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새로운 발견 - 뚜르드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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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호] 대륙분류 : [유럽] 국가분류 : [노르웨이] 도시분류 : [베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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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베르겐에서의 꿈 같은 하루_Life

많은 사전조사를 했었더랬다. 베르겐의 역사가 담긴 박물관, 뭉크나 그리그 같은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와 콘서트홀 등 여행할 때 흔히 들르는 관광명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미리 세웠던 계획은 순식간에 수정됐다. 베르겐에 도착한 순간 관광이 아닌, 나도 그들처럼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졌기에.

#1. On the Mountain

베르겐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플뢰옌(Fløyen) 산이다. 베르겐 동쪽에 있는 해발 320미터의 이 산은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는 물론 베르겐 사람들에게도 오후의 여유를 즐기기에 최상의 장소이기 때문. 지도를 손에 든 관광객과 플뢰엔 산 정상의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 아이들과 산책을 하려는 가족들 모두 그곳으로 가는 푸니쿨라(Funicular)에 몸을 싣는다. 정상의 전망대에 도착하니 베르겐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멀리 펼쳐진 바다 위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요트와 베르겐 항으로 들어오는 대형 크루즈, 그 주변으로 오밀조밀 모여 있는 사람들, 시내를 감싼 산 중턱에 알록달록 자리한 집, 그 여유로운 풍경에 벌써부터 그들의 자부심이 이해가 되려한다.

전망대 주변의 카페에서 콜라와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기념품 상점에서 하이킹 지도를 얻었다. 플뢰옌 산에 오른 까닭이 바로 이것이기에 마냥 감상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일. 이곳에는 총 7개의 하이킹 코스가 있는데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거나 주말이면 가족 나들이를 나온 베르겐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코스는 20여 분 거리의 짧은 코스부터 1시간 30분 정도의 약간 긴 코스까지 있는데 모두 플뢰옌 산 푸니쿨라 승강장 옆으로 난 길에서 출발하면 된다. 그중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30분 정도의 스코마케르디켓(Skomakerdiket) 호수 코스로 평탄한 길로 이어진 길이 작은 호수까지 이어져 있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가족들이 즐겨 찾는다. 양옆으로 소나무가 무성한 숲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상쾌한 공기와 함께 지저귀는 새소리가 마치 조용한 시골마을에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해준다. 이때 우리를 안내하던 베르겐관광청의 담당자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다운타운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데도 이런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베르겐의 매력이라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마주 오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산책을 즐기던 중, 바위 절벽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아슬아슬 밑으로 내려오는 한 남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강코스가 그리 까다로워 보이지는 않았는데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 걸 봐서 전문가는 아닌 듯하다. 아래에서 그를 올려다보며 이런저런 코치를 하는 사람에게 물으니 그들은 베르겐에 있는 액티비티 클럽으로 누구라도 신청만 하면 플뢰옌 산에서 가이드와 함께 하는 하이킹이나 암벽등반, 호수에서의 카약 등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알았으면 한번 도전해보는 건데….’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바비큐를 먹을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된 가든을 지나 호수에 다다랐다. 푸른빛을 발하는 청둥오리와 함께 유유히 수영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호수 한쪽에 마련된 잔디밭에는 피크닉을 나온 가족들로 가득하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 독서를 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수영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들. 벌거벗은 꼬마가 힘차게 부르던 노르웨이 국가(國歌)의 가사가 아마 이들이 정확히 하고 싶은 말이리라.

‘우리는 이 땅을 사랑합니다(Ja, vi elsker dette landet)’.

#2. In the Street

베르겐 시내로 내려와 이번에는 활기찬 도시의 풍경을 만나본다. 일 년에 270여 일 비가 내린다는 이 도시에 오늘은 어느 때보다 화사한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비 내리는 날씨에 워낙 익숙해 탓에 비가 온다고 해서 특별히 우산을 챙기거나 밖에 나서길 꺼리는 건 아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 날이면 베르겐 사람들은 어김없이 밖으로 나와 태양을 즐긴다. 게다가 오늘은 토요일이지 않은가.

이미 시내 카페와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은 만석이다. 그리고 모든 테이블 위에는 약속이나 한 듯 맥주가 한 잔씩 올려져 있다.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잔이라.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친다면 도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가던 길을 멈추고 거리의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햇볕이 잘 드는 야외 테이블에 맥주 한잔도 함께. 건너편 카페에서는 아코디언 연주가의 음악 소리에 흥겹게 몸을 흔드는 이들이 보인다. 내리

쬐는 햇볕 때문인지, 대낮부터 마신 맥주 때문인지 발그레해진 얼굴에도 괘념치 않고 그저 오늘의 여유를 누린다.

베르겐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바로 브리겐(Bryggen)이다. 바다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브리겐은 베르겐의 옛 영화가 오롯이 녹아있는 장소이자 오늘날 베르겐 사람들의 자부심의 배경이 되는 곳. 중세 한자동맹 시대 상인들이 거주하면서 무역활동을 하던 곳이 바로 여기며 삼각형의 뾰족한 지붕의 목조건물들이 18세기 초 몇 번의 화재에도 고풍스러운 옛 모습 그대로 복원, 유지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바닷길을 오가던 무역상인들은 더 이상 없지만 브리겐의 옛 목조건물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기념품점, 레스토랑, 카페가 들어서 여전히 과거의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쇼핑을 즐기려면 몇몇 쇼핑센터가 모여 있는 토르갈메닝(Torgallmenningen) 거리로 가보자. 쇼핑센터라고 해도 베르겐에서 가장 크다는 갈레리엣(Galleriet)의 경우에 70여 개의 매장이 입점해 있는 정도니 규모가 그리 크진 않다. 게다가 살인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청난 물가 때문에 선뜻 물건을 구입하긴 쉽지 않지만 다양한 브랜드 매장에 진열된 최신 제품으로 눈요기한 후 유리로 된 천정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향긋한 커피 한잔하기에 좋다. 비싸긴 하지만 눈 모양과 순록 모양을 넣은 노르웨이 전통 손뜨개 스웨터 한 벌쯤은 노르웨이 방문 기념으로 좋은 선물이 될 듯. 근처 스코스트리트(Skostredet)는 최근 트렌디한 장소로 떠오르는 거리로 오래된 음반을 판매하는 레코드가게와 옷가게, 카페, 인테리어 숍 등이 있다.

베르겐의 서쪽 끝 노르네스(Nordnes) 반도로 가는 길에는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19세기의 전형적인 흰색 나무집과 잔디밭에 누워 선탠을 즐기는 베르겐 사람들의 일상이 이어진다. 그러다 프레드릭스버그(Fredriksberg) 요새 근처에서 제복을 입고 줄을 맞춰가며 무언가 열심히 훈련 중인 소년들을 만났다. 사실 몇 시간 전에도 이들과 비슷한 제복을 입고 북을 두드리며 발맞춰 베르겐 시내를 행진하는 무리를 만났었다. 이들은 ‘부에코르프스(Buekorps)’라고 불리는 청소년 단체로 글자 그대로 풀면 ‘궁술 부대’ 라는 뜻. 9살부터 20살까지 오직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일종의 청소년 군대 내지는 소년 군악대다. 10살 남짓 되었을 것 같은 소년들이 선배로 보이는 듯한 남학생들에게 줄 맞춰 걷기, 좌향좌, 우향우 등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노르웨이의 헌법제정일인 5월 17일을 정점으로 봄부터 여름까지 이들은 베르겐 곳곳에서 북을 두드리며 퍼레이드를 펼치고 15개의 서로 다른 팀 간의 경합을 벌인다. 오직 베르겐에서만 볼 수 있는, 150여 년의 전통을 지닌 모임이다.

그들의 훈련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도착한 노르드네 반도 끝에도 역시 잔디밭에서 태양을 즐기는 이들이 가득했다. 플뢰옌 산의 호수에는 가족들이 많았다면 이곳은 주로 청소년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남학생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다이빙을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돌을 받치고 석쇠를 올린뒤 소시지를 구워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노르드네 반도를 빙 돌아 걷는 내내 비슷한 풍경은 계속 이어졌다.

#3. On the Sea

자연적 조건에 따라 스키와 빙상경기가 노르웨이의 겨울을 대표하는 스포츠라면 여름의 노르웨이는 드넓은 바다에서 즐기는 요트나 보트, 카약 등 해양스포츠가 제격이다. 베르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띤 것도 바로 푸른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하얀 요트. 바다 한 가운데 둥둥떠 있는 요트에 걸터 앉아 낚시를 하거나 물길을 가르며 속력을 내는 이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런데 이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다가 잠시 의아해진다. 바다를 떠다니는 요트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던 것. 1인당 요트 보유 대수가 세계 1위라는 말에 눈만 돌리면 떠다니는 요트를 볼 줄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그야말로 무지에서 온 것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부두에 정박되어 있는 요트 위에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곳에 몸을 기댄 채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선탠을 하는 사람, 그러다 꾸벅꾸덕 잠이

든 사람,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 주말 오후의 한가로움을 즐기거나 친구들과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카드게임을 즐기는 등 꼭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그들은 그렇게 요트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마치 그들에게 요트는 바다 위에 마련된 또 하나의 집 같아 보였다고 할까? 부러움 반, 시샘 반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부두에서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은 바로 어시장(Fisketorget)이다. 부두 앞 광장의 대형 천막 안에는 노천 어시장이 서는데 베르겐을 찾는 관광객과 베르겐 시민들이 어우러져 생선을 흥정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곳이다. 펄떡이는 연어와 이미 양념까지 다 두른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노르웨이식 훈제 연어, 팔뚝만한 킹크랩과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바삐 움직이는 새우, ‘톡톡톡!’ 입 속에서 퍼지는 향과 고소함이 기분 좋은 캐비어, 그저 신기하기만 한 고래고기까지(노르웨이는 환경단체의 포경금지 논란 가운데서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적인 고래 사냥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다.) 베르겐 인근 해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그리고 생선장수는 노르웨이어, 영어, 독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무려 6개 국어를 구사하며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벌인다. 베르겐의 전통 특산품인 ‘말린 대구’와 빵 사이에 새우와 연어를 넣어 먹는 ‘해물 샌드위치’는 어시장의 인기메뉴. 여행길에 출출함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그밖에 시장에는 달콤한 향을 풍기는 과일가게와 노르웨이 스웨터와 북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숲 속의 요정 트롤인형 등을 판매하는 기념품가게 등도 서 있어 시끌벅적 사람 냄새 풍기는 여느 시장과 같은 광경을 자아낸다.

저녁이 되면서 어시장의 장사꾼들도 하나둘 가게를 정리하고 구경하던 관광객과 그곳에 모여있는 관광객들도 자리를 떠난다. 이쯤되면 이제 바다 위를 물들인 붉은 석양이 나올 차례. 하지만 7시가 지나고 9시가 지나고 11시가 지나도 도통 해가져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 이곳은 백야의 나라 노르웨이인 것이다. 여름이면 노르웨이의 중북부 지역인 북위 66도 지점부터 최북단 노르캅 지점인 북위 71도에서는 24시간 동안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나타나는데 아래쪽에 자리한 베르겐에서는 백야까지는 아니지만 깜깜해진 밤 풍경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제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음에도 여전히 바깥은 아름다운 베르겐의 풍경을 어둠에 감추기 싫다는 듯 훤한 모습이다. 해가 막 떠오르는 어슴푸레한 새벽의 풍경 같기도 하다. 아직은 밝은 밤 12시, 시간을 잊은 채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이들과 얼큰하게 취해 기분 좋게 귀갓길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이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몇 시쯤이면 바깥이 어두워질까 하는 호기심에 졸린 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새벽 3시쯤 잠시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뜬 건지 아니면 아직 저물지도, 떠오르지도 않은 채로 그 자리에 있는 건지, 잠들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혹시 시간이 이대로 멈춘 건 아닐까? 아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풍성한 항구도시에서의 하루가 지나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고 있었다.

Tip 베르겐에서 액티비티 즐기기

베르겐에는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많은 액티비티 클럽이 있다. 가이드와 함께하는 하이킹, 암벽등반, 카약과 카누를 비롯해 패러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베르겐 시티투어, 피오르 사파리 투어와 플라잉 낚시, 헬기관광, 보트대여, 겨울의 빙하관광 등 전문가가 함께 해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플뢰옌 마운틴 하이킹은 250크로네, 베르겐 서쪽의 소트라 섬에서 즐기는 카약은 470크로네, 율리켄 마운틴 패러글라이딩은 1,500크로네부터.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전화 +47-55-32-55-00 홈페이지 www.exin.no

Tip 2008 트롤하우겐 콘서트

트롤하우겐(Troldhougen)은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그르그의 집으로 이곳의 콘서트홀에서는 매년 여름과 가을에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올해는 7월부터 8월까지는 수요일과 일요일 저녁 7시 30분, 토요일 오후 2시에, 9월과 10월에는 일요일 오후 2시에 공연이 펼쳐진다. 요금은 저녁공연은 220크로네며 낮 공연과 베르겐 버스 이용 및 박물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베르겐 카드 소지자는 160크로네, 16세 이하는 무료다. 콘서트 시작 1시간 전에 베르겐 여행정보센터 앞에서 무료버스를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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