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과 안심 사이에서 보낸 한 달2005년 여름, 한 달 동안 인도에 다녀왔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사고, 무더운 날씨, 좋지 않은 위생상태 등은 인도 여행에 대한 결심을 어렵게 했지만 그곳을 향한 호기심과 동경은 이러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했다. 한번은 아그라에서 릭샤왈라인 ‘랄루’와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 라시(인도 요구르트)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랄루는 자기 것은 주문하지 않고 내 것만 주문했다.
순간 ‘이 자식이 차에 뭘 탔구나’라고 생각하며 잔뜩 긴장을 했다. 얼마 전 일본인이 기차 여행 중 현지인이 준 차를 마시고 쓰러져 돈을 다 털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컵에 라시를 반으로 나누고 랄루가 마시는 것을 확인한 후에 마셨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돈이 없어 자기 차를 시키지 못하고 내 것만 사준 것이었다. 그때부터 인도인들에 대한 경계심은 누그러졌고, 진심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한 번은 마호바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있었던 일이다. 마호바라는 곳은 가이드북은커녕 지도에도 없는 도시였다. 가보니 외국인 여행객은 나 혼자였고, 밤에는 가로등조차 없는 유령도시처럼 보였다. 출발 시간이 되어 역에 도착한 기차를 타려는 순간, 한 아저씨가 다가와 ‘이 기차는 반대편 기차니 타면 안 된다. 인도에서는 기차가 한두 시간 연착되는 것은 기본이다’라며 자기 신분은 경찰이니 안심하라고 했다. 제복을 입지 않은 것이 수상하긴 했지만 그 아저씨와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아저씨가 나에게 짜이(인도 차) 한 잔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고는 짜이 가판대로 가더니 자기가 직접 봉지를 뜯어 흰 가루를 이 컵 저 컵에 부어 가며 섞었다. 처음에는 흰 가루가 설탕이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자기는 마시지도 않고 나에게만 지나칠 정도로 계속 권유했다. 안 마실 수도 없고 해서 ‘뜨거우니 식으면 마시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마침 기차가 도착했고, 나는 뒤도 안 돌아보지 기차에 올랐다. 그 아저씨가 진짜 수면제를 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여행으로 나는 여행이란 이렇게 의심과 안심 사이를 숱하게 오르내리는 일이란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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