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Petersbrug :: City Walk

For Perfect Exploring St. Petersbrug

완벽한 도시 탐험을 위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산책
 수도로서 지위를 누렸던 왕의 시대가 끝나자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그 시대에 멈춰서 잠이 들었나보다. 도시 곳곳에선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제정 러시아의 화려함이 여전히 흘러넘친다. 경제침체에 허덕이는 분위기속에서도 도시는 반짝반짝 빛난다. 러시아 제2의 거대도시이지만, 완벽하게 탐험하기 위한 방법은 역시 산책이다.
글 함희선 기자 사진 진하정 기자 취재협조 상트페테르부르크시 관광개발위원회

거대한 메트로폴리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잘 여행하는 법은 의외로 걷기다. 여행자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요한 곳들이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지구에 모여 있으니 일정 내내 여기에만 머무른다 해도 문제될 게 없다. 표트르 대제가 도시를 계획할 때, 먼 미래에 찾아올 우리들을 찾아올 것을 예측이나 한 듯 지도 한 장 들고 다녀도 정확하게 뻗어있는 도로들이 쉽게 갈 길을 안내한다. 여행자들은 완벽한 계획아래 세워진 인공도시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다. 걷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모든 것들에서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제정 러시아의 화려함이 흘러넘친다. 도시는 여전하다. 수도로서 지위를 누렸던 왕의 시대가 끝나자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그 시대에 멈춰서 잠이 든 것처럼 말이다.

이 도시를 찾는 첫 번째 이유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자의 99퍼센트는 이곳에서 출발한다. 드보르초바야 광장.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따주 박물관에 가기 위해서다. 18세기 옐리자베타 1세의 명으로 건설했던 에메랄드 빛의 우아한 바로크 스타일의 궁전 안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예술품들이 가득 차 있다. 무려 300만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게 어느 정도냐면 한 작품에 1분씩 투자한다면 총 8년이 걸리는 수준이다. 예술을 논할 때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대적이 되지 않는 이유 중에 이 박물관도 포함된다. 이집트 미라부터 그리스 시대의 조각상, 그리고 르누아르, 고갱, 고흐, 렘브란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이 그야말로 홍수처럼 넘쳐난다. 예카테리나 2세가 얼마나 막대한 부를 투자해 예술품을 사들였는지 경악할 정도다. 당시의 국민들은 사치스러운 그녀 때문에 울분을 토했다지만, 덕분에 우리는 더없이 황홀한 감상을 누릴 수 있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작품들은 겨울 궁전, 큰 에르미따주, 작은 에르미따주, 새로운 에르미따주, 에르미따주 극장, 예비보관소, 총 6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박물관에 전시된다. 하나의 복합단지처럼 이뤄진 에르미따주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정이 일주일이라면 모두 다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절대로, 단 몇 시간으로 끝내면 안 되는 코스다.

작품에 몰입해있다가도 이따금 건물 자체에 마음을 줘보자. 박물관 건물은 제정 러시아가 막을 내릴 때까지 황제들이 겨울 동안 이곳에서 머물러 겨울궁전이라고 부르는 그들의 삶의 공간이었다. 주체할 수 없이 화려한 그랜드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대리석으로 세공된 멋진 바닥을 밟으며, 금빛 무도회장에서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빛을 받으며 공간을 헤매는 기분은 굉하다. 로마노프 왕조의 황실가족들이 살았던 공간에 함께 있다는 상상을 하면 작품 속에서 보았던 그들의 얼굴이 스멀스멀 올라와 주변에 맴도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예술 감상과는 또 다른 감격이다.

 

1 에르미따주 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겨울 궁전. 바로크 양식의 에메랄드 빛 건물이 우아하다. 
2 5 예카테리나 2세는 엄청난 부를 투자해 미술품을 수집했다. 박물관 안은 위대하고 호화로운 예술작품으로 넘쳐난다. 
3 예카테리나 여제가 바티칸을 다녀온 후 만들었다는 라파엘로 로지아. 
4 드보르초바야 광장. 멀리 보이는 아이보리색 건물은 제네럴 스태프 빌딩이다.

1 니콜라이 1세의 기마상과 그 뒤로 보이는 황금빛 돔의 성 이삭 대성당. 
2 3 4 대단한 규모의 성당 안은 더 대단하다. 성서의 내용과 성인을 묘사한 러시아 작가들의 19세기 작품들이 금빛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눈이 부실 정도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금빛 홀릭

에르미따주를 완벽하게 패스하긴 어렵겠지만, 그 다음 향할 곳은 성 이삭 대성당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가이드북이나 브로셔에는 항상 이 성당이 메인을 장식한다. 성 이삭의 날인 5월 30일에 태어난 표트르 대제를 기리기 위해 건립된 성당으로 1818년 몽페란드가 설계하고 40년 만에 완성했는데,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띠는 황금빛 돔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돔이다. 공사에 동원된 사람만 무려 50만 명이라니 그 숫자만으로도 이 성당이 얼마나 대단한 지 짐작할 수 있다. 그 내부는 더하다. 1만4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 성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탄성부터 쏟아져 나온다. 고개를 들어 벽이며 천장까지 샅샅이 훑어보다보면 다문 입은 쉽사리 닫히지 않는다. 성서의 내용과 성인을 묘사한 러시아 작가들의 19세기 작품들이 금빛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고, 특히 60점이 넘는 모자이크 프레스코화가 인상적이니 성당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나눠주자.

성 이삭 대성당의 하이라이트는 도시의 파노라마 뷰다. 성당을 실컷 감상한 후라면 262개의 달팽이 같은 계단을 걸어서 황금 빛 돔 위에 오른
뒤 시원스레 펼쳐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다. 둥근 돔을 360도 빙빙 돌면 온 세상이 다 내 것이 된 것처럼 좋다. 파란
하늘의 여름이 아니라서 별로일까. 아니다. 한 겨울의 우중충한 날씨와 잿빛 지붕도 꽤 러시아적인 분위기라 나름의 운치가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뺨을 쳐대도 그마저 기쁘더라. 도시의 훌륭한 스카이스크래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이삭성당의 꼭대기 정복이다.

1 러시아 복고주의를 철저하게 따른 피의 사원. 양파모양의 알록달록한 꼬뿔이 독특하다. 
2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피의 사원 앞에는 늘 화려하게 옷을 차려입은 남녀가 나타나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3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테러를 받아 피를 흘린 자리. 
4 사방을 휘황찬란하게 휘감고 있는 성당 내부가 감탄스럽다. 
5 아침, 점심, 저녁. 빛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피의 사원.

보고 또 보고, 멈추지 않는 감동 속으로

다소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성 이삭 대성당과 피의 사원 둘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피의 사원을 선택하겠다. 표트르 대제를 사랑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성 이삭 대성당에 보내는 애정이 더 크지만 피의 사원이 가지는 그 독특한 분위기는 어떤 것과 견줄 수 없다. 아마도 여행자들이라면 피의 사원의 손을 번쩍 들어줄 테다. 바로크 양식과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들이 가득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복고 스타일로 완벽하게 구현된 피의 사원은 운하 뒤에 몰래 숨어있어도 절대 몸을 숨길 수가 없으니까. 도시 어디에서 봐도 81미터로 솟은 탑과 양파 모양의 알록달록한 꾸뽈에 저절로 마음이 이끌려 다가가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왜 하필 무섭게 피의 사원으로 불리는 것일까. 혹시 건물 외벽이 붉은 색이라서 그럴까. 아니다. 진짜 이름은 따로 있다. 그리스도 부활 성당. 1881년 알렉산드르 2세가 인민의지당의 폭탄테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는데, 이어서 황제에 오른 알렉산드르 3세가 그를 기리기 위해 지은 것이라 별칭인 피의 사원으로 더 자주 불리는 것이다. 내부에는 지금도 알렉산드르 2세가 피를 흘렸던 자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성당은 건축가 알프레도 팔라다와 이그나탸의 지휘아래 1883년부터 24년 동안 건설되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 남쪽에 있는 성 바실리 대성당을 모델로 해서 지어졌는데,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무심코 얼핏 보면 헷갈릴 수도 있을 만큼 닮았다. 이제는 감동을 밖에서 안으로 데려갈 차례. 진정한 감동은 내부에서 아찔하게 밀려온다. 금, 벽옥, 장미휘석, 석영, 반암, 이탈리안 대리석으로 된 화려한 모자이크가 천장, 벽, 바닥, 기둥, 판넬, 캐노피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휘황찬란하게 휘감고 있어서 말할 틈 없이 감탄사를 터트리게 한다. 과한 사치스러움보다는 종교의 위대함이 느껴져서 그들의 신이라면 한번 믿어보고 싶은 마음 마저 만든다. 마지막은 다시 밖으로 나가 그리보예도프 운하 곁에 서서 찰랑거리는 물위로 보이는 피의 사원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정점을 찍는다.

진짜 러시아 발견하기

러시아를 여행하다보면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자주 접하게 된다. 낯선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공산주의 소련이라면 멀게 지내야 했던 우리의 과거 때문에. 그게 예술이든 문화든 처음엔 어렵지만, 일단 접하고 나면 흥미롭고 점점 더 궁금해진다. 에르미따주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최고의 박물관인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러시아 박물관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다. 러시아 예술을 경험하는 기쁨은 여기에서 가능하다. 세계에서 러시아 미술작품으로는 가장 훌륭한 콜렉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박물관은 1826년 건설된 까를로 로시의 손에서 탄생한 고전주의 양식의 미하일로프 궁전에 들어서 있으며, 중세미술, 18세기부터 20세기의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데, 특히 19세기 미술의 국보급 작품인 브률로프의 <폼페이 최후의 날>, 일리아 레핀의 <볼가강의 배끄는 인부들>, 페드도프의 <소령의 구혼> 등은 꼭 찾아서 봐야 한다.

진짜 러시아 발견이라면 발레다. 그 시작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였지만, 현재 서양의 발레는 러시아의 고전 발레가 기본이니 러시아적인 경험은
단연 발레 공연관람이다. 특히 소련 시절의 유명스타들이 공연했던, 알렉산드르 2세의 지시로 건설된 호화스러운 19세기의 극장인 마린스키
극장에서라면 두 손이 모아진다. 러시아에서 발레가 처음으로 공연된 건 1673년. 이에 흠뻑 반해버린 러시아 황실은 무용학교를 세우고, 대단한 안무가를 초빙해 교육시키면서 19세기 러시아의 발레를 유럽 최고의 자리에 올렸다. 해가 빨리 지는 춥고 긴 겨울이 다가오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공연목록을 옆구리에 끼고 체크한다. 발레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1 4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박물관은 세계 최고의 러시아 예술작품 콜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2 3 호화로운 19세기의 마린스키 극장. 발레의 본고장, 그리고 소련의 스타들이 공연했던 이곳에서 발레를 보는 건 행운이다. 
5 도시의 메인 도로인 넵스키 프로스펙트. 4.5 킬로미터로 죽 이어지는 이 대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큼 다 갖추고 있다. 여행자와 시민들에게나 가장 주요한 장소다.

넵스키 거리를 걷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소설을 여럿 썼던 위대한 작가 니콜라이 고골이 남겼던 말이 있다. “넵스키 대로만큼 훌륭한 곳은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여기가 모든 것이다. 우리 수도에 이것보다 더 괜찮은 곳이 있을까?”

걸어 다닐 때야 작은 것 하나마저도 신경 쓰지만, 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어디가 어딘지 방향 감각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걷지 않고 오로지 자동차로만 이동하면 아까 거기가 여기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우리의 착각이 아니다. 같은 도로가 맞다. 정체는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메인도로 넵스키 프로스펙트다. 해군본부에서 알렉산드르 넵스키 수도원이 있는 곳까지 이어지는 4.5킬로미터의 넓은 도로는
바로크 건축양식부터 고전주의, 아르누보 양식까지 웅장한 건축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건축 박물관 같은 곳이기도 하다. 넵스키 프로스펙트
위를 걷다보면 자연스레 도시의 주요한 랜드마크들을 대부분 지나쳐가게 되는데, 여행자라면 수십 번씩 왔다 갔다 하게 되어 끝에는 정이 듬뿍 들고야 만다. 일주일이라면 눈감고도 걸어 다닐 수 있을 경지에 올라선다.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어디에서 노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같다. “넵스키 프로스펙트요!” 여행자에게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에게나 오로지 넵스키 대로가 메인이다. 호텔, 은행, 레스토랑, 카페, 상점, 슈퍼, 약국, 회사, 아파트, 영화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게 이 거리에 있다. 비록 지금은 니콜라이 고골이 살았던 시대와 한참 다르겠지만, 우리의 생각은 똑같다. 넵스키 프로스펙트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핵심이라는 거.

기쁘고도 반가운 무덤 산책

고양이 한 마리가 늠름하게 묘지 사이를 오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무덤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무덤으로, 다시 푸시킨의 무덤으로 이동하는 동안 능글맞은 표정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제집처럼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모습에 혹시 여기 묻혀있는 유명인 중 누군가 환생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더라. 누가 내 묘지에 오나 안 오나 감시하면서 말이다. 넵스키 프로스펙트의 끝 지점을 알리는 곳, 알렉산드르 넵스키 수도원에는 유명한 정치인, 건축가, 작곡가, 문학가 등 러시아의 위대한 인물들의 묘지가 하나의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서 러시아의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여지없이 찾는다. “여기는 누구의 무덤이요. 살아서 이런 업적을 남겼어요. 몇 년에 죽었죠. 그리고 저쪽에 이 사람의 부인도 묻혀있어요.” 전문 가이드의 디테일한 설명도 준비되어 있어서 꽤 흥미로우니 묘지라고 두려워말길.

알렉산드르 넵스키 수도원은 역시 표트르 대제가 1710년에 설립한 수도원이다. 노브고로드 공국의 왕자의 이름을 따라 지은 것으로 1240년 스웨덴의 공격을 물리쳤던 그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수도원 내부에는 도메니코 트레니지가 설계한 수태고지 성당, 이반 스트라보가 설계한 홀리 트리니티 대성당이 자리하는데, 일요일 아침이면 머리에 예쁜 스카프를 두른 여인들이 성당 안으로 쪼르륵 들어간다. 운이 좋다면 조금은 색다른 러시아 정교회의 장엄한 예배를 엿보고 신부님과 사제들의 굵고 낮은 음색의 경건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로마노프 왕조의 가족들을 만나다

피터폴 요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처음, 그리고 마지막과도 같다. 표트르 대제가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자 계획하고서 처음 지은 건물이 바로 이 요새다. 1703년 당시 러시아가 스웨덴과 북방전쟁을 치르는 중이였기에 아마도 요새를 가장 먼저 떠올렸으리라. 네바강의 삼각주 지대에 있는 토끼 섬 위에 도메니코 트레지니의 설계로 35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1712년부터 20년 간 공들여 세운 아이보리 빛의 웅장한 석조성당은 하나의 단지처럼 구성된 요새 도시 내에서도 주요한 랜드마크로 공중으로 곧게 솟구친 금빛 탑은 도시 어디에서도 눈에 띈다. 마치 ‘여기가 시작점이요!’하고 외치는 듯이.

도시의 마지막을 느낄 수 있는 곳도 바로 여기다. 성당 내부에 표트르 대제부터 퇴위당하고 결국엔 살해당한 니콜라이 2세의 온가족이 묻혀있어서다. 도시에 머무는 동안 궁전에서, 미술관에서, 또 거리에서 마주했던 로마노프 왕조의 황실가족들과 어느새 정이 들었나, 직접 대면하는 자리가 뭉클했다. 304년간 국민위에 군림했던, 강력하고도 화려했던 제정 러시아도 이제는 무덤 안에 고요하게 잠들었다니. 피터폴요새는 상트페트르부르크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장소다.

 

1 알렉산드르 넵스키 수도원에 묻혀 있는 위대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장식된 비석이 아름답다. 
2 우리에게 <죄와 벌>로 친숙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무덤.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무덤이다. 
3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이 더해지는 묘지 투어도 있다. 
4 키큰 나무들에 둘러싸인 성당. 일요일이면 운 좋게 러시아 정교회의 예배를 엿볼 수 있다. 
5 6 오른쪽에 있는 아이보리 건물이 피터폴 요새에 있는 석조 성당이다. 내부는 로마노프 왕조 황실 가족들의 무덤들. 
7 피터폴 요새가 지어진 섬의 별칭은 토끼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