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ralia

차이를 뛰어 넘은 공존의 힘, 호주
영국인들이 이주를 시작했을 때 이 땅은 광활한 자연과 소수의 원주민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수세기가 지난 지금, 호주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삶의 공존을 대표하는 나라로 자리하고 있다. 호주만이 지닌 독특한 매력을 화폐에서도 찾아보았다.   글 김수현 기자

호주는 대표적인 영연방국의 하나로 현재도 형식적으로는 영국 여왕을 국가의 원수로 한다. 최초로 이곳에 도착한 유럽인은 네덜란드인이었으나 제임스 쿡 선장이 뉴질랜드 발견에 이어 지배권이 영국으로 넘어갔다. 1788년을 시초로 영국으로부터 많은 사람이 이주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주민과의 갈등도 있었지만 현재는 ‘호주의 날’ 등을 기념하며 지속적으로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에 화폐 역시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1966년을 기점으로 호주달러가 호주의 파운드를 대체하며 지금의 화폐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해에는 동전과 지폐가 모두 새롭게 도입되었다. 당시의 동전은 1센트, 2센트를 포함한 6종이었으나 화폐가치가 높아지면서 현재는 5센트부터 2달러를 동전으로 발행한다. 달러 지폐는 1966년 1차를 최초로 1988년까지 22년이라는 꽤나 오랜 시간 큰 디자인의 변화 없이 그대로 사용했었다. 약간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50달러와 100달러가 추가된 개정판이 나올 때 이전 지폐에 기재된 ‘오스트레일리아 연방Commonwealth of Australia’에서 ‘연방’을 의미하는 앞 단어가 빠졌다는 것. 또한 1달러와 2달러는 동전으로 대체되며 사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호주 예금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금리 또한 높아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돈을 벌어온 사람들도 그대로 호주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2013년 중반에 들어서고 점차 환율이 떨어지며 현재는 1천 원 아래다. 환율로 인한 수익을 바라고 예금한 이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떠나기 좋은 시기일 테다. 거기에 남반구에 위치해 2월이지만 연일 맑고 화창하니 이번 겨울이 지나기 전 호주로의 여행을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폐강국 호주의 폴리머 기술
호주 지폐를 처음 만져본 사람들은 흔히 비닐과 비슷하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호주 조폐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폴리머 기술 때문. 1988년 유럽인의 정착을 기념하는 200주년 지폐에 최초로 폴리머를 도입했으며 투명창과 특수한 재질 덕에 잘 찢어지지 않고 위조하기 까다로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호주의 모든 지폐는 폴리머 재질로 만들고 있으며 현행권의 앞면 오른쪽 하단을 보면 다른 지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투명한 재질이 눈에 띈다. 오늘날 호주는 베트남 동, 캐나다 달러 등에 사용되는 폴리머 노트를 전 세계에 공급하여 상당한 외화수익을 올리고 있다.

5달러
국회의사당 Parliament House
캔버라를 여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 수도이자 행정의 중심지인 만큼 많은 관공서가 모여 있지만 1988년에 새롭게 오픈한 국회의사당이야말로 호주의 정치를 대표하는 장소다. 대리석으로 꾸민 로비와 역대 수상, 총독의 초상화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보안 검색만 통과하면 관광객 또한 웬만한 곳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한 것이 특징.
10달러
벤조 패터슨 AB Banjo Paterson
호주의 3대 문호이자 호주 문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주로 어린 시절을 보낸 뉴사우스웨일즈의 비나롱 지역을 비롯해 농촌과 오지에서의 삶과 자연에 대한 글을 썼다. 또한 식민지하의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며 종군기자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20달러
메리 레이베이 Mary Reibey
영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말을 절도한 죄로 십대의 나이에 호주로 이송, 정착했다. 토마스 레이베이와 결혼하였고 남편이 죽은 뒤에도 그의 사업을 확장하며 자선사업, 교회, 교육과 관련한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나갔다. 당시 식민지 안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명성을 떨쳤다.
50달러
데이비드 우나이폰 David Unaipon
호주 원주민 출신의 발명가. 미션스쿨에서부터 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공학적 문제를 연구하고 실생활에 유용한 발명품을 고안해냈다. 특히 양털을 깎는데 효과적인 핸드피스와 부메랑의 원리를 이용한 헬리콥터 기술연구로 ‘호주의 레오나르도’라는 명성을 얻었다. 작가로도 활동하며 원주민의 관습과 전통에 대한 책을 발간했다.
100달러
넬리 멜바 Nellie Melba
100달러에는 성악가 넬리 멜바의 초상화가 그려져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데뷔한 그녀는 호주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오랜 기간 활동했다. 피치 멜바 디저트는 프랑스 유명 요리사인 에스코피에가 넬리 멜바를 위해 만들었고 그녀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전
엘리자베스 2세 Queen Elizabeth II
영국연방인 호주의 동전에는 영국의 여왕을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한쪽 면에는 모두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을 새긴다. 그러나 동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인물의 초상화에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주화의 조폐시기에 따라 그녀 역시 점차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이를테면 1980년도에 만들어진 동전의 초상화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상징하지만 2008년 자 주화에는 기품과 근엄함이 가득한 엘리자베스 2세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