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_Jordan

 

 

O N T H E C O V E R

느보산 성지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요한바오로2세 교황의 방문기념 조형물이 반긴다. 2000년에 성지순례를 나섰던 요한 바오로2세가 이곳을 방문 해 비잔틴성당 옆에 올리브 나무를 심고, 방문 기념 조형물을 세웠다고 한다. 1933년에는 느보산의 정상 시야가(Siyagha)에서 비잔틴교회와 수도원의 유적 이 발견되었다. 시야가는 모세가 가나안 땅을 바라보았다는 봉우리로 전해지는 데 실제로도 가나안땅을 바라보기에 가장 전망이 좋다.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Memories stranger than heaven, Jordan
천국보다 낯선 추억, 요르단

해외를 제법 다녀봤지만, 누군가 내게 ‘1년 정도 살아보고 싶은 나라’를 물어보면 여전히 머뭇거리지 않고 “요르단!”을 외친다. 삶의 변화를 추구했던 10여 년 전,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났던 곳이 요르단이다. 목적지로 정한 이유가 폭탄 테러 소식을 듣고 궁금증이 생겨서였으니 이곳에 대한 지식이나 접점이 있었을 리 없다. 내가 가진 경험이나 지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렇게 기약 없이 요르단 땅을 밟고 4개월간 머물렀다. 1년 뒤 다시 찾아가서도 한 달을 더 머물렀다. 이후에 방문도 여러 번. 해외 유학이나 연수를 간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한국을 제외하곤 가장 오래 경험한 나라다. 그럼에도 여전히 묘한 끌림이 남아 잔잔히도 그립다. 전생을 믿지 않지만, 혹시라도 존재한다면 나는 오래전에 요르단 사람이 아니었을까. 요르단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렇게 설레니 말이다. 

글과 사진 이두용 트래블 인플루언서

 

Amman

암만

최근 영화배우 황정민과 현빈이 요르단에 다녀왔다.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 <교섭>의 촬영을 위해서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로 떠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졌다. 영화는 중동에서 납치된 한국인을 구하고자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렸다고 한다. 

 

수도 암만에서 요르단 서민의 정서를 오롯하게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 발라드

 

요르단은 사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요르단이 지금의 관광 국가로 발돋움하게 한 시작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서 요르단 최고 명소인 페트라가 등장하면서 세계인의 관심이 이 나라로 향했다. 요르단은 1962년 개봉한 <아라비아 로렌스>에서부터 최근 영화인 <트랜스포머>, <마션>, <알라딘>, <스타워즈>까지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나라다. 고고학적 세트장으로 불리는 페트라는 물론이고, 스크린에서 우주를 표현하고자 할 땐, 와디럼만큼 환상적인 무대도 없다. 붉은 모래와 협곡이 끝없이 펼쳐진 이곳은 발을 디디자마자 지구를 떠나 화성에라도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말한 영화 중 우주를 다룬 영화들은 모두 이곳이 주 무대였다. 

 

필자가 요르단에 살 땐 간단한 식사 해결에서 생필품 구입 등 대부분을 이곳에서 했다

 

페트라와 와디럼은 과거 본지에서 다룬 적이 있어서 오늘은 수도 암만과 지질학적 가치가 넘쳐나는 사해, 성경의 역사가 이어오는 제라시와 느보산을 지나 유럽인이 사랑하는 휴양지 아카바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래 머물면서 자동차를 운전하며 돌아본 곳이 많아서 마음 같아서는 작은 마을 하나하나, 모두를 소개하고 싶다.       

 

수천 년 시간이 흘렀음에도 외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

 

요르단의 심장, 수도 암만

요르단은 중동 지역에 있지만 기름이 나지 않아 관광 수입이 국가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이유로 요르단 방문객들은 수도 암만(Amman)보다는 관광지인 페트라와 와디럼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자연스레 암만을 간과하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한 국가의 수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인 이곳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아쉽다. 내가 요르단에 머무는 동안 집을 구하고 생활했던 곳도 암만이기 때문에 솔직히 추억도, 말하고 싶은 것도 가장 많은 곳이다. 암만은 지도상 국토의 서북쪽에 위치한 곳으로 약 400만 명의 사람이 모여 있다. 인구가 1,000만 명을 조금 넘기는 나라에서 40%가 수도에 집중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어디를 가나 사람과 어깨를 맞댈 만큼 인구밀도가 높지는 않다. 

발라드의 전경을 확인할 수 있는 이곳에서 드라마 <미생>을 찍었다.

 

암만은 중심 지역의 큰 기준을 서클(로터리)로 나누고 1서클에서 8서클까지 연결돼 있다. 1서클이 서울의 홍대와 이태원 느낌의 번화가인데, 택시를 타고 “두와르 아왈(1서클)”이라고 말한 뒤 근처로 가서 자세히 목적지를 말하면 된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일단 경험해보면 처음부터 목적지를 말하는 것보다 쉽고 빠르다. 암만의 생활 얘기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사해를 중심으로 좌우에 붙어 있다. 그런 이유로 성경의 많은 기록이 이스라엘뿐 아니라 요르단에서도 쓰였다. 암만 역시 성경 속에 등장한다. 기원전 10세기부터 성경에 기록된 암몬족의 나라가 있는데, 암몬 민족의 중심지였던 라바트 암몬이 다름 아닌 오늘날 암만이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다윗왕이 자신의 오른팔이던 우리아 장군을 암몬의 성에서 벌어진 전투로 보내 전사했는데, 현재도 암만의 중심부에 우뚝 서 있는 암만성이 그곳이라는 설이 있다.   

수도 암만의 거리 풍경

 

암만성은 시타델(Citadel)로 더 많이 불린다. 시타델에는 로마 시대에 건설된 헤라클레스 신전과 8세기 우마이야(Umayyad) 왕조 시대에 건설된 궁전이 있다. 우마이야 궁전은 이곳을 통치했던 총독이 거주했던 곳이다. 720년에 건설되었지만 749년에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가장 높은 언덕에 지어진 궁전이라 사방 어디에 올라서도 암만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방이 탁 트여있어서 요르단에 머물 때 가장 자주 찾은 곳이기도 하다. 석양이 질 때나 해가 떠오를 때 이곳은 최고의 명당이 되어준다. 근처에는 로마 경기장이 있다. 시타델에 비해서 원형이 오롯하게 남아 있어서 작은 콜로세움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요르단에는 암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고대 로마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오랜 시간 여유를 두고 돌아볼 가치가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재래시장인 발라드가 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드라마 ‘미생’의 첫 장면과 끝 장면을 촬영했다. 암만에도 대형 백화점과 마트가 많지만 나는 발라드를 더 많이 이용했다.

 

<더 자세한 내용-2020년 10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