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발행구분
[2003년 11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정선]
기사제목
[INFIELD]
어린시절의 향수가...
넉넉한 인심의 시골 장터
아줌마 이거 1,000원어치만 줘보래요. 한번 볶아먹고 말게.” 하얀 속살을 드러낸 도라지를 가리키며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말하자 감자 칼로 쓱쓱 도라지 껍질을 벗기던, 손톱 밑이 까맣고 인심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흔쾌히 비닐봉지를 열어 도라지를 두세 움큼이나 집어넣는다. “1000원어치는 안파는데 할머니가 그러시니까 드리는 거래요. 난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하는데….” 하지만 아주머니는 한번도 안된다고 말한 적이 없었을 것 같다.
추억 어린 물건들과 볼거리
매월 2와 7이 들어가는 날짜가 되면 서는 정선 5일장
에서는 도시에서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향수어린
풍경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가끔 잘못했을 때,그 뒤쪽
손잡이 부분으로 종아리를 맞곤 해서 눈앞에 어른거
리기만 해도 숨을 죽여야 했던 싸리 빗자루. 신발가게
앞에 나와 있는 까만 고무신은 내 기억속에서 할아버
지의 발에 신겨져 있었다.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
평생 살던 촌마을을 떠나오긴 했지만 마당 뒤 목련나
무 가의 조그만 흙더미에 이름모를 씨앗을 뿌리며 "그
래도 사람은 땅이랑 떨어지면 못 사는 건데….” 하고
할아버지는 중얼거리시곤 했다.
풍성한 군 것질 거리
정선 5일장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장을 구경하며 이
것저것 군것질을 할 것이 많다는 점이다. 시장 곳곳에
는 아주머니들이 자리에 앉아 즉석에서 자글자글 구
워 파는 빈대떡이니 메밀전병 같은 먹거리가 넘쳐난
다. 넉넉한 몸집만큼이나 순대며 간이며 눈대 중도 하
지 않고 숭숭 잘라대는 아주머니, 가위를 들고 지나가
는 사람들마다 노가리 한입씩을 잘라주는 아저씨, 허
리까지 오는 커다란 들통 속에서 족발을 푹푹 쪄내는
아저씨, 커다란 솥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강원도
표 감자떡을 쪄 내는 아주머니들은 모두들 인심좋은
웃음으로 배고픈 관광객의 허기를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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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어린 물건들과 볼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