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aosan Road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

첫 여정은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다. 방콕에 오기 전부터 유일하게 알고 있던 명소였다. 왕궁과 멀지 않은 프라나콘 구 방람푸 지역에 있는 300m 정도의 대로다. 2차선 도로에 크고 작은 게스트하우스와 인터넷 카페, 레스토랑, 바, 클럽, 마사지 숍, 기념품점 등이 즐비해 방콕 여행자에겐 필수코스다.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누구나 알지만 잘 모르는 카오산 로드

국내에서 유명해진 건 10여 년 정도지만, 서양의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선 1970년대 후반부터 이곳이 아시아 여행의 거점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양의 방콕 여행 가이드 북엔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로 소개돼있다. ‘시장과 인접한 짧은 거리지만 태국뿐 아니라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자라면 카오산 로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고도 전한다. 그래서인지 태국의 어느 명소보다 서양에서 온 젊은 여행자가 많았다.

이곳이 배낭여행자의 천국이 된 건 과거부터 저렴한 숙소 때문이다. 태국의 물가가 높지 않은 편인데도 이곳에 밀집한 숙소들은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른 곳보다 더 낮춘 가격에 다양한 시설을 구비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여러 명이 생활할 수 있는 도미토리를 갖춘 게스트하우스부터 에어컨과 TV, 발코니가 설치된 중저가 호텔까지 예산과 기호에 맞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인파가 몰리다 보니 숙소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도 유명해졌고, 각자의 여행 정보를 교류하는 소통의 통로로 알려지면서 오늘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카오산 로드는 방콕에서 ‘송크란 축제(Songkran Festival)’의 핵심장소로도 유명하다. 내가 알게 된 계기도 그 때문이다. 송크란 축제는 태국 전통의 새해 첫날을 축하하며 매년 4월에 태국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다.

방콕은 물론 치앙마이, 아유타야, 핫야이, 넝카이 등 주요 도시에서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세계 10대 축제에 손꼽힐 만큼 유명하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송크란은 태양력을 기준으로 정한 새해 첫날인데, 태국을 비롯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는 태양이 1년간 이동하는 길인 황도 12궁 가운데 제1자리인 양자리로 들어가는 이 시기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4월 중순이면 태국은 1차 추수를 끝내고 건기를 맞아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를 맞는다. 때문에 우기에 많은 비가 내려 다음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고자 오래전부터 서로의 손이나 어깨에 물을 부어주며 행사를 열었다. 이런 의식이 발전해 송크란을 ‘물의 축제’로 부르게 됐다. 요즘은 축제 기간 내내 물총과 물대포 등을 만들어 쏘며 신나게 물싸움을 즐기는 행사로 바뀌었다. 행인이나 관광객에게도 예외 없이 물을 뿌려대는데, 축복을 기원하는 행위라서 누구도 화를 내지 않고 흠뻑 젖으며 즐긴다고 한다. 전 세계의 흥 넘치는 젊은이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인기 덕에 오늘날 송크란 축제는 세계 곳곳으로 퍼졌고, 국내에도 ‘한국판 송크란 축제’로 매년 신촌 물총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카오산 로드는 방콕 송크란 축제의 최대 명소로 4월 중순이면 발 디딜 틈 없는 인파가 물 축제로 시간을 보낸다. 이때는 대형 물차는 물론, 코끼리까지 동원해 물싸움을 벌인다고 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열려 젊은 여행객에겐 밤낮이 말 그대로 천국이다.

송크란 축제로 카오산 로드를 알게 됐지만 아쉽게도 축제에 참여해 본 적은 없다. 인파를 예상해서였는지 오히려 첫인상은 차분하고 정감이 넘쳤다. 저녁이 더 화려하다는 카오산 로드인데 빗방울이 조금씩 날리는 터라 여행객이 적어 보였다. 하지만 이곳만의 정취를 느끼며 노점에서 막 갈아낸 과일 주스를 마시고, 길가 마사지 숍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시 카오산 로드를 찾을 땐 송크란 축제였으면 좋겠다.

<더 자세한 내용-2020년 6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