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 Seasons Resort Maldives at Kuda Huraa
지극히 몰디브적인 이야기

몰디브는 아름답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더 말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인데. 게다가 세이셸도 아름답고 모리셔스도 아름답고 뉴칼레도니아, 칸쿤, 타히티 모두 다 아름답다. 그래서 되도록 ‘아름다움’이라는 흔해빠진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몰디브만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예컨대 쿠다후라 포시즌스 리조트 같이 지극히 몰디브적인 표현으로.
글과 사진 김지은 기자, 취재협조 포시즌스 호텔 www.fourseasons.com, 싱가포르 항공 www.singaporeair.com

 몰디브에 있는 쿠다후라Kuda Huraa와 란다기라바루Landaa Giraavaru. 이 두 개의 섬은 포시즌스 리조트Four Seasons Resort로 하나가 된다. 아니, 하나의 리조트가 두 개의 아일랜드에 흩어져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포시즌스 리조트가 중요시하는 자연보호나 가족중심 등의 철학, 서비스의 질, 객실의 전반적인 인테리어, 가격 등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리조트 간 객실 체인지도 자유롭다. 하지만 서로 다른 라군에 있기 때문에 섬의 특성에 따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액티비티 등이 약간씩 다르다. 따라서 두 리조트에 모두 묵는다면 여행의 추억이 훨씬 풍성해질 게다. 두 달에 걸쳐 소개할 기자의 몰디브 여행기처럼 말이다. 그럼 이번 달에는 ‘쿠다후라 포시즌스 리조트’부터 만나볼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밤에 도착한 도시의 첫인상은 대부분 몽환적이다. 뒤죽박죽 엉켜버린 시간감각과 무거운 눈꺼풀 아래 유유히 흐르는 네온사인 때문이다. 말레Male 공항에 내려 스피드 보트에 몸을 싣고 바라보는 몰디브의 바다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암흑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군데군데 리조트의 불빛으로 반짝거린다. 지도위에 천여 개의 점과 기하학적인 라군 모양으로 표시된 섬들의 간격은 생각보다 짧다. 덕분에 마치 밤에 도시의 도로를 질주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지만, 그렇다고 풍경이 몽환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아마도 중간 지점인 싱가포르에서 하룻밤을 묵고 출발해 4시간 30분 만에 몰디브에 왔다는 쌩쌩한 뇌의 착각이나, 혹은 4박 5일 동안 두 곳의 리조트에서 보낼 꿈같은 시간에 대한 설렘이 불빛보다 강렬하기 때문이리라. 25분 후, 스피드 보트는 쿠다후라의 포시즌스 리조트 앞에 멈춰 선다. 마치 도착한 것을 축하라도 하듯 물 위에서 경쾌하게 출렁거린다. 

너무나도 몰디브다운 리조트
리조트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콘셉트다. 특히 라군의 아름다움에 반문을 제기할 수 없는 몰디브의 경우,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리조트의 유형은 리조트가 위치한 지역의 문화를 제대로 녹여낸 곳. 리조트를 온전히 즐기기 방법에는 자연을 만끽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전통문화 향유도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몰디브에서 태국 스타일로 꾸며진 리조트에 머물기로 마음먹었다면? 차라리 애초에 태국으로 여행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쿠다후라 포시즌스 리조트는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이다. 곳곳에 몰디브의 문화를 녹여내려 한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리조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몰디브 문화체험이 시작된다. 직원들이 몰디비안 전통 북을 신명나게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이어서 격자무늬 패널과 지붕에 짚을 얹어 만든 몰디비안 전통 가옥 스타일의 객실로 안내받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몰디비안 가수가 부르는 음악이 스피커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곳곳에 컵 받침이나 휴지통 등 몰디비안 수공예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밖에 스리랑카나 인도 등에서 공수한 패브릭과 도자기로 꾸며 놓은 디테일이 인도양의 이국적인 감성을 배가시킨다. 또한 야외 현관 옆에 기이한 모양으로 말려있는 나무가 걸려있는데, 2004년 쓰나미 피해를 본 지역에서 구매해 장식해 놓은 것이다.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화한 이 나무에는 재해 때 겪었던 시련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리조트의 객실타입은 크게 비치뷰와 워터뷰로 나뉜다. 비치뷰는 섬 테두리를 따라 동그랗게 분포해 이름 그대로 객실 안으로 들어가면 비치와 바로 연결된다. 세부카테고리에 따라 비치 파빌리온과 작은 전망대가 있는 비치 방갈로로 나뉘는데, 파빌리온은 개인 정원과 풀장이 있어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몰디브에서 빼놓지 말고 머물러야 하는 객실타입은 이것. 대부분 ‘몰디브’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풍경이기도 하다. 바로 에메랄드빛 라군 위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워터 방갈로. 그야말로 몰디브의 자연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보기에는 특별해도 그저 물 위에 지어 놓은 것일 뿐, 별 차이 있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바다가 있지만 모든 곳에 워터 방갈로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수심이 얕은 라군이 드넓게 펼쳐지고 물살이 매우 잔잔해야 한다. 워터 방갈로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객실의 시설뿐만 아니라, 주변의 자연까지도 전세 낸 것처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 객실 야외 데크에 나가면 조그만 사다리가 라군으로 연결되는데 그 밑의 라군은 전용 풀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