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을 만들어 가는 일 만큼 매력적이고 흥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자연과 달콤한 디저트까지 더한다면 인연을 뛰어넘어 완벽한 사랑마저 이뤄질지도 모른다. 인연을 맺는다는 뜻의 ‘엔무스비en-musubi’로 유명한 시마네현의 마쓰에시, 이즈모시, 야스기시에는 스치는 바람에도 내리는 빗방울에도 진한 인연의 그리움이 배여 있다. 그저 걷기만 해도 아련한 그리움을 넘어 사랑을 이룰 것만 같은 잔잔한 심장박동이 예사롭지 않은 곳, 그곳이 바로 시마네현이다.
글 여병구 편집장 사진 임성훈 기자 취재협조 나카우미시장회, 마쓰에시 국제관광과 0852-55-5632~3(010-81-852-55-5632~5633) 시마네현 한글 공식 블로그 ‘인연이 단단’ (http://blog.naver.com/shimanekko)

인연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주는 인연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중요한 의식과도 같다. 그러나 경제불황으로 인해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힘들뿐더러 그 기회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까지 심각한 듯 하다.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하는 곳이 있다. 인연을 맺는다는 뜻의 ‘엔무스비’로 잘 알려진 시마네현의 마쓰에시, 이즈모시, 야스기시가 바로 그 곳. 아직도 인연을 만나지 못해 옆구리가 허전한 사람들이라면 요나고공항에 도착한 후 잠시 숨을 들이켠 후 내뿜기를 바란다. 그리고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나오는 순간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될 지도 모른다. 시마네현에 도착하는 순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막연한 인연이 시작되지만 떠날 때는 어느 새 자신 만의 소중한 인연을 가슴에 품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엔무스비의 힘이다.

신들의 선물, 엔무스비
각 지역마다 독특한 테마를 갖고 있는 일본이지만 시마네현의 엔무스비와 연관된 테마는 잊혀지지 않는 진한 여운을 주는 곳이다. 일본에서는 음력 10월을 간나즈키(神無月, 신들이 출타한 날)라고 부르는데 유독 이즈모 지역만을 가미아리즈키(神在月, 신들이 모인 달)라고 칭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연의 신으로 유명한 오쿠니누시노미코토를 모시고 있는 이즈모타이샤 신사에 음력 10월이 되면 모든 전국의 신들이 모여 일주일 동안 세상사의 모든 인연을 점쳐주는 인연총회를 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인연의 성지로 큰 인기를 얻게 된 마쓰에, 이즈모는 고대시대부터 유독 인연과 관련된 신화와 이야기가 풍부한 곳이다. 이렇게 인연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엔무스비를 위해 일본 전역에서 좋은 인연을 점치기 위해 특히 수많은 여성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는데…… 이제 신들의 선물인 엔무스비를 한껏 받아 볼 시간이다.

인연을 맺어주는 이즈모타이샤 신사
마쓰에를 포함한 이즈모 지역을 신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즈모타이샤 신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규모가 어떻기에 전국의 신들이 모여 인연총회를 일주일간이나 여는 지를 보기 위해 신지코온천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낯익은 전차가 보인다. 알고 보니 2010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던 영화 <Railway>에 나왔던 이치바타 전차였다. 이치바타 전차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차 중 하나로 기차를 좋아하는 철도마니아들에게 꽤 유명한 전차라고 한다. 지금은 한적한 시골길을 오가는 로컬 관광열차로 운행 중이다. 덜컹~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마쓰에시의 정겨운 시골 풍경은 시공을 초월한 감상에 빠지게 한다.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소중히 품에 안고 시골로 소풍 가는 어린 시절의 모습이 저절로 투영된다. 한 시간여 후 마침내 이즈모타이샤마에 역에 도착하니 이즈모타이샤 신사 정문까지 길게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도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또한 거대한 도리이가 양 옆을 마주보고 있는 형상을 본 순간, 과연 일본의 모든 신들이 모이는 곳답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약간의 경사진 곳을 올라가 이즈모타이샤 신사의 도리이 앞에 도착하니 시내가 한 눈에 보이고 신들이 하나 둘씩 도리이를 지나 신사로 모여드는 웅장한 장면이 연상된다. 시원하게 뻗어있는 신몬도오리라는 참배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갈해 지고 평온을 준다. 인연을 맺어주는 신인 오쿠니누시노미코토를 모시고 있기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서로의 인연을 점치거나 영원한 인연을 빌기 위해 기도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기사 인연에 남녀노소가 따로 있을까. 마침내 길이 13m, 두께 8m, 무게 4.5t의 일본 최대의 시메나와(액운과 잡귀의 출입을 막는 금줄)가 걸려 있는 카쿠라덴이 보인다. 시메나와 밑 둥에 5엔의 동전을 던져 꽂혀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많은 사람들이 5엔을 던지지만 그닥 수월하지는 않아 보인다.

숨겨진 인연을 찾는다? 마쓰에의 비밀!
시마네현의 현청 소재지 이자 중심 도시인 마쓰에. 한적한 시골이라지만 도시의 세련된 모습도 적절히 가미된 매력적인 곳이다. 마쓰에는 일본에서 현존하는 12개의 천수각 중의 하나 인 마쓰에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연의 스팟이 있으며, 각각의 스팟마다 숨겨져 있는 하트 모양을 찾아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한마디로 인연을 찾아가는 여정이랄까? 산인지방(山陰地方)에서 유일하게 천수각을 볼 수 있는 마쓰에성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마쓰에시의 아름다운 전원이 숨막힐 듯이 한 눈에 들어온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갈 때마다 마쓰에성 성주와의 교감이 이뤄지는 듯 잔잔한 긴장감이 흐른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400여 전부터 나무기둥에 자연스레 만들어진 숨은 하트를 찾는 재미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마쓰에 성을 감싸고 있는 호리카와를 따라 유유자적 뱃놀이하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에도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에 3,7km의 수로를 약 50분 간 지나는 동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에도시대로 돌아간 듯한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지붕이 있어서 우천은 물론 날씨가 추워도 고타쓰라고 하는 일본식 탁상 난로가 비치돼 있어 언제나 유람이 가능하다. 16개의 다리를 지날 때 마다 바짝 인사를(?) 해야 하지만 그때마다 색다른 즐거움이 배가 된다. 유람선에서 내린 후 마쓰에시의 전통 미관지구로 지정된 시오미나와테 산책길을 걸었다. 현대와 관련된 어떠한 시설도 찾아볼 수 없는 진짜 에도시대로 온 듯한 풍경이 이채롭다. 에도시대 당시 명망 높은 무사였던 시오미 코헤이의 저택이 이곳에 있었고 좁은 길이라는 뜻의 나와테를 붙여 시오미나와테라는 거리가 탄생했다고 한다. 길을 따라 심어져 있는 소나무는 에도시대의 역사를 그대로 품은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참고로 이 소나무 중에 하트 모양의 엔무스비가 숨어있으니 꼭 찾아볼 것. 호리카와 유람선을 타고 시오미나와테 거리를 보는 것과 시오미나와테 거리를 걸으며 유유자적 호리카와 유람선을 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지만 에도시대의 정취 속에 엔무스비의 감성까지 더해지니 일본 드라마 진(仁)의 주인공 미나카타 진이 된 듯한 느낌이다.

인연에 행복까지 더하는 엔무스비 스팟
마쓰에 성 주변은 그야말로 엔무스비를 찾아 도보로 떠날 수 있는 다양한 스팟이 존재하고 있다. 가라코로 공방에 있는 핑크 색의 우체통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행복이 찾아 오고 가라코로 공방에 있는 ‘소원의 샘물’에 파워스톤이라 불리는 돌 하나를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또한 고이즈미 야쿠모 동상에 부근에 있는 우체통은 인연을 찾아준다. 특히 교미세도오리의 가라코로 광장에는 유럽의 거리처럼 깔린 운치 있는 돌길에 2개의 하트가 숨겨져 있다. 큰 하트를 밟고 있을 때 누군가 작은 하트를 동시에 밟으면 그 상대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한다. 이렇듯 다양한 인연의 스팟에서 기를 충분히 받았다면 시마네 현립미술관으로 가자. 미술관 앞에 있는 신지코 호수에 며느리 섬이라고 불리는 요메가시마가 보인다. 석양이 지면서 붉은 노을이 요메가시마를   에둘러 싸고 바라보는 이들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을 깊은 감성을 물들게 한다. 노을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인연의 기대에 홍조를 띠기 시작한다. 일본의 아름다운 석양 100선에 상위 1%로 뽑힌 노을에 물들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상위 1%로 보인다. 미술관 앞 잔디밭에 있는 뛰노는 토끼의 동상 중에 2번 째 토끼를 유심히 보라. 유난히 머리가 반질반질~ 재첩 조개 껍질을 2번 째 토끼에 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행복이 찾아온다니 인연과 행복까지 정말 환상적이지 않은가. 다양한 엔무스비 스팟에서 인연과 행복을 듬뿍 받았다면 최종적으로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야스기시의 야에가키 신사다. 마쓰에성에서 차로 25분 달리면 나오는 이곳은 이즈모타이샤와 함께 엔무스비로 유명한 곳으로 고대 결혼식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일본 전역에서 이곳에 오는 이유는 바로 인연의 점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사 안에 있는 ‘거울의 연못’에 종이를 띄우고 동전을 올려 놓으면 종이가 서서히 물에 젖으며 점괘가 적힌 글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꼭 손을 잡고 인연의 점을 치는 연인부터 호기심 많은 학생들, 연세가 지긋하신 노부부들까지 인연을 믿고 희망하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정진요리(精進料理)와 살아있는 미술관
기요미즈데라에 위치한 정진요리 전문점인 고요칸(紅葉館). 이곳은 천태종파의 사찰로 고기와 생선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가 바로 정진요리로 에도시대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불교사상의 계율에 의해 모든 살아 있는 재료를 제외하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곡물, 해초 등의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요리의 겉모습은 해물과 육류의 모습 그대로이며 맛 또한 거의 흡사하다. 모르고 먹으면 감쪽같이 속을 수도 있겠다. 이제는 아다치미술관(足立美術館)으로 가보자. 이곳에는 지금까지 봤던 엄청난 크기의 하트가 숨어있다. 아다치미술관은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미술관이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산과 들 그리고 정원이 작품으로 미술관의 창문을 족자, 액자 모양으로 만들어 자연을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바닥에 깔린 하얀 자갈은 바다를 상징하고 오래된 이끼에도 예술의 혼을 심었다. 5만평의 크기에 6개의 정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설립자인 아다치 젠코가 92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일본 전역에서 소나무와 돌 등을 수집하여 만들었다니 그 열정에 감동과 감탄 등 온갖 미사어구가 터져나오고 만다. 살아있는 정원을 바라보며 차 한잔을 마시는 것은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숯으로 된 티스푼이 명물이다. 감동적인 인연의 스팟답게 아다치미술관을 통해 특별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의 홍보과장인 다케다 와타루 상과 미술관 앞에 위치한 사기노유 온천의 전무인 다나베 다이스케 상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로 인해 시마네현의 취재는 인연을 넘어선 감동의 시간이 됐고 이들과 나눈 우정을 통해 사기노유 온천에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태어났다.

엔무스비 스위트 디저트와 더 깊은 인연을~
엔무스비 소바젠자이 메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쫄깃한 떡을 이용해 하트 모양과 새알 모양으로 만든 젠자이(단팥죽)로 인연의 점괘가 있는 오미쿠지(점괘가 적혀 있는 종이)를 준다. 대길(大吉)을 뽑으면 인연과 관련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가격: 600엔)
* 다나카야(田中屋) 영업시간: 11:00~16:00(판매 종료 시 폐점), 정기휴일: 부정기적, 문의: 0853-53-2351

엔무스비 모플(?結びモッフル)이 대표 메뉴로 지역 산의 찹쌀을 이용하여 만든 떡을 와플 형태로 만든 겉은 바삭바삭 속은 쫄깃쫄깃한 신 감각의 디저트. 검은 조청(꿀)과 콩가루로 토핑으로 하였으며, 여성들에게 인기인 엔무스비(하트형)를 본뜬 모나카와 한 입 크기의 사랑스러운 쫄깃한 떡(단고)이 세트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격: 473엔, 말차 추가 한잔에 263엔) www.mochi-ikegami.jp/162.html 
* 마쓰에단고차야 모네 영업시간: 0852-32-0288, 정규휴일: 화요일, 문의:0852-32-0288

베지 후루쥬＆아이스 코롯토 1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신들의 탕인 다마쓰쿠리 온천 가에 위치한 유일한 테이크 아웃 전문점으로 2011년 10월에 오픈한 디저트 전문점. 미인 탕으로 유명한 다마쓰쿠리 온천가답게 피부미용과 건강을 생각한 디저트 가게로, 야채 소믈리에가 프로듀서한 비타민 가득한 과일, 야채를 믹스한 베지후루쥬 주스를 비롯, 가을~겨울까지의 한정메뉴로 지역 산 야채를 이용한 따뜻한 스프, 그리고 한입 크기의 아이스크림을 바삭 하게 튀겨낸 아이스 코롯토가 대표메뉴. 특히 야채 스프는 정말 기가 막히다.
*영업시간: 13:00~18:00, 비정기휴일, 야채 과일 주스 s사이즈(300엔), M사이즈(450엔), L사이즈(700엔), 아이스코롯토 S사이즈(300엔), M사이즈(500엔)

카페롯소CAF? ROSSO 온 가족이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애착이 상당하다. 사장이자 바리스타인 가도와키 히로유키(門脇洋之) 상이 스타벅스 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로 커피 여행을 떠나 100여 곳의 커피숍을 다닌 끝에 밀라노의 한 커피숍에서 최고의 커피 맛을 찾았다. 일본 전국 바리스타 대회 우승은 물론 2005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WBC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가 만들어 낸 에스프레소에는 깊은 감성이 담겨 있다.
*영업시간 10:30~17:30, 일요일 휴무, 문의:0854-22-1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