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wan
대만, 맛없는 거 빼고 다 있잖아!

 

야외에 1시간도 버티기 힘든 불볕더위를 탈출하고 싶은 욕망이 불탔지만, 그 이상으로 볼거리와 입맛 돋우는 먹을거리가 많았다. 그 무엇보다 현지인들은 어리둥절할 정도의 큰 친절을 베풀었다. 단지, 한여름에 이곳을 방문한 탓으로 돌리기로 했다. 여왕머리바위, 대왕오징어튀김, 대왕카스테라…. 뭐든 ‘왕’이란 말이 유독 많이 붙는 대만을 떠올리며, 어느 봄날 문득 웃음이 터진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정기영 트래블 인플루언서, 정순영

 

핑시시엔 풍등 투어

핑시시엔 풍등 투어는 대만에서 제일 유명한 투어 중 하나이다. 타이페이에서 기차 타고 정차역마다 내려 여행을 했다. 정거장마다 내릴 시간은 없어, 우린 제일 유명한 스펀역과 순전히 나의 고집으로 핑시역 두 군데를 다녀왔다. 스펀에서는 밀크티가 입안에서 시원하게 퍼지며 무더위를 식혀줬다. 풍등에 소원을 적을 때는 글씨를 잘 적을 수 있게 빨래집게를 이용해 고정시켜준다. 검정색 먹물과 붓이 준비되어있다.

 

여기저기에서 한국말이 웅성거린다. 풍등은 색깔별로 고를 수 있다. 각 색깔에 따라 의미도 다르기 때문이다. 빨강색은 '복, 행복'을 비는 것이고, 분홍색은 '애정, 결혼운', 노란색은 '금전, 부귀영화', 파란색은 '승리, 만사형통', 주황색은 '행운, 운수대통', 보라색은 '학업성취', 흰색은 '건강,무병장수'를 의미한다. 정성스럽게 소원을 다 적고 나면 조금 말린 뒤, 풍등을 날릴 수 있는 철길로 간다. 풍등에 쓰인 소원이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면 마음속의 걱정거리도 공중으로 띄워 보낸다. 풍등을 날린 후에는 다시 상점으로 돌아와 선물용으로 천등 모양 LED 전구를 골랐다.

 

‘화성 착륙?’ 예류지질공원

예류지질공원에 간 건 여행 넷째 날이었다. 어느 정도 대만이라는 곳을 파악했노라 자신감이 붙을 때였고, 그러한 오판이 무너지기 딱 좋은 날이었다. 땀은 주르륵 흐르고, 어찌나 더운지! 태양은 옷가지까지 태워버릴 듯했다. 예류를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사막인가' 황당무계한 생각을 했을 정도로 예류에 대해선 무지했다. 예류는 자연적인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조성된 신비로운 모습의 기암괴석들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외계행성에 착륙한 인상을 준다.

 

작은 곶에 있는 예류지질공원은 바다와 면해 있어서 한층 신비롭다. 버스에서 내려 예류 중에서 제일 유명한 여왕머리바위와 버섯바위를 둘러봤지만, 결국 ‘화성탈출’하듯 예류를 바삐 떠났다. 예류지질공원에는 어떻게 찾아가면 될까. 중샤오신셩역 3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길을 건너 버스정류장을 찾아서 걸었다. 여기서 1815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예류에 갈 수 있다. 중요한 건 대만 버스는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다. 이지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타기 전에 요금을 미리 준비해 타는 게 편리하다.

 

‘숨은 보석’ 임가화원(林家花園)

조신한 미녀 같던 임가화원(林家花園)은 여행 마지막 일정이었다. 어느 책자에서도 보지 못했던 곳인데, 여행 전 사진 한장이 눈에 들어와 너무 궁금한 나머지 찾기 시작했던 곳이다. 우연히 알게된 곳이지만, 예쁜 정원 모습에 한눈에 반했다. 오래전 높은 관리에 사저였다고 한다. 대만 조경에서 최고라고 알려졌다. 임가화원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알고 보면 가는 방법도 쉽다. 대만의 주요 교통수단인 MRT를 타고 푸중역에 하차해 3번 출구로 가면 도보 10분 거리이다. 때마침 반가운 목소리처럼 바람마저 부니 최고의 힐링 타임이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런 게 '여행'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원앙 한쌍이 연못에서 노닐고 있었다. 잉어들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헤엄치고, 연못 위에는 살포시 떨어져 떠다니는 꽃잎과 나뭇잎들이 느린 유속을 따라 떠다녔다. 한참 앉아 휴식을 취했지만, 여행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떠나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까르푸에 들러 이번 여행의 마지막 쇼핑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된다면’ 경극 공연

일정이 길다면 하루쯤 시간을 내어 경극 공연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경극 공연은 금, 토요일 이틀만 진행한다. '타이페이 아이'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백사전' 경극을 보기로 했다. 옛날에 중국 아미산에서 백사 한 마리와 청사 한 마리가 있었는데 약 천 년 동안 수련한 끝에 드디어 사람의 형태를 얻었다. 백사는 사람으로 변신하여 백소정(하얀 아가씨)이라는 이름을 쓰며 항주와 서호에 가서 산과 물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했다. 비오는 날, 사람으로 변신한 백사가 비를 맞고 있는데 젊고 잘생긴 허선이 백사에게 우산을 빌려주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백사는 우산을 돌려주기 위해 허선에게 사는 곳을 묻고, 그렇게 인연이 되어 백사와 허선을 결혼하여 백년가약을 맺는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금산사의 법해선사가 허선의 부인이 천년 묵은 뱀이 변신한 여자인 것을 알아채고 허선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경고한다. 법해선사는 자신이 한 말이 틀림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백사에게 웅황주를 먹여 정체가 드러나게 하고, 이를 본 허선은 너무 놀란 나머지 혼절하고 만다. 백사는 쓰러진 낭군을 구하기 위해 선산까지 가서 약초를 훔쳐 온갖 고초를 겪은 끝에 허선을 살리지만, 허선이 자신을 피하기 위해 금산사의 법해선사에게 가는 것을 막진 못했다.

 

허선이 도망치고 다시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이자 백사는 청사와 같이 금산사에 가서 법해선사에게 허선을 내보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법해선사는 인간과 뱀이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한다. 법해선사가 백사의 청을 거부하자 백사는 요술을 부려 금산사에 홍수를 일으키고 어떻게든 허선을 되찾으려고 한다. 꼭 줄거리를 알지 못하더라도 경극 무대 좌우 전광판에서 4개국어로 된 자막이 나오기 때문에 극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없다. 경극 공연 시작 전에 도착하길 권한다. 공연 전에는 공연장 밖에서 경극 배우들이 분장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경극 의상도 입어볼 수 있는 시간을 놓치기 아깝다. 유스트래블카드를 이용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유스트래블 카드란, 대만에서 30세 미만 여행객을 위한 할인카드이다. 이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고궁박물관 등 여러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단수이에서 빠리 섬으로

석양이 지는 단수이 강을 바라보며 스타벅스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건 스타벅스 애호가라면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단수이 스타벅스는 단수이 강의 일출 명소이기 때문에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단수이 강을 따라서 여유롭게 산책하며 걷다가, 강너머 빠리(八里) 섬이 보였다. "우리 빠리 섬 가볼까?"하며 즉흥적으로 빠리 섬에 가보기로 했다. 갑자기 결정한 일이라 예산이 마음에 걸렸지만 매표소에서 표를 사보니, 뱃삯도 아주 저렴하다. 페리를 타고 빠리 섬으로 향하는 10여 분 사이 강 위에서 석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단수이 보다 빠리 섬에 사람이 더욱 많았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봐도 좋다.

 

대만 ‘왕 맛있는’ 식도락 여행

땅콩 아이스크림

가격 : TWD40

지우펀의 땅콩 아이스크림은 유명한 만큼 꼭 한 번 먹어보자. 지우펀 거리 걷다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땅콩아이스크림 가게 할머니가 밀병 같은 걸 아래에 깔고 그 위에 땅콩 분태와 아이스크림을 올려 돌돌 싸서 주기 때문에 먹기도 간편하다.

 

福花铁板烧(푸화티엔반샤오)(철판구이)

가격 : TWD380

단수이 맛집으로 유명한 곳! 블로그에서 접한 다음 단수이 일정이 있는 김에 일부러 찾아갔다. 정말 남김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다. 세트 메뉴로 먹었는데 숙주볶음하며 연어구이, 고기, 조개탕 같은 게 나오는 데 다~~ 맛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철판 위에서 즉석에서 바로바로 조리해주니 불쇼를 보는 기분이 든다. MRT 2호선 단수이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가서 그리 멀지 않다.

 

대왕 오징어튀김

가격 : TWD100

단수이에서 빠리 섬에 들어가면 있는, 대왕 오징어 튀김! 요거 요거 꿀맛이다. 배 타고 빠리 섬에 들어가서 조금 걷다보면 왼쪽에 먹자 골목처럼 보이는 곳이 있는데 제일 앞에 있다. 빠리 섬 자체에도 사람이 많긴 하지만, 줄이 꽤 길다. '할머니 오징어'라고 한국어로 되어 있는 걸 보니 한국 사람들이 어지간히 찾아오긴 하나보다. 오징어 위에 올라갈 소스는 마요네즈, 칠리 두 가지 중에 고를 수 있다. 몸통, 다리 두 가지로 주는데 우리 입맛엔 몸통이 더 맛있었다. MRT 2호선 단수이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가서 걷다보면 라오제 거리 시작점이다.

 

COCO 밀크티

가격 : 버블티 TWD35

쫀득쫀득한 타피오카 펄이 들어간 버블티의 원조가 바로 대만이라는 사실! 버블티로 유명한 COCO 밀크티는 음료 종류도 다양하다. 대만 여행을 하다보면 COCO 밀크티가 아니라도 대만 가면 밀크티 매일 먹으라고 하는지 알 만하다. 용캉지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갔다. 대만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우리나라와 비할 수 없게 큰 컵에 음료를 준다. 물가도 저렴한데, 맛있고 양도 많다. 세상에! 대만 밀크티로 공차(GONG CHA), 원조(ONEZO), 타이거슈가(TIGER SUGAR) 등의 브랜드가 유명하다. 대만에 다시 간다면 대만에서 출발한 ‘흑당 밀크티’를 꼭 맛 볼 예정!

 

진과스 광부 도시락

가격 : TWD290(버블티 추가 요금)

그곳엔 믿기 힘들도록(이렇게 더운데) 작은 선풍기가 하나 있었다. 그 작은 선풍기 하나가 얼마나 시원한지 몰랐다. 광부 도시락 식기는 다 먹은 후 씻어서 가져갈 수 있다. '가져가라고' 야외에 수돗가에 마련되어 있다. 수세미, 세제도 비치되어 있다.

 

딘타이펑 본점

대만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맛집이다. 우리나라에도 프랜차이즈가 있는 딘타이펑 본점이 있기 때문이다. 뜨끈한 육즙이 가득한 샤오롱바오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샤오롱바오에 살짝 구멍을 내서 국물부터 쪼르륵 마셔보는 것이다. 큼지막한 고기가 들어간 우육면은 특유의 육수맛으로 즐기기 좋다.

 

펑리수(Pineapple Cake)

촉촉하고 달콤한 파인애플잼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사르르 녹아 삼키는 게 아까울 정도다. 대만에 간다면 무조건 빼놓지 말고 펑리수는 챙겨야 한다. 펑리수 때문에 지금도 입안에서 달큼한 침이 고이는 중이다. 여행 후에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금상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