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g the flowing river Slow City

흐르는 강물 따라 슬로우 시티, ‘방콕’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지 반년이 지났다. 절정에 닿았던 불안이 조금씩 거치고 있지만, 끝날 듯 말듯 이어지는 확진자 발생이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한다. 경제도 위기 상태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휴직상태에 놓였다. 집에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을 우스갯소리로 ‘방콕’이라고 불렀는데, 반강제적인 방콕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 나도 포함된다. 그 때문일까.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가장 먼저 찾고 싶은 곳 역시 방콕이 됐다. 빽빽하게 들어선 화려한 마천루와 차분하고 고요한 불교 유적이 공존하는 도시. 계절과 상관없이 따뜻한 햇볕 아래서 느긋하게 쉬며, 오랜 시간 머물다 오고 싶다. 사실 방콕은 코로나19 이전까지 국내 자유여행객에게 가장 핫한 ‘한 달 살이’의 성지이기도 했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방콕에 처음 갔을 때, 내 무지함은 오롯하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방콕에 처음 갔을 때, 내 무지함은 오롯하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방콕으로 향하면서 야자수로 울창한 숲과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코끼리 때를 상상했다. 태국이 열대 기후에다 휴양지가 많다 보니 수도 방콕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방콕은 서구의 번화한 도심의 모습이었다. 2018년 완공한 314m 78층 높이의 마하나콘(MahaNakhon) 빌딩과 309m의 바이욕 타워(Baiyoke Tower)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건물이 모여 일류 도시를 떠올릴 만큼 거대한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City of Angels함락된 적 없는 천사의 도시

가장 먼저 태국이 꾹 닫힌 국경의 문의 열 모양이다. 오래 닫힌 여행의 문이 답답한 것은 누구나 그러할 듯. 매우 반갑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이제 태국은 물론 동남아로의 문이 열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늘 조심하는 것. 천천히 상황을 보고 랜선으로의 여행으로 그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방콕으로 가는 길을 떠올려보자.

이상기온으로 우리나라 날씨도 4월부터 초여름 날씨에 들어섰다. 서울 낮 기온이 28도까지 올라 반소매 셔츠를 꺼내 입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은 쉽지 않지만, 계절은 정직하게 겨울에서 봄으로, 다시 봄에서 여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야외 활동이 쉽지 않으니 주변에서도 ‘방콕’ 중이라는 얘기를 쉽게 듣는다. 태국의 방콕이 한 달 살이로 그리 인기가 높더니 코로나19 때문에 국내에서도 방콕 생활을 한두 달 넘긴 사람이 많다. 쓴웃음이 나는 일이다.

잘 알면서도 모르는 방콕

알 것 같으면서도 사실 자세히는 모르는 곳이 태국이고, 수도 방콕이라고 생각한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생각되지만,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다섯 배나 큰 국토를 가졌다. 인구도 6,980만 명으로 우리보다 많다. 더 놀라운 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일본과 중국, 유럽 열강 등의 외세 침략을 받았었지만, 태국은 식민지 경험이 전혀 없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레 왕권 국가를 이어올 수 있었고 국민들은 여전히 국왕을 진심으로 믿고 존경한다.

기초 상식조차 없었으니 방콕에 처음 갔을 때, 내 무지함은 오롯하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방콕으로 향하면서 야자수로 울창한 숲과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코끼리 때를 상상했다. 태국이 열대 기후에다 휴양지가 많다 보니 수도 방콕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방콕은 서구의 번화한 도심의 모습이었다. 2018년 완공한 314m 78층 높이의 마하나콘(MahaNakhon) 빌딩과 309m의 바이욕 타워(Baiyoke Tower)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건물이 모여 일류 도시를 떠올릴 만큼 거대한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사방으로 이어진 도로도, 인파로 가득한 거리도 동남아시아의 수도라는 생각을 까맣게 잊게 했다.

‘끄룽 텝 마하나콘(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

마하나콘 스카이라운지에 오르니 자연스레 “와”하고 탄성이 쏟아진다. 외마디 탄성은 방콕에 대한 감탄이면서 한편으로 이 도시에 대한 내 무지를 깨뜨리는 소리이기도 했다. 도시의 야경은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지인들에게 이날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느 도시인지 질문해봤는데 아무도 맞힌 사람이 없었다. 모두 방콕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방콕이란 이름도 정식 명칭이 아니었다. 방콕의 태국어 명칭은 ‘끄룽 텝 마하나콘(กรุงเทพมหานคร)’이다. 하지만 줄여서 ‘끄룽텝(กรุงเทพ)’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재밌는 건 풀네임이 또 있는데 훨씬 길다. ‘끄룽 텝 마하나콘 아몬 라따나꼬신 (중략) 사팃 사카타띠야 윗사누깜 쁘라싯’이란 이름인데 70자가 넘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도시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고 한다. 도시의 이름을 풀어보면 ‘천사의 도시, 위대한 도시, 영원한 보석의 도시, 인드라 신의 난공불락의 도시, 아홉 개의 고귀한 보석을 지닌 장대한 세계의 수도, 환생한 신이 다스리는 하늘 위의 땅의 집을 닮은 왕궁으로 가득한 기쁨의 도시, 인드라가 내리고 ’비슈바카르만‘이 세운 도시’라는 뜻이다. 현재 태국인들이 부르는 정식 명칭은 ‘천사의 도시’인 끄룽텝 하나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것투성이다. 도시에 대한 소개만 들었는데 양파 껍질을 벗겨내는 기분이 들었다.

<더 자세한 내용-2020년 6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