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코스트가 더 매력적인 건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지명을 잊게 하는 빽빽한 숲이 그렇다. 번화한 골드코스트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만 달리면 묘한 기운이 감도는 원시의 열대우림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같은 도시 이름을 쓰는데, 근처에 바다와 대도시가 있었나 싶을 만큼 사방이 끝도 없는 숲으로 이어진 곳이 나타난다. 바로 탬버린 산(Tamborine Mountain)이다. 대도심과 대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골드코스트는 그 이름만큼이나 쾌나 가치 있는 여행지이다.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A Fantastic Collaboration Between Nature and The City
자연과 도시의 환상적인 콜라보, ‘골드코스트’

 

호주의 유명한 지역을 대부분 여행했다고 생각한다. 동서남북의 도시와 그 안의 명소들은 물론, 호주의 속살인 내륙 아웃백 지역까지 자동차로 수십 일을 달렸다. 총 여덟 번을 다녀왔는데 여전히 장기간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꼽으면 호주가 포함된다. 호주는 낯선 곳은 새로워서, 이미 다녀왔던 곳은 익숙해서 설렌다. 번화한 도시와 태고의 자연이 공존하고 천차만별의 기후와 생태계가 존재한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호주를 ‘작은 지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주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면 골드코스트(Gold Coast)를 추천한다. 사방이 바다인 나라에서 도시 이름마저 ‘황금빛 해변’이라면 말 다했다. 게다가 이곳 최고의 명소의 이름은 서퍼들의 천국이라는 뜻의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photo Story

대도심의 골드코스트의 반전은 바로 이런 아름다운 대자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안

개로 둘러싸인 대지 위로 나는 새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황홀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하기가 부족하다. 세상 어느 미사어구를 갖다 쓴다 한 들 이 때의 감동을 제대

로 담을 수나 있을까? 그저 마음 속 깊숙히 사라지지 않게 꾹꾹 눌러 담을 뿐이다.

Australia_Gold Coast Surfer Episode

Surfer Episode of Gold Coast
서퍼들의 천국, 골드코스트

호주를 얘기하면 그 최초를 영국인들이 자국의 죄수를 가두기 위해 정한 섬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미국에 원주민인 인디언이 살았던 것처럼, 호주에도 에보리진이 살고 있었다. 서구에 최초로 알려진 건 1606년 네덜란드 선박이 이곳에 정박하면서다. 이후 1770년 8월 영국인 제임스 쿡이 본격적으로 탐험하여 이후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1776년 미국 독립전쟁이 일어나자 영국은 죄수들을 이곳으로 옮겨 왔고, 이들이 중심이 되어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오늘의 호주까지 이어왔다. 

호주가 죄수들의 땅이라고?

그렇다고 호주의 모든 지역이 죄수들의 손으로 일구어진 것도 아니다. 호주가 살기에 좋은 땅인 걸 알게 되면서 이곳으로 이주하려는 영국인들이 생겨났고, 가장 적합한 곳으로 선정돼 처음부터 영국인의 도시로 성장한 곳도 있다. 남부의 애들레이드(Adelaide)다. 이곳은 처음부터 자국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학교와 농장, 항구 등을 만들었던 곳이라 호주의 다른 지역보다 영국의 느낌이 많이 남아있다. 전통 있는 유명한 학교도 여럿이라 오늘날엔 교육도시로 통한다. 

오늘 떠나보려는 골드코스트도 죄수들이 건설한 도시가 아니다. 영국이 호주를 식민지로 삼고도 50여 년이 지나 탐험가 존 옥슬리(John Oxley)가 이곳에 정착하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그가 상륙한 곳이 현재의 머메이드 비치(Mermaid beach)인데 존 옥슬리가 타고 온 배의 이름 ‘인어(Mermaid)호’에서 따온 것이다. 골드코스트는 도시의 시작을 건축 자재인 아카 삼나무를 키우는 임업으로 했다. 도시가 커지면서 인근 계곡과 평야는 목장과 사탕수수 농장, 면화 밭으로 급속하게 개발이 진행되었다. 

휴양도시로 바뀌기 시작한 건 1885년이다. 당시 퀸즐랜드 주지사였던 마스 그레브는 현재의 사우스 포트 지역 북쪽에 별장을 건설했다. 이때부터 골드 코스트는 브리즈번에 사는 상류층 사람들의 조용한 리조트 지역으로 통했다. 이후 브리즈번과 사우스 포트를 연결하는 철도가 개통되어 호텔 등의 숙박 시설이 해안을 따라 지어지게 된다.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같은 코스의 도로도 개통됐다. 호주의 역사로 따져도 굉장히 빠른 출발이다. 1925년엔 사우스 포트 지역의 남쪽, 엘스톤 지구에 서퍼스 파라다이스 호텔(Surfer’s Paradise)이 건설된다. 이 호텔은 해안의 작은 도시를 본격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이유에 1933년에 호텔이 세워진 지역 이름을 아예 서퍼스 파라다이스라고 부르게 됐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곳이다. 

 

점진적인 성장을 이어오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귀환한 병사들이 이곳으로 밀려오면서 해변은 호주 최고의 휴양지로 급등한다. 그 당시까진 이 지역 일대를 사우스 코스트(남해안)라고 불렀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과 함께 물가 상승이 발생하게 되면서 1940년대 후반 이곳은 ‘골드코스트’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치솟은 땅값 때문에 지어진 ‘금싸라기 해변’이란 뜻이었다니, 해변의 풍경이 아름다워서 그렇게 불렀을 거라고 믿었는데 살짝 아쉽다. 

이후 테마파크와 다양한 관광시설이 들어오면서 명실상부 관광·휴양지로 성장한 골드코스트는 한때 재정난을 겪기도 했지만 2005년 높이 322.5m 초고층 빌딩인 Q1이 건설되고 현재까지 호주 최고의 휴양도시로 손꼽힌다.

도시와 공존하는 서핑의 천국

호텔 이름에서 따온 ‘서퍼스 파라다이스’와 부동산 때문에 지어진 ‘황금빛 해안’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인이 떠올리는 이곳은 역시 서핑하기 좋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이 맞다. 바다 위에서 파도를 타 본 사람이라면 언젠가 이곳 바다에서 서핑을 즐겨보길 원한다. 단순히 한 군데가 아니라 각자 다른 자연환경으로 세계적인 서핑 스팟을 이루기 때문이다.

TIP 서핑의 역사

잠시 서핑의 역사를 짚어 보자면 세계 서핑의 발상지는 하와이로 알려져 있다. 서핑은 선사시대부터 태평양의 폴리네시아인들이 즐겨온 전통 놀이로 전해진다. 덕분에 하와이 바다에선 반스, 빌라봉, 퀵실버, 리프, 록시 등 서핑 브랜드들이 주관하는 세계적인 대회가 열린다. 그런데 서핑의 발상지를 남태평양 휴양지 타히티라고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타히티의 테아후푸는 또 다른 서핑의 발상지이자 세계에서 파도가 가장 큰 곳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서핑 종목을 이곳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 역시 오랜 시간 월드 서프리그 서킷 남자 대회 등 세계 주요 대회를 개최해왔다.

지명이 ‘서퍼스 파라다이스’인데 골드코스트가 서핑 스팟으로 유명한 건 당연하다. 호주의 서핑 역사도 오래됐는데 그 시작은 의외로 골드코스트가 아니다. 남쪽 멜버른에서 유명한 해안명소인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d)를 달리다가 만나는 토키(Torquay)가 호주 서핑의 발상지다. 이곳 해변은 영화 <폭풍 속으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토키의 벨스비치 바다에서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서핑하는 모습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빼앗았다. 영화는 오래됐지만 지금도 세계의 서퍼들이 한 번쯤 와보고 싶은 서핑 명소로 통한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는 이름과는 달리 서핑 인구는 적다. 오늘날엔 골드코스트의 최대 번화가와 인접한 해변으로 걸어서 도심을 왕복할 수 있다. 때문에 수영과 서핑을 즐기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는 있지만, 액티비티보다는 휴양 명소에 가깝다. 골드코스트의 세계적인 서핑 스팟은 따로 있다. 스내퍼 록스와 레인보우 베이, 커럼빈, 두란바 비치, 버레이 헤드 등이다. 

먼저 스내퍼 록스(Snapper Rocks)의 남쪽 지점, 환상적인 스팟을 자랑하는 키라(Kirra)는 골드코스트와 그 주변에서 최고의 서핑 장소로 꼽힌다. 이곳은 파도 좀 타봤다는 서퍼라면 반드시 경험할 코스로 손꼽히는데, 매년 퀵실버 프로(Quiksilver Pro) 서핑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두 번째로 레인보우 베이(Rainbow Bay)는 세계에서 가장 긴 라이트핸더(right-hander, 파도가 최고점에서 오른쪽으로 부서지는 형태)가 형성되는 스팟이 세 군데나 있다. 덕분에 초보자와 중급자 서퍼에게 적합하다고 한다. 서핑이 아니더라도 해변 내에 수상 요원이 거주하는 안전한 수영 구역이 있어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커럼빈 앨리(Currumbin Alley)는 파도가 매우 일정해서 대회를 치르기에도 세계적인 스팟이다. 이곳에도 레인보우 베이처럼 근사한 라이트핸더 포인트가 있어서 실력이 우수한 서퍼들에게 유명한 서핑 장소로 통한다. 안쪽에는 더 쉬운 화이트워시(whitewash, 하얗게 포말이 생겨 높지 않은 물결) 파도가 있어서 초보자에게도 적합하다. 또한 육지에서 부는 남풍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에 서핑을 배우기에도 매우 좋은 장소라고 한다. 

현지인들이 '디바(D-bah)'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두란바 비치(Duranbah Beach)는 큰 파도가 형성되기 어려운 조건이다. 하지만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가 좋아서 골드 코스트와 그 주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핑 스팟 중 하나다. 이 곳은 주 경계가 맞대고 있어 퀸즐랜드와 함께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의 최북단에 있는 해변이기도 하다.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찾는 서핑 대회가 많이 개최된다. 레프트핸더 파도와 라이트핸더 파도를 계속해서 즐길 수 있어 경험 많은 서퍼들이 많이 찾는다. 마지막으로 버레이 헤드(Burleigh Heads)는 골드 코스트에서 가장 일정한 파도가 형성되는 곳 중 하나다. 파도가 원을 그리며 몰려올 때 터널같이 생기는 공간을 배럴(barrel)이라고 하는데, 이곳이 배럴의 천국이다. 덕분에 많은 서퍼가 배럴을 타려고 모여든다. 파도가 부서지는 지점을 브레이크라고 하는데 이곳에는 세 개의 브레이크가 있다. 조건이 맞으면 이들 브레이크가 서로 연결되어 환상적인 롱 라이드를 형성하기도 한다고.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아름다운 해변이 세계적인 휴양지면서 서핑 마니아들에겐 온통 가슴 뛰게 하는 스팟으로 이루어졌다. 도시와 명소 이름의 시작이 어찌 되었건 오늘날엔 찰지도록 딱 맞는 지명이 됐다.

<더 자세한 내용-2020년 9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