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ril Islands

불곰의 성찬과 연어의 고향, 쿠릴제도

쿠릴 제도는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구 소련(러시아)으로 부터 양도 받은 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날 일본이 러시아를 상대로 줄기차게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쿠릴 제도로의 액티비티를 즐길 여행을 시작한다.

에디팅 전준호 기자 글과 사진 안민호 롯데관광 크루즈사업본부장. 블라디보스토크 국제크루즈터미널 베라리 사장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시골 정류장처럼 한적한 사할린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마친 후 쌍발여객기는 요란한 굉음소리를 내며 이륙한 뒤, 한 시간 조금 지나 쿠릴제도의 크릴스크 공항에 기착했다.

 

온천욕으로 피로를 말끔히

크릴스크 공항을 출발하여 20여분 정도 달리니 바닷가에 한적하게 자리 잡은 온천욕장이 있다. 이곳 온천욕장은 육각형 형태로 지은 건물 안에 서너 개의 원통형 대형욕조가 있는 형태이다. 이 온천욕장은 벽과 지붕만 있을 뿐 사방이 오픈된 거의 노천온천과도 같은 모습이다.

빡빡한 일정으로 쌓인 피로를 풀 겸 30여분 정도 온천욕을 하고 나니 한결 가뿐한 몸이 된다. 크릴제도에는 이런 형태의 크고 작은 온천들이 수두룩하게 늘려 있다고 한다. 다시 차량을 이용하여 주변에 조명이 거의 없는 약간 음습한 느낌마저 드는 시골길을 20여 분 정도 가니 드디어 밝은 조명 빛의 멋진 목조건물이 나타났다. 바로 객실 수가 불과 10여개뿐인 아주 작지만 제법 고급스런 목조건물 호텔이었다.

에메랄드 빛깔의 노천온천이 천지

SUV 차량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여 평탄치 않은 산악 길을 따라 30여 분 정도 이동한다. 진한 유황냄새를 맡으며 한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숲속 길을 헤치면서 10여 분 정도 산 아래로 내려가니 드디어 캄차카에서 경험한 바 있는 에메랄드 빛깔의 노천온천들이 뜨거운 열기와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여러 곳에서 장관을 연출한다.

계곡 한가운데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노천온천들은 캄차카에서의 간혈온천Geiser Hot Spring처럼 간헐적으로 온천수를 뿜어내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떤 노천 온천은 손을 담구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또 어떤 노천온천은 마치 일반 목욕탕 물처럼 적당히 따뜻하여 많은 현지인 러시아 사람들이 들어가 수영도하며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는 화장실을 갖춘 탈의실도 있고 또한 즉석 요리도 가능한 시설도 있어서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노천온천도 즐기고 음식도 직접 요리해 먹으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장소로 이용한다.

 

'쿠릴제도의 보석'의 이투룹 섬

이제 '쿠릴제도의 보석'이라 부르는 이투룹 섬Iturup Island & Kurilk 으로 본격적인 탐험에 나설 시간이다. 우선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연어 양식장을 둘러보았다. 캄차카에서는 알래스카와 같이 7월과 8월에 가장 많은 연어들이 자신들이 태어난 양식장을 찾아 몰려드는데, 이곳 크릴제도에서는 서너 달 정도 늦은 10월과 11월에 연어 떼들이 이곳에 몰려든다.

그래서 크릴제도에는 많은 연어양식장이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연어양식장을 둘러본 뒤 처음 찾은 곳은 승용차나 관광버스로는 도저히 접근이 쉽지 않는 길을 꾸불꾸불 올라가면 제법 높은 산언덕 위에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사방이 확 트인 섬 주변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역시 크릴제도도 화산 분출로 인하여 생성된 화산섬이기 때문에 사방에는 여러 모양의 용암석들이 각각의 멋진 경관을 보여 준다. 또한 항구 인근 언덕위의 전망대에는 배 모양과 고래 꼬리 모양 등의 조형물과 또한 섬 보호를 위한 군사용 대포가 바다를 향하여 전시되어 있다.

 

연어부화장에서 생을 마치는 연어

이곳 역시 연어 부화장과 연어가공 공장들이 있지만, 7월은 연어가 올라오는 철이 아니기 때문에 연어 알 부화용 플라스틱 용기들만 가지런히 정리정돈 되어 있을 뿐 지금은 거의 비어있다. 그러나 연어가 올라오는 가을철에는 여기도 활기가 넘친다고 한다. 10월과 11월에 연어들이 이곳에 몰려들면 잡아서 암놈 연어의 알과 수놈 연어의 수정체를 수정시킨다.

부화장에서 자라는 연어의 크기에 따라 각각의 수조로 옮겨 제법 고기 형태를 갖출 때까지 먹이를 주며 치어를 양육시킨 뒤 6월경에 수로를 따라서 방류한다. 이렇게 방류된 연어는 수년 동안 태평양 바다를 누비며 커다란 연어가 되어 10월부터 다시 이곳 부화장을 찾아서 생을 마치게 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연어부화장 바로 인근에 규모는 아주 작지만 수십 갈래의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폭포가 또한 볼거리다. 폭포와 연어부화장 바로 옆에는 작은 규모의 정원을 조성되어 있다.

불곰들의 장관, 10월의 가을 여행이 최적기

하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연어 철이 아니라 직접 경험할 수가 없었지만, 10월경에는 수많은 연어 떼가 이곳에 몰려오고 또 이때 불곰들이 강가에 몰려들어 연어잡이를 한다고 하는데 상상만으로 장관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캄차카반도와 마찬가지로 쿠릴제도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연출된다고 하니 이곳에서의 가을여행을 기대해 볼만하다. 특히 가을철 10월부터는 이곳 쿠릴호수에 엄청난 양의 연어 떼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이때를 맞추어 역시 더욱 많은 숫자의 불곰들이 이곳 쿠릴호수에 나타나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미트노브스키 화산

쿠릴호수에서의 불곰 떼 조망과 함께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이곳에서의 여행은 대형 군용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6WD 트럭버스를 타고 미트노브스키Mt. Mytnovskiy 화산을 등정하는 아주 특이하고 재미있는 일정이다. 일본의 후지산과 이태리 폼페이의 베수비오스 화산 모양의 2,223미터 높이의 미트노브스키 화산 등정은 자갈길을 따라서 도중에 1,845미터의 고레리Mt. Goreliy 화산과 빌유친스키Mt. Vilyuchinskiy 화산 등 멋진 화산 풍경을 볼 수가 있다.

미트노브스키 화산 등정은 차량으로 이동 후 겨우 200~250미터 높이의 언덕을 오르기만 하면 이미 화산 속에 들어서게 되므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가 있다. 이후 약 1킬로미터 정도 빙하 길을 따라서 이동하여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더 200미터 정도를 오르게 되면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분기공을 갖고 있는 미트노브스키 분화구에 다다르게 된다.

푸른 빛깔의 빙하와 황화수소의 노랑색 퇴적물 그리고 가파른 분화구벽 색깔 등, 이곳 주변의 다양한 색깔은 마치 여러 가지 색 물감을 풀어놓은 팔레트와 같다고나 할까? 분화구 탐험을 마치고 다시 6WD 차량으로 이동하여 인근에 위치한 80미터 높이의 멋진 오파스니 폭포Opasniy Water Fall도 장관이다.

 

절경 속의 절경, 불랙벨리와 화이트벨리

다시 SUV차량을 타고 역시 넓지 않은 비포장 길을 30여 분 정도 달리니 사방이 확 트인 시원한 바닷가가 나타난다. 단단하지 않은 바닷가 모래사장을 달리느라 힘이 들었던지 SUV차량의 바퀴바람이 빠져나가 잠시 바람을 되 채우느라 지체하기도 하였지만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 왔다. 이곳은 약간 짙은 회색 빛깔의 사암인 불랙벨리Black Valley와 흰 빛깔의 사암인 화이트벨리White Valley가 산 정상을 덮고 있는 밝은 진초록 빛 숲과 멋진 조화를 보여준다. 여기에 푸른 하늘과 흰 모래사장과 그리고 짙은 코발트 빛 바닷물색이 어울리니 더욱 멋진 절경을 만들어 낸다.

 

또한 불랙벨리와 화이트벨리의 절경이 있는 바닷가 인근에는 마치 돌기둥 형태가 한데 몰려있는 듯한 형태의 주상벨리도 있어서 시선을 끌기도 한다. 더욱 흥미 있는 것은 이곳 바닷가 해변가 모래사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약돌들이 모두가 잔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자갈 표면이 거칠거칠한 돌이다. 이 돌이 발의 각질을 제거하는데 사용된다고 하기에 언젠가 시중에 파는 각질 제거 돌들의 표면과 신기할 정도로 거의 같은 모양이었다. 이제 하루의 피로를 풀 마지막 일정인 노천온천을 즐기는 온천장으로 향한다. 이곳 쿠릴제도에는 이런 작은 규모의 노천온천장이 10여개 이상이 있다고 한다.

 

 

쿠릴 제도 역시 화산과 불곰 그리고 자연환경의 풍광으로 여행의 재미를 배가 시켜준다. 비록 도로시설이 완벽하지 못한 이곳에서의 탐험 관광용 대형 트럭버스와 4x4 SUB 차량을 이용한 트렉킹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캄차카반도의 여행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으니 기대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