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ao Yai
긴 쉼표같은 휴식 카오야이

 

이번엔 어디로 가는 거야? 카오야이라...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혹시 태국? 그랬다. 여행이 일상인 지인조차도 처음 들어보는 도시라던 카오야이. 숨겨진 보물 지도처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것이 고맙기만 했던, 혼자만 알고 싶던 작은 마을, 짧은 고민 끝에 이곳을 소개하기에는 한정된 지면이 부족할 듯 하다. 어딘가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한다면 제일 마지막으로 머물고 싶던 곳의 이야기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풀어놓고 싶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김현수 트래블 인플루언서

방콕 돈므앙 공항에 내리자마자 익숙한 습한 공기가 가슴속에 가득 채워진다. 각오했지만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익숙한 도시의 매연과 소음, 물끄러미 올려다본 하늘은 당장이라도 후드득 무언가 뿌려댈 것 같았다. 여행은 날씨가 반 이상을 좌우하는 법인데 반쯤 포기한 채로 차에 올라 눈을 감았다. 고속도로를 따라 두 시간쯤이나 달렸을까? 휴게소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눈을 떴을 때 펼쳐진 맑은 하늘, 마치 내내 깨어있었던 사람인 양 단숨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낯설지만 익숙한 한적한 시골마을

주말이면 한적한 카오야이가 들썩인다. 한적했던 이 시골마을은 주말이면 휴일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활기찬 모습이다. 맑은 공기, 그리고 7개의 골프 코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간. 돈므앙 공항에서 2시간, 수안나폼 공항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이곳은 방콕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맑은 공기는 기본, 그리고 고작 2시간 거리인데 태국의 뜨거운 날씨가 무색하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늘로 들어가면 햇살의 흔적은 습도가 낮아 제 모습을 감추고 숨어버리는 곳이다. 태국에서 이런 기후라니, 여기가 과연 태국이 맞긴 한 걸까? 돈므앙 공항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법처럼 다른 나라로 순간 이동한 것만 같다.

태국의 헤이리 마을, 팔리오 카오야이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팔리오 카오야이는 매일 가도 싫증나지 않는 곳이었다. 분위기 멋진 카페에서 향기 그윽한 커피 향기를 마시고 있노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질 정도, 그런데 이 팔리오 카오야이는 주말에만 붐빈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이곳뿐만 아니라 카오야이 전 지역은 주말 내내 사람들로 북적이다가 월요일 아침이면 하루아침에 변심한 연인처럼 낯선 모습으로 돌변한다. 차들조차 간간이 지나가는 한적한 마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단, 주말에는 차량이 많으니 조심할 것! 전 지역이 유럽 마을 같은 분위기를 닮은 이곳은 특별한 인생샷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카오야이 중심부에 있는 팔리오 카오야이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마을로 플로렌스 풍의 건물들과 럭셔리 부티크, 고급 식당 등이 밀집되어 있으며 주말에는 선물처럼 야외에서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것은 기본! 종탑 위의 빗자루 탄 마녀가 진짜 이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유기농 장터 비더스 롯지

다른 모든 여행지를 찾아갈 땐 될 수 있으면 주말을 피하는 편이었다. 주말이면 항공이며 숙박 요금이 올라가기 때문. 하지만 카오야이를 찾는다면 주말을 꼭 포함해서 여행 일정을 잡아야 한다. 주말에 더 볼거리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비더스 롯지도 한몫한다. 태국에서 가장 신선하고 건강한 유기농 농산물과 특산품을 판매하는 이곳은 오직 주말에만 열린다. 외관에서부터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비더스 롯지는 현지의 유기농 농산물을 직접 맛볼 수 있으며 구입도 가능하다. 유기농이기 때문에 가격대는 조금 높지만 과일로 만든 와인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태국에서 만난 이탈리아 감성, 토스카나 밸리

카오야이를 찾기 전에 뒤적거려본 기사라고는 국립공원에서 야생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기사가 전부였다. 마을 전체가 유럽 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는 말은 토스카나 밸리에 들어서면서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건축과 정원양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타운은 830에이커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 위에 5성급 호텔, 18홀 골프장과 수영장, 부티크와 식당들이 위치한 거대한 하나의 마을이다. 도로 입구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어느 지방에 온 것 같은 착시 현상이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고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에만 30분 이상 걸릴 만큼 규모도 상당하다. 태국의 거부들은 세계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 재력을 자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스케일 자체가 명불허전이다. 하루 종일 이곳에서 머문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시간이 부족할 것만 같다.

가족과 함께라면 Scenical World

수많은 연인이 멋진 주말 데이트를 위해 찾는 카오야이, 하지만 그만큼 가족들과 함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부분 방콕에서 오는 현지인들이 많지만 이런 보석 같은 곳들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카오야이로 검색했을 때 국내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지만 트립 어드바이저에는 많은 정보가 올려와 있었다. 카오야이의 유일한 워터파크이자 테마공원인 씨니컬 월드는 방콕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산속에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다양한 어트렉션 시설을 기다리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기본, 특히나 키즈 존이 따로 조성되어 있어서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자연 그대로 맑은 계곡 Ban Tha Chang Spring

유료로 즐겨야 하는 시설이 부담스럽다면 무료로 시원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곡도 존재한다. 바로 태국 계곡 중에서도 가장 물이 깨끗하다고 알려진 Ban Tha Chang Spring이다. 작은 폭포와 수많은 계곡으로 이뤄진 이곳은 돗자리를 펴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북적인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 샤워와 환복이 다소 불편한 것은 생각해야 한다. 돗자리를 펴고 누워 도시락을 즐기는 사람들, 도시락을 준비하기 어려운 여행자라면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서 현지의 시간을 함께 체험해보는 여유를 만끽해 보자.

마음마저 채워주는 카오야이 아트 뮤지엄

부호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은 실제로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태국의 거부가 운영한다는 사설미술관은 모든 관광객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무료 미술관이라 큰 기대는 품지 않고 들어갔던 나는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넓은 야외 정원에는 태국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가운데에는 고즈넉한 호수가 운치를 더한다. 실내 전시장은 총 3곳이 있는데 태국에서 유명한 현대 미술가들이 그림과 작품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한적하고 자유로운 데다가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는다면 사진 촬영까지 자유롭다니. 낯선 마을에서 문득 작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태국의 허파, 카오야이 국립공원

태국 전체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이며 태국의 허파로 불리는 카오야이 국립공원은 카오야이의 시그니쳐 스팟으로 야생원숭이와 사슴, 운이 좋다면 코끼리까지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호수는 물론 폭포와 웅장한 산림이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1킬로미터에서 30킬로미터에 이르는 수많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이곳을 오롯이 즐기는 방법이다. 2,168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은 우리나라 설악산 국립공원의 약 6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다. 대신 외국인 관광객은 태국 현지인보다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지만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특별한 당신을 위한 골프코스 Rancho Chanvee

아이들을 위한 워터파크나 계곡을 소개했으니 이젠 어른들을 위한 장소도 소개할 차례! 태국의 부호가 개인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9홀을 만들어 지인들과 사용하다가 9홀을 추가 개장해서 퍼블릭으로 공개한 고급 CC인 이곳은 골프장 전용 비행장이 있어 방콕에서 경비행기나 헬기로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있는 특별한 곳이다. Bob Mcfarland가 디자인한 골프장으로 헤저드 등의 위치가 독특하고 업다운이 다채로운 특별한 코스로 중급 이상 실력자들의 사랑을 받는 골프장이다.

내집처럼 편안한 쉼, 더 스테이

카오야이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3성급의 합리적인 가격대인 호텔인 더 스테이는 팔리오 카오야이 바로 옆에 있다. 3~6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넓은 룸사이즈로 가족여행객들에게도 적격이다. 스페셜 룸 조차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가격대. 대형마트와 마사지 샵도 바로 옆에 있으니 카오야이를 부담없이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최적의 선택이다. 주말을 이용해 이용한다면 더 스테이에 머물면서 주말에만 열리는 비더스 롯지, 그리고 역시 주말에만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팔리오 카오야이 등을 돌아다니면서 카오야이의 동선을 익히기에 적격이다. 주말을 꼭 경험해야 하는 카오야이라면 이곳은 더할 나위 없는 합리적인 여행을 보장해준다. 고급 숙소에서 시설을 충분히 이용하는 게 답이라면 주말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관광을 즐기고 럭셔리한 숙소로 이동하니 저렴해진 여행 경비로 남은 시간이 더욱 즐거워진다.

뫼벤픽 리조트 카오야이

부담 없는 숙소에서 카오야이의 분위기를 익히고 관광지를 돌아봤다면 이번에는 특별한 리조트 뫼벤픽 카오야이로 눈길을 돌려볼만 하다. 2019년 11월까지 My Ozon으로 운영되던 이 리조트는 프랑스의 호텔 체인 아코르 그룹의 브랜드인 뫼벤픽에서 인수해 12월부터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중세 유럽의 고성을 그대로 재현한 카오야이 최고의 고급 리조트이며 럭셔리한 룸 컨디션과 광활하고 아름다운 정원, 수준 높은 레스토랑은 감탄을 자아낸다. 리셉션과 식당,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과 메디컬 센터가 위치한 메인동과 호텔동, 풀빌라 타운까지 다양한 여행자의 스타일을 만족시켜 준다. 또한, 현재 9홀의 골프 코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18홀까지 확장 공사 중이다. 카오야이를 포함하여 태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리조트로 이번 달부터 시작되는 뫼벤픽의 매니지먼트 이후 얼마나 더 높은 퀄리티로 감동하게 할지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다. 이곳의 매력은 해가 진 후에 더욱 빛을 발한다. 태양이 먼 지평선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붉은얼굴로 잠을 청할 무렵이면 낮 동안 숨어있던 달이 그제야 얼굴을 드러낸다. 밤이 깊어갈수록 반짝이는 별빛들이 땅위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다.

휴식이란 힐링, 건강까지 챙기는 파나씨

태국 방콕에서 메디컬 센터로 유명한 파나씨가 뫼벤픽 안에 있었다. 여행이란 힐링, 그렇다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는 터. 리조트 메인 동에 위치한 파나씨 메디컬 센터는 여행자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스캔하여 이에 알맞은 트리트먼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이용해본 스파룸은 마사지로 유명한 태국에서조차 손꼽을 만했다. 전문 테라피스트의 손길은 여행자의 지친 피로를 만족스럽게 풀어준다. 이곳의 건강을 위한 의료시설과 기술은 독일에서 공급받아 서비스 중이다. 간단한 검사뿐 아니라 실제 의사들 또한 여행자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누군들 상상했을까. 몸의 활력을 끌어올려주는 비타민수액을 맞으며 보이는 풍경이 하얀 병원의 벽이 아니라 시원하고 넓은 잔디밭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