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여행의 새로운 발견 - 월간 뚜르드몽드

발행구분

[2004년 02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대한민국] 도시분류 : [강화도]

기사제목

[INFIELD] 쓸쓸한 갯벌과 바다, 그리고 아련한 추억…

조숙함은 외로움을 일찍 알았다는 것

심랑성 내에 위치한 전등사에 도착했을 때부터 였을것이다. 아까 마신 술이 서서히 내 감정을 흐트려놓기시작했다. "아, 춥다." 대웅전을 향해 걸어가며 그가 잡은 손을 슬그머니 빼내 주머니에 넣었다. 겨울의 산사만큼 고독한 곳은 없을 것이다. 그 고독에 애잔함을 더하는, 얕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는 누가 해 놓은 장치일까. 커다란 범종의 묵직한 덩치도 위안이 되지 못한다. 고려 충렬왕의 정화 왕비가 옥등을 헌납한 이후부터 전등사라고 불렸다는 이 사찰. 절대 권력과 많은 궁녀를 거느린 왕의 뒤에서 왕비라는 이름은 외로움과의 싸움을 의미한다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달은 것은 또한 나의 불행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마음에 석양의 크기를 지닌다는 것은

"겨울의 낮은 짧아.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잖아." 최

고의 낙조를 볼 수 있다면 그는 장곶돈대 쪽으로 차를

달린다. 강화도의 남쪽은 어디를 가도 최고의 낙조조

망지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마니산에서도, 그리고

동막 해수욕장에서도 낮 동안 타오르던 태양은 시원

한 바다속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면서 자신의 잔영을

몇 백배는 더 크게 하늘 가득 뿌려놓는다. 사람도 그

런 사람이 있다. 어느 순간 내 눈 앞에서 멀어지지만

그 잔영만큼은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남겨놓은 사람.

어느 순간 내 눈 앞에서 멀어지지만 그 잔영만큼은 감

당할 수 없는 크기로 남겨놓은 사람. 나는 그런 사람

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바로 이 강화도 땅에서 "외포

리는 풍경만큼이나 이름도 외로워 보여. 그래서 나는

이곳을 좋아해" 하고 말했던 사람이었다.

결국 다시 이곳에 서다

외포리에는 작은 여객 터미널이 있다. 인근 석모도로

배가 하루에도 수십 편씩 떠나는 곳이다. 그때에도 마

지막 배가 떠나던 이 시간쯤 이곳에 서 있었다. 그 사

람은 어둠속으로 아스라이 떠나가는 마지막 배를 보

며 외로움을 말했었다. 나는 이 곳에 오기 전까진 갑

저가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면 아직 그 사람을 잊지

못했다는 말이다. 석모도로 향하는 배의 경적소리가

들릴 때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때 이 난간에

기대어, 나는 같은 소리를 들었었다. 그 사람은 이별

을 예기했었다. 희뿌옇게 앞이 흐려진다. 그 사람과

함께 이곳에, 겨울에, 두 번을,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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