식에서 눈길을 땔 수 없다. 아무리 강도가 낮은 무른 돌을 썼다고는 하나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게 조각을 했을까 할 정도로 미묘하다. 정말 아름답다. 왕궁을 이루는 돌도 붉은 색이라 별다른 채색이나 장식이 불필요 할 정도로 화려하다. 궁은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방과 주인 방 하나를 합쳐 366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벽 내외부의 부조조각은 그것만으로도 예술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400년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의 난방은 부엌에서 따뜻한 공기를 각 방으로 관을 통해 공급하는 중앙난방식이다. 후궁들이 거쳐 하는 할렘은 궁 북쪽에 붙어있어 창문으로 내려다 보는 전망이 좋다. 비록 외출이 자유롭지는 않으나 창문을 통해 바깥 경치를 보면서 마음을 위로하라는 뜻인 듯 하다. 그 창을 통해 세상을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 지가 그 창문에 서니 궁금해진다.

이샥 파샤 궁을 다시는 만들지 말라?
이샥 파샤 궁 근처 산 기슭에는 기원전 우라루트 왕국의 요새 및 사원들도 있다. 무려 2천 년이 넘은 성들이 거의 완벽한 모습을 하고 건재하고 있는 것이 참 신비롭다. 이 지역은 다행히도 지진권이 아니라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았다. 이샥 파샤 궁의 유감이라면 궁 안에는 물건이나 가구들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유럽 성들을 가면 유화나 가구들이 눈길을 끄는데 여기는 정말 벽과 바닥 천장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냥 텅 비어있다. 여기에 있던 모든 물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하고 한번 그려 봤다. 이국만리 어딘가에서 외롭게 떨어져 그냥 아름다움만 자랑하고 있지 않을까 하면 역시 모든 것들은 자기 자리에 있어야 생명이 있다는 생각도 했다. 주위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없는 황량한 언덕 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안이 텅 빈 조그만 예쁜 성. 실크로드를 따라 먼 길을 떠난 남편을 언덕 위에 매일 언덕 위에 서서 기다리는 베일을 쓴 아름다운 터키 여인. 내 머리 속에 오래 남을 이샥 파샤 성의 이미지다. 멀리 아라랏산 정산에 걸린 해가 멀리 보이는 평원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샥 파샤 성을 떠나는 시간이 해가 지려는 저녁 녘이어서 그런지 더욱 마음이 짠했다. 흡사 아름다운 여인을 두고 먼 길을 아주 오래 떠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 이 궁은 여기만을 목적으로 와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마음에 남는 궁이었다. 정말 노아의 방주를 보러 가는 길에 들르긴 했지만 이 궁만을 보러 와도 좋다고 누구에게나 권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궁이다. 이샥 파샤는 다시는 자신의 궁전과 똑 같은 궁전을 짓지 못하도록 건축가의 두 팔을 잘라버렸다는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가 궁에 전해지고 있어 아름다움에 넋이 빠진 필자의 정신을 번뜩 들게 했다.

드디어 보이는 노아의 방주

이샥 파샤 궁에서 노아의 방주 유적까지는 거의 단숨에 달려 갔다 할 정도로 돌무쉬는 우리를 금방 델 케쉬 마을로 데리고 간다. 거기서 터키 말로 노아의 방주를 말하는 ‘누훈 게미시 5키로’라는 연갈색의 팻말을 보고 언덕으로 들어 선다. 팻말이 너무 적어 길을 모르면 놓치기 십상이다. 올라가는 길은 5km라고는 하지만 만일 걸어서 올라 간다면 한참을 헐떡이면서 올라 가야 할 정도로 경사가 져 있다. 10여 분을 올라가니 조그만 분홍색 시멘트 건물이 나타난다. 관리사무소 같은 곳이다. 그 사무실마저도 텅 비어 있고 그냥 책상 하나 놓고 하산이라는 할아버지가 손녀들과 지키고 있다. 원래 이 유적이 발굴될 때부터 지금까지 여기 살고 있다는데 이제는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여기를 그래도 지키고 있다. 방문객들과 사진 같이 찍어주고 벽에 걸린 다 낡아 빠진 자신이 나오는 발굴 당시 신문 기사들 설명하고 앞에 놓인 나무 상자에 돈 넣으라는 시늉하면서 그 수입으로 사는가 보다. 건너편 언덕에 노아의 방주 유적이 있다. 드디어 눈 앞에 오랫동안 궁금해 하고 보고 싶어하던 실물이 나타났다. 언덕 중턱에 배 모양의 나지막한 돌 성벽 흔적이 있다. 분명 모습은 양쪽 끝이 좁고 중간이 배가 부른 배의 모양이다. 믿으려 하면 믿겠지만 믿지 않으려 하면 ‘에이 씨’하면서 욕하고 내려 갈 정도의 모습이다. 원래 성경에 따르면 노아의 방주는 아라랏산 정상에 있어야 한다. 1년여에 걸친 홍수 끝에 배가 닿은 곳이 아라랏산 정상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러면 노아의 방주가 성경처럼 왜 아라랏산 정상에 안 있고 여기 건너편 산 기슭에 와 있느냐는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유적이 분명 노아의 방주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 근거를 살펴 보기 전에 우선 노아의 방주 얘기를 잠깐 짚어 보고 넘어가자.

노아의 방주는 성경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다. 신이 노해서 인류에게 첫 벌을 내린 사건이다. 신의 뜻을 거슬린 인류에게 물로 심판을 내린 사건이니 말이다. 노아가 신의 지시를 따라 자신의 가족들과 세상의 동물 한 쌍씩을 태우고 1년 10일 간 대홍수를 피했다. 그 배가 바로 노아의 방주이다. 성경에는 분명하게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끝에 아라랏산에 도착했다고 나온다. 그리고는 까마귀와 비둘기를 내 보내 대홍수 물이 다 말랐는지를 알고자 하는데 비둘기만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 온다. 인류는 특히 기독교도들은 아라랏산에 정말 노아의 방주가 있는지를 알고자 노력했고 오랫동안 궁금해 했다. 분명 성경에는 아라랏산 정상에 닿았다고 했으니 이 아라랏산 건너편 산 기슭에 있는 흔적이 노아의 방주라고 한다면 너무 억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기가 터키 정부가 공식적으로 노아의 방주라 인정한 지금까지 첫 그리고 유일한 유적이다.

노아의 방주 진위설

이제 이 흔적이 노아의 방주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를 한번 살펴 보자. 1978년에 지진으로 약 10미터 길이의 벽 표피가 떨어져 나가면서 내부가 드러난 적이 있었다. 드러난 부분은 일정하게 들어가고 나오고 하여 흡사 부식된 목조 배의 선측 늑골과 같았다. 이런 모양은 거의 ‘이물에서 고물까지(from stem to stern)’까지가 가로로 된 갑판을 지지하는 목재 형상이어서 배 구조물이라고 미국인 마취 전문간호사이자 탐험가인 론 와이어트가 조사 보고했다. 추후 조사에서 지표 밑(subsurface) 레이다로 노아의 방주 주위를 스캔 한 결과 배 모양의 구조물 형태가 나타났다. (레이다 스캔 기계는 Geophysical Survey Systems. Inc (GSSI) 제품으로 표피 밑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계이다) 스캔 결과를 보고 조 로제타 GSSI 부사장은 ‘이것은 절대 자연물일 수가 없다. 영상이 자연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일정하다. 이런 것은 자연물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것이 무엇이 되었건 인공구조물이지 자연물은 아니다’라고 단정 지었다. 와이어트는 아그리 지역장관 세브케트 에킨시를 만나서 그 동안의 조사서를 제출했고 1986년 12월 터키 내무부, 외무부, 국립대학 아타투르크 대학교는 공동으로 노아의 방주라고 공식적으로 인정을 했다. 그리고는 1987년 6월 노아의 방주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저명인사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터키 정부 이름으로 정식으로 노아의 방주 명명식이 있었다. AP통신은 이미 1986년 12월 터키 정부의 공식 결정을 보도한 바 있다.

첨단 기술 통한 판독 결과?

명명식이 있은 후 에킨시 지방장관은 참석한 기자들에게 ‘지표 밑 판독 레이다’의 효과를 보여 주기 위해 레이다의 작동을 지시했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땅 속에서 어떤 물체를 찾아 냈다. 나중에 ‘노아의 방주 갑판목(deck timber)’라 이름 지어진 46cm의 갑판목이 꺼내졌다. 갑판목은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 갈브레이스 연구소에 보내져서 조사가 되었고 과정은 비디오로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이 되었다. 결과는 화석이 된 목재로 판명이 났다. 갑판목의 성분 분석은 유기물일 경우와 무기물일 경우일 경우를 대비해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되었다. 결과는 유기물에나 나오는 탄소 성분이 무기물에서 나오는 탄소 성분의 100배나 더 나왔다. 결국 이 물질은 한 때 살아 있었던 생물이었다는 뜻이다. 1991년 6월 와이어트는 고고학자들로 이루어진 방문객들과 같이 남쪽 끝을 조사 하던 중 물체를 하나 발견했다. 와셔(washer)에 꽂힌 아주 큰 대갈못(rivet)를 발견한 것이다. 그 전에 이미 선체에서 철로 된 것 같은 물체가 부착된 부분을 발견했으나 자세한 조사를 한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이것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자세한 성분 분석과 검사를 한 결과 나무 구조물에 부착되었다가 화석이 된 대갈못과 와셔인 것으로 밝혀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 화석이 될 때는 주위의 성분이 보태 지는데 와셔와 대갈못에서는 나무의 성분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런 결론을 낸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대갈못이 티타니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대갈못 분석에서 현대에서 티타니움 합금을 만들 때 쓰는 주요 성분인 알루미늄, 망간, 바나디움, 크로미움이 같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티타니움의 특질은 가볍고 강하기 때문에 이런 목조 배를 만들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라는 말이다. 이런 조사 결과를 문자 그대로 믿는다면 진짜 노아 방주인 것처럼 보인다. 결국 세상 일은 믿고자 하면 모든 것을 믿을 수 있고 믿지 않으려 하면 믿을 것이 없는 법이다. 굳이 이 유적이 노아의 방주인가 아닌가는 다녀 가는 나그네의 몫이 아니다. 그냥 호기심을 채운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떠나야 할 듯하다.

작은 별장과 같은 악다마르 섬

반에서는 터키에서 가장 크다는 반 호수 중간에 있는 악다마르 섬을 방문해야 한다. 셀축, 아르메니아, 바로크 양식이 합쳐진 아름다운 아르메니아 정교회 성당이다. 여기도 안은 텅 비어 있다. 아르메니아 정교회 수도사 마뉴엘에 의해 AD 915-921년에 걸쳐 지어졌다. 외부는 돌을 깎아 양각으로 구약의 이야기를 새겨 놓았고 안에는 신약의 이야기를 프레스코화로 그려 놓았다. 부조가 너무 선명하고 구체적인 성경 내용이 새겨져 있어 하나하나 살펴 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르메니아인들이 지금의 아르메니아 공화국으로 쫓겨난 1918년 이후에는 사용한 일이 없다. 특이한 점은 웅장하게 크고 높은 보통의 성당 문들과는 달리 여기 성당 문은 몸을 구부려야 들어갈 정도로 높이가 낮다. 신의 성전을 들어 갈 때는 겸손하게 몸을 낮추라는 뜻이 설계자의 뜻인 듯 했다. 이런 모양의 문을 본 것은 베들레햄의 예수탄생 성당에서였다. 거기도 몸을 구부려야 성당 출입이 가능했다. 안내인의 말로는 이교도들이 말을 타고 성당 안으로 못 들어 오게 하려고 그랬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겸손의 뜻이 더 있는 듯 하다. 지금도 이 성당을 보러 아르메니안 인들이 많이 찾아 온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도 일단의 아르메니아 인들이 들어 와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반 시에 담긴 종족분쟁의 슬픈 역사

역사적으로 보면 반 시는 종족분쟁과 역사의 생채기를 그대로 간직한 슬픈 역사의 도시다. 오래 전에는 아르메니아 인들이 지금은 쿠르드 인들이 터키 인들과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 가는 땅이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의 학살 ‘홀로코스트(Holocaust)’와 비유되는 터키인들에 의한 아르메니아인의 대학살 ‘제노사이드(Genocide)’의 중심이 반 이었다. 오스만 터키 말기에 터키 내에 250만 명의 아르메니아 인들이 살았는데 터키가 그 중 거의 3/4을 다른 중동지방으로 추방했고 나머지를 무자비하게 학살해서 터키 땅 내에서 아르메니아 인들의 씨를 거의 말렸다는 사건을 말한다. 물론 터키는 숫자가 아르메니아에 의해서 과장되었고 전쟁 중에 있었던 일이라고 하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은 제노사이드 얘기만 나오면 치를 떤다. 결국 기독교 민족인 아르메니아와 이슬람교인 터키인 사이의 종교 갈등으로 인한 비극이다. 복잡한 역사가 얽혀 있지만 2차 대전 후 결국 러시아의 배반으로 아르메니아는 반 지역을 터키에 빼앗겨 버리면서 대국에 의한 소수민족의 슬픈 역사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결과로 반 시는 물론 아라랏산까지 다 터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그래서 아르메니아의 국장(國章)은 비원의 아라랏산을 중심에 담고 있다.

반 시의 상징인 ‘반 고양이’

반 시의 상징은 ‘반 고양이’이다. 시내 중심 로터리에 아주 큰 반 고양이 석상이 있고 반 성에도 대형 사진이 있을 정도로 시내 곳곳에 모형이나 사진이 있다. 고양이가 반의 상징이 된 이유는 반 고양이는 양쪽 눈 색깔이 다른 명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들여다 보다고 참 신기하다. 그런데 이 고양이를 분양해서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면 눈 색갈이 같아 진다고 한다. 그래서 반 고양이는 다른 곳으로 안 데리고 간다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터키를 여러 번 다녀 왔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은 터키인들이 참 친절하다는 것이다. 한번도 불쾌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들이 서울 월드컵 때 자신들과 경기를 하는 터키를 응원하는 한국인을 본 이후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여겨서 한국인들에게만 특별히 그런지는 몰라도 터키인은 참 친절하다. 내가 행운인지 아니면 진짜 그들이 아무에게나 다 친절한지는 몰라도 내가 받은 인상은 친절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특히 사진을 찍으려 할 때 한번도 거절하거나 기분 나쁜 반응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웃음으로 환영하고 심지어는 먼저 나서서 모델을 자청하기도 한다. 그래서 터키를 연상하면 항상 기분이 좋다. 이번 여행도 그래서 참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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