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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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호] 대륙분류 : [북아메리카] 국가분류 : [미국] 도시분류 : [베벌리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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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America Story That Made Me Dream 나를 꿈꾸게 한 미국 이야기

미국엔 세계적인 스타와 부자가 많다. 미국이 세계 경제와 문화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할리우드를 돌아보면서 스타들은 어떤 동네에 살면서 어떤 생활을 드는 궁금증은 자연스레 베벌리힐스로 향하게 했다. 이미 베벌리힐스(Beverly Hills)는 부자의 전유물처럼 고유명사로 각인된 지 꽤 오래다. 한때 2012년에 방영됐던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에 나오는 상류층 학생들의 자유분방한 이야기가 무척 이질적이면서도 딴 세상 같은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지금은 부에 대한 인식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새삼 놀랬다. 베벌리힐스 공원에서 만난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단번에 이번 표지로 써도 손색이 없을 거라 판단했다. 부의 도시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그저 편안한 휴식처인 이곳에서 또 다른 자유분방한 베벌리힐스의 진짜 아이들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America Story That Made Me Dream

나를 꿈꾸게 한 미국 이야기

영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를 좋아한다. 살면서 아직 이것보다 재미있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동시상영 하는 동네극장에서 1편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풀어낸 영화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수년 후 개봉한 2편과 3편을 시내 개봉관에 찾아가서 봤다. 내게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는 영화 이상의 감동이었다. 자연스레 주인공인 ‘마티 맥플라이(Marty McFly)’가 입은 패션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용돈을 모아서 스케이트보드를 구입해 마티처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나를 포함 많은 이를 꿈꾸게 한 미국의 이야기이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야심한 시간이라 건물 외관은 잘 안 보이지만 탁 트인 하늘 아래 로스앤젤레스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말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미래도시의 느낌도 있다. 이곳 어딘가에서 도심의 야경을 뒤로하고 가로등을 조명 삼아 라라랜드의 커플은 아름다운 춤을 췄다. 어디에선가 영화의 OST가 흘러나올 것 같다. 잔잔히 로스앤젤레스의 밤이 물들고 있었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바라본 야경은 현실을 영화처럼 만들어 준다.”

Back To The Future
백투더퓨처 아메리카

나중엔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수도 없이 반복해서 봤다. 어른이 되면서 영화에 관한 관심은 더 깊어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보는 것은 당연, 언젠가 영화를 촬영한 미국에 꼭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유튜브가 생기고 해외의 백 투 더 퓨처 마니아들이 영화 속 풍경을 찾아다니는 영상을 올렸다. 세트장이 아닌 진짜 현존하는 집과 거리, 마을이다. 수년간 벼르다가 미국행을 결정했다. 순전히 백 투 더 퓨처 때문이다.

수천 번 설레게 한 영화 한 편

1985년도에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제작됐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2년 뒤다.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당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특수효과 등 보는 이마다 단숨에 빠져들었다. 나처럼 덕후(마니가)가 된 사람도 많다. 당시 나는 동네 삼류극장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동시상영을 하던 백 투 더 퓨처를 보게 됐다. 요즘은 사라진 동시 상영관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돈을 내고 극장에 들어가면 두 편, 혹은 세 편의 영화를 순서대로 반복 상영해준다. 좌석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냥 원하는 빈자리에 앉아 순서대로 보고 나오면 된다. 극장 밖에는 영화마다 시간표가 있어서 원하는 영화만 볼 수도 있고,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온종일 두세 편의 영화를 반복해서 몇 번 보고 저녁에 나와도 된다. 실제로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까지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땐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담배도 피우던 시절이라 백수 아저씨들에겐 천국과 같았다.

백 투 더 퓨처에 빠지고 난 뒤 관련 소식을 스크랩하고 프라모델이나 소품을 사 모으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됐다. 어릴 땐 전 시리즈를 비디오테이프로 소장했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화질 좋은 DVD 영상을 갖게 됐고, 유튜브와 해외 백 투 더 퓨처 마니아 포럼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 1985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에선 30년 뒤인 2015년 미래에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뀐다고 그려졌다. 재밌는 건 하늘을 나는 자동차 외 많은 부분이 이미 실현됐다. 많은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백 투 더 퓨처의 내용과 비교하며 미래화된 도시를 설명한 논문이나 기사가 흔할 만큼 이 영화는 우리가 사는 미래를 현실 가능한 부분으로 정밀하게 묘사했다.

유튜브가 개인 영상 미디어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백 투 더 퓨처 마니아들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영화에 등장했던 주 무대인 ‘힐 벨리(Hill Valley)’라는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주인공이 다녔던 학교는 어느 학교였는지, 주인공이 살던 집은 어느 동네인지, 타임머신을 만든 박사의 집은 어디인지 등등 영화를 위해 지은 세트가 아닌 실제 현존하는 집과 거리, 마을을 찾아다니며 올리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영화에 등장한 햄버거 가게가 여전히 있고, 촬영 당시와 똑같은 집과 거리가 고스란히 존재했다. 유튜브 영상을 찾아볼 때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처럼 설렜다. 영화는 그저 영화였지만, 실제 거리와 마을은 가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년간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결심했다. 영화 전체를 촬영한 캘리포니아 주로 향하기로. 이제 난 그냥 덕후가 아니라 성덕(성공한 덕후, 마니아로서 꿈을 이룬 사람)이 되기로 했다.

어릴 때 꿈을 드디어 이루다

백 투 더 퓨처 마니아 포럼에서 촬영 로케이션이 정리된 페이지를 저장해놓고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영화는 사실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촬영됐는데 가장 위쪽인 샌타클라리타(Santa Clarita)에서 가장 아래쪽 롱비치(Long Beach)까지 영화는 곳곳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그건 국내 영화나 드라마도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사는 집은 서울의 삼청동에 있다고 해도 집 문을 열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골목부터는 강원도 속초의 한 동네가 될 수도 있고, 도착한 학교는 부산 서면의 학교가 될 수도 있다. 백 투 더 퓨처 역시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와 집의 거리가 멀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금방 도착했던 박사의 집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기도 했다. 사실 영화의 핵심 역할을 했던 무대는 스토리 내에서 1885년에 세워져 2015년에도 그대로 존재했던 도시의 시계탑이다. 영화의 많은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고 이곳을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미국 여정에서 이곳은 배제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놀이시설인 유니버셜 스튜디오(Universal Studio)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화 촬영 당시의 모습이 아니라 관람에 좋도록 꾸며놓은 터라 내겐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머지도 전부 돌아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주인공들이 살던 집과 거리는 남아있는 곳도 현재 개인 주택이라 울타리가 쳐 있거나, 마음대로 촬영도 불가했다. 미국은 개인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강한 편이라 함부로 남의 집을 찍거나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과거와 크게 변하지 않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몇 곳을 둘러봤다. 마티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돌던 거리의 회전차로, 학교로 들어가던 진입로, 여자친구와 걷던 집 앞. 영화에 들어온 것처럼 생생하게 오버랩된다. 왈칵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다. 영화를 촬영한 지 40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곳은 박사의 집이다. 감사하게도 이곳은 공공건물로 집 내부는 물론 영화에서 차고로 나왔던 옆의 건물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이유는 이곳은 세계적인 건축 명소이기도 해서다. 겜블 하우스(Gamble House)로 불리는 이 건물은 1909년 프락터앤드갬블 사의 창립자가 겨울 별장으로 지었다. 이후 그린 형제가 인수해 집을 하나의 통일된 디자인으로 설계하며 내·외부와 디테일 하나, 설비 하나, 비품 하나까지도 직접 참여해 재건축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자연이 주는 영감을 아츠앤크라프츠 양식에 짜 넣고, 동양적인 디테일과 스위스의 설계 지식을 더해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양식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집을 지었다. 덕분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서도 상위에 손꼽으며 영화를 모르는 사람도 무수하게 찾는다. 영화에서 차고로 쓰였던 건물은 현재 기념품 숍으로 사용하고 있다. 넓은 안쪽엔 110년 넘는 겜블하우스 기념품이 가득하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구석 하단 작은 공간에 백 투 더 퓨처 기념품도 발견했다. 이곳에서 파는 기념품이 100이라면 정말 1정도의 수량이다. 몇 개를 사 들고 나와서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진짜 꿈을 이룬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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