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ralia_Gold Coast Primeval Forest

Into the Primeval Forest that Forgets the Sea

바다를 잊게 하는 원시림 속으로

300m가 넘는 초고층 Q1 빌딩의 스카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와 해변의 하모니는 이곳이 왜 호주에서 최고의 휴양지로 불리는지 알 것 같다. 서울의 강남과 광화문 같은 번화가에서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지척에 해운대가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더 놀라운 건 망망대해와 해변의 길이가 해운대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 골드코스트 내에서 끊임없이 이어진 해변만 42km에 달하고 지역 경계를 포함하면 70km가 넘는다. 
에디팅 편집부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바다와 대도시 그리고 열대 휴양림까지
하지만 골드코스트가 더 매력적인 건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지명을 잊게 하는 빽빽한 숲이 그렇다. 번화한 골드코스트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만 달리면 묘한 기운이 감도는 원시의 열대우림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같은 도시 이름을 쓰는데, 근처에 바다와 대도시가 있었나 싶을 만큼 사방이 끝도 없는 숲으로 이어진 곳이 나타난다. 바로 탬버린 산(Tamborine Mountain)이다. 초등학생 시절 음악 시간 흥겨운 노래에 리듬을 맞추던 악기 탬버린(Tambourine)과 이름과 영어 스펠링까지 유사하지만, 전혀 관련은 없다. 탬버린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의 와일드 핑거 라임 나무(wild finger lime tree)를 가리키는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의 단어 잼브린(Jambreen)의 영어식 표현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휴양과 관광도시 골드코스트 명성에 맞게 숲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우선 다른 지역에서도 즐겨봤을 만한 집라인이 있다. 하지만 비교는 불가, 수준이 다르다. 하늘까지 맞닿은 듯한 최소 60m 높이의 나무들 사이로 집라인을 타고 쾌속 질주한다. 최고 속도가 70km를 넘는다. 원목 사다리와 캐노피 워크를 걸어서 나무에 오르는 것도 아찔하다. 사실 이름도 집라인이 아니라 ‘캐니언 플라이어’(Canyon flyer·협곡 비행)라고 부른다. 국내외에서 많은 집라인을 경험했지만, 확실히 달랐다. 캐니언 플라이어는 단순하게 한 번 경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의 정상에서부터 아래로 이어진 여러 코스를 따라 3시간 정도를 이어간다. 높은 나무 사이를 걷고, 다리를 건너면서 비행은 10차례 정도 한다. 사람의 적응력이 빠르다고 느끼는 게 처음엔 울며불며 못하겠다고 손사래 치던 사람도 나중엔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손을 흔들거나 하늘을 나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안전하고 재밌다.  

숲을 날지 않고 걷는 체험도 있다. 레인포레스트 스카이워크다. 울창한 산비탈과 무성한 열대 우림을 8m 높이의 다리로 연결해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철제 다리와 워크 웨이를 따라 45분간 걷는 것인데, 이곳에서만 사는 다양한 새와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탬버린 산에 발을 들이면 오레일리(O’Reilly)라는 이름을 마음에 새기게 된다. 마운틴 탬버린 인근에 방대한 땅을 소유하고 있는 가문인데, 온 가족이 함께 드넓은 와이너리와 근사한 산장을 운영한다. 탬버린 산이 있는 레밍턴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오레일리 리조트는 1926년에 세워졌다. 오레일리 가문은 골드코스트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유명하다고 한다.

와이너리에서 느긋한 식사를 마치고 산장 리조트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가이드의 재촉으로 인근의 선셋 포인트로 향했다. 붉은 하늘이 점차 보랏빛을 띠더니 이윽고 검푸른 숲과 하나가 된다. 선셋을 감상한 장소는 문라이트 크랙(달빛 바위)이라고 불린다. 일몰보다 낭만적인 이름이다. 산장에 어둠이 내리자 하늘엔 은하수가 흘러간다. 육안으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것도 오랜만이다. 잠을 청하기가 아쉬워 여러 방면으로 삼각대를 놓고 이곳 풍광과 함께 은하수를 카메라에 담았다. 아침엔 82세 최고령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오레일리 가문의 일원으로 아직 현직에서 일을 한다고. 손수 모닥불을 피우고 차를 끓이고 빵에 잼을 발라 나눠준다. 그리고 함께 따라온 친구와 익숙한 듯 하모니카로 흥겨운 음악을 선보였다. 해가 뜨는 숲속으로 아름다운 선율이 퍼진다. 이곳에 와서 마음이 가장 따뜻한 순간이었다. 

지척에 있지만, 전혀 다른 도시 ‘브리즈번’

골드코스트에서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브리즈번에 하루 들렸다. 차량으로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정도인데, 남한 면적의 33배가 넘는 호주에서는 매우 짧은 거리다. 브리즈번을 들른 이유는 이곳이 골드코스트가 속한 퀸즐랜드주(State of Queensland)의 주도면서 인구도 호주에서 세 번째로 많은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브리즈번은 모턴만(灣)으로 흘러드는 브리즈번강의 하구에서 22km 상류에 위치해 있는데, 시의 중심가는 이 강을 사이에 두고 양분된다. 도시는 1824년 모턴만 연안에 호주 죄수를 수용하는 정벌식민지를 세우며 시작됐다. 현재의 브리즈번은 그 중심지로서 건설되었다고 한다. 골드코스트와는 달리 이곳은 앞서 얘기한 호주의 역사를 따른다. 

도시 이름은 당시의 총독 T.브리즈번 경의 이름을 딴 것인데, 1834년 명명됐다고 한다. 이후 1859년 새로이 설립된 퀸즐랜드주의 주도로 정해진 뒤 발전하기 시작해 오늘날 호주의 세 번째 대도시로 성장했다. 대도시니만큼 명소가 많지만 한나절에 둘러보기란 어려웠다. 멋지다고 생각한 건 브리즈번을 관통하는 버스(CBD)와 시티 루프(Cirt Loop), 페리인 시티 하퍼(City Hopper)가 무료로 운행 중이라 여유만 있다면 부담 없이 곳곳을 다녀볼 수 있다. 

나처럼 시간이 부족하다면 최대 명소인 사우스뱅크 파크랜드(South Bank Parklands)만 꼼꼼하게 둘러봐도 브리즈번에 다녀온 자랑을 할 수 있다. 조경이 잘 된 아름다운 공원인데 퀸즐랜드가 자랑하는 시설이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다. 열대우림 보호구역에서부터 인공 해변과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호수, 산책로, 자전거전용도로, 야생동물 보호구역, 나비 서식지, 식당, 피크닉 지역 등이다. 또한 브리즈번의 자랑인 대관람차와 함께 인근에는 퀸즐랜드 미술관, 3개의 극장으로 이루어진 행위예술을 위한 구역, 주립도서관과 박물관, 퀸즐랜드 문화센터가 있어 짧은 시간 동안 브리즈번의 다양한 문화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2020년 9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