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안개가 끼어있다. 바다로부터 피어난 해무가 드라이아이스를 풀어놓은 듯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서울에서라면 도로 정체의 원인이라며 짜증을 냈을 안개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찬찬히 바라보니 매력적인 데가있다. 매일 겪는 일상을 다른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니 역시 여행은 좋은 것이다. 더리미 장어구이 마을은 강화대교를 건너 약간 남쪽에 있다. 아침 일찍 나서느라 종일 굶었던 위가 이제야 신호를 보내온다. 양념장을 바르고 숯불에 다시 구워낸 장어는 기름진 등껍질과 담백한 속살이 어울려 별미다. 그가 강화도에 가자고 했을 때부터, 그리고 강화 땅을 밟았을 때부터 엄습해온 우울한 기운이 약간은 가시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