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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구분
[2006년 06월호] 대륙분류 : [아시아] 국가분류 : [일본] 도시분류 : [도쿄]
| 군대를 전역하고 뜻이 맞는 친구 녀석과 일본에 다녀왔다. 3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경비를 마련했지만 곧 복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돈을 다 들고 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짠돌이 정신으로 무장해 실속 배낭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그때의 설레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처음이란 바로 그런 것! 이것저것 보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예산이 빠듯한 배낭여행객이라 어렵게 유혹을 뿌리쳐야만 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관서 지방을 둘러보고 자리를 옮겨 도쿄에서 여행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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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족, 친구,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섰다. 아무리 구두쇠 여행이라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모른 체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지갑을 열어 아기자기한 인형과 녹차세트 등 ‘Made in Japan’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선물에 꽤 많은 돈을 썼다. 뿌듯한 마음으로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이제 돌아가서 그동안의 경험을 떠벌릴 생각에 한참 들떠서. 그런데 바로 맞은편에 우리 또래로 보이는 스페인계 여행객 두 명이 눈에 띄었다.
친구와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가가 서툰 영어와 손짓으로 작업을 걸었다. 아리따운 스페인계 미국인 여대생들과의 대화에 정신을 빼앗긴 우리는 이미 내려야할 목적지를 지나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부지런히 떠들어댔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만남을 즐기고 있던 중, 갑자기 그녀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며 황망히 자리를 떴다. 만나야할 사람들이 있다고, 즐거웠다며 냉정하게 돌아서는 바람에 우리는 졸지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허탈감도 잠시,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꽤 여러 정거장을 지나쳐 있었다. 서둘러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 정신없이 걷고 있는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 쇼핑백!” 친구와 나는 서로 바라보며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전철 출입구 쪽에 세워놓았는데 그만 한눈을 팔다 두고 내린 것이었다. 착잡한 마음에 한동안 멍했지만, 체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통하는 이 복잡한 도쿄 지하철에서 분실한 쇼핑백을 되찾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나마 여윳돈을 털어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열쇠고리 수준에서 대신했지만, 짠돌이 알짜 배낭여행을 표방한 우리의 여정이 그렇게 한 순간에 어이없이 헝클어지고 말았다는 것에 큰 분노가 일었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얻었다. ‘한눈팔지 말지어다!’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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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재_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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